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높이 35m)에서 생활하며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는 김진숙위원을 보호하고 지지하고 위해 전국에서 185대의 버스를 타고 온 만여명의 시민들. 7월 9일(토) 19시부터 부산역에서 시작된 2차 희망버스 행사였다.

부산역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영도 한진중공업까지 행진을 했다.일박이일 행사인데 난 끝까지 함께하진 못했다. 다음날이 주일이어서. 함께 참여한 이들에겐 미안했지만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도중에 빠져나왔다.

장대같이 비가 내리다가 조금 줄다가 다시 장대같이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우산쓰기를 포기하고 비를 맞아가며 행사를 했다. 비록 비옷을 입고 있었지만 정말 비를 많이 맞았다. 중학생 때에 일부러 비를 맞으며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갔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비정규직으로 더 많이 고생하고 대가는 오히려 적은 불공정한 노동현실이 하루 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정리해고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헌신짝같이 저버린 고용주들이 진심으로 돌이키고 공생의 길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사람사는 세상,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독인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오지랍이 넓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말이다.

동시에 데모의 방식에 있어서는 좀 생각을 할 요소가 있다고 여겨졌다. 행사를 마치고 행진을 할 때에 차도를 점령하였다. 그로 인해 오랜 시간 도로가 마비되어 차량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 입장에서는 그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그 행사가 참여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당장에 겪는 불편으로 인해 그 행사의 취지나 의의에 대해 수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이 그러했다. 그 현실에 대해 시민들을 탓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철저한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차도 행진을 하지 말고 인도로만 행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깨어있는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지극히 당연한 시위문화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40여명이 연행되었다고 한다. 최루탄, 곤봉 등이 사용되었다. 자의로 모인 사람들이 한 사람을 만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비록 거리를 점거하여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러한 방식으로 진압할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정부는 전두환, 노태우 때와 다르지 않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자신들에게 돈이 되는 이들은 어떻게든지 보호하려고 하고 약자는 공권력을 앞세워 탄압하는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대부분의 방송에서는 그냥 무시되었고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여 선별적으로 알려졌다. 방송과 언론에 대한 통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정부가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교회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너무나도 답이 분명하건만... 신자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너무나도 답이 분명하건만...

내가 읽은 성경책에 계시된 하나님은 불공정, 약자라는 사실로 인해 고통을 겪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신다. 신자들의 공동체 안에 대해서만 해당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신자나 비신자에게 있어서 차이가 없다.

하나님이 없다면서 그분에 대한 경외심이 없는 비신자와 달리 신자는 그분을 경외하여야 한다. 그분의 속성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 속성이 우리 안에서 드러나도록 하여야 한다. 거룩이다. 교회가 그리고 신자가 거룩하여야 함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현실에 대해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 답은 명백한데 답을 모른다면 깨우쳐야 한다. 명백한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않는다면 돌이켜야 한다. 하나님의 속성이 우리를 통하여 이 땅에 밝히 드러나는 그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