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숙소 앞 골목에서 만난 교인
(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하나님은 외로운 순례자의 기도를 저버리지 않으신다.
숙소 앞 골목에 나갔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교인을 만난다.
잠언 1장 7절 말씀을 티셔츠 등에 나염한
늠름하고 멋지게 생긴 청장년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닌가.

얼른 뒤따라가 불러 세우고 교인인가 물어본다.
교인이란다.
얼마나 교인을 만나고 싶어 했던가!
물론 갬페다라 산마을에 봉사 가서 교인들을 만나 예배도 드렸지만
시내에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너무 반가워 진짜 교인이냐고 물어 본다.
웃으며 진짜 교인이란다.
반갑다고 두 손을 서로 마주잡고 인사하다.
교회가 여기에서 도보로 겨우 2분 거리에 있단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매일 아침 마을을 한 바퀴씩 돌면서 왜 몰랐을까?
라형제도 여기에 교회가 있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이를 말하지 않았을까!

그와 함께 단숨에 교회를 방문한다.
아침마다 재봉틀 아저씨가 앉아 있던 앞 쪽 더러운 골목으로 들어가니
연립주택 사이에 오래된 창고 문처럼 생긴 녹슨 철 대문이 나온다.

스산한 골목 분위기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의외로 넒은 뜰에
깨끗하고 큰 교회 건물이 우뚝 자리를 잡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정부에서 교회설립을 허락하지 않아
십자가 첨탑도 세우지 못하고 개인 건물처럼 사용하는 거였다.
그러니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교회를 발견하지 못할 수밖에!

그는 교회의 성가 리더이며 교회 직원이었다.
우리로 말하면 성가대장이다.
그의 부인이 교회 사무실에서 다과를 대접하며 반가이 맞이한다.
부인은 교회 사무원이다.
그가 곧 담임목사에게 전화하여 날 소개한다.
의외로 담임목사의 반응이 별로 안 좋은 모양이다.
별다른 말이 없다.
담임목사의 무반응에 힘이 쭉 빠진다.
그의 안내로 교회를 돌아본다.
1층은 본당, 2층은 교육관이고 3층엔 게스트 룸을 세 개나 꾸며 놨다.

떡줄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혼자 생각해 본다.
공간이 많아 봉사하기에 매우 적당한 곳이다.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 여기서 지내면 앞으론 호텔이나 방을 렌트할 필요도 없겠다.
방이 많아 봉사실도 만들고 한국어 교실도 만들면 좋겠다.

교회를 방문하고 돌아와
라형제에게 길에서 교인을 만나 교회에 다녀왔다고 말하니 깜짝 놀란다.
왜 그렇게 놀라는 것일까?

일찍 환자봉사를 끝내고
라형제를 데리고 다시 교회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