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제주 속 아름다운 교회를 찾아서

지난여름 제주의 자연, 사람, 환경을 체험하고 돌아오면서 몇몇 교회도 둘러보게 되었다. 그중 잘나가던 육지교회의 목회를 접고 제주시 서쪽 끝자락 중엄교회의 목회를 맡은 송완 목사를 찾았다.

▲ 제주 중엄교회 전경

송완 목사는 사랑방교회 김완우 목사와 장신대 동기인지라 뜻 깊게 제주에 심은 꿈과 비전을 체험하게 되었다. 평범한 시골교회를 지금과 같이 멋지게 꾸밀 수 있었던 것은 고향교회에 대한 애정과 함께 어머님에 대한 사랑, 목회에 대한 신념이 컸기 때문이었으리라.

후배 전도사와 함께 몇 개월에 걸쳐 완공한 중엄교회는 이제 누가보아도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교회로 탈바꿈했다. 외형뿐 아니라 앞으로의 사역 또한 지역을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맞춤교육,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위한 섬김의 사역도 준비하고 있다.

▲ 본당 십자가를 통해본 마을풍경

▲ 중엄교회 예배당은 중엄함 그리고 자연햇살로 가득

지역과 교회의 막힌 담이 뻥하고 소통하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인공이 아닌 천연의 햇살이 예배당 분위기를 훨씬 부드럽고 상큼하게 만든다. 특히 십자가 틀 속을 유심히 바라다보면 이곳 중엄교회를 중심으로 수많은 이야기보따리가 풀린다.

현재 중엄교회가 있는 자리는 과거 제주4.3사건의 뼈아픈 현장의 중심이다. 격정의 시절, 중엄파견소 유치장이 있던 곳이 교회로 변했다. 바로 옆 애월농협건물은 애월지서 중엄파견소 옛터이었다. 교회 앞에서 조금만 눈을 들어 길 건너 맞은편을 보면 제초제로 풀이 까맣게 죽어 있는 밭이 보이는데 저곳이 "방두리왓"으로 평상시 농사도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의 사건현장들이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지역사람들과 교인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 속으로 삭이고 있는 듯하다”고 송완 목사는 넌지시 말한다.

“방두리왓”사건은 이러했다. 1948년 11월 중산간마을에 소개령이 내려진 뒤 주로 신엄지서에 갇혔던 사람들이 주로 희생된 곳이 방두리왓이다. 사건개요는 무장대가 1948년 11월11일 신엄지서와 우익인사 집 네 곳을 지목해 습격했다. 대부분 피신했으나 김여만(당시 애월면 대청단장)의 가족 3명은 무참히 희생됐다. 이 사건이후 신엄지서부근은 학살 터로 변해갔다. 신엄지서 경찰은 11월12일 중산간에서 잡혀와 지서에 갇혀있던 신엄리 주민 2명. 수산리 12명, 유수암리 22명 등 50~60명을 지서 앞밭인 방두리왓에 세워놓고 총살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임두병씨 표현에 따르면 "길에 트럭을 세워놓고 끌려온 사람들을 밭에서 기관총으로 갈겼다."는 것으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 감동있는 교회를 꿈꾸는 중엄교회 송완 목사와 사랑방교회 김완우 목사

이렇듯 아직까지도 아픈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마을에 존재하는 곳이 제주도요 애월이요 중엄마을이요 중엄교회다. 지난주에는 아름다운 환경을 가진 제주에 아픔이 찾아왔다고 중엄마을 인근 유수암리에 사시는 김윤수님이 알려왔다. “도로가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는 제초제 살포와 팽나무가 무참히 채취되어 반출되는 끔직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청합니다.” 

▲ 과거 제주 중엄교회 터에는 숟한 애환이 담겨져 있다

▲ 균형적 삶 실천하는 감동있는 교회를 찾아서

그렇다면 아름다운 종교, 절은 불교인이 아닌 관계로 좀 더 현실적으로 교회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당연히 아름다운 교회라면 외형은 물론 내적으로도 ‘살아 계신 하나님을 중심에 세운 교회’이어야 하고, ‘매인바 된 몸과 마음을 성령을 통해 세상 속에서 자유로이 숨 쉬게 하는 교회’ 즉, ‘예수의 이름만 있는 것이 아닌 모든 내용에 있어서도 예수의 삶을 따라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교회’다.

아침에 문득 성경을 읽어 가다가 “내 형제들아 너희는 선생된 우리가 더 큰 심판 받을 줄을 알고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란 말씀을 깊이 관조하게 되었다. 이 말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생각하면서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함을 큰일보다는 가장 작은 일, 그것도 말부터 조심해야 온전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 예수와 가까워지는 교회가 아름답다

또한 감동과 감격이 있는 교회란 시대를 따라 밤낮 좋은 학교나 직장, 지식을 얻기 위해 또는 경제적 물질적 이득을 챙기려는 내 중심적 탐욕과 잘못된 제도와 조직, 직제와 권위, 박제화된 교리와 권력 등을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의지를 불어 넣어주는 예배가 곧 살아있는 교회라고 생각한다.

▲ 중엄교회와 중엄마을이 하나로 소통하는 풍경

예수의 말씀을 믿기만 하고 행하지 않거나 부활을 체험하지 못하고 떠들기만 하는 행태에 덧붙여 사회나 가정에서 십자가를 지지 않고 피하려하거나 영광만을 받으려는 교회됨으로가 아닌 지극히 작은 ‘내 이웃의 아픔을 배고픔을 고난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일’부터 자기를 비움으로 행동할 때 하나님의 응답은 분명해질 것이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하신 예수의 말씀은 곧 지금과 같이 죽은 신앙생활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예수가 살아가는 생생한 삶의 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최근 방주교회 앞 CAFF Olive가 개관된 풍경

최근 최성진 목사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John Howard Yoder라는 분의 글도 교회의 교회됨을 잠시 생각하게 만들어 소개한다. “교회는 단순히 화해의 말씀을 받아서 전하기만 하는 장소는 아니다. 신문사나 전화국은 소식을 받아 전해 주는 곳이지만 교회는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교회는 단순히 그 말씀 때문에 몰려드는 장소는 아니다. 동창회는 학교 때문에 모이고, 극장의 관객은 영화의 명성 때문에 몰려들지만 교회는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세상의 평범한 남녀들이 모여 전혀 새로운 사회적 완전체를 이루는 곳, 그곳이야말로 하나님의 일이며 역사에 의미를 세우는 일이다.”

▲ 방주교회 안에서 밖을 바라다본 풍경

그러므로 교회는 큰 것과 화려한 것, 높은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작고 소박한 것, 연약한 것들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닌 동네와 이웃들에게 보고 배울 수 있는 무언가가 담겨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변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하늘의 열매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러므로 예수와 가까워지는 교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울 때 세상은 그 빛을 보고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교회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보여 주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우리들의 공적 비전이며 책임이다. 아름다운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낸다. 교회의 아름다움이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에 그 빛을 환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 교회를 세우는 목적이 아닐까.

▲ 자연의 야성미와 추상미가 공존하는 예배당 풍경

▲ 노아의 방주가 모티브된 방주교회 전경

제주의 혹독한 자연환경과 지역 특유의 풍토가 강한 이곳 자연에 맞는 야성미와 추상을 갖춘 방주교회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일동포 출신 건축가인 유동룡(일본이름 이타미준, 올해 6월 75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함)님에 의하여 건축되었다.

세심하게 물을 가둔 방주 위에 육중한 건축물을 사방으로 소통하게 만든 교회당 앞을 보면 배가 항해하듯이 물 위에 떠있는 배가 연상된다. 특이하게 햇빛을 받아 빛나는 지붕의 반짝임과 방주의 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반짝임 때문에 유독 빛이 많은 교회란 생각도 들었다.

▲ 물 위에 떠 있는 방주교회를 들어서는 풍경

이곳 방주교회는 기독교인 우진산전 김영창 회장이 전원마을에 교회가 없는 것을 아쉬워해서 사재를 털어 지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주민이 없어 교인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곳 담임목사도 주말에만 이곳을 찾아 예배를 인도한다고 들었다. 자연히 입소문이 나면서 제주를 찾은 기독교인들이 예배삼아, 아니면 일반인들이 구경삼아 한 번씩 들러보곤 하던 곳이 유명관광지가 된 케이스다.

한낮에 방문한 일행을 반긴 것은 철재, 목재, 석재를 골고루 섞어 만든 예배당 외형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찰랑이는 물결이 춤을 춘다. 흙과 돌, 나무, 빛, 바람, 하늘, 물에 비치는 그림자까지도 건축의 일부분이 되게 했다니 대단한 건축가라는 생각이 든다.

살포시 예배당 문을 열고 빛에 투영된 공간을 살피니 안에서도 바깥 풍경이 그대로 연결되는 형태의 구조다. 자연과 건축을 하나로 연결시켜 경계와 공존, 숨김과 자유로움, 닫힘과 열림을 통해 그대로의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자연주의적 요소들의 건축물을 만남과 동시에 채우기 보다는 비워내어 표현하는 건축철학이 담긴 듯 보였다.

▲ 물 빛과 해빛 그리고 영혼의 빛으로 감격있는 예배당

강당 앞을 바라다보면 하늘과 숲 그리고 물이 마주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예배드릴 수 있다는 매력이 압권이다. 전체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스틸이라는 차가운 느낌과 경제성 등에서 단점을 생각하게 했던 건축물, 처음 이곳은 빛의 교회나 바람의 교회로 불리다가 이제는 아예 방주교회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제주시내 홍성직 외과원장은 아예 이곳으로 교회를 옮겼다. 그는 “종교문화예술의 전당으로 발전시키고자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열정적인 움직임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5월 물 위 방주교회서 열리는 ‘자선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 방주안 물이 가득찬 교회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