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별도의 오후 예배가 없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책을 읽고 토론을 합니다. 지금은 이재철 목사님의 <새신자>를 읽고 있습니다. 교회론에 대해 토론을 하며 제가 정치를 언급했습니다. 한분이 교회가 정치 말고 복음의 본질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말씀합니다. 이 표현에는 정치가 복음의 본질이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됨에 대한 논의에서 정치를 언급함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복음의 본질

복음은 큰 기쁨의 좋은 소식입니다. 단절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인간이 되고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는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일차적으로 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로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복음의 본질은 죄사함을 받고 그분 안에서 온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온전하게 된다는 말은 아주 다양한 방면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가치에 있어서 온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유에 있어서 온전하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에 있어서 온전하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어떤 목적을 위하여 그 일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며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가치들을 온전하게 함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매우 중요한 방편입니다.

정치

민주주의 국가에서 앞에서 언급한 가치들을 국가적으로 온전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 정치입니다. 정치만이 그 방편인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핵심임은 분명합니다. 정치가 어떠하느냐의 문제는 그 가치들이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에는 전제군주 국가였습니다.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당대의 노예 제도는 대표적인 문제였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뿌리>라는 드라마는 그 문제점을 너무나 잘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이었던 쿤타킨테라는 이름과 그 내용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노예 제도가 어떻게 철폐되었습니까? 정치적 결단과 전쟁을 치르고서 이루어졌습니다. 노예 제도 때와 비교하여 진보된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정치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시는 가치들의 실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대처

교회로서 대화하는 주제로 가정 생활을 말하면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부부 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 가정 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비본질적인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로서 대화하는 주제로 직장 생활을 말하면 비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어떤 직장이 되어야 하는 문제, 그러한 직장이 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여야 하는 문제,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부하 직원과의 관계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비본질적인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화는 비본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가정과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위에 언급한 가치들이 온전하게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교회가 사회의 소금이며 빛으로서 그에 맞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패를 방지하고 살맛이 나게 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너희도 갇힌 것과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 너희도 몸을 가졌은즉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라"(히 13:3)고 적었습니다. 과연 이 말씀들을 오늘날 구현함에 있어서 정치를 상관없이 가능할까요? 그 말씀들이 복음에 있어서 비본질적인 것이라면 정치가 비본질적인 것이 맞습니다. 반면에 그 말씀들이 비본질적인 것이 아니라면 정치가 비본질적인 것일 수 없습니다.



오해에서 벗어나기

교회의 역사에서 가정, 직장 생활 등은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성경에서 정치나 정치 참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정치 참여를 말씀하신 적이 없고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사도들이 정치 참여를 독려한 적이 없고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신약 성경을 읽을 때에 그렇게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껏 해야 바울 사도가 로마서에서 국가에 대한 의무로서 세금을 내는 것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행동은 정치적이었습니다. 그 당대에 기득권자들의 행동에 반발하셨고 가난하고 힘없이 고통을 겪는 이들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돌보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사는 세상이 어떠하여야 하는가를 온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 당대에 교회됨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었습니다. 노예들을 그 당시의 사회에서 대하는 방식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을 그 당시의 사회에서 대하는 방식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갇힌 자와 학대받는 자를 생각하고 그들의 위로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이들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약 성경에 정치에 대해 침묵한다고 생각함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바울 사도의 진술은 명백하게 정치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것이라면서 신자에게 세금 납부의 의무를 말씀했습니다. 여기에는 세금이 선을 장려하고 악을 징벌하는 국가의 목적 실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세금 납부 자체가 그 목적에 대한 관심이며 참여가 되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세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냥 왕과 권세자들이 목적에 부합되도록 기도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도 기도만 하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그것은 노예 제도가 성경에 나타나고 용인되기에 오늘날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와는 달리 오늘날은 세금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국가의 존재 목적에 부합되게 사용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바르게 사용되도록 감시하고 요구하여야 합니다. 정치와 직결됩니다. 정치적인 태도인 것입니다.

정치가 비본질적이라는 의식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서의 진술에 잘못이 없다면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귀로부터 온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오해하였거나 시대의 변화로 인해 뒤따라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그 자리에 계속 머무름은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마귀의 지배를 받는 것입니다.



교회에 적용하기

왜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합니까? 그 책의 내용을 통하여 성경적인 사고를 가지기 위함입니다. 토론에 참여하는 이들이 그 이전에 어떤 생각을 가졌든지 간에 성경적인 사고로 무장하여야 합니다. 여기에는 성경적이지 않은 사고를 포기하는 것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성경적이지 않음에도 그 사고를 계속 고수한다면 그러한 시간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천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많은 경우에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적인 원리에 비추어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으면 그것과 다른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경적인 원리에 입각하여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못하면서 여전히 그와 다른 자신의 사고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개혁과는 전혀 무관하게 생활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지 않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교회는 정치에 대해 토론하여야 합니다. 성경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에 대해 토론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각자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정치를 생각하고 정치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성경적인 사고가 아니라 자기 이념을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버지연합과 같은 단체에 개신교인들이 적지 않음은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로 인해 정치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말하지만 교회적으로는 말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각자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다투게 된다고 피할 일이 아닙니다. 그럴수록 더욱 대화하여야 합니다. 성경적인 관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차분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성경적인 관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대립되는 관점이 다툼으로 발전하지 않고 성경적인 관점을 파악하는 과정이 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성경적인 관점을 풍요롭게 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정치는 복음에 비본질적인 사안이 아닙니다. 가정 생활, 직장 생활과 같이 본질적인 사안입니다. 가정과 직장이 성경적인 원리 위에 세워지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하고 실천하여야 하는 것과 같이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 세움을 입어야 합니다. 하나님 없는 사람들보다 더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 세움을 입고 그분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과 같이 개독교라고 비난받는 현실에서 벗어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보수 개신교의 의식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구제하고 봉사한다고 하더라도 개독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위에 언급한 가치들이 이 땅에서 온전하게 되는 데에 힘을 쏟고 하나님의 도우심 안에서 나름대로 결실을 맺을 때에 개독교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부록

언젠가 설교에서 <열명의 사람이 노무현을 말한다>라는 책의 큰 제목만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에 적었습니다. 그 이후에 한 장로님을 만났는데 그것을 언급하며 성토하십니다. 자신은 반노라시며 저를 친노라고 하십니다.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하시면서 설교에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십니다.

저는 친노도 아니고 반노도 아니면 친예수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언급한 이유는 그 내용이 복음의 원리에 부합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복음의 원리에 너무나도 부합됨에도 불구하고 친노와 반노로 접근하는 것이 교회의 현실입니다. 정치에 대한 성경적인 이해와 성경적인 정치 형태에 대해 교회적으로 이야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반공 사상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지키고 국민들을 휘두르고자 하는 정보만을 접하고 살았습니다. 친일 부역자들의 기득권 수호의 방편으로 이용된 교육과 언론들을 통한 정보에 빠져 지내왔던 것입니다. 성경적인 관점이 아니라 그것들의 관점으로 푹 절어있습니다. 사실 관계도 아무렇지도 않게 왜곡하는 방송과 언론들에게 세뇌되고 있습니다.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주간지인 <시사인>을 구독하여 꾸준하게 읽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삶으로 부름받았음을 바르게 인식한다면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사고 체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사고에 함몰되어 있으면서 하나님 나라를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개독교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없습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도 바뀌어야 합니다. 최소한 생각만큼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노무현 정신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망하는 것이다(전 국무총리 이해찬).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대, 의로움을 위해 이로움을 버릴 수 있는 삶의 자세이다(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반칙, 위선, 모순에 분노하고 도그마까지 다시 살펴 우리 공동체를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굴복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다(배우 문성근).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탈권위(주의), 자율의 가치와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전 KBS사장 정연주). 원칙을 지키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시인 도종환). 또 다른 세상을 향한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소셜 디자이너 박원순).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물려주자는 것이다(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정우).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특권 반칙 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이다(전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 정직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서럽고 억울하지 않은 세상 만들기이다(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찬용). 국민에 대한 무한신뢰, 소통과 화합의 정신이다(전 총리 한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