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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국인 전도자들에 대한 경계심
(2011년 10월 20일, 목요일)
아시아지역 여러 나라를 선교 다니는 동안
현지교회에서 새벽기도회 드리는 교회는 한 교회도 보지 못했다.
네팔인들은 새벽마다 신전에 공양드리러 가던 습관이 들어서인가?
이곳의 교회는 새벽기도회를 모인다.
새벽 4시 30분.
어두운 골목길을 헤치고 어제 갔던 교회를 더듬거리며 찾아간다.
넓은 예배당 안 오른쪽 한쪽 귀퉁이에
열대여섯 명이 방석을 깔고 둘러 앉아 기도회를 한다.
목사는 없는지 중년의 여자 한 분이 인도하며
찬송 부르기, 기도제목 정하고 다함께 통성기도하기,
짝을 지어 기도하기 등을 1시간 동안 열심히 뜨겁게 하다.
비록 인원수는 작지만
그 열기는 한국교회 부흥회 이상으로 열정적이다.
목사가 선포하는 설교중심의 새벽예배가 아니고
말 그대로 평신도 스스로 하는 새벽기도회다.
평신도 스스로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저런 식으로 새벽기도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 설교만 듣고 급하게 집에 오는 것보다
기도회로 모여 하루를 시작하며 진지하게 기도드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렇게 하면 몇 명이나 참석할지 의문이다.
기도회를 마치고 서로 인사 나눈다.
내 옆에 앉아 기도하던 남자분이 평신도 인줄 알았더니 담임목사였다.
시골 아저씨처럼 추리닝을 걸치고 나와 교회 사찰집사인줄 알았다.
담임목사와 기도하던 교회 바닥에 마주앉아 상견례하다.
그는 50대 초반으로 미국에서 3년 동안 신학공부를 하였다.
그 때 한국 사람들도 많이 사귀어 한국 사람들의 심성도 잘 알게 된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도 공부를 하여 그들과 연계하여 선교사역을 하고 있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며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도 잘하여
자기의 이메일 주소를 주고, 페이스북의 자기교회 주소도 알려 준다.
앞으로 한국에 가면 무료 영상통화로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다.
내가 잘 못할 것 같이 보이는지
아들한테 말하면 잘 알려줄 거라며 친절을 더한다.
인터넷이 잘 안되는 IT후진국에서 이정도면 상당히 수준급이다.
그의 목회사역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듣는 동안
겸손하게 섬김의 삶을 살려는 그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그는 자신이 물론 목사이지만, 설교할 때 이외에는
평신도와 같은 봉사자의 입장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데 앞장선다고.
그는 비록 가난하고 복음의 척박한 땅
우상이 난무하는 혼미한 후진국에서 목회하는 목사이지만
하나님이 이 나라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미리 예비하신
철저한 교육과 연단을 받은 목사이고,
시대감각을 갖춘 깨어있는 훌륭한 목사로 보인다.
이어서 그는 나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다.
한국에서 온 많은 잘못된 교인들(false christian)이
믿는 가정을 찾아다니며 물질공세를 하고 기존교회를 방해하고
토요일 예배 참석도 못하게 하여
한국인 전도자들에 대하여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고.
네팔은 일요일 쉬지 않고 토요일이 휴일이다.
모든 교회들이 휴무일인 토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일요일은 학교나 관공서의 정상적인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한국에서 온 잘못된 전도자들이
토요일 예배를 드린다고 이단으로 정죄하고
그런 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나보다.
내용에 치중하지 않고 형식과 전통과 교리를 고집하는 이들은
어디가나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멀리 해외에 까지 나와 선교하면서 그런 건 왜 따져 문제를 만드는지!
힌두교인들의 박해와 핍박을 받으면서 어렵사리 전도하여
모은 교인들을 전도한답시고 와서 훼방을 놓고 있으니
이런 한국인 전도자들을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다른 나라 사람들을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여
한국 사람들이 맞느냐 되물으니
자기는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서 잘 안다고.
분명히 한국 사람들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없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고 많다고!
정말 기가 막히고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리고 어제 라형제가 한국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 것이
담임목사 귀에까지 들어가 나도 경계하고 있던 터였다.
그와 한 참 대화를 하던 중 나에 대한 모든 오해가 풀린다.
그는 또한 나의 치유목회사역에 대하여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틀 후면 출국한다는 나의 말을 듣고, 대단히 유감이라며 앞으로 다시오면
자기 집에서 묵으라며, 그 땐 적극적으로 내 치유선교사역을 돕겠단다.
담임목사와 이야길 마치고 나오는데
어제 만났던 성가대 리더의 부인이 문밖에서 기다린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자기 집으로 초청한다.
열 네 살 된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아침식사를 대접하겠으니 함께 가자고.
그의 남편이 새벽기도회에 나오지 않아 물으니
남편은 매일아침 더르바르 공원지역을 조깅하며
아침운동 나온 사람들에게 기타연주나 찬송을 불러 주며
전도를 다니느라고 못 나온다고.
우상의 도시에서 예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이들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다.
내가 피비린내 나는 우상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이미 이렇게 확장되고 있었다.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를 볼 자들도 있느니라.”(눅9:27)
“이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리라.”(눅21:32)
힌두교 사회에서 박해 속에서도 열심히 복음사역을 하는 이들을 보며
평안한 조건에 살면서도 열심히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심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참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전도는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하는 것을 말한다.
선교는 좀 더 폭이 넓고 광의적인 의미라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용어이다.
즉, 선교란 선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선교를 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그들이 굶고 있으면 양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아프면 치료를,
그들이 교육을 못 받고 있으면 교육을 받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인간의 모든 영역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선교인 것이다.
서양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선교사역을 펼치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선교는
비기독교인 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알게 하고
하나님을 섬기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새로운 선교개념은
하나님이 당신의 창조물을 구원하려 기울이시는
노력과 애씀을 바로 기독교인들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교란,
하나님이 할 일을 우리가 대신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 대신 하나님의 백성을 섬기고 그들에게 봉사하며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하나님 대신 희생한다는 개념이다.
이것을 소위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고 일컫는다.
하나님의 선교는 피선교지에서 하나님을 믿으라고 외치지 않는다.
기독교인이라는 정도는 알리지만 굳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한다고 선전도 하지 않는다.
종이 주인대신 주인의 가족에게 봉사하고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헌신하듯이
하나님 대신 하나님의 가족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행할 뿐이다.
그러므로 영광도 없고 빛도 없고 업적도 없다.
오로지 하나님의 백성들이 보다 나은 생활, 보다 나은 인간적인 삶
인간으로서 누리면서 살아야 할 것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 그것에서 만족을
얻고 할 일을 제대로 했다는 성취감만 느끼면 모든 목적은 달성된다.
새벽전도를 다녀 온 성가대장과 함께 그의 부인이 차려 준 아침을 먹으며
딸아이가 학교 갈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학교에 입고 갈 세탁한 교복을 엄마 방 침대위로 가지고 와 다림질을 한다.
주름치마를 주름을 잡아가며 다림질 하는 모습이 매우 능숙하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그렇게 다림질을 잘 하느냐 물으니
엄마가 바쁘게 사시므로 바쁠 땐 스스로 하라고 가르쳐 주셨다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가 집에 안계시면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여 집을 깨끗이 치워 놓는다고.
한국에서의 열 네 살 된 여자 아이들과 큰 비교가 된다.
식사교제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봉사할 준비를 한다.
갑자기 방금 만나고 온 성가대장 부인이
친구 집사와 함께 5층까지 올라와 내 방으로 들이닥치며
자기와 친구가 치료받고 싶으니 치료 좀 해 달란다.
그러면서 뭐 도울 일 없느냐고 묻더니 뒤 베란다 쪽으로 간다.
화장실 가는 줄 알고 내버려 두었더니
어느새 빨다 내버려 둔 양말을 빨아 널었다.
이렇게 가족처럼 친절한 그리스도인들과 더 오랫동안 지내지 못하고
만나자마자 떠날 날이 되었으니 너무 아쉽다.
이들도 나처럼 아쉬워하며
라형제에게 왜 일찍 알려 주지 않았느냐며 책망이다.
그럴 때 마다 라형제는
네팔리어로 뭐라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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