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가장 간절한 기도제목!

▲ 정재원 목사

눈이 오면 부대에 비상이 걸립니다. 사령부 지역은 물론이고 전방 GOP 지역에 눈이 오면 즉시 제설작전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이 얼어버려서 보급로가 막히고 그렇게 되면 GOP 작전에 상당한 차질을 빚기 때문에 새벽 1시든 2시든 눈이 오기 시작하면 무조건 제설 장비들을 들고 책임지역으로 뛰어 가야 합니다.

부대 주변을 위주로 제설작전을 하는 사령부나 직할대 병사들도 힘들어 하는데 험한 산악지역 전술도로를 3시간씩 걸어 올라가야 하는 전방지역의 병사들은 어떻겠습니까? 어떤 때는 3일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눈만 치운 적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전방 지역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들이라 눈이 무섭게 쌓이거든요. 눈보라 칼바람을 맞아가며 눈을 치워야 하는 병사들.... 정말 처절합니다. 제설이 작업이 아니라 작전인 이유를 이 곳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송구영신예배 때 병사들이 제출한 기도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 눈 좀 안 오게 해 주세요. 만약 눈을 내리실 때에는 제발 낮 시간에 뿌려 주세요!”일 수 밖에요. 정말 공감되는 기도제목들입니다.

새마을슈퍼 & 쎄븐일레븐

사단 사령부와 교회 그리고 아파트가 위치한 곳이 양구군 양구읍 죽곡리입니다. 전입신고 하루 전날 밤에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이 곳을 찾아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교회와 아파트 진입로 삼거리에 환하게 불을 밝힌 쎄븐일레븐이 있는 겁니다. 바로 그 날이 개업 날이었습니다.

쎄븐일레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24시간 편의점으로 제가 미국에 있으면서 동부지역에 워낙 쎄븐일레븐이 많아서 자주 이용했었는데 강원도 산골짝 죽곡리에 와서 이 편의점을 보니 놀랄 수 밖에요. 불빛을 찾기도 어려운 인적이 드문 산길을 달려오다가 엄청나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쎄븐일레븐을 만났으니 그 때의 생소함과 놀라움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군종병에게 물어보니 원래 새마을슈퍼 간판을 달고 영업했던 구멍가게 겸 군장점이었는데 같은 주인이 신장개업을 했고 바로 그 날이 개업날이었답니다. 새마을 슈퍼가 쎄븐일레븐으로 바뀌었으니.... 죽곡리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이라고 봐야할까요? 우리 부대 독신 간부들이 야간이나 새벽에 간단한 야식을 위해서 많이 이용하는걸 보니 개업을 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자꾸 다른 쎄븐일레븐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각종 잡동사니들을 점포 앞에 진열해 놓고 파는 것을 보니 사장님이 아직 새마을슈퍼의 느낌을 다 버리지 못하신 듯합니다. “아!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사장님이 이 성경 말씀을 알아야 하는데... 그래도 아마 이렇게 새마을 슈퍼와 쎄븐일레븐이 어우러져 있는 점포는 양구 죽곡리에서만 볼 수 있을걸요!!!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1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