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동기 목사를 만났는데, 강의 내용이 매우 좋으며 대단하신 분이라고 칭찬합니다. 출판한 책의 권수를 들으니 정말 놀랍기만 했습니다. 귀납법적 성경 해석과 교회의 민주주의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시며 성경 내용대로 설교하는 것을 강조하신다고 합니다. 견인론에 있어서 저와 같은 입장이라며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 후에 다른 친구 목사를 만났는데, 한번 같이 가보자고 말합니다. 그곳에 참여하시는 목사님들과 인사하는 것도 좋겠다고 합니다.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견인론에 관해서 정말 깊이 연구하였는지 확인하고도 싶었습니다.

모임이 시작되니 지난 달 설교를 교재로 만들어 강의를 하십니다. 인물 설교였습니다. 아사헬, 아브넬, 므비보셋, 리브압이 그 대상입니다. 새벽기도회, 수요기도회 설교도 있습니다. 구약이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귀납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강의 중간 중간에 자신에 대해 자랑합니다.

인물 설교 내용을 듣다가 함께 앉아 있던 동기 목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습니다. “아니 저런 내용을 들으면서 아무 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좀 놀란 얼굴로 저를 보시더니 나중에 한번 질문해 보라고 말합니다.

설교 내용입니다. 구약에서 다윗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면서 아사헬은 다윗에게 충성한 종, 아브넬은 마귀, 므비보셋은 순종하지 않는 종, 리스바는 간음을 행하여 심판을 당하고 나중에 눈물로 회개한 신자라고 말한다.

아사헬이 아브넬을 죽이려고 좇다가 오히려 죽임을 당합니다. 아브넬은 좇지 말라고 했고 그래도 좇아오자 좌우로 움직이며 좇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직선으로 좇아가다가 아브넬이 던진 창에 맞아 죽었습니다. 과연 아사헬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신앙으로 그렇게 죽었는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전공에 눈이 멀어 욕심을 부리다가 죽었다고 보입니다.

이 목사님의 주장대로라면 다윗과 아브넬의 관계는 철저한 원수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윗은 아브넬을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이려고 하였습니다. 군대장관의 직책을 수여하면서까지요. 자신의 아들 솔로몬에게 요압을 반드시 죽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의 하나로 그가 자신보다 의로운 이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요압보다 더 의롭다고 다윗이 지목한 이가 아브넬이었습니다.

리스바는 간음을 행했는가? 므비보셋이 아브넬에게 그렇게 말하였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넬은 그 말에 강력하게 화를 내며 부인했고 그것을 계기로 다윗에게 가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리스바는 자신의 자식이 죽고 눈물을 흘렸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간음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사울 집안에 기브온 족속에게 행한 죄 곧 아스라엘과 유다 족속을 위한 열심으로 그들을 죽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본문 문맥에 의하면 전혀 맞지 않은 주장을 하면서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바른 설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제가 보기에는 직관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문맥을 살피고 계시 역사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없이 본문을 읽고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성경해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용을 자신있게 소개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자랑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런 내용을 들으면서 아멘이라고 외치는 목사님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위기를 보니 그 책자의 내용을 개교회에서 설교하시는 것 같았는데, 더욱 황당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말씀 중심을 외치면 다 말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것을 그렇게도 분별하지 못하는지 갑갑했습니다. 물론 다른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번으로 그분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을 생각하면 다른 부분에서도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견인론에 있어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계 20:1-10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그 본문만 읽어도 견인론을 성경적으로 정립할 수 있는데 그렇게 긴 기간동안 교회 역사에서 다투어 온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3분 정도면 성경적으로 견인론을 정립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교회 역사에서의 논쟁자들이 그가 인용한 본문을 몰라서 그렇게 해온 것이 아닙니다. 각자 그 본문들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쌍방 간에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는 본문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린도교회에 편지하면서 바울 사도는 공력이 불탄다고 하더라도 자기는 구원을 얻되 불 가운데 얻는 것과 같다(고전 3:15)고 했습니다. 간음자에 대해 육신을 멸하고 그 영은 주 예수의 날에 구원얻게 하려 함이라고 했습니다(고전 5:5). 직관적 해석에 의하면 이 본문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하였습니다. 아마도 설명하지 못하리라고 여겨집니다.

계시록에 대한 설명을 생각하면 연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지금의 상태도 그러한 연구를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귀납법적 성경 연구를 무시하며 강조하는 직관은 여러모로 위험합니다. 그렇게해서 설교를 쉽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결코 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교인들을 장악하게 되어 목회자의 말을 잘 듣게 된다고 해서 그것이 복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 집회에서 한국개신교의 희망을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과 관계없는 한 목사님의 자기주장과 그것의 허실을 분별하지 못하고서 추종하고 있는 많은 목사님들. 한국개신교의 현주소라는 생각이어서 암담함만 느꼈습니다.

말씀 충만, 한국개신교의 개혁과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출발은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 시대에 가지는 의미를 바르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 시대에 바르게 적용된 내용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목사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외면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들에게서 말씀 충만에 대한 소망을 가지게 될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그들과는 별개로 성도들이 깨어 말씀으로 충만하여 교회를 개혁하고 회복의 길로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