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교회가 기쁜 성탄절 날 행한 징계

오늘 기쁜 성탄절 날 나는 권사직을 잃었다.
8년 전 암으로 하늘나라에 간 남편은, 어느 날 병상에서, 문병 온 한 교인에게 “우리 집사람도 권사가 되어야 할 텐데……. 추천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그분의 적극적인 추천 덕분에 나는 권사가 되었다. 내 나이 55세 때였다. 그런데 6년 만에 즐거운 크리스마스 날 권사직에서 떨어졌다.

오늘 아침 본당 강단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다. 메리크리스마스 글씨가 드문드문 쓰여져 있는 진 빨강색 휘장이 앞 벽면 전체에 드리워져있었고 그 윗부분에는 기쁜 성탄절이라고 쓰인 연한 빨간색의 플랜카드가 겹쳐져 걸려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불빛과 어울려 참으로 아름다웠고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예배가 시작되었고 크리스마스 칸타타 공연이 이어졌다 남녀 성가대원 모두가 까만 양복에 흰 와이셔츠를 받쳐 입었고 빨강색 넥타이를 매고 있어서 동화속의 크리스마스를 보는듯했다. 공연도 훌륭했다.

성탄절 예배 후 크리스마스 장식 아래에서 미리 예고된 대로 당회가 이어졌다. 목사님은 오늘이 금년의 마지막 주일이자 성탄절 이라며 아주 드문 귀한 날이라 했다. 각부의 보고가 끝난 후 한 여자 권사님이 앞으로 나오더니, “목사님을 교단재판에 고소한 세 명의 권사와 고소장 접수 시에 따라갔던 원로장로와 또 한 명의 권사를 제명해야 한다고 안을 내었다. 내가 바로 고소장 접수 시에 따라갔던 권사이다.

담임목사님은 “이곳에 교리와 장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교리와 장정을 지켜야한다. 제명은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권사직은 일년직이어서 연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권사직을 잃게 된다.”라고 교인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한 여자 장로가 나와서 목사님 고소 건에 관련된 네 권사의 연임을 막는 안을 내겠다고 했다. 담임목사님이 동의와 제청이 있느냐고 묻자, 동의와 제청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손을 들고 신상발언을 하겠다며 강단 앞으로 나아갔다. 생전 처음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말하였다.

“저는 동대문교회 존치를 위하여 활동하는 동사모(동대문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입니다. 동사모가 모금하여 마련한 돈을 갖고 담임목사님 고소건의 공탁금을 내기위해 연회 사무실에 함께 간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권사직분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소인들이 서기종 담임목사님을 교회이전 건에 관련하여 직권남용, 직무유기, 명예훼손, 규칙오용으로 고소했고 현재 재판중이니, 무고한 목사님을 고소했는지, 범과가 있어 고소했는지, 그 재판 결과를 보고 고소인들의 권사직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의장직을 맡아 동사모 회원에게는 발언 중임에도 이번 안과는 상관이 없는 발언이라며 제지하고, 목사님을 지지하는 교인에게는 이 안과 전혀 상관이 없는 발언을 함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을 허락하는 등의 편파적인 사회를 보는 담임목사님께 항의하다가 결국은 담임목사님의 퇴장명령을 받고 떠밀려 당회장을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교인들의 찬성으로 네 사람은 권사직을 잃게 되었다.

나는 동대문교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했던 행정 소송기록을 지난 8월 중순경 동사모의 권유로 읽은 후 동사모의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 기록 속에는 동대문교회와 서울시 간의 협상초기부터 주고받은 모든 공문이 들어있었다.

교회에서 줄곧 ‘서울시가 사전에 상의한다거나 협의한다거나 하는 것이 전혀 없이 갑자기 도시계획위원회를 소집해서 동대문 교회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버렸다.’고 들어왔었는데… 교회존치를 위해 행정소송까지 해가면서 모든 노력을 다해 왔으나 이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말을 믿어왔었는데… 그 기록 속에는 협상을 시작한지 불과 20일 만에 서울시에 협조하는 의미로 교회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서울시에 보낸 서기종 담임목사의 서신이 들어있었다.

또한 협상 후 3년 반 동안 한 번도 들어 본 일이 없는 동대문교회 존치안도 들어있었다. 서울시에서는 동대문 교회의 120년의 역사, 교단에서의 위상, 문화재적인 가치를 고려하여 동대문 교회가 존치를 원할 경우 이대병원의 공원화 계획과는 분리하여 사업을 시행하려 한다고 하였다. 서기종 담임목사님은 ‘그렇다면 동대문 교회의 공원화 계획을 백지화 하려는 것이냐.’라고 물은 후 서울시의 답변을 기다리지도 않고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서신을 보냈던 것이었다.

그렇다! 잘못은 서기종 담임목사님이 했다! 나는 확신한다! 그런데 왜 교인들이 담임목사님을 고소하게 만들고, 교인들 간에 불화하게 만들고, 교인들을 불명예스럽게 만들고, 교회를 떠나가게 만들고, 이 교회 저 교회로 떠돌게 만드는가? 왜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그때에도 잘못은 서기종 담임목사님이 했다! 전도사와의 간통사건으로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으면서도 ‘왜 교인들을 실망시키고, 절망하게 만드는가? 왜 교인들을 제명하고, 악마의 자식이라 하며 미쳤다고 말하는가?’

자신의 거짓이 드러났음에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뉘우칠 줄 모르고 책임지고 물러설 줄 모르는 담임목사님에 대한 고소는 당연하다.

다수의 동대문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님을 옹호하는 편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지난번 사건 때에 목사님 편에 섰었다. 30년 넘게 함께 신앙생활을 해오던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올 자신이 없었다. 서목사의 죄과에 대해 눈감고 있었다.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간 교인들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다. 목사님의 편에 서서, 나만 이 공동체 안에 있으면 그만이었다.

나는 오늘도 지인으로부터 ‘교회를 옮기시고 새로운 환경에서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겨지네요.’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은 기쁜 성탄절 날이다. 예수님은 무엇 때문에 이 땅에 오셔서 고난을 받으셨을까?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정의롭게 살지 못한 나의 죄 때문에 십자가를 지시지 않으셨을까?

2011년 기쁜 성탄절에 동대문교회가 내게 선물한 권사직 박탈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서기종 담임목사님도 자신이 한 모든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동대문 교회에서 물러나라.’ 내가 담임목사님께 드리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2011년 12월 25일
동사모 회원
김 복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