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큼 사람들이 웰빙과 건강을 챙기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생긴 이래 아니 천지창조이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절대 다수가 영양실조로 자연수명 이하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은 절대다수가 영양과잉으로 자연수명을 단축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신 질병 수명으로 대체 연장하여 장수하고 있는 실정에 놓여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편리와 속도, 표준을 넘어선 획일적인 가치가 우리의 일상적 상식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표준화, 인간의 표준화, 상품의 표준화, 학문의 표준화, 생활의 표준화, 명품의 표준화 등등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이런 표준화가 실생활 깊숙이 파고든 또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레시피입니다.

옛날에는 레시피란 단어 자체가 없었습니다. 대가족제도와 혈연 마을 공동체 사회에서는 자연스레 음식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고 전수하기 때문에 요리재료 또한 제철에 나는 재료를 중심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음식으로 우리 한민족의 건강을 챙기며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었습니다.

레시피란 요리나 어떤 음료나, 음식을 만들 때에 필요한 재료, 분량, 첨가물의 비율 등 제조법과 순서, 조리법을 적어 놓은 것을 말합니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로서는 조상들의 요리 레시피와는 이미 단절된지 오래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건강에 유익한 전통 요리의 레시피보다 질병을 유발하는 가공식품의 재료들과 각종 화학 첨가물, 조미료를 가미하는 퓨젼요리의 레시피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심이 우려가 됩니다.

어쨌든 레시피는 신세대의 주부들이 요리를 만드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정보입니다. 이리 저리 레시피를 배워 요리를 하여 가족과 친지, 친구들에게 자신의 요리솜씨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레시피를 서로 공유하여 요리를 하는 동호회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레시피를 기준으로 음식을 만들 때 맛의 획일적 표준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표준화된 레시피만 가지고 그대로 따라 한다면 맛의 창조는 없어지고 맙니다. 물론 기존의 레시피를 토대로 하는 건 요리를 하는데는 많은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대로 따라 한다는 건 곤란합니다. 자신이 응용하고 노력하여서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승화 시키는 주체적인 레시피를 가지려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시피란 개념이 이제 우리사회 곳곳 사용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한국교회 안으로 까지 레시피의 개념이 이 시대의 목회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배 레시피, 목회 레시피, 설교 레시피, 사랑의 레시피, 찬양 레시피, 기도 레시피 등등 갖다 붙일게 너무도 많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 목사들이 목회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게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도들의 영적욕구가 이전보다는 질적 양적으로 높아졌고 영성 수준 또한 목사들의 영성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에 목사들의 목회 현장의 고충이 많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이런 목회현장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목회, 설교 레시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간편하게 목회를 할 수 있는 제품화된 레시피 즉 설교도서, 간증도서. 예화도서, 기도도서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성장 세미나가 생생한 목회성공 레시피를 팔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목회 정보도 굉장한 속도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목사라도 환영할 만한 정보입니다.

문제는 요리의 레시피와 같이 획일적인 레시피를 그대로 모방만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주체적 노력은 하지 않고 편리한 목회를 하고 있다는데 한국교회의 안일한 모습입니다. 너무 실용적이고 고뇌 없는 목회는 복음의 질을 떨어뜨리게 하는 주범입니다. 십자가의 고난의 언덕으로 가려 하지 않고 바벨탑의 영광의 고지로만 가려 하는 것이 한국교회 목사들의 보편적 병적인 목회성공의식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목사들은 설생설사(說生說死)의 형태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회하면 목사가 떠오르고 목사 하면 설교가 떠오르게 됩니다. 설생설사(說生說死)란 설교에 살고 죽는다는 뜻입니다. 설교에 목숨을 건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하면 맛깔스럽게 설교를 해서 성도들이 은혜를 받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초보 요리사는 요리 레시피에 이해 요리재료와 순서에 이해 요리를 하듯이, 목사들이 설교 레시피에 의해 기계적인 설교를 매주, 매달, 매년 반복적으로 선포하는 것은 복음을 나무도 무책임하게 선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문 요리사는 늘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인 솜씨로 레시피를 초월해서 요리를 창조합니다.

역시 제대로 된 목사들은 자신의 생활이 십자가의 고난의 체험의 현장이라면 생명과 역동적인 설교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활과 유리된 삶의 현장에서 , 책상앞에서 무슨 살아 있는 복음이 재생산되겠습니까? 이론적인 복음은 복음의 핵심이 아닙니다.

자신이 작은 예수가 되어 복음적 삶을 살지 않고서는 생생한 설교를 할 수가 없음을 한국교회 목사들은 깨달아야 합니다. 먹기를 탐하고, 회장 자리를 탐하고, 높아지기를 탐하는 목사들은 삯군 목사이며 양의 탈을 쓴 이리입니다.

목사들은 신학대학 시절 설교학을 공부하면서 유명한 목사의 설교를 모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스피치 훈련을 합니다. 물론 연습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겠지만 자신의 생활의 경험과 현실적인 복음의 적용경험 없이 앵무새와 같이 무미건조한 스피치로만 화려한 수사법으로만 장식하는 설교를 하는데 익숙 내지는 중독되어 있다는 게 한국교회 설교의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는 구수한 이야기보따리를 펼치는 이야기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말장난 하는 개그맨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교회가 CEO처럼 마케팅을 하는 펼치는 상업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오로지 복음의 레시피만 가지고 그대로 설교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복음의 레시피에 다른 어떤 첨가물을 넣거나 다른 인위적인 성공 레시피를 덧 붙여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장은 기형적인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복음의 레시피대로 했다면 교회는 항상 세상의 대적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으로부터 핍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교회가 영광의 장소로, 목사들의 목회성공의 무대로, 성공한 사람들의 무대로 변질 된 것은 탐욕적인 변질된 복음의 레시피대로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된 것은 복음의 레시피대로 목회를 하지 않고, 설교를 하지 않고, 기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그런 교회가 미래에 지속적으로 계승하려면 초대교회의 순수한 복음의 레시피를 잘 간직하여 그대로 목회를 하는 것이 필요 합니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어도, 배가 고파 죽을 지라도, 교회가 부도가 나 공사장에 막노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복음의 레시피가 더러워지게 만들어서는 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