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을 큰 집(교도소)으로?....

가족 친지들과 동기생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치르고 나니까 오후 1시였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고 전도사는 주말이 제일 바쁜 때라 신혼여행을 멀리 갈 생각은 못하고 장인차를 빌려서 1박2일 시골 조용한 곳에 가서 쉬고 올 참으로 차를 몰고 떠났다. 막상 차를 몰고 나오니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계획을 잡아 놓을 걸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아내에게 “내가 아는 좋은 곳인데, 정말 멋진 곳이 있는데 가보자고” 큰 소리치고 고속도로를 탔다.

고향 이천을 지나고 대전이 가까워 오는데 대전 현충원 근처에 사촌형이 직업군인으로 복무하고 있어서 한 번 가본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결혼식 날 국립묘지에 가는 것도 이상하고 뭐 참배할 일이 있나?... 이런저런 생각하다 대전을 지나치고 말았다.

신혼 첫 날부터 아내에게 무능한 남편이라고 실망시키는 것은 아닌가!
첫 날 밤을 도대체 어디서 보내야 한 단 말인가?

사실, 대전 이하로는 내려가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요즘처럼 네비게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떨리는 가슴으로 무작정 내려가고 있는데 저 멀리 군산이정표가 보였다. 군산 이정표를 보는 순간 불현 듯이 군산 큰집(?)에 있는 절친한 아는 사람이 생각이 났다. 만일 그가 자유의 몸이었더라면 우리 결혼식에 참여했을 텐데....문득 생각이 나서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결혼했다고 알리고, 얼굴도 볼 겸 면회 가자고 해서 면회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부리나케 들어갔다. 아내는 한복을 입은 채 로.......

신혼 첫 날 미안해서 아내에게 약속하고 말았다.
“여보, 신혼여행 제대로 못 했지만 평생 신혼여행 가는 기분으로 마음으로 살께......”

▲ 싱가폴 야경

▲ 대비적인 정글에서의 난민들의 삶 / 부킷빙땅 난민 금요 속회에배

그래서 그런가? 지금 것 우리는 해외에서 11년 째 살고 있다. 그것도 처음에는 한 5 년간은 비자문제로 3개월에 한 번 씩 이웃나라로 비자여행을 다녀와야 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국가라 선교사 비자가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처음 이곳에 와서 3개월을 받고 싱가폴에 두 번, 세 번째는 태국으로 그리고 1년 에 한 번 한국연회 참석해서 여권을 바꿔 오면 처음방문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역하면서 한 가지 고질병이 생겼다면, 왜 그렇게 이민국에서나 일반 경찰을 만나도 뭔가 죄인인 것처럼 가슴이 뛰고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한 번은 원주민 지역에 나눠줄 비타민과 일반 의약품과 의복을 승합차에 싣고 가다 경찰에 걸려서 불법상인으로 오해 받아 경찰서까지 끌려간 적도 있고, 교인 김 집사가 숯을 도매로 떼서 음식점에 납품을 하는데 하루는 차가 사고가 나서 본인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만 도와준다고 잔득 차에 싣고 가서 지금 사역하고 있는 몬끼아라 지역 식당에 거의 다가서 경찰에 걸려서 끌려가서 진술서 쓰고 벌금을 물은 적도 있었다. 그런 저런 일을 겪고 나서 그런가? 경찰들만 봐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당항을 하곤 하는 고질병이 생겨 버린 것이다.

말이 비자여행이지 이민국을 통과할 때마다 긴장과 조바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3개월을 받아야지 일 주 일 혹은 하루나 이틀짜리 도장을 받으면 한국으로 다녀와야 하고 시간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민국 사무실에 불려가서 두 세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가 심문 받듯이 몇 가지 질문 받고 돌아 온 적도 많았다. 그것도 아내가 만삭인 몸으로....

▲ 아기와 엄마

한 동안 911테러로 각 나라마다 비상이 걸려 있을 때 이민국 마다 군견을 동원해서 자동차를 수색하고 그럴 때 비자문제로 싱가폴에 들어간 적이 있다. 조호바루에서 사역하는 동기 목사와 우리 가족이 승합차를 몰고 들어갔는데 실수로 승용차 들어가는 곳으로 가지 않고 지하에 버스 들어가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냥 3시간동안 이민국에 끌려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대답하고 잡혀 있었던 적도 있었다.

한 번은 잠시 공부하러 온 자매 한 명을 데리고 가족이 싱가폴로 비자 때문에 들어가게 되었다. 말레이 이민국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면 싱가폴 이민국이 나온다. 싱가폴에서 입국서류를 쓰고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이민국 직원이 아내에게 몇 마디 물어보더니 우리 일행을 부르는 것이다. 우리를 지하로 데리고 가면서 무전기로 어디론가 무전을 하니까 경찰차가 왔다. 우리를 경찰차에 태우더니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었다.

당시 싱가폴에서는 한국민들에게 3개월이 아닌 1개월 체류를 허용하던 때였다. 가족 4명과 자매 여권에 다시는 싱가폴에 들어오지 말라는 W1 인지 W2인지 네모 낳고 검은 도장을 또렷하고 선명하게 꽝 꽝 찍어서 친절하게 경찰차로 우리를 모시고 다시 다리를 건너서 말레이시아 이민국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닭장차는 아니고 경찰 승용차였지만, 내 생애 사이렌 굉음소리를 내며 눈썹이 휘날리도록 그 다리를 건너 와보기는 처음이었다. 말레이 이민국 어딘가 짐짝 부리듯 우리를 내 팽개치고는 돌아갔다.

와! 정말 기가 막혔다. 아내와 나는 망연자실한 채 멍하니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는 그렇다 치지만 그 자매는 싱가폴 국경에 있는 조호바루에서 선교사역하고 있는 동기 목사 소개시켜 줄 겸해서 겸사겸사 데리고 갔는데 그만 우리와 한데 엮이고 말았다. 정말 미안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서 당황을 한 채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KL로 올라가야 하나?’ 체류기간이 하루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올라가봐야 또 이런 일을 겪어야 할 텐데 앞이 캄캄했다. 가슴은 뛰고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가 한 참을 앉아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이제는 담대함이 생기면서 오기가 발동했다.
“도대체 왜, 나는 한국 사람인데! 우리 한국인들이 그렇게 만만한가?”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다시 싱가폴로 들어가야겠다는 담대함이 생겼다. ‘이대로 돌아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 애찬식

말레이 이민국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제는 말레이 이민국 직원이 안 된다고 “여기서 허락을 해도 싱가폴에서 입국거절 도장을 받았기 때문에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우리를 들여 보내주지 않는 것이다. 사무실로 들어가서 높은 사람을 만나 담대하게 이야기해도 이미 블랙도장을 받았기 때문에 절대 싱가폴로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그래도 당당하게 맞서서 이야기 했다. “못들어가도 좋다. 다시 되돌아 와도 좋다. 내가 책임질 테니 싱가폴로 보내줘라....” 불의한 재판관에게 끈질기게 간청한 여인처럼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협박 반, 사정 반 끈질기게 떼를 써서 결국은 허락을 받았다.

다시 말레이 이민국을 거쳐서 이번에는 택시로 다리를 건너가는데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막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버스로 택시로 경찰차에 그저 하루가 신났나 보다.....

“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 “이번에는 어떤 차로 우리를 모실텐가?”

바싹 긴장한 채 들어갔다. 다행히 3시간이 훌쩍 지나서인지 담당자도 바뀌고 감사한 것은 마음착한 직원을 만나게 해 주셨는지, 아니면 그의 귀와 눈을 가려주셨는지 여권마다 시커멓게 찍힌 도장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게 버젓이 찍혀 있건만, 우리 네 명 모두 두 나라를 오가면서 네 번의 이민국을 무사통과해서 3개월 도장을 받고 다시 무사히 돌아왔다.

3개월 도장을 받았을 때의 감격과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또 선교지에서 3개월이 왜 그렇게 짧은지! 너무 빨리 지나가지만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함을 느낀다. 지나고 보니까 감사한 것은 5년간 수 없이 비자 때문에 이웃 나라를 다녀왔건만 한 번도 3개월을 못 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이민국에 불려가서 고초를 격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 3개월 받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찌 보면 이런 경험을 통해서 “선교지에서의 매 일 매 일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끼고 살라고 이런 경험을 하게 하셨나보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감사뿐이다.

내 주위에는 하루하루의 삶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미얀마 난민 형제자매들이다. 위험과 고난을 무릅쓰고 새로운 삶을 찾은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더 없이 소중하다. 내가 보기엔 뭐 그리 행복해 할 것도, 감사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쁨으로 예배를 드린다.

▲ 속회예배

▲ 속회예배 / 카메론 농장 예배

수지(영문이름. 13세. 난민학교 학생)의 간증이다.

나는 말레이시아 생활이 무척 행복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오는 여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왔습니다. 우리는 태국까지 배로 와야 했습니다. 낚시 배였는데 그 조그만 배에 사람이 꽉 찼습니다. 우리는 태국 정글에서 일 주일 머문 뒤에 차로 말레이시아로 떠났습니다. 우리는 너무 힘들고 배가 고파 얼마 있으면 이래다 죽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3일 뒤에 우리는 페낭에 밤에 도착했습니다. 인도하는 사람이 우리를 허름한 집으로 데려갔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서 배가 고파도 굶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도와 주셨습니다. 누군가가 오더니 우리에게 음식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우 행복했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날 밤 잠을 잘 잘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서 깼습니다. 먼저 온 엄마를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는 너무 행복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나는 지금 학교도 다니고 공부도 하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고 축복을 주셨습니다. 정말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 찬양인도

비록 처한 환경이 정글 속이든, 광야든, 도시 한 복판 일터든 어디에서든지 일을 할 수 있을 땐 열심히 일을 할 뿐만 아니라 저들의 삶 자체가 예배다. 주일 낮에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이들은 밤 10시에서 새벽 1시까지 예배를 드린다. 금요일이면 속회 예배를 드리는데 매 주 애찬식을 나누고 헌금한다. 신분과 안전이 보장되어 있지 못한 생활 속에서 지난 5일 동안 지켜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주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카메론 하이랜드 깊은 산속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난민 성도들은 예배처소가 없어서 폐 주차장에서 바닥에 종이 박스를 깔고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강대상도 음향도 조명도 바닥도 아무것도 없다. 단지 비를 피할 지붕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예배가 있으면 주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일을 하다 말고 사모함으로 나온다.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해 한다. 그리고 예배를 통해서 위로받고 쉼을 얻고 새 힘을 받는다. 그런 환경 가운데서도 특별찬양도 준비하고 율동도 준비해서 찬양한다. 이들은 세 가지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

그 지역 정글에 약 600여명의 형제자매들이 살고 있는데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멀어서 나올 수 없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한다. 또, 이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깊은 산 속이라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있는 차량이나 여건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서 기도해 달란다. 그리고 대 다수 아직 난민카드가 없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오가는 길에 안전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오늘 이 하루도”(최용덕 작사곡)라는 찬양이 자꾸 가슴에서 흘러나온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합니다. 내게 또 하루를 허락하심을 이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며 살기 원합니다.
이런 은총 받을 만한 자격 없지만 주의 인자하심 힘입음으로 이 하루도
내게 주어졌음 인하여 감사드립니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합니다. 내게 또 하루를 허락하심을 즐거운 일이든
혹 슬픈 일이든 감사드립니다.
비록 이 하루가 나를 울린다 해도 원망의 맘 품지 않을 이유는 나의 주님
이 모든 일을 주관하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도 평화롭게 하소서 이 하루도 강건하게 하소서
험한 폭풍이 몰아치는 중에도 평강을 누리게 하소서
이 하루도 성실하게 하소서 이 하루도 순종하게 하소서
걸음을 지치게 만드는 이들에게 용서를 베풀게 하소서.

▲ 설교     ▲ 설교     ▲ 특송     ▲ 율동     ▲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