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자 현장을 방문하고, 수십 번 머리로 썼다간 지우곤 했다. 지금 제주 강정에선 구럼비를 폭파하기 위한 해안가 콘크리트 길이 만들어졌고,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에서 청동기에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귀중한 문화재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소식은 10일 아침을 제주 강정에서 맞으신 권술룡 선생님께서 전해주셨다. 

▲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

요사이 물강(江) 물정(汀)을 쓰는 제주의 ‘일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이 국익은 물론 환경, 평화, 공동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가를 깊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강정마을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살던 그대로, 생긴 모습 그대로의 평화이기에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 제주환경연합, 지금 공사중인 중덕해안가 풍경

제주도 서귀포시 남쪽 강정해안은 한라산의 맑은 기운과 계곡 물이 이어져 바다와 만나는 강정천이 여름한철 사람들에게 평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사실 섬에는 물이 없지만 이렇듯 맑은 물이 흐르니 은어도 거슬러 오르고, 사시사철 할망물이라는 용천수도 솟는다.

특히 마을 남쪽에는 구럼비(용암단괴)라는 하나로 이어진 바위가 800여m나 걸쳐져 신비하다. 여기에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가 해안가에 살고, 앞바다엔 천연기념물 연산호가 주단처럼 군락을 이루기에 돌고래도 찾아와 노니는 수만 년 동안 생명의 보고로 살아온 해안마을이다.

▲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는 생태계의 보물

그러나 2007년 4월 우여곡절 끝에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내린 이후 강정마을은 평화가 깨지고 투쟁이 이어졌다. 이 우여곡절이란 제주해군기지 유치과정에서 화순을 선정했다가 주민의 반대, 위미를 후보지로 했다가 주민의 반대, 그런데 강정에서 희망을 했고, 제주도가 일부 주민들이 희망하니까 해군기지는 강정으로 하겠다고 국방부에 요청을 한 것이다.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예배처

▲ 제주 강정마을 범섬과 구럼비 바위, 해안가 풍경

하지만 당시 강정마을회는 1,000여명의 주민 가운데 87명이 모여 만장일치로 유치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그 당시 마을회를 ‘어용’이라고 주장하고 8월 20일 공개적으로 마을의례회관에서 재투표를 했단다.

정확하게 강정마을주민은 1930여명, 이 가운데 18세 이상 투표권을 가진 주민은 대략 1050여명이지만 참가자는 725명이었다. 이때 해군기지 찬성이 36표, 무효 9표, 반대가 680표가 나왔다. 투표 안 한 사람 300여명 모두를 찬성표로 쳐도 반대자가 70%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해군과 제주도 측은 공사를 강행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은 시작됐다.

▲ 제주 가정마을 사람들의 소식이 가득담긴 게시판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설치작품들 풍경

이일은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건교부장관이 제출한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에 서명을 한 2년 후 2007년 봄에 이루어진 일이다.

여기서 ‘세계평화의 섬’ 선언문의 전문(前文)은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가 삼무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 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다."고 적고 있다.

▲ 구럼비 바위를 깨끗이 청소하는 청년들의 풍경

▲ 매이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는 슬프게 울었다

그동안 주민들은 삼보일배, 도보순례, 차량시위, 1인 시위 등 해군기지 유치 결정 직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당시 해군기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의 주민소환이 무위로 끝나면서 급격히 힘을 잃었다.

그러다가 올해 봄부터 마을을 찾기 시작한 시민단체 활동가, 예술가, 일반시민 자원봉사자 등 지원에 힘입어 다시 ‘강정은 살아있다’는 구호가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 여기에는 지난 3월 제주도의회가 해군기지 추진의 법적 근거가 됐던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 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가결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더 큰 결단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원만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그 해결의 지름길은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강정해안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처분을 직권취소하고 국방부 장관이 사업 승인을 취소하는 것이다.

▲ 해안가에 넓게 펼쳐진 구럼비 바위를 걷는 풍경

▲ 이것이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다

요사이 제주강정마을해안가로는 해군에 의하여 높다란 펜스가 쳐져 더 이상 구럼비 바위를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지난여름 꼭 찾아보고 싶었던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구럼비의 마지막이 된 것 같아 슬프다.

그 당시 제주강정마을해군기지를 자발적 반대하는 이들 중 생명평화결사 100일 순례단을 이끌고 왔다가 아예 눌러앉으신 권술룡 선생님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개척자들의 송강호님은 소식만을 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으로 향하는 지름 길 풍경

▲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입구에는 강정마을을 살리려는 프랭카드가 넘쳐났다

8월 1일 오후 찌는 더위를 뚫고 도착한 강정은 이미 육중한 케이슨 제작 콘크리트 더미들로 덮여있었다. 마을길과 지름길 중 지름길을 택하여 강정의 신비한 해안과 마주했다. 올록볼록 격자무늬가 들어간 구럼비 바위와 착하고 선한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무언가 열심히 쌓고 나르던 모습들이 애절했다.

구럼비와 지척인 범섬은 바다 속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보물이란다. 보는 각도와 위치, 계절과 날씨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천의얼굴을 가져서일 것이다. 좋은 풍경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즐겁고 행복감으로 뿌듯해야 되지만 해군기지예정인 이곳에는 왠지 정막만이 깊게 깃들인 듯 보였다.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도로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문화의 거리

▲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다양한 문화할동과 안내를 하셨던 자원봉사자 분들

제주의 아름다운 마을과 해안, 바다와 바다 속 모습까지를 오랫동안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당시 강정마을 골목길 곳곳에는 경찰의 경비소가 세워졌고, 동네 분들과 외지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어렵게 만난 권술룡 단장은 무덤덤하게 상황을 전해주시며 늦은 오후예배를 준비하셨다.

지금 강정은 주민희생은 물론 뭇 생명의 삶터가 파괴되어 더 이상 생긴 모습 그대가 평화라는 가치가 실종됐다. 군사적인 안보는 물론 경제적 개발과 발전으로도 이득을 보겠다고 매우 급작스럽게 불길한 계획들을 실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입구풍경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풍경,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2천년 궁핍했던 스위스를 먹여 살린 것은 용병이 아니라 150년의 적십자로 기억된다. 이에 유네스코와 환경부 등이 지정한 생태, 환경보전구역을 생각한다면 제주의 선택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정이 또 다시 제주 4.3이라는 아픈 역사의 재현으로 갈라서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찬반이 나뉜 마을사람들은 슈퍼도 찬성슈퍼와 반대슈퍼로 나뉘어 이용한다니 제일 무서운 일들이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문정현 신부님의 숙소(?)가 있는 풍경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평화캠프 풍경

어떻게 아름다운 제주의 하늘아래 400여 년간 가족처럼 지내온 마을 사람들의 끈끈한 우정에 금이 가고, 자식이 아버지를 쫓아내고, 칼을 들고 친척을 찾아가는 등 형제처럼 지내던 마을 사람들이 반목과 불신으로 가득차게 되었는가를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직까지 4.3의 상처와 아픈 응어리가 남아있는 제주에 또 다시 이웃사랑이 아닌 비극이 일어난다면 제주는 더 이상 ‘평화의 섬’이 아닌 ‘불행한 섬’이 될 것이다.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에서 만난 이 사람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풍경은 문화의 거리

▲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 움직이는 평화도서관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