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치 월급 & 2년치 삶

작년 부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본당 조명공사 및 전기공사를 했습니다. 조명기구들을 전부 교체하고 스크린 스위치와 전기 스위치 전부를 2층 방송실로 옮겨 놓고 문화행사들을 위해 무대 조명장치까지 달았습니다. 그리고 교회와 교육관에 커텐도 설치했습니다. 커텐이 없어서 항상 썰렁하고 햇빛 때문에 방해도 됐었거든요. 공사를 마치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예배당의 분위기가 싹 달라지고 2층 방송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추진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올 초에 본부대 군종병과 성가대 지휘자로 교회를 섬기던 이승현 형제가 전역을 하면서 제게 한금봉투를 주고 갔는데 글쎄 군 생활 중에 받았던 월급 전액이었습니다. 얼마나 감동이었는지요.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텐데 교회를 위해서 헌금을 한 것입니다. 그 금액을 종잣돈으로 삼아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의미있는 일에 써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벌여 공사한 것입니다. 승현이의 헌금은 2년치 월급이 아니라 2년간의 헌신과 삶이었습니다. 승현아 고맙다!!!

나사렛보다 훌륭한 내 고향

제 고향 교회인 충북 단양에 있는 매포감리교회가 지난 2월 창립 80주년을 맞아 부흥회를 하는데 3일간 부흥회 강사로 저를 초청했습니다. 군 목회를 하면서 수 많은 민간교회 집회를 인도했고 두려움이 없었지만 제 고향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해야 한다는 것은 아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물론 작은아버님, 외삼촌을 비롯한 친척분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저를 봐오신 주일학교 선생님, 학생회 선생님들을 앞에 두고 설교하기가 왠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까마득한 후배에게 좋은 기회를 배려해 주신 문성대 담임목사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순종하고 내려갔는데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배 시간마다 큰 소리로 아멘하시고 또 예배 후에는 어김없이 너무 은혜로왔다고 격려해주시는 고마운 고향 어른들 덕분에, 그리고 강사님 대접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식사 대접에 온천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담임목사님의 사랑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예수님은 고향 나사렛에서 환영받기는커녕 배척을 받았다는데.... 그러고보면 제 고향 매포는 나사렛보다 훨씬 더 훌륭한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17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