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실수

지난 3월에 KMCF(한국기독군인회) 순회예배를 우리교회에서 드렸습니다. KMCF 중앙회 임원들이 야전 부대를 순회하며 드리는 헌신예배인데 우리 사단 순서가 된 것입니다. 몇 주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30여명의 손님들이 오셨는데 한국군종목사단장이신 최문식목사님과 우리 21사단 사단장을 역임하신 前 국방부장관 이준 장로님 내외분도 함께 오셨습니다.

찬양, 합심기도, 특송 등등 은혜로운 순서들을 마치고 군 선교 유공자들에게 표창장을 전달하는 시간이었는데 우리 사단 6개 MCF 지회장들에게 전달했습니다. 4개 연대와 사령부 및 직할대 MCF 지회장들이 대상이었는데 전달할 때 보니 KMCF 실무자의 실수로 계급이 전부 대령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는 대개 중령이고 소령인 분도 있는데... 이런 실수가....

그러나 당사자들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습니다. 광고 시간에 실수로 제작된 오류이지만 그대로 집에 걸어두고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대령 진급은 당연히 될 거라고... 폭소가 터졌습니다. 이런 실수는 가끔씩 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주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교회 정리를 하고 나면 군종병을 데리고 사단 사령부에 들어갑니다. 물론 빈손이 아니지요. 낮 예배와 저녁예배 때 병사들에게 나눠주었던 간식들을 들고 들어갑니다. 위병소에서부터 지휘통제실(CCC), 정보종합상황실(ASIC) 그리고 각 처부 사무실을 돌며 근무자들과 야근하는 간부,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며 격려하는 거지요. 뭐 대단치 않은 간식들이지만 간부나 병사들이나 모두 참 좋아들 합니다. 특히 야외에서 근무를 하는 위병소 근무자들이나 지휘소 경계 병사들은 더 좋아합니다. 받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큼 나누어주는 사람도 보람을 느끼지요.

그런데 어느 날 위병소를 통과하며 근무를 서는 병사에게 간식을 내밀었더니 그 병사 왈 “근무 중에는 음식물을 먹을 수 없습니다. 못 받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맞는 말이지요. 그런데 근무 중에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받아 두었다가 근무 끝나고 복귀하면 먹으라고 주는 건데.... 자세히 보니 교회에서 얼마 전에 세례를 받은 이등병이었습니다. 그래서 웃으면서 “괜찮아, 받아 두었다가 이따가 근무 끝나고 먹으면 돼!” 그랬는네도 이 병사는 한사코 받기를 거부하는 겁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주는 건 괜찮다니까? 주머니에 넣어두라고” 했더니 급기야 그 병사 난처한 표정에 손사래를 치며 하는 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

10년이 넘는 군 생활동안 위문하면서 병사에게 처음 들어본 말이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들어갔습니다. 군종병과 함께 많이 웃었습니다. 그 날 초소 안에서 근무서는 고참 병사에게 대단히 야단을 맞았을 겁니다. 기다렸던 위문품을 발로 차 버렸으니... 그 날 이후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네요.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1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