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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이 참 좋아
7월의 끝자락 삼복더위를 온몸에 안고 취재 차 전주 '예벗교회'로 향했다. 이웃사랑을 향기롭게 실천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당당 TV팀과 서울에서 늦은 저녁에 출발했다. 아침부터 취재를 진행해야 하기에 전주에서 하룻밤 쉬기로 했다. 딸의 순발력으로 전주한옥마을 동네 ‘분’이네 집이 예약되었다.
3시간여 달려간 그곳 작은 앞마당에는 온갖 자연들이 사이좋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가 보니 마치 춘향이네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늦은 저녁에 도착한 취재 팀을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마님의 후덕함이 모두의 피로를 단방에 풀어주었다. 잠시 후 주인마님은 붉은 빛 오미자차를 한 사발 가득 담아서 통나무 탁자위에 갖다 놓았다. 오미자차 빛깔이 살얼음과 함께 목마른 우리를 유혹했다. 우리는 무더위에 달려온 피로를 사발에 담아 단숨에 삼켜버렸다.
온 집안 구석구석 우리의 옛것들이 도도하고 품위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배모시 커튼과 이불보와 옷 덮게, 베게, 방석, 한지로 만든 등, 거실에 누워있는 통나무탁자,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을 사랑하는 참 좋은 친구들로 보인다.
'분'이네 집은 21C 변사또라는 현대 문물의 높고 웅장함과 편리함을 끝까지 거부하고 여전히 이도령을 기다리며 춘향이의 정조를 지키고 있었다. 눈부신 변화와 개발을 거부하고 우리문화를 지켜온 주인마님이 마치 절개 굳은 춘향이처럼 보였다. 나는 잠시 향단이가 되어 주인마님 안내를 받으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혼자서만 보고 가기에는 너무 소중하고 귀한 것들이기에 이웃들에게 우리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다.
이른 아침 물 뿌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나가보니, 작은 앞마당에 있는 각종 화초들이 시원하게 샤워를 즐기고 있었다. 금새 작은 마당은 싱그러움을 더해주며 풀 향기와 함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항아리들은 더 작은 돌들을 방석삼아 아침 햇살로 화장을 했다. 이 세상 어떤 화가도 감히 그 빛을 묘사 할 수 없으며, 그 어떤 메이크업아티스트(Make Up Artist)도 자연 그대로의 화장술을 발휘 할 수 없을 것 같다. 드디어 마당 안에 식구들은 아침 화장을 끝내고 분이네 집에 찾아올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다음 길을 재촉하며 짐을 챙기는 마음이 아쉽기만 했다. 잠시 전통의 멋에 흠뻑 젖었지만, 곧바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몸은 다시 도시를 향해 가지만 온통 마음은 이곳에 두고 떠났다. 부디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고 춘향의 절개를 지켜주기를 바라며 나그네들은 예벗교회로 향했다.
과연 예벗에도 우리의 것들이 남아 있을 것인지,
또한 복음의 향기로 삼복더위를 녹이고 있는 것인지,
가 ~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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