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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 말레이시아 야경 |
선교사가 되면 한 번쯤 공통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왜 선교사가 되었나요?” “어떤 계기로 선교사로 나오게 되었지요?”
글쎄! 내가 왜 선교사가 되었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뜨거운 불 받아서 선교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된 것도 아닌 것 같다. 내 성격이 뭐 화끈하게 불을 받는 다거나 별안간 열정이 막 생기고 그런 위인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너무 깊이 생각하고 빨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주저주저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못마땅할 때가 많다. 더구나 나는 대학원에 재학 중에 이덕주 교수님 밑에서 한국교회사 논문을 썼으니 해외 선교하고는 좀 거리가 멀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이렇게 해외 선교사로 나왔을까? 그런데 분명히 내가 믿고 감사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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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 말레이시아 야경 |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나는 여주 중학교를 다녔고 아버님은 여주 시온감리교회에서 목회를 하셨다. 그 때가 1979년도 12월 겨울방학 때였다. 당시 중부연회와 인천 숭의교회에서 주관하는 연회에 속해 있는 목회자의 자녀들 특히, 시골에서 목회하는 목회자 자녀들을 위한 수련회가 있었다. 당시에는 여주, 이천도 같은 중부연회였다. 아버님은 누나 둘 하고 나를 수련회에 보내 주셨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숭의교회 기도원이었던 같다. 지역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산 속에 있는 아름다운 기도원이었다. 한 40여명의 목회자 자녀들이 모였다. 모두들 고등학교, 대학교 형들과 누나들이고 중 1은 나와 다른 친구 한 명 뿐 이었다. 조 별로 숙식을 하는데 우리 방에는 한 여섯 명 정도 있었다. 매일 시골에서 살다가 모처럼 집을 떨어져서 단체로 사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른 형들과 누나들은 열심히 집회에 참석도 하고 기도도 하는데 나와 친구는 예배 시간에는 제일 늦게 참석하고 밥 먹을 때는 제일 먼저 줄을 서서 먹곤 했다. 주로 그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는 단순했다.
“우리 반 짱은 중 3하고 붙어서 이겼다. 쌈 정말 잘 한다”
“야, 우리학교 짱은 고등학교 형들하고 붙어서도 이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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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 말레이시아 시파단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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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 말레이시아 시파단 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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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 말레이시아 보루네오 섬 |
하여간 무슨 생각으로 갔는지 지금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재미는 있었다. 매일 형들하고 축구도 하고, 가끔 우리들을 차에 태워 구경도 시켜주고, 누나들과 게임도 하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마지막 밤 날이었다. 보통 마지막 날 밤에 역사가 일어난다. 어떤 강사님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얼굴이 우락부락하고 앞 이마가 훤한 좀 인상이 무서운 강사님이 나오셔서 설교를 하시는데 목회자의 자녀로 살면서 겪는 고충과 힘든 일들을 이해해 주시면서 우리들을 위로해 주셨다. 말씀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누나들도 있었다. 그런데 거기까진 좋았는데 별안간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래도 여러분 목회보다 더 값지고 하나님 앞에 더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혹시 여러분들 중에 부모님 따라서 목회 할 사람 있으면 조용히 일어나서 앞으로 나오세요. 내가 축복기도 해 주겠습니다.” 하면서 불을 끄고 통성기도를 시켰다.
맨 뒤에 앉아서 실 눈을 뜨고 이렇게 보니까 누나들과 형들이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통성기도가 그 날 왜 그렇게 긴지!.. 결국 나와 내 친구 중 1짜리 둘 만 남고 앞으로 다 나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나와 함께 끝까지 앉아있던 그 친구는 강사님의 아들이었다. 모두들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견디다 못 한 그 친구도 앞으로 나가고 말았다. ‘아니 왠만하면 통성기도를 끝낼 만 할 텐데 내가 앞으로 나갈 때까지 할 심산이다.’ ‘아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 말인가!’ 나는 정말 목회자가 되기 싫었다.
아버님이 목회를 하셨지만 농사를 짓다가 뒤 늦게 목회사역의 길로 가셨다. 엘리사처럼 밭에서 소를 몰다 부르심을 받으셨는지, 아니면 기드온처럼 밀을 타작하다 마당에서 소명을 받으셨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때 전기도 안 들어 오던 시절에 가정을 뒤로하고 평일에는 서울에 올라가서 고모집에 사랑방 한 칸을 빌려서 하숙을 하시며 신학공부를 하시고 주말에는 집으로 내려 오셨다. 그러니 아버지가 공부를 하시는 기간은 가정이 너무 어려웠었다는 것을 어려서도 뼈 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주말에 아버지께서 집으로 오실 때면 늘 번데기를 사오셨다. 어찌나 번데기가 맛있던지 우리 네 남매는 아버지 오시기를 늘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아버지는 신학을 마치고 경기도 이천 고향에서 목회를 시작하셨다. 물려받은 전답을 다 팔아서 송광감리교회를 개척하셔서 교회와 드 넓은 운동장, 아름다운 사택이 있는 전원교회를 이루어 놓으셨다. 이제 집 안이 피고, 살 만하니까 7년 만에 후임 목사님에게 깨끗이 물려주시고 여주 시온교회로 부임해서 온 것이다.
시골에는 사택이 교회 옆에 있었기 때문에 목회자 자녀도 목회자가 되어야 했다. 늘 경건한 언어사용과 모범적인 행동을 해야 했다. 그 뿐 아니라 특별 새벽기도가 있는 날이면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피곤해도 일어나서 교회에 가야 했다. 내 기억으로는 가족들과 함께 어디 한 번 놀러 간 적이 없다. 여주 한강과 은모래 강변이 바로 지척인데 교회 야외예배 가는 날이 유일하게 놀러가는 날이었다. 나는 늘 어려서 꿈이 당시 애들이 꿈꾸듯이 장군 되는 것이 꿈이었다. 동생과 친구들과 늘 총싸움 놀이를 좋아했다. 그런데 목사라 되라니? 아버지의 뒤를 이으란 말인가? 나는 싫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모두 다 나를 지켜보고 있다. 통성기도는 왜 안 끝나는지 참 난처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더 이상 앉아 있다간 인상이 좀 험악한 강사님에게 혼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때 퍼뜩 생각이 난 것이 선교사였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선교사 이야기를 했는데 다른 것은 생각이 안 나고 일단 선교사는 다른 나라로 갈 때 비행기 아니면 멋진 배를 타고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볼수록 목사보다는 선교사가 좋을 것 같았다.
당시 여주 시골 우리 동네에서 읍내에 가려면 버스도 하루에 다 섯 번 밖에 없었다. 그 버스를 타려고 보통 한 시간 이상 어떤 때는 두 시간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려서 버스를 타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차장이 사람들을 뒤로 막 밀어넣곤 했다. 가끔 동네 누나 차장을 만나면 공짜로 태워 주기도 했다. 그날은 완전 땡잡은 날이다. 그러나 버스 놓치면 날이면 그 먼 길을 그냥 걸어가야 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가다니! 아니면 멋진 배!.... 그것도 교인들 때문에 속 썩는 일도 없고 어린나이에 너무 신났다.
“선교사 되겠습니다” “저 선교사 될 거에요”
일어나서 큰 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나갔다. 박수가 쏟아졌다. 강사님은 이 어린 것이 선교사 된다고 좋아하시며 축복기도를 따불로 해 주셨다. 그리고 나도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선교사 되겠습니다. 꼭 비행기 타고 가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하는 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나는지 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서 그런가?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수련회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는 그 때 일은 다 잊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수련회는 수련회고 여전히 나의 꿈은 장군이 되는 것이었다. 정말 다 잊었다. 한 번도 기억한 적이 없었다. 여전히 목사가 되기 싫어서 일반대 행정학을 전공하고, 조교도 하고, 직장도 다녔는데 분명한 것은 어떤 일을 해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평생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더구나 고3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주위에서는 “그래도 장남인데 아버님 뒤를 이어서 목회를 해야지” “부모님이 너희들을 위해서 얼마나 기도 하셨는데!”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결국 신학대학원(M. DIV)을 입학하고 오메가 국제선교회에서 선교사 훈련을 받았다. 그것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원로 목사님이신 홍현봉 목사님이 “진 전도사! 일산에 있는 오메가 국제 선교훈련이 바로 옆에 있는데 화정에 살면서 왜 선교사 훈련 안 받나? 남들은 그 멀리서도 오는데! 훈련 받아”하시는 거였다. 두 말 없이 “예!” 하고 순종하고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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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의 묘 (출처: 다음 ‘아름다운 50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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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의 묘 |
훈련을 받으면서 강사님이 그렇게 열심히 강의를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야’생각하며 앉아 있었다. 단지, 훈련생들이 별로 없어서 나라도 머리수 채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갔다. 선교훈련에는 국내 집중훈련과 해외전지훈련이 있다. 국내 집중훈련 때에 양화진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무덤을 가 볼 기회가 있었다. 만 리 길 태평양을 건너온 낯 설은 이방인들이 당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우리 한국 땅에 오직 복음을 전하기 위해 힘쓰고 애쓰다 질병으로 풍토병으로 또는 전염병으로 숨져 그곳에 묻힌 선교사님들과 가족들 그리고 어린아이의 무덤도 있었다. 켄드릭 선교사의 비문에는 “나에게 천의 생명이 주어진다 해도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노라”라고 씌여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어린 자녀들을 가슴에 묻을 때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가슴이 뭉클했다.
해외전지 훈련 중 말레이시아에 왔는데 선배 선교사님들이 반가워하면서 이곳으로 오라고 이끌었다. 처음 보는 나를 반가워하면서 이끄는 모습이 너무 좋아 오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그리고 2001년 5월 말라리야 약 먹고 말레이시아로 온 것이다. 나와 아내, 첫 째 아이 셋이서..... 그런데 도착하고 그 다음날 기도 중에 중학교 1학년 때 철없이 기도 했던 그 기도가 생각이 났다.
“하나님 나 선교사 되겠습니다.” “하나님 나 선교사 될 거에요”
정말 선교사가 되어서 왔다. 그것도 비행기 타고 왔다. 그렇게 소원이었던 장군은 꿈도 꾸지 말라고 하나님은 나를 방위병으로(단기사병)로 이끄셨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고 놀라운 것은 나는 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당시 철 없이 한 기도였는데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하나님은 잊지 아니하셨다. 근 20여 년을 잊지 아니하시고 나를 만들고 계셨다. 나의 길을 인도 하고 계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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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전지훈련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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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교사 파송예배 (성남 중부감리교회 파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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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교사 파송예배 사모 이지영 선교사와 함께 찬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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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마 감리교 선교사 가족 수련회 (매 년 12월 달에 감리교 가족수련회 개최) |
너무 감사해서 생각할수록 눈물이 난다. 한나가 17년을 아들을 놓고 기도 했을 때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잊지 아니하시고 응답해 주신 것처럼 하나님은 한 순간도 잊지 아니하시고 길을 예비하시고 인도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그 때 수련회에 참석했던 사람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다 지금 목회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그 때 중 1짜리 그 친구도 마찬가지로.... 그 때 이후로 내가 깨달은 목회철학은 ‘통성기도는 오래 할수록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기이한 일을 사람으로 기억케 하셨으니 여호와는 은혜로우시고 자비하시도다 여호와께서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양식을 주시며 그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시리로다”(시편 1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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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마 전체 선교사 수련회 (매 년 8월 초교파적으로 선교사 수련회 개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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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마 전체 선교사 수련회 (강사 : 전명구 감독, 정명묵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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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선교사 수련회에 찬양으로 섬긴 인천 부평지역 사모 합창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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