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또 다시 신전 뜰에서

(2011년 10월5일, 수요일)


아! 정말 이곳에 교회가 없을까?
광란의 도시 한가운데 있으니 교회가 그립다.

오전 7시 경.

가방을 메고 전도의 길에 나선다.
전도자는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
더르바르 광장은 내외국인들로 항상 붐빈다.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광장 옆 신전 뜰에 빙 둘러서 웅성거린다.
군인들도 총을 들고 사열횡대로 서 있다.

무엇을 하는가 가까이 가 보니
힌두교 사제가 붉은 색 성의를 입고
임시로 마련해 논 제단 앞에 구푸려 앉아 제문을 낭독한다.
주문을 읽고 향불을 피우며 약 1시간 동안 군중들 가운데서 제의를 행한다.

사제의 제의가 마쳐지자
어제 마을신전의 백정보다 더 건장하고 살기가 있어 보이는
장검을 든 백정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도 또 살생을 하려는가!
정말 너무하다.
어제보다 더 많은 군중들 앞에서 자랑스러운 일을 행하듯이
흉측한 도살이 희생제사의 구실로 행해진다.

약 한 시간에 걸쳐
다섯 마리의 염소와 다섯 마리의 물소를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어제처럼 비참하게 죽인다.

아! 어쩌면 이렇게 가는 곳 마다 흉측한 도살행위를 하는가!
어제 마을신전에서 행한 의식은 직접 제단에 피를 뿌리는 제사행위였고
오늘은 아마 희생제사 행위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려고 하는 종교문화행사인 것 같다.

마치 한국의 무당들이
죽은 소머리를 놓고 굿을 벌이듯이 하나의 문화행사로 행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굿과 다른 점은
현장에서 직접 짐승을 잔혹하게 죽여 피를 뿌린다는 점이다.
어제는 이보다 더 잔학한 행위를 보았지만 보면 볼수록 이들의 행위는 너무 끔찍하다.

살생행위를 유희처럼 행하는 네팔인 들의 정서가 의심이 간다.
그들이 진정 인간이라면
이런 추악한 짓을 종교나 문화행사로 행할 수 있겠는가.

어릴 때부터 이런 살생행위에 익숙해진 네팔인 들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정보(genome)가 특이하든가
아니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감각뉴론(neuron)이 망가졌나보다.
이들은 정상적인 인성을 갖춘 인종이 아닌 것 같다.

누가 생물학적으로 연구 좀 해 봤으면 좋겠다.
겉으론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운명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이들의 게놈(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의 집합체)은
보통 인간과 무언가 분명 다른 곳이 있을 것 같다.

정상인들이라면 이런 경악 무도한 행위를 자랑스럽게 생각 수 없다.
이런 집단주의적 야만행위를 일삼는 네팔인 들이
정말 진정한 인간성을 갖추고 태어났는지 의심이 간다.

힌두교가 이렇게 야만종교이며 미개종교인줄 몰랐다.
우리나라에 저런 악질 종교가 자리 잡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잘못된 종교적 신념은 무섭다.
동물을 살해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살해하고도 신을 위해 거룩한 전쟁을 치렀다고 만족해한다.
십자군전쟁이 바로 그 한 예가 아닌가.


어떤 종교에
인류의 공존과 평화와 행복을 위한 사랑과 실천이 없이
자기 자신의 복이나 구하든가
특정 종교집단의 부흥과 발전만을 선동하는 종교가 있다면
이는 힌두교나 다를 바 없이 영적 살생을 하는 행위다.

어쩌면 칼을 들고 짐승을 때려잡도록 지시하는 힌두교 사제보다
칼은 들진 않았지만 하나님을 빙자하여
축복을 매개한다는 이유로
헌금하지 못하는 신도를 실망시켜 좌절하게하고
헌금 많이 하는 신도를 축복하는
숙련된(?) 종교지도자들이 더욱 파렴치한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대열에서 벗어나
외롭지만 순례자의 길을 걷게 됨을 큰 은혜로 여긴다.

사람의 수 보다 신의 숫자가 많고
가옥의 수 보다 신전의 수가 많은 나라.
심지어 걸어가는 땅바닥에도 부적을 새겨 놓고
길 가다가도 땅바닥에 공양을 한다.

차 앞 유리창에도 피를 뿌리고
심지어 금방 도살한 짐승의 장기를
그 자리에서 배를 더듬고 칼질을 하여 빼어내
입으로 바람을 불어 차 앞에 걸어 놓는다.
차에 상주하고 있는 신께 바치는 제물인가보다.

바보, 멍청이 천치 같은 이들!
신도 용서하지 못하고, 귀신조차 용서하지 못할 인간들!

이곳에 정말 예수의 복음이 필요하다.
무고한 동물의 피를 흘릴 게 아니라
자신의 피를 흘리는 십자가의 도가 필요하다.

마음도 깨끗이 하고
환경도 깨끗이 하는
사람과 자연과 동물이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하나님의 평화로운 생명공동체가 필요하다.


내가 네팔인 들의 제사행위를 비난하며 흥분한 것을 알기나 했는가!
아래층 새 새댁이 내가 좋아하는 더이(유산균음료)를 한 컵 들고 온다.

그래, 인간을 미워하지 말자.
잘못된 문화와 습성과 종교가 문제이지
인간 자체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진 존엄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에겐 사랑해야할 의무 밖에 없지 않은가.


오늘도 하루가 지나간다.
옥탑방 지붕위에 뜬 상현달이 지긋이 내려다보며
답답해하는 나를 위로하는 듯하다.

우상과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적으로 심히 괴로워하며
캄캄한 밤 홀로 앉아 기도하는 순례자에게
고향을 다녀온 까만 하늘 포근한 달이 향수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