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공동예배

            - 온양 동.서지방 -

              박희자 (온양서지방 궁화교회)

   8월 15일 독립문에서 임진각까지 평화통일의 “인간띠”를 만들어 “남북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이곳 온양에서는 긴장과 설레임속에서 온양 동.서지방 성도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한 성도들은 넓고 커다란 온천제일교회 예배당을 메우기 시작했다. 온양 동서지방은 둘로 나누어진 후 좀처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통일”이라는 단어 앞에 너 나 할 것없이 하나가 되어, 질서 정연하게 예배당에 모여 진지하고 뜻 깊은 예배로 엄숙히 드려졌다.

   짧은 시간의 예배이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벅차고 감동적인 예배가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들의 모임은 시끄럽고 어수선하기 일쑤이지만, 약 800명이 모인 예배당의 분위기는 숨소리 마저, 느낄 정도로 조용하고 엄숙한 예배였었다. 평소에 느끼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도 그쳤고, 수다스러운 여인들의 잡담도 그쳤고, 남녀노소 모두 통일의 염원을 기도하고 있었다.

   특히 동.서지망 목사님들의 화합된 모습과 예배 순서 진행은 남북 통일이 눈앞에 한발 가까와옴을 느끼게 했다.

   그저 말로만 “통일 통일” 하던 문제들이 동.서지방의 화합인 한마당이 ‘평화통일’을 위한 예배를 통해서 벅찬 감동과 통일의 의미를 바짝 앞당기어서 느끼게 만들었다.

   성가대의 찬양 소리는 “고집과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 이북땅에(북녘) 멀리 멀리 퍼져 메아리쳐 울릴 듯 너무도 힘차고 간절한 순간이었다. 통일 문제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실천을 위해 예배를 마련하신 두 지방 감리사님들의 뜻을 다시한번 감사함으로 존경의 마음을 드리고 싶다, “비신자”의 삶과 “신자들의 삶”은 모두의 생각과 생활 방법이 틀리듯이, 이젠 모두가 무엇인가 달라져야 하리라. 평화 통일 문제를 안고, 고심하고 연구하며 남북통일을 더 가까이 앞당기기 위하여 기도하고 애쓰시는 모든이들의 마음을 더욱 더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나누어야 하리라.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들의 생활과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개인주의, 이기주의의 모습은 이제 모두 태워 버려야 하리라. 평화 통일 예배를 통해 개인주의, 이기주의는 사라지고, 모두다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준 연합예배의 동기를 감사 드리고 싶다.

   또박 또박 간절하고 진실되게 외치는 목사님의 설교는 모든이의 가슴에 깊은 의미와 다짐을 심어 주었다. 그렇다. 통일 문제는 너의 것이 아닌 바로 나의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감명깊고 벅찬 산 예배시간이 되었다.

   예배 시간이 끝난 후, 성만찬 시간도 더욱 깊고 의미있는 시간을 남겨 주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나누 듯, 남쪽과 북쪽의 만남이 빨리 이루어져 서로 얼싸안고 한마음 한뜻으로 주님께 점점 타올라 백두산 끝까지 활활 타오르라고 다짐하면서 95년 희년의 해를 기대해 본다.푸른언덕

   월산교회에서의 만세운동

                    김풍호 목사 (월산교회)

   3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파리에서 강화회의가 개최되고 국제연맹이 결성되었다.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14개항의 평화안을 내 놓았는데, 거기에는 민족자결주의가 있었다.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으로서는 잃어버린 조국을 되 찾는 다시없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이러한 세계의 움직임에 국내에서는 각계의 지도자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논의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사는 고장도 이 거국적인 만세운동에 참여하였다. 3월 14일 미금면을 시작으로 14일에는 와부면에서, 18일에는 화도면에서 28일에는 진접면과 아천면에서 29일에는 진건면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나 독립만세를 불었던 것이다.

   화도면의 마석고개를 넘으면 월산리, 답내리 작은 마을이 잇는데, 이 마을 주민 200여명이 만세를 부른 것이다. 지금은 화도면의 중심지가 마석리이지만 예전엔 마석보다 더 큰 마을이었다고 한다. 이 동네가 만세 운동의 구심점이 된 것은 바로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쪽으로 선교여행을 가던 선교사들이 월산리, 답내리 마을에서 쉬어 가곤 하였다. 이런 연유로 이미 1907년 교회가 서게 되었다. 교회가 세워지면서 배인학원이라는 학교도 생겨져 이곳에서 학생들을 모아 가르쳤다. 만세 운동을 하시던 이인하씨의 부친께서는 교회의 영수일을 보시면서 학교를 운영하시는데 이 마을을 지나가는 이 중 학식있는 이를 붙잡아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하셨다고 한다. 이때 만세운동의 주모자 중의 한사람인 김필규, 신영희 같은 외지인이 교사로 일하였다.

   3월 1일 서울의 만세운동 소식이 알려지자 30여명의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만세운동을 모의하였다. 그런데 이 모의의 비밀이 누설되어 3월 16일 이재하, 이승보, 이택하씨 등이 체포되었다.

   그날밤 월산리, 답내리 주민 200여명이 횃불을 들고 마석우리 병참 앞으로 가 검거인사의 석방과 독립을 힘차게 외치며 독립만세를 불렀다. 만세 시위에 놀란 일경은 총을 쏘아댔다. 시위하는 사람들이 이것은 공포라고 이야기 하였지만 몇 사람이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진 것이다. 밤하늘을 가른 총소리는 공포가 아니라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한 만행적인 발포였던 것이다. 이 발포로 이남용, 손복산, 신영희, 유상규, 이교직 씨등은 순국하시고, 이재혁, 윤균, 강덕녀, 윤정석, 원대현 씨등은 중상을 입게 되었다. 이 사건은 서울 근교에서 처음 발생한 처참한 사건이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일경이 만세 시위자를 검거하기 위해  월산리, 답내리 마을로 넘어와 많은 이들이 산으로, 먼 친척집으로 피하였다. 이때 김필규, 이승면, 강석원, 윤성준, 남궁우용, 김원석, 권은, 이윤원씨등이 검거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였고, 목사였던 김필규씨는 감옥에서 순국하시고, 나머지 피검자들은 23일씩의 구류를 당하였다. 이때 남자들은 거의 다 피신을 하여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추념비문이 화도면 사무소 앞과 마석고개 위에 서 있으며 작년부터 월산교회에서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3.1운동은 33인 대표에 의해서이지만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하여 주도 되었듯이 평범한 우리 모두가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할 때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푸른언덕

  주 앞에 목마르고

              가난한 벗들

                    김광후 (김포 영광교회)

   지난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새날기도원에서 김포지방 연합부흥회가 있었다. 나는 첫째 시간에 기도 순서를 맡았는데, 이번 집회를 위해 간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며 기도문을 작성하였다. 나는 간구하기를 ‘세상에서 마시고 마셔도 계속 목마른 물을 구하던 심령이 주 앞에 마른 땅이 되어 주님의 생명수에 목말라 하게 하옵소서. 세상에서 온갖 허영 다 꿈꾸며 살던 심령이 주 앞에 가난한 심령이 되어 주님의은혜에 배고파하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

   이번 집회에 참여한 우리 교우들이 모두 은혜를 많이 받았지만 특별히 김순도 집사님이 가장 많이 받으신 것 같다. 김집사님은 기도를 많이 하여 집회 시작 후에 금방 목이 쉬셨다. 밤에는 집에도 안 가시고 기도원에서 주무시며 기도를 하셨다.

   김순도 집사님에 이어 은혜를 많이 받으신 분은 정일영 선생인 것 같다. 정 선생은 직장 생활 하느라 바쁘고 피곤한 중에도 낮집회와 새벽집회까지 참석을 했다. 거기다 더하여 다음 주일에 있을 여름성경학교 학습발표회를 준비하느라 5,6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오후엔 연극 연습을 하기도 했다.

   김순도 집사님과 정일영 선생은 집회 시간에 새벽이나 낮이나 밤이나 늘 옆에 나란히 앉아 말씀을 들었다. 두 분이 앉아계신 모습을 위에서 보면 한 분은 머리가 벗겨진 부분이 뒤에서도 보이는 노인이시고, 다른 한 분은 어깨가 떡벌어진 청년이다. 노인과 창년이 은혜를 사모하는 데 한 마음이 되어 시간 시간 마다 나란히 앉아 말씀을 경청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김 집사님은 겉사람은 노인이지만 은혜를 사모하는 데 열심을 내는 청년의 모습이었으며, 그 옆의 정선생은 겉사람은 청년이지만 은혜를 사모하는 진지한 모습은 그 무게와 깊이에 있어서 원숙한 어른이었다.

   수요일 저녁 집회 후에는 정일영 선  생이 김순도 집사님과 함께 기도원에서 자겠다고 한다. 김 집사님은 “그래 잘 생각했어, 나와 함께 여기 있자구”하신다. 김 집사님이 혼자 기도원에 남아 계실 땐, 왠지 쓸쓸하게 보였는데 정 선생이 함께 남겠다고 하니 우리의 마음이 든든해진다. 주 앞에서 다정한 벗이 되어 생명수에 목말라 하고 은혜에 배고파 하는 두 분을 기도원에 남겨놓고 우리는 훈훈한 마음으로 되돌아왔다. 푸른언덕

     새댁모임의 사람들

                       전영자 (구억말교회)

   거개의 농촌마을에는 부녀회라는 모임이 조직되어 있다. 새마을 운동이 온 나라 안을 휩쓸 때부터 시작된 부녀회는 그 활동방향이 오직 잘 살아보자는 목적에서 많이 달라지긴 하였으나 농촌에는 아직도 그 맥이 이어져오고 있다. 요즈음 부녀회에서 하는 일은 주로 마을의 대소사가 있을때 회원들이 힘을 합쳐 일처리를 돕고 또 공동기금도 마련하여 마을전체가 필요로 하는 일에 요긴하게 쓰는 일 등이다.

   그런데 우리동네에는 부녀회 말고 또 다른 주부들의 작은 모임이 있다. 모임의 이름은 “새댁모임”. 우리동네로 시집오는 새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현재의 회원은 6명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전의 시어머니 세대는 다 부녀회에 들어 있는 상황에서 생각이나 감각이 비슷한 20대의 며느리들이 자신들만의 모임을 하나 만든 것이다. 결혼과 더불어 시작된 농촌의 주부로서 경험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서로 나누고 격려하는 일종의 친목회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처음부터 무슨 구호를 내세우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나 같은 환경에 처해있는 젊은 주부로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서 연대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큰의미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회원들끼리 생일을 챙겨주고 어쩌다 한번은 신랑들과 같이 모두 나가서 외식도 하고, 몇 년 전부터는 작은 돈이지만 꼭 쓰고 싶은 곳에 쓰려고 돈도 조금씩 모으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은 매월한번씩 모이기로 되어 있으나 회원들이 바빠서 사정이 있을 때에는 더러 걸르기도 한다. 장소는 대개 회원들의 집에서 모이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각양각색이다. 시집살이나 남편들 얘기가 나오고, 동네 사람들 얘기가 나오고늘 빠짐없이 아기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탈농화 시대에 자꾸만 낙후 되어 가는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일은 너도 나도 짐을 싸는 현실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모임이 시작된지 8년이 지난 지금 30대의 전반의 젊은 주부들인 그들은 부녀회에 속해 있는 나이든 주부들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기성의 농촌 아낙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일하면 잘 살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며, 도시를 향해 떠나는 이웃들을 보며 느끼는 소외의식 같은 것은 모르고 살았다. 다들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았으므로 상대적으로 느끼는 소외감이나 열등감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 많은 오늘의 농촌 여성들은 단지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감수해야 될 일이 많다. 인물이 안나게, 막말로 때깔이 안나게 뙤약볕에서 열심히 일해도 수입 농산물이 들어 온다거나 하여 가격이 폭락하면 인건비도 못건지는 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설혹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다 해도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몇 년째 제자리인데 반해 다른 물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살림살이는 자꾸만 쪼들리게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농부의 아내들은 도시로 나가 막노동을 하는게 농사를 짓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땀흘린 만큼의 댓가가 돌아오지 않을때는 맥이 쭉 빠지는 법이어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의 예전에 비하면 부자가 되었다는 소리가 귀에 들어올리 없다. 게다가 아이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새댁들이 모였을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도 역시 아이들 교육에 관한 문제다. 이는 남들은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부터 영재교육이니 조기교육이니 하면서 비싼돈들여 학원을 다닌다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경쟁에 뒤쳐지는 것 같아 불안해 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국민학교는 한 학년에 30명 남짓한 아이들로 이루어진 한 한급밖에 없어 거의 분교화 되다시피 한 작은 학교다. 엄마들의 욕심으로는 한 학년에 두 학급만 있어도 덜 섭섭하겠다고 한다. 시골에서 보고 듣는 것이야 빤한 것이어서 아이를 너무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기르는 것 같아서다.

   또 을봉에는 걸어서는 아이들이 갈만한 유치원이 없는데, 유치원마다 아이들 수는 적고 길은 멀다는 이유로 차를 운행할 수 가 없다고 하여 속을 무척 썩었다. 결국 이웃 마을에까지 들어 온다는 선교원에 아이들을 보냈지만 너무나 부아가 나서 한 아이의 엄마는 보따리 싸서 예산 읍내에라도 가서 살고 싶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교육시설이 부족해서 못하는 부분을 엄마가 보완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보지만 농촌 주부들은 생활비와 농사일에 묶여 그 일이 여의치가 않다. 마음만 앞설 뿐이다.

   저의 소견으로는 우리나라 농촌을 살릴 수 일은 새댁모임의 사람들처럼 젊은이들이 땀흘린 만큼 그 댓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일과, 갈수록 도시와 격차가 심해지는 농촌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이들이 농촌의 삶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떠난다면 그야마로 농촌은 버려진 땅이 될 것이다. 우리 구억말 새댁모임과 같은 모임이 점차 회원이 늘어나고 활성화 될 때에만 우리의 농촌은 희망이 있는게 아닐런지. 바라건대 새댁모임이 오래오래 장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푸른언덕

     수련회를 다녀와서

                  김정옥 (김포 영천교회)

   올해도 일년행사에 매년 그랬듯이 중,고,청 수련회에 가기로 했다. 왠지 올해 만큼은 가고 싶은 마음이 나지를 않는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어디든 다녀오고 싶었다. 제천이란 먼곳에 운전경력도 얼마 안되는 아이들의 아빠가 조심스레 가지만 얼마나 불안하고 힘이 드는지 몰랐다. 앞의 차가 가까와지면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주어지고 부딪힐것만 같은 착각에, 식은 땀이 흐른다.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것이다.

   매 년 중,고,청 수련회는 해야 하는 것일까? 똑같은 형식의 3박4일의 일정표를 가지고....

   우리 가정에서는 안타까울 때가 많다. 가족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없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믿음도 서로 교환하며 확인하고 따뜻한 가족의 구성도 서로 알아야 하고 형제간의 귀함도 느껴야 하고....

   수련회에 따라가서 봉사하는 일도 매년 그 사람이 가서 하게된다. 이것이 봉사요, 믿음안에서의 즐거움이요, 기쁨으로 생각되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니 짜증이 난다.

   아이들은 방학을 하면 그동안 부족했던 학습을 메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여름성경학교 강습이다, 성경학교, 수련회, 지방행사인 성경퀴즈다, 이 모두를 다 쫓아다니다 보면 부족했던 과제를 할 생각은 물론 숙제 마저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잘하는 학생들 같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치 못한 학생 자녀를 갖은 부모 마음은 정말 안타깝다. 그렇다고 직원되는 부모가 안 보내줄 수 도 없는것,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마음, 정말 싫다.

   어찌 생각하면 공부가 다는 아니라 본다. 신앙안에서 건강하게, 정직하게, 올케 자라는 것 만큼 감사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서 거쳐가야 하는 기본적인 길이 있다. 그것을 못따라 가는 것도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는 학생회가 잘 모일수가 없다고 한다. 학원이다, 과외, 공부하느라.... 그렇다고 공부때문에 모임이 안되는 것이 잘하는 거라고 생각은 안한다. 이렇게 공부를 해도 부모들의 마음에 걱정이 많은데, 시골로 들어와서는 다른 형상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여간 걱정이 아니다. 점점 봉사하는 일에 회의가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내 영적인 문제에 이상이 생겼을까?

   매년 똑같은 틀에 밖힌 행사들 지방적으로 교회적으로 이 모두가 다른 교회가 하니까, 우리도 하고, 교회마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긴 그런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형편에 맞게 다른 교회가 -큰 교회- 하니까 한다는 그런 교육은 피했으면 한다. 꼭 내 교회에서 필요하여 아이들에게 신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푸른언덕

        지곡 이야기

             김충권 전도사 (예산 지곡교회)

   예당 저수지 수문 옆으로 탄방산을 넘으면 작은 마을 지곡이 나온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 동우리처럼 둘러 싸고 있고, 남동쪽으로 작은 산줄기들이 다투듯이 들쑥 날쑥한 틈사이로 한길로 향한 길이 나있다. 지금이야 산을 더 깍고 논을 더 들여 시멘트로 포장을 했으니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다 드러나지만, 옛날에는 난리가 나도 ‘저런 오솔길 속에 뭔 사람이 살겠느냐’고 그냥들 지나쳐 피난곶이였단다. 작은 마을 어디에고 서서 주위를 돌아봐도 보이는 거라곤 산 뿐, 어디에도 외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마을 중앙 우뚝한 곳이 황소말랭이다. 황소말랭이에 서면 동네를 다 볼 수 있다. 일본 순사가 여기에 서서 이쪽 저쪽을 지켜보면 아무것도 숨길 수 없었단다.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는 곳을 도랑말, 왼쪽으로 양지 바른 곳이 양지뜸, 좀 떨어진 집 몇체 더 들어선 곳이 큰 뜸, 바로 앞 옴팍 들어간 곳이 오파골이다. 네 군데 집을 모두 합해 봐야 26가구이다. 그래서 지곡리하면 1구 2구로 나눌 필요도 없는 한 동네 스물 여섯집 뿐이다. 오파골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이 나무 밑에서 정자처럼 쉴수 있다고 해서 정자나무라 부른다. 정자나무를 우리교회 주보에서는 이렇게 노래했다.

                 정 자 나 무

우리마을 정자나무는 남산이다.

앞을 쳐다보면 파란 볏순이 출렁이는 바다고, 주위로는 우리 식구들이 쉬고 살아가는 정겨운 집이고, 그 뒤로는 병풍처럼 감싸는 산이다. 정자나무 아래서는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우리 마을 정자나무는 롯데 월드다.

기둥 하나에 나뭇잎 이엉으로 지붕울 얹었다. 단오날이면 새끼줄 메어 그네 뛰고, 해 뜨거운 한 여름이면 매미의 빵빠레를 듣고, 장보고 돌아오는 길에 땀을 식히면 등이 오싹 찬바람이 돈다.

우리마을 정자나무는 국회 의사당이다.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가 여기서 생겨나고, 나온 말이 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심판을 받는다. 네 살 난 경미가 할머니와 사는 얘기, 이 권사님네 돼지 두 배가 12마리씩 새끼를 낳은 얘기, 이장님도 곧 교회 나가실 거라는 얘기, 미선네가 돈 들이지 않고 입식부엌 만든 얘기 등.

정자 국회 가결은 만장일치로 한다.

우리마을 정자 국회는 남산이다.

정자나무 아래서는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큰 뜸 대청마루가 넓고 큰 집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날때는 어디에서도 아이들 소리를 들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매미가 울어도 잡을 아이가 별로 없다.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까지 꼽아도 열 손가락이 남는다. 그러니 마을 사람 다 쳐도 6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여기에 교회가 한 가구, 네 식구를 차지하고 있다. 교회는 도랑골을 쑥 돌아가 마당 넓은 집이다. 아담하고 작아서 주일날이면 땀나는 무릎이 옆사람과 닿아야 하지만 오래만에 닿는 살이 싫치는 않은 눈치들이다. 집으로 치면 네 집이 아직 교회를 안나오니 85%는 복음화가 되었고, 사람으로치면 90%가 된 셈이다. 주일날이면 종소리 듣고 골골뜸뜸이 성경가방 메고 한복 자락으로 풀섶을 스치며 교회로 모여드는 걸 보고 부러워서 교회에 나왔다는 활머니도 계셨다. 속회 예배 드리는 금요일 밤이면 네 개 속회가 성전 네 기둥처럼 찬송가로 어둔 하늘을 찌른다. 추석이나 설처럼 명절이라도 되면 가정 가정이 모인 식구가 합하여 가정예배를 드리는 소리가 마을을 들썩이게 한다.

   그러나 우리 농촌의 열악한 현실만은 지곡리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어픈 마음을 교회 주보인 지곡 이야기는 이렇게 노래한다.

              그래도 감사

농사 일이 작년보다 열흘쯤 일찍 되는 듯하다. 큰 뜸 사람들은 마당가에서 못자리 흙을 손질하였다. 남자 어른들은 한식을 맞아 사초하러 가시고, 환갑이 훨씬 넘은 할머니들이 얼게미 받쳐두고 삽질을 하셨다.

할머니들이 젊으셨을 땐 환갑만 되도 극노인이셨다. 그때 노인들은 뒷짐지고 큰기침만 하고 다니셨다. 그런데 지금은 환갑이 지나고 칠순이 다가와도 선친께 받은 땅을 자식에 밀려 지켜야 한다. 팔순이 지나고 구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도 젊었을 적 그 지게로 농사일을 시작하셨다. 북한 김일성이 ‘60은 청춘이요, 90에 환갑이라’했다더니 어쩌면 우리 마을에 꼭 맞는다.

그래도 하나님께 감사한다.

일거리와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시고

흙같은 마음을 주셨기 때문이다.

   자식이 없어서 늙으신 분들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 건 아니다. 세월이 우리들에게는 뒷북만 둘러대기 때문이다. 지곡 이야기는 이렇게 아파한다.

            뒷 북 인 생

찬모네가 천안으로 이사를 간단다.

사람은 사람 의지로 사는 건데 혼자남게 되었으니

어쩌냐고 걱정할 때마다 찬모 할머니는 눈물이 앞선다.

가난한 집에 시집와 먹을 것 아끼고 입을 것 못입으며 송아지 한 마리 날 때마다 쌀 둬 짝씩 더 보태 땅 한 뙤기씩 마련해 왔다.

식구 수대로 굶지 않을 만큼 되었다 싶고 보니 어느 샌가 세월이 변해 이번엔 모아진 땅에서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거다.

아들 딸들이 이젠 고생 그만 하시고 나가 살자지만 내 집과 내 땅 두고 갈 수도 없거니와 묵어 자빠지는 땅을 눈 뜨고 차마 볼 수가 없다.

땅거미를 밟으며 그 큰 집을 들어서면

반기는 거라곤 어둑한 공기 뿐이다.

밥 생각은 커녕 뒷북 친 인생이 아프기만 하다.

   지곡교회는 이렇게 멍들어 아픈 사람들이 찾아온다. 모여서는 예배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한다. 예수님이 위로하시듯이. 동네의 전 가정이 교회에 나오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이 작은 동네가 인생의 피난곶이가 되기를 희망한다.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