22. 그가 마오이스트였다?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교회 이름은 네팔리 에반젤리컬 처치이다.
담임목사 이름은 챤드라 슈레스타(Chandra Shrestha).
그가 집으로 점심을 초대한다.
그동안 많은 환자들을 치료해 주었지만 한 번도 나를 대접하려던 이도 없고
나 역시 대접받으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된 교인들과 목사는
나에게 은혜를 입지 않고도 만나자마자 반갑다고 여기저기서 초대한다.

챤드라 목사 부인이 점심을 정성껏 준비했다.
고기도 생선도 준비하고 후식으로 과일도 준비했다.
상당히 신경을 써서 준비한 모습이 엿보인다.
외국에 많이 있어 본 분이라, 우리 입맛에 맞게 향료를 적게 넣어
오랜만에 반찬을 골고루 먹으며 맛있게 식사하다.

침과 뜸의 면역요법에 관하여 설명해 주다.
면역요법은 약을 복용하거나 수술을 하지 않고
우리 몸의 면역력이 증대하도록 도와주어
하나님이 주신 각 사람 몸의 자연치유력으로
우리 몸이 스스로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요법이다.

나의 설명에 챤드라 목사가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보인다.

침과 뜸은 몸의 면역력을 증대시키고
하나님의 말씀은 마음과 정신력을 증대시킨다.
질병과 마음은 서로 상관관계(相關關係)에 있다.
마음이 상하면 질병이 오고, 또한 질병이 오면 마음이 상하게 된다.
치유목회사역은 단순히 몸속의 질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과 정신을 치료하는 전인치유사역이다.
전인치유를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 예배와 명상
그리고 봉사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특히 불쌍한 이들에 대한 긍휼한 마음을 갖고 돌보는 희생정신은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환자는 치유 받는 동안 수동적으로 환자생활만 하는 게 아니고
치유 받으며 동시에 다른 환자를 돌보는 봉사자의 역할을 한다.
예수의 희생정신을 본받아 아픈 이의 몸에 서로 서로 뜸을 떠 주며
서로를 위해 위로하고 기도해 준다.
그러면 자신의 아픔만 생각하며 고민하고 우울하게 지내던 자가
남의 고통을 덜어주며 큰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몸속의 면역력을 증대시켜 자신의 몸도 건강하게 된다.

사실 전인치유목회는 환자가 남을 돌보아 주는 것 보다
환자가 봉사하는 동안 남으로부터 받고 누리는 것이 더 많다.
항상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기쁘기 마련이다.
이렇게 교인들끼리 혹은 이웃끼리 서로 도와주고 살펴주므로 말미암아
서로 감사하고 즐거워하며 활기를 되찾는다.

챤드라 목사는 나의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나의 치유목회사역을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실은 자기도 전립선염과 천식이 있어
소변보기도 불편하고, 목도 아프고 가래도 많이 나온다고.
부인은 고혈압과 심장이 나빠 고생한다고.
그리고 네팔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에 살기 때문에
교인들 거의 모두가 건강이 온전치 못하여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할 분들이라고.
요번엔 기회를 놓쳤으니 다음에 오면 꼭 자기 교회에서 봉사해 달라고.
박타풀 지역에 교회가 49개나 되고, 거의가 산마을에 있는 교회들인데
다음에 오면 모든 교회에 소개하겠으니 꼭 다시 와 달라고.

이 지역에 그렇게 많은 교회가 있을 줄이야!
십자가 첨탑을 세우지 못하고 교회 간판이나 표지판도 없으니
겉으로 봐선 어디가 교회인지 알 수가 없다.

챤드라 목사에 의하면
이곳의 기독교 역사는 한국보다 상당이 먼저 시작되었다.
16세기에 로마로부터 전래되어 티베트를 통해 인도로 전파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네팔 당국에서 심한 박해를 하여 기독교가 모두 사라지고
1950년대에 다시 복음이 들어오게 되었다.

박타풀의 기독교 인구는 지금 약 7-8%로 본다.
힌두교 80%, 불교 10%, 이슬람교 0.4%, 천주교는 없음.

기독교 인구가 불교인들과 거의 맞먹는 숫자이다.
이들은 박해와 고난 속에 피어난 복음이기 때문에 상당히 열정적인 크리스찬들이다.
습관적으로 공양이나 드리는 힌두교인들보다 실제적인 믿음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의 영적 파워는 훨씬 더 강하고 생동감 있다.

챤드라 목사는 못마땅한 생각으로
지나간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이야기도 한다.
전에 북한 공산당과 박타풀 시가 자매결연 한 적이 있는데
몇 해 전 남한에서 병원 세우려는 것을 그들이 방해하여
세우지 못하게 되었다고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현대 자동차가 네팔에 오기로 했는데
이도 북한 공산당과 관련 있는 정부지도자들이 마다하여
인도에 세우게 되었다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어디가나 라형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하여
챤드라 목사와 선교적 비전을 별로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다.
그들은 서로 네팔리 언어를 사용 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것도 못 알아들었지만
아마 공산주의자들에 관하여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저녁에 라형제는 돌아가고 혼자 있는데
성가대장 기리(Giri)씨의 딸 마히마(Mahima)가 불시에 찾아와
집에서 저녁초대 한다고 나를 데리러 오다.
혼자 있으면 불 꺼진 방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느라 애쓸 텐데 잘되었다.
기리씨의 부인이 준비한 저녁을 함께 먹으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마히마에게
한글 알파벳과 간단한 단어를 알려 주며 놀아 주다.
마히마는 이제 겨우 열네 살이지만 영어를 매우 잘하여
부모님들이 잘 못하면 자기가 대신 통역을 해준다.

어떻게 어디서 그렇게 영어를 잘 배웠는가 물으니, 학원에 다닌 적은 없고
유치원 때서부터 전 과목을 영어로 배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마히마는 마침 사립학교를 다니는 바람에 영어를 잘 말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공립학교는 네팔리 말로 가르치기 때문에
공립학교 출신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마히마의 모친 타라씨로부터 라형제가 마오이스트라는 말을 듣다.
내가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았느냐니까, 어제 교회에서 그가 직접 말했다고!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오이스트 들을 보면 두려워 떠는
무서운 존재들이었단다.

장편소설 ‘팔파사 카페’에서
네팔인 작가 ‘나라얀 와글레’는
네팔 내전의 비극적인 사건을
아름다운 묘사와 가슴을 적시는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현대 네팔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소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네팔은 오랫동안 국왕이 통치하는 절대군주 국가였다.
1970년대 당시 높은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과
외국에서 귀환한 용병들이 국민들에게 왕정 독재의 부당함을 역설하면서
절대군주제에 대한 민중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져 갔다.
이때 군주제 폐지와 토지개혁 등의 기치를 들고 일어난 마오이스트 공산당은
이런 요구와 맞물려 시골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1996년 마오이스트 공산당 등 네팔의 사회주의 세력들은
네팔 민중들의 요구를 반영한 40개의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농촌과 산골 지역 등을 근거지로 삼아
경찰서를 습격하는 등 게릴라전을 시작하면서,
마오이스트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내전이 시작되었다.
이 내전의 와중에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지방과 시골에 사는 민중들이었다.
정부군은 무자비한 진압을 벌였고,
반군들은 또 반군들대로 병력을 차출하기 위해 주민들을 억압하고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서슴없이 처단했다.
노란 겨자 꽃 핀 아름다운 히말라야 기슭의 계단식 밭들은
그렇게 죄 없는 농민들의 붉은 피로 물들었다.
수도 카트만두와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모든 지방에
마오이스트 반군이 주둔해 주민을 통제하고 파괴를 일삼았다.』
- 팔파사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