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낙동강의 제 1 지류인 내성천을 강물과 함께 걸었습니다. 어렸을 때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하천에서 멱을 감고 놀았는데 경지 정리를 한 후 하천은 반듯해졌지만 우리가 놀던 소들이 사라지고 물에 이끼들이 끼어 물 비릿내가 코를 자극하던 기억을 빼곤 강에 대한 추억이 없었습니다.

사대강 사업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시월중에는 보와 댐의 수문을 닫고 물가두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답사는 수문이 닫혀 수위가 높아지면 사라지게 될 본래 강의 모습들을 몸소 체험하고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내성천은 사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영주댐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주댐의 수문이 닫히면 내성천의 중상류까지도 물이 담기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물에 잠기면 지금의 내성천 모습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강은 그대로 있는데 강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강은 자연 그대로 물이 길을 만들고 만들어진 그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게 강입니다. 댐이 막혀 흐름이 멈추면 그것은 더 이상 강이 아니겠지요.

낙동강은 모래가 흐르는 강입니다. 내성천을 따라 걷는 순간에도 모래는 발등위에서도 아래에서도 흐르며 간지럽혔습니다. 내성천은 흐르는 모래와 물이 가까웠습니다. 흐르는 모래와 물비늘에서 퉁겨 나오는 빛의 파편들은 그림이었고 노래였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저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벅찼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기사를 통해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낙동강 둔치에 자라고 있는 가시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강변의 가시박. 가시박은 잎은 박처럼 생겼지만 작고 볼품 없는 비릿한 향의 꽃이 지고 나면 가시가 돋아난 열매가 맺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시박은 북아메리카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박과 식물입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가시박은 주로 강가의 모래밭에 뿌리를 박고 퍼져나가는데 하루에 30cm씩 자란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땅으로부터 영양분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여야 합니다.

다른 식물들이 영양분을 뺏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독성물질을 뿜어내기도 하고 워낙 빠르게 영양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고사하여 죽고있습니다. 심지어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그 나무마져 죽입니다. 꼭 인간의 몸속에서 자라는 암덩이와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식물에 대한 이름도 다양합니다. 녹색 저승사자, 사막식물, 식물계의 황소개구리 등으로 불립니다. 미국에서도 이 식물은 천덕꾸러기인 모양입니다. 고속도로 주변 나무들을 다 죽이고 있답니다. 그곳에서도 이놈의 천적은 없나봅니다. 그래서인지 "몸에 좋다. 무슨 병에 특효약이다."라는 소문이 퍼지면 아마 사라질 것이라고 한답니다. 결국 인간이 천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일 것입니다.

낙동강 주변에 이 가시박이 기성을 부리기 시작한 게 사대강 사업이 시작된 2년 여 전 부터라고 합니다. 사대강 사업이 가시박의 저주를 불러 들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시박의 천적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수변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분들이 떠나갔습니다. 농사짓던 분들이 농작물을 보호하기위해 이 식물을 제거하였는데 그러지 못하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랍니다.

물론 전국의 하천을 중심으로 이 가시박은 넓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이것을 생태 교란 식물로 공식지정하여 이를 퇴치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식물의 끝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숲을 다 잡아 먹은 후 더 이상 잡아 먹을게 없을 때 비로소 사라질 지 모르겠습니다. 이 식물의 천적을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계속 숲을 잡아 먹을 것입니다. 마치 암덩이가 인간의 모든 양분을 빨아 먹다 더 이상 빨아먹을게 없을 때 그 사람을 죽이는 것 처럼.

이 식물의 탐욕과 사대강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간의 탐욕이 너무나 유사한 것을 봅니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며 즐거워 할 줄 모르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파헤치며 죽이는 일과 가시박의 운명이 같은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운 강산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파헤쳐지고 죽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왕버들을 타고 오르는 가시박. 왕버들의 운명이 걱정됩니다. 수변개발을 통해 이 왕버들도 베어 나갈 것이라 합니다. 인간의 탐욕과 가시박의 탐욕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