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짠짜라짜라짜라 짠짠짠” 

가수 박상철이 부른 노래 ‘무조건’의 가사처럼 학생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는 ‘아저씨’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학생통학 마을버스’ 운전자들이다. 실제로 안성 시골마을 곳곳에 학생이 사는 곳이면 거의 이 버스들이 들어간다. 면단위에 2대 꼴로 통학버스가 다닌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안성 시골 마을엔 버스가 가지 않는 곳과 하루에 겨우 몇 대 다니는 곳도 많다. 그나마 나은 곳은 버스가 1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는 마을이다. 이런 시골에선 ‘학생통학 마을버스’는 고마운 학생들의 발이다.

몸이 아파도 버스는 달린다.  

5시30분이면 몸이 아파도 여지없이 일어나야 한다. 이 일은 시간을 맞춰 주는 게 생명이다. 6시20분이면 고등학생 첫 손님이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골목골목 다니며 한 명 씩 태워 해당학교로 실어 나른다. 각 학생들의 시간 요구조건을 다 맞춰주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다.  

제 시간 아침식사는 꿈도 못 꾼다. 11시 30분에 가서야 겨우 ‘아점(아침과 점심)’을 먹는다. 하루 2끼 식사는 기본이다. 야간자율학습 학생들을 통학시키고 나면 거의 12시. 그 때서야 야식을 한다. 취침시간은 12시를 넘어 새벽 1시는 일상이다. 

하루 약 5시간 정도 자는 편이다. 늘 잠이 모자란다. 운전하는 일이니 잠과의 전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 등하교 시키고 틈만 나면 차 안에서 ‘쪽잠’이다. 거의 ‘쪽잠’의 달인들이다.

▲ 아침 5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학생들을 통학시키느라 바쁜 유성민 씨. 잠시 쉬는 시간 틈을 타 그와 인터뷰했다. 사진은 그의 애마와 함께 한 사진이다.

연중 휴가는 따로 없다. 개인 사업이니 휴가를 낼 여유가 없다. 학생들이 노는 ‘놀토’와 일요일에 쉰다. 학생들이 노는 날 쉬니 몸은 쉬지만, 마음은 쉬지 못한다. 학생들이 쉬면 그만큼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우린 몸이 재산이죠. 학생들을 태우는 코스가 복잡하니 몸이 아프면 누가 대신 해주지도 못해요. 몸이 아파도 그냥 달려야 하죠.” 

이 말을 하는 유성민 지부장(경기도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학생통학분과위원회 안성지부)의 얼굴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있다. 몸이 아파도 운전해야만 했던 지난 경험이 생각난 듯 보였다.

‘불법 통학버스와 관광버스’때문에 생존 위협당해.

10년 전 통학버스 운전자들의 권익을 위해 뜻을 모은 ‘학생통학 마을버스 조합’. 전국에서도 경기도 밖에 없다는 통학버스 운송조합. 이젠 그 권익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불법 통학버스와 관광버스’ 라는 벽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통학버스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학생 수가 한정되어 있는 농촌도시 안성에서 ‘불법 통학버스 운행 성행’은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관광버스 회사의 통학버스사업은 그들의 생존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초등학교 통학버스 입찰 시 관광버스회사가 독식을 한다. 이유는 법인 여부에 따라 입찰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가 있는 관광버스 회사는 법인업체이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통학버스조합은 법인업체가 아니다.  

“관광버스는 ‘관광’만 해야지, ‘학교’가 왠말 입니까. 제도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학생들을 통학시키고 돌아온 한 운전자가 분통을 터뜨린다. 통학버스들은 초등학교 운행은 꿈도 못 꾼다. 그들의 단골은 유치원생과 중고생이다. 고질적인,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관광버스회사 통학사업’ 문제는 시 당국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앞으로의 전망을 묻자 유성민 지부장은 한 숨부터 내쉰다. 자신도 10년 째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뭐라 할 말이 없단다.

제자를 길러내는 마음으로........ 

10년 째 학생통학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유성민 씨. 그의 버스를 그쳐간 학생만도 수백 명이다. 그들 중 이제 시집 장가도 갔다. 간혹 고맙다고 전화오거나 인사하러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단다. 마치 스승이 제자를 길러낸 심정이라고나 할까.  

안성의 학생들은 그들을 그저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 아저씨는 더운 여름이면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리곤 한다. 학생들의 편안한 등하교를 위해, 정확한 등하교를 위해 신경을 무척이나 쓴다.  

자신들도 자녀를 키우는 입장인 그 아저씨들은 오늘도 노란 통학버스를 타고 안성 시골마을 어딘가를 달려가고 있다.

안성통학버스 신청 031-677-9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