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지프 지붕에 올라타고
(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라형제가 오늘은 쉬며 관광을 가잔다.
며칠 전부터 꼭 나모붓다를 가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침 6시, 버스를 타고 티베트 방향으로 약 1시간 달려가
파나우티(Panauti) 버스 정거장에 내려
유럽에서 온 4명의 ‘휴머니즘 무브먼트’ NGO 봉사단과 합류한다.
그들이 준비한 지프에 끼어 타고 가다가 너무 불편하고 더워 지붕위에 타기로 하다.
버스 지붕위에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내가 타보긴 처음이다.
이런 기회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내 나이에 약간 위험스럽기도 하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이 발동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라형제와 지붕위로 올라가다.

오늘 우리를 안내하는 특별운전자는
검은 수염에 붉은 성의를 멋스럽게 입은 힌두교 사제다.
사제가 운전하는 지프의 지붕에 올라타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호흡하며
마치 말을 탄 기분으로 천지를 감상하며 산으로 달린다.
떨어지면 죽는 줄도 모르고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쁘고 즐겁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마음은 산허리를 유유히 나르는 새매를 따라 하늘을 나른다.

1500미터 고지에 올라가도 마을이 있고
2000미터 고지까지 올라가도 마을이 있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설산이 아닌 이상 어디든지 마을이 있다.

2500미터 고지에 티베트불교 나모붓다 사찰을
가파른 언덕에 거대하게 시멘트로 지어놓았다.
계단을 올라 사찰에 들어간다.
휘황찬란한 그림과 장식으로 사찰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절이라기 보단 마치 화려한 왕궁내부 같은 기분이다.
금으로 부처를 만들어 모셨다.
달라이 라마가 다녀간 사진을 불상 앞에 전시해 놓았다.

라형제가 자랑하고 싶은 것은 거대한 사찰과 화려하게 꾸민 사찰 내부였다.
그러나 내가 기대하였던 모습은 이게 아니다.
네와르 식으로 지은 정교하며 클래식한 건축미를 기대하였었다.
시멘트로 크게만 지은 나모 붓다의 사찰은 전혀 미적 감각이나
종교적 거룩함은 없고 상업적 거대한 모습만 보일뿐이다.
영적 수도의 장으로 보이기보단 관광지와 같은 느낌이다.

아무 감동이 오지 않는다.
차라리 박타풀 더르바르 광장의
정교하게 지은 왕궁과 신전의 목조건축이 훨씬 아름답다.

가난한 사람들이 불전이나마 화려하게 꾸며 놓고
대리만족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측은하기까지 하다.
겨우 이걸 보여 주려고 오자 했는가!
실망이 크다.
애초에 서너 시간 트레킹을 하여 올라오려 했었는데
그렇게 힘들게 와서 이걸 보았더라면 더욱 큰 실망을 할 뻔 했다.

라형제는 자기가 믿는 붓다의 아름다운 사찰을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는가본데
내가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맥이 풀리는 모양이다.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도를 하고 시주도 하다가
그냥 먼저 내려가자며 유럽에서 온 일행을 남겨두고 우리먼저 버스타고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