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기도순례

▲ 정재원 목사

오전 시간에는 대개의 병사들이 취침을 하기 때문에 깨울 수도 없고 또 기도를 위해서 병력들을 모으는 것은 오히려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되는 요소도 있고 해서 대표자들만 데리고 기도하고 또 걷고 하는 방법으로 OO연대 책임지역 좌측부터 우측 끝까지 약 26km를 걸었습니다. 평지가 아니라 가장 험한 산지를... 그것도 하루만에... 말이 계단이지 한 계단을 내려가면 뒷 계단이 엉덩이에 걸리는 험한 지역입니다. 와룡코스, 맥도날드코스, 아디다스코스, 빈폴코스등등... 우리 병사들이 각 코스마다 붙여놓은 이름들입니다.

아침 10시에 시작한 순례를 다음날 새벽 4시에 끝냈습니다. 소초장이나 부소초장 또는 중대장, 대대장과 함께 기도하면서 마음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이 험한 곳에서 매일 같이 땀 흘리며 경계 작전에 여념이 없는 형제들을 보며 그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저야 대개 차를 타고 왔다가 가든지 아니면 이렇게 가끔씩 걷는 거지만 이 힘든 곳에서 매일같이 적과 지형과 기상과 싸우고 있는 형제들이 어찌 대견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정말 고생하는 형제들입니다.

기도순례를 마치고 아픈 무릎 때문에 한동안 고생한 것은 물론이고 엄지 발톱이 빠지더군요. 그러니 그 곳에서 1년씩 임무 수행을 하는 형제들을 생각하면.... 정말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막내의 명언

작년 연말 미국에서 공부를 끝내고 귀국할 때 집사람과 세 아들은 두고 저 혼자만 귀국했습니다. 힘들게 미국에 왔는데 1년 만에 데리고 돌아간다는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결심을 하고 6개월만 더 있기로 하고 저만 귀국했지요. 저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해야 하는 집사람에게도 큰 결단이었고 집사람 없이 혼자서 많은 걸 해결해야하는 저로서도 큰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 더 있으면 큰 아들 용현이는 중학교 졸업, 둘째 용준이는 초등학교 졸업이기에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오기로 하고 결심했는데 막상 지내보니 결코 만만치가 않네요. 불편한 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리움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인터넷 세상이라 Skype에 가입해서 인터넷으로 얼굴을 보며 화상통화를 무료로 무한정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지난 3월 제 생일에는 집사람과 아이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항상 함께 했던 두 선배 목사님의 가정과 후배 전도사님 가정까지 무려 16명이 모여서 생일 케�에 불을 붙여서 노래를 부르고 축하를 해주는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런데 그 때 작년 연말에 헤어지기 전날 밤 막내 용민이가 했던 말이 생각나더군요. 내일이면 아빠가 한국에 들어간다는 말에 자기도 함께 갈거라고 고집을 피우길래 집사람이 화상통화로 아빠를 계속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용민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러더군요. “그러면 뭐 해. 만질 수가 없잖아!” 생일케익 초를 끌 수도 먹을 수도 없던 제 처지에 꼭 맞는 말이었습니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1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