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삽질(?)

▲ 정재원 목사

그런데 올해 인사처에서 텃밭을 분할해서 분양한다고 공고를 한 것을 보고 저도 한번 농사를 지어 보겠다고 신청을 했습니다. 농사일을 만만하게 본 것이지요. 겁도없이.... 한 필지가 제 땅이 되었는데 작년까지 농사를 짓던 땅 옆에 복토를 해서 올 해 처음으로 농사를 짓는 땅이었습니다.

공병대에서 흙을 실어 날라 복토를 했다는데 어디서 가져왔는지 바위만한 돌덩이들에 심지어 아스팔트 조각까지 파내도 파내도 한없이 나왔습니다. 명색이 목사가 농사짓는 땅인데 옥토로 만들어야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틈날때마다 삽과 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돌을 골라냈습니다.

정말 힘들더군요. 시간날 때마다 왜 분양 신청을 했냐고 타박하는 집사람과 세 아들 모두를 밭으로 끌고 갔습니다. 심지어 어린이 날에도 아이들과 함께 거의 온 종일 밭일을 했습니다. 아들이 셋이다보니 좋은 점도 있더군요.

농사를 지으면서 아니 텃밭일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첫째, 도시 젊은이들이 흔히 하는 말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자" 이 말은 대단히 잘못된 말이라는 것입니다. 분명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 한 말일 겁니다. 확신합니다. 작은 텃밭 하나 경작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들째, 우리네 부모님들은 어떻게 저 연세가 되도록 농사를 지으실 수 있을까? 허리가 얼마나 아픈데, 온몸이 결리고 쑤시고.... 손톱사이에 검은 흙이 빠질 날 없이 일하셔서 우리를 키워오신 부모님들의 위대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셋째, 손이 가면 가는대로 안가면 안가는대로 금방 표가 나는 일이 농사입니다. 방치하면 금방 망가지는 것이지요. 자식농사나 목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틈날 때마다 밭을 일구느라 여념이 없을 때 칠순이 넘으신 권사님 한분이 지나시면서 저를 격려해 주신 말씀을 잊을 수가 없네요. 물론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 목사님 삽질 잘하시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17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