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들은 신자의 삶에 있어서 매순간 하나님의 뜻이 정해져 있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결혼과 관련하여서 하나님께서 그 기쁘신 뜻 안에서 어떤 사람과 결혼하도록 정하셨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께서 짝지워 주셨다는 말씀을 그렇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삶에 있어서 매순간 하나님의 뜻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뜻을 찾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신자는 노력한다.

병원 원목으로 사역하다가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목사로서의 부르심에 대한 굳건한 확신을 가진 나는 같은 성격의 사역에 마음을 두고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고 싶었다. 기도원 같은 곳에 가서 한달 정도 아니면 일주일 정도라도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생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에 무엇인가 일을 하여야 했다. 아내는 강력하게 당장에 일하기를 요구했다.

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에서 설명회를 듣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하기로 했다. 건강에 필요한 제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으로 생활하는 것이었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잘되리라고 여겨졌다. 주위에 있는 이들이 거의 목사들이기에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크게 두 가지의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하나는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목사로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쪽 방면으로 길이 열리기까지 무릎 꿇고 기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도 중에 시시각각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지체를 만났다. 나의 대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가 궁금했기에 듣고 싶었다. 하나님을 의지하면 그분이 길을 열어주시고 크게 사용하고자 하신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함께 들은 친구 목사 부부는 세일즈를 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때까지 기도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른 하나는 목사이지만 가장으로서 생활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면서 일하는 것에 대해 수긍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러한 상황에 안타깝지만 일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에 부합된다는 입장이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목사들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도 과거에 유학 가서 생활을 위해 일을 하였고 그곳에서 교수들은 당연한 일을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에도 세일즈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세일즈는 연구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포장마차와 같은 일을 하라는 이가 있었다. 이번 기회에 육체노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도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내가 하는 일에 못마땅하니 지극히 당연하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내가 파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는 어떻게든지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내었다. 목사이면서 목회를 하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진 못했지만 말이다. 세일즈에 아닌 일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도 도움을 주진 않았다.

목사로서 부르심을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목회가 아닌 일을 하여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 목회가 아닌 일을 하더라도 세일즈를 하면 되는가, 안 되는가? 땀을 흘리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땀의 대가를 받도록 하여야 하는가?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뜻>(제럴드 싯처)을 읽었다. 저자는 의사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목사가 되었다. 교수가 되어 신학교에서 강의하며 작가로서 글을 적고 있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한 순간에 사고로 아내와 자녀 한명을 잃었다. 얼마간 방황하다가 하나님의 뜻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여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는 우리의 삶에서 매순간에 정해진 어떤 하나님의 뜻이 있고 그것을 찾아야 하며 찾으려고 하는 전통적인 이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그런 정해진 뜻은 없다고 말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하나님의 의지하며 성실하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

결혼과 관련하여 하나님께서 짝지워 주셨다는 말씀이 누구와 결혼하도록 정해져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구와 결혼하든지 그것은 하나님의 짝지워주심이며 두 사람이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살면서 거룩과 행복을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결혼의 대상을 신중하게 선택하여야 하고 결혼하였다면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경험하며 성숙해지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뜻>을 읽고서 “내가 목사로서 지금 목회를 하여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육체노동이나 연구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세일즈를 하되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목회를 완전히 저버렸는가? 그렇지는 않다. 세일즈를 시작할 때에 가졌던 자비량 목회에 대한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4~5년의 기간을 생각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갖춘 후에 개척을 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쉽지 않은 현재의 세일즈를 즐겁게 하면서 미래에 목표를 이루리라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지체의 말을 들었던 그때에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감당하라는 요구에 대해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세일즈를 선택하고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일즈가 내게 맞지 않다는 누군가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지 않는 길을 가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내 선택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어려움은 내 능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지금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많은 세일즈맨들이 있다. 그들에게 배우고 실천하면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관련하여 나타났던 두 모습 중에 과연 어느 것이 옳을까? 아니면 옳고 그름은 없다고 보아야 할까? 그냥 개인적인 성향이나 선택의 문제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그것을 획일적으로 모든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약한 지체, 곤고한 지체에 대해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가 성경에 진술되어 있다. 누군가가 그 순간에 어떤 일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님의 뜻은 우리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명확한 것은 지체에 대해 사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체에 대한 사랑 실천이 명확한 하나님의 뜻이다.

지체를 넘어서는 사랑 실천도 하나님의 뜻이다. 한진중공업의 정리 해고 철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 위원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위하여 기도하고 그곳에 찾아가서 격려하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건강하게 무사히 그곳에 내려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예수님이 강림하신다면 85호 크레인에 임하시리라고 생각한다는 누군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고아와 과부들의 아버지로서 스스로를 계시하신 하나님을 생각할 때에 동의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순간 어떤 일을 하여야 하는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개인에게 어떤 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에 있어서는 어떤 정해진 하나님의 뜻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은 그 자리에서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그분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성경적인 방식을 따라 사는 것이다.

홀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도움을 구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반면에 도움을 주는 자리에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내게 찾아온 지체를 환대하고 내 상황에서 가능한 도움을 베풀며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삶이다. 때로는 도움이 필요한 이-예를 들어 김진숙님-를 찾아가서 격려하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에 해당된다. 성경적인 삶의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