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우마디 광장(Taumadhi Square)

2011년 10월 1일, 토요일(네팔의 휴일).



10일 동안 이어지는 다사인(Dasain)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다.
한국의 추석과 같은 최대 규모의 가을축제이다.
어제 밤 11시까지 북을 치며 거리를 돌던 각 종족의 악단들이
새벽 3시부터 다시 나와 시작이다.

쉴 새 없이 냐타폴 사원 앞 종이 요란하게 울려 새벽잠을 깨운다.
새벽공양을 마친 이들이 각자의 복을 빌기 위하여 울리는 종소리다.

아침 6시.
동이 텄나 하고 벌써 세 번째 창문을 빠끔히 열고 타우마디 광장을 바라본다.
내 창문 바로 밑 골목길에
몸무게를 달아 주고 돈을 받는 저울아저씨가 어느 새 자리를 잡았다.
혁대 지갑 등을 파는 장사도 나왔다.
닭장사도 나왔다.

6시 30분 경.

타우마디 광장에 나가 대목을 보려는 장사꾼의 무리들과
축제로 새벽부터 많이 몰려온 인파에 몸을 섞는다.


바이라브나트 사원(Bhairavnath Temple).

부조와 신상 앞에 아침공양을 드리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쌀을 뿌리는 이.
과일 조각을 가져다 신상 앞에 바치는 이.
빨간색 물감을 신상의 이마에 발랐다가 자신의 이마에 다시 바르는 이.
심지어 어떤 이는 계란을 깨어 신상의 입에 바른다. 아마 신에게 아침을 드리는 모양이다.

수많은 이들이 이렇게 신을 공양하고 있으니
신상은 덕지덕지 음식물찌꺼기가 묻어 더럽게 변하여 거지의 모습처럼 보인다.
늦게 나온 힘없는 할머니는 사람들을 비집고 신상 가까이 다가 갈 수 없어
멀리서 사람들 머리 위로 신상을 향해 쌀을 뿌리며 주문을 외운다.

나의 호텔 아래층에서 각종 신상의 조각품을 파는 젊은 여인은
가게 한 구석에 별도로 신상을 모셔놓고 새벽 공양을 하느라 바쁘다.
그녀는 네팔에 3천 3백 명이나 되는 신이 있다고 자랑한다.

나의 신의 이름이 무어냐고 묻는다.
머뭇거리자 이름도 모르냐며 자기 신의 이름을 말하는 데
이름이 어려워 금방 잊어버린다.

내가 마음을 가다듬고
세상에 한분이신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니
그녀 역시 자기가 믿는 신을 통하여 하나이신 하나님을 믿는다고 설명한다.

대단히 어려운 신학적인 말을 그녀는 너무도 쉽게 해 버리고
자기 신을 위해 열심히 공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