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수목원 가는 길

지난 9월24일 전시오픈 개막제를 시작으로 10월2일까지 광릉 숲 인근에서는 숲에서 예술의 향기를 이라는 모토로 ‘수목원 가는 길 2011’이 열리고 있다.

▲ 수목원 가는 길 2011, 리플랫

이 행사는 전례 없었던 큰 비와 늦더위를 보내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는 광릉수목원 인근 축석고개로부터 무림리, 이곡리, 고모리, 직동리 일대 문화예술가와 주민들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문화예술의 향기가 듬뿍 묻어나는 지역을 만들어 보고자 마음을 모은 것이다.

더불어 예년과는 다른 느낌의 정취를 만들며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는 나무와 식물 그리고 물과 바람까지도 축복하는 의미로 오픈 스튜디오, 전시회, 음악회, 시낭송회 등 150여명이 자연속의 아름다운 문화마을 만들기라는 바램을 가지고 다양한 몸짓으로 뜻을 같이 했다.

▲ 수목원 가는 길 전시회장인 모산 갤러리 풍경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획(畫)의 예술 

때마침 필자도 9월25일 늦은 오후6시 쯤 아내와 아들 이렇게 셋이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모산 갤러리를 찾았다. 요즘 젊은 사람이나 외국인이나 할 것 없이 많이 찾는 서울의 인사동에 비하면 화려하기 커녕은 너무나 한적하고 그래서 운치 있는 곳, 인사동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그 속내를 쉽사리 보여주지 않지만 이곳은 달랐다.

▲ 자원하여 갤러리 안내를 맡은 문화예술인과 주민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작품 감상을 하는데 일반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장발의 건장한 청년이 심상치 않게 드나들었다. 좀 더 작품에 이해를 높이기 위해 리플랫을 주문하니 이곳의 관장을 소개해 주는데 아뿔사 조금 전 보았던 장발의 청년이 ‘비움과 채움 그리고 소통’의 문자언어와 이미지에 내재된 꿈틀거리는 생명의 변주를 표현한 예술작가 모산(毛山) 홍승표란다.

그의 작품은 지하1층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강렬한 붉은 바탕에 천진낭만 한 기운이 힘차게 뻗쳐진 붓글씨 속에 무언가 그만의 영적 세계가 담겨있 듯 했다. 몇 일전 자료를 찾아보니 미술평론가 김남수님은 “서화동원의 원류 승화시킨 표현주의 예술”이라고 모산 홍승표님을 극찬했다.

▲ 모산 갤러리 1층 전시장 모습

▲ 모산 갤러리 2층 전시장 풍경

이번 전시회 참여를 계기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포천 고모리의 욕쟁이할머니라는 유명한 식당이 있는데 그곳 욕쟁이할머니의 아들이 홍승표 작가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우직한 모습 속 그동안 미술관 꿈꾸며 고집과 자부, 긍지로 내일의 희망을 불살랐던 그가 어머니를 설득하여 문화의 불모지였던 이곳 고향에 미술관을 세운 것이다.

최근 그는 5살 때 서당의 훈장이셨던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서예가 추구하는 조형성을 바탕으로 무의식적 일획(一畫)에 의한 기(氣)의 강한 표출에 심취된 듯하다. 작품 속에서도 느껴지듯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하며 긋는 한 획(畫)의 은유적 표현은 본능적 감각으로 인한 그의 영적세계를 표현하는 듯 했다.

▲ 모산 홍승표 작가와 작푸의 세계

▲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방문, 정열적인 작품세계에 빠지다

동양사상이나 심오한 철학은 먹색의 오묘함이 가지고 있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에 보태진 서양화의 세계는 또 다른 창조와 자유의 에너지가 우주와 만나는 소통행위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그가 문자와 먹을 원용하여 프레스코 즉 벽화의 이미지를 표현주의적인 회화기법으로 변주해 낸 것은 창작행위의 새로운 발견이요, 지평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족들에게 일일이 작품설명을 한 다음 그의 비밀의 공간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곳에서 이루어질 문화예술의 다양한 커뮤니티를 소개했다. 먼저 모산 갤러리의 지하 1층과 1층은 갤러리이지만 2층부터는 전시회를 갖는 여러 작가들의 쉼터가 될 것 이고, 나머지 3층과 옥탑 방은 문학적인예술가(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했다.

▲ 모산 홍승표 작가의 작업실에서 붓의 세계를 흠치다

▲ 모산 갤럴를 찾는 작가들의 쉼터 풍경

마지막으로 인근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을 개방했다. 그곳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알리는 다양한 도구들이 즐비했다. 그는 자신이 구상한 판넬 위에 장지를 3겹 정도 붙인 후 4번째 종이부터 먹으로 농담을 조절해가며 붓 작업과 동시에 문자언어를 1차적으로 표현하고 이어 5번째 종이 위에 표현된 형상을 직접 붓으로 상형문자를 파자하고 집자하여 자신만의 조형을 완성한다.

이는 기존의 동양과 서양화뿐 아니라 회화들과도 구분되는 추상이면서 추상을 벗어난 구상, 그러나 구상도 벗어난 이중구조 회화의 틀을 제시했다는 것이 다른 미술과 들과 구분되는 작업방식이다. 우리전통의 먹물은 물론 아교를 첨가한 광물성 물감, 아크릴과 에폭시, 유리 등으로 자신만의 기법과 거칠지만 살아있는 조형으로 새로움을 창조해내고 있었다.

▲ 전과 후의 얼굴, 홍승표 작가의 살아온 날들

▲ 목민심서, 홍승표 작가의 작업실에서

모산 홍승표 작가의 작업실을 나서며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밤새워 공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목민심서라는 작품을 보았다. 우리의 옛 것이나 암벽, 단애의 이미지나 형상, 그러면서도 다양한 문자의 이미지를 암각의 표면에 부조처럼 각인한 강열한 작품들은 그가 내재된 정신성과 회화적 실험으로서의 자연본질의 요소를 발견하고 기(氣)를 통한 감각적 표현을 작품을 통해서 확인하려는 행위를 엿볼 수 있었다. 이는 고구려 선인들이 벽화를 만들었던 당시를 연상케 하는 조형행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 홍승표 작가의 작업실 엿보기,동서양의 획의 회화성 실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