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평등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에 있어 차별이 없이 같은 상태를 말한다. 황인종이든지 흑인이든지 백인이든지 간에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에 있어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

예수는 그 당대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여성 차별이나 어린이 차별을 거부하셨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셨고 어린이들을 한 인격으로 존중하셨다. 부부에 대한 바울 사도의 교훈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평등하다. 아내는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이 복종하고 남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하듯이 사랑하여야 한다. 가정의 질서로 인한 직무의 차이는 있지만 차별은 없다. 부모는 자녀를 자신들의 기분을 따라 대하여 노엽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인격에 대한 존중이 깔려있다. 주인은 노예를 대할 때에 신 앞에서 그 가치가 같음을 인식하고 협박하지 말고 사랑하여야 한다. 신분상의 차이로 인한 차이는 있지만 그 존엄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 그 사상은 역사의 진행과 함께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의 노예제도 폐지는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하는 한 모습이었다.

인종차별정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90년에야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되었다. 인종차별은 백인인 기독교인에 의해 자행되었다. 그때까지 흑인들이 당해야 했던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스트레이돔의 경우도 그 한 예다. 그 정책의 폐지에 있어서도 백인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럽다.

여성 참정권

여성 참정권 부여는 나라별로 차이가 있는데, 근대에 이루어졌다. 뉴질랜드는 1893년, 오스트레일리아는 1902년, 핀란드는 1906년, 노르웨이는 1913년,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 프랑스는 1945년, 벨기에는 1946년, 스위스는 1971년, 쿠웨이트는 2006년이다(401쪽). 우리나라는 1958년 1월 25일 공포된 ‘민의원 의원선거법’과 ‘참의원 의원선거법’에 의해 실질적인 여성 참정권이 이루어졌다.

교육의 평등

교육의 평등도 중요하다. 교육 평등에 있어서 핀란드는 대명사가 되었다. 세계가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으로 치달을 때에도 핀란드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모든 국민의 교육을 무상으로 국가가 책임졌다. 학생에 대한 차별이 없는 평등을 추구했다. 뒤처지는 학생들을 제외시키지 않았다. 뛰어난 학생들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교육을 통하여 동등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 과정에 있어서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대하였다. 교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끝없는 갈지자 걸음이다. 그런 가운데 가진 자가 실력을 갖추고 더 가지게 되는 구조적인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창궐하니 돈이 없으면 교육의 평등은 저 멀리 날아갔다고 보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교육을 통한 평등한 기회 보장이 아니라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에 몰입하고 있다.

법 앞에서의 평등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외교통상부에 특채되었다. 그 일로 유명환 장관은 자진 사퇴하였고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나서야 했다. 평등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가치이지만 현실은 그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의 공직에 얼마나 많은 수의 신자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평등에서 벗어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잘잘못에 대한 의식조차 없다고 여겨진다. 이전부터 해오던 관행을 따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고 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경우에 아들 우현은 현재 일반 금융회사에 근무 중이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근무를 마쳤다. 딸인 현희는 외교부 자리는 마다하고 현재 유니세프(국제아동기금)에서 일하고 있다. UN본부가 있는 뉴욕이나 여타 유럽 등 근무환경이 좋은 곳에서 일할 기회도 있었지만 아버지 때문이라도 마다했다고 한다. 일부러 아프리카 수단, 케냐 등에서 여러 해 일하고 있다. 좋은 본이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지급했다. 그 돈의 성격이 단일화 대가인지 아니면 선의인지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따른다. 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데, 언론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검찰 쪽의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핵심자인 박태규가 그 와중에 국내에 들어와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 15억원의 로비자금 문제이지만 7조라는 엄청난 돈이 걸린 사안이다. 그에 대한 검찰 쪽의 정보는 언론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명백한 불의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보안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권에 필요에 맞춰 움직이는 검찰과 언론의 행태이다. 법 앞에서의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비정규직에 관한 문제도 있다. 정규직에 비해 대우가 열악하다. 최저임금제에서 정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을 받는다.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지나친 강도의 업무가 요구되기도 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고용에 있어서의 불안도 있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간접고용의 경우 노동운동을 이유로 하청업체가 직장의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사실상 노동자를 해직시키는 부당해고도 가능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보호법이 있지만 오히려 그 기간을 앞두고 해고될 여지가 있다. 해고하고 다른 비정규직 직원을 고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1997년에 파트타임 노동 지령이 발령되었다. 그에 따라 파트타임 근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 금지되고 시간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하였다. 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지 고용 비용을 줄이려고 하여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고 선호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평등을 생각하면 같은 일을 하는데 그러한 차별을 받는 것은 잘못이다.

한진중공업이 노사 합의를 어기고 비정규직을 해직하였다. 그에 대한 저항으로 김진숙 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가서 시위를 하고 있다. 30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사측에서는 한때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전기까지 차단하였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해고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서도 변함이 없다. 그녀를 지지하기 위한 전국적인 움직임이 생겨났다. 희망버스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공권력은 희망버스를 탄압하며 철저하게 가진 자의 편을 들고 있다. 그녀가 건강하게 두 발로 걸어내려 오는 날이 언제가 될는지 마음이 아프다. 비정규직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점을 찾아 차별받지 않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기독교의 역할

신자는 개인적인 생활에서 평등 의식을 가지고 실천하면서 불평등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 사교육을 당연시하거나 어쩔 수 없다며 따르지 않아야 한다. 핀란드에서와 같은 평등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신자인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자인 고용주라면 비정규직을 활용하여 경영에 있어서 이익을 얻으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경영이 절대적으로 어렵다면 사원을 이해시키고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말이다. 이 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다. 우리도 얼마 전에 그들과 같은 시절을 지냈는데 어떻게 그렇게도 배려하지 않을 수 있는지 부끄럽기만 하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고 말 그대로이다.

기독교는 자체 안에 갇혀서 항상 하던 말만 반복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등이라는 가치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바르게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그 몫을 감당해야 한다. 기독교 내적으로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 장애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이 다함께 한 가족을 이루어 불평등이 없이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평등한 사회를 이루고 개인적으로 평등한 삶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의식 깨우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독교로 인해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평등해진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