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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에 개성에 다녀왔다.
내가 일하는 대북민간지원단체인 함께 나누는 세상에서 남포시의 영유아 및 산모를 위한 전지분유 4톤과 밀가루 200톤을 25톤 트럭 여덟 대에 나눠 싣고 개성공단을 통해 개성의 봉동역에 물자를 하치하고 돌아왔다. 조선 당국은 철도편을 통해 봉동역에서 남포시로 밀가루와 전지분유를 운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보낸 물자는 남포시의 영유아 및 임산부 관련기관 네 곳에 분배될 것이다. 조선에서도 이제 곧 추수를 하게 된다. 여전히 부족한 식량생산에 머물겠지만 그나마 당장 발등에 붙은 불은 끄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우리가 보낸 물자가 추석을 맞이하여 어린이들과 출산을 앞두거나 출산하여 수유하고 있는 산모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란다.
지난 달 2일에도 물자를 가지고 개성에 다녀왔다. 그때에 비해서 개성의 분위기는 약간 더 경직된 분위기라고 느껴졌다. 남쪽에서 온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로에 경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의 숫자가 좀 더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거리의 사람들도 좀 적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골목에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좀 경직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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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에 다녀오기 전후로 여기저기서 정부가 대북정책 노선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정부에 좀더 유연한 대북상호주의를 채택할 것을 요청하면서 농업부문의 협력을 제안하였다. 역시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도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하였다. 여기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에 참여하였던 사업자들, 기업가들이 5.24조치를 중단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도록 당국이 나서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눈치이다.
이런 요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일까, 5.24조치를 근거로 북측과의 접촉과 민간교류를 무조건 불허하던 통일부의 자세도 조금씩 변했다. 통일부는 불교계 종교인들의 방북을 허가하여 승려들이 조선의 사찰을 찾아 합동 법회를 드리기도 하였으며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적십자사는 15일에 북측에 수해지원을 위한 긴금 물자를 50억원 규모로 보낸다고 한다. 남측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는 이미 네 차례에 걸쳐 1,000톤 가량을 반출하는 것을 허가하여 진행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의 이유가 무엇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갖고 있다. 우선 통일부 장관의 교체가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대북 강경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오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주중대사 출신의 류우익으로 교체하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에견을 해보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개성에서 만난 북측의 실무자들도 작은 기대를 하는 눈치이다. 물론 현 장관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입맛을 개운하지 못하게 하지만 그래도 책임담당자가 바뀌었으니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입과 관련한 가스관사업이 점점 구체화되면서 계획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홍준표 대표는 11월에 뭔가 지각변동이 있을 것처럼 언론에 흘려왔는데 아마도 가스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접촉이 11월 중에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가스관 사업은 전적으로 조선의 입장에 성사여부가 달려 있다. 지리적으로 중간에 위치한 조선이 거부하면 결코 성사될 수 없는 사업이다. 가스관 사업은 단순하게 러시아의 가스가 한국에 들어오는 문제를 넘어선다. 가스관 공사 사업에 어쨌건 어떤 모양으로든지 한국이 개입하게 될 것이고 기업들이 참여하게 될 수밖에 없다. 공사 자체를 한국에서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홍 대표는 농업부문에서 간척사업, 개간사업, 관개사업 등을 포괄하는 경제협력을 제안했을 지도 모르겠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에 이미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 분명한 한국의 경제를 생각할 때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매우 구미가 당기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다. 기업인들의 개방 요구에 컴퍼니프랜들리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에는 이런저런 외부적인 요인보다도 우리 민족 내부의 평화에 대한 요구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남과 북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상호 교류 왕래하였고 남북의 긴장은 획기적으로 감소하였다. 물론 여전히 서해상에서의 충돌과 핵무기 실험 등의 긴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부드러워진 것은 분명하다. 이 정부는 5.24 조치를 통해 남북대결정책을 고수하였지만 국민들의 저항은 거셌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원인규명을 요구하면서 더이상 대결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고 일년 이상이나 끌어온 5.24 조치가 너무 과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고기를 끊기 힘들다. 고기 맛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한 평화를 맛본 사람들이 평화의 분위기를 잊지 못하고 대결을 종식시키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를 획기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한 이명박 정권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각종 수치들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결국 환율과 유가에 의한 거품이었다는 사실을 감추지는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말도 안될만큼 증가하였고 기업들의 수출 흑자폭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졌고 가계대출도 천문학적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가 단일화를 하였던 안철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은 지금 국민들이 얼마나 이 정권과 여당에 대해 식상해하는 것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게 남아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이제 1년 남짓 남은 그의 임기 내에 극적인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파탄났던 것이나 다름 없는 남북관게를 전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임기를 부끄럽지 않게 마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나 다름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대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쳐도 민간차원의 교류 마저 막고 불허하는 것은 스스로 출구를 막아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 호기이다. 그리고 그동안 잃었던 민족갈등을 어느 정도 불식시키고 화해를 회복할 수 있는 찬스이다.
이명박 정부는 좀더 진지해져야 한다. 전향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국민들의 요청, 평화를 가꾸라는 민족의 요청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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