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인 예수에게 콤플렉스가 있다니. 적어도 기독교인들에겐 이런 불경스러운 책이 또 있을까. 허접한 논리로 기독교를 까부수자는 심사가 아니라면, 기독교에게 무슨 억하심정을 가진 안티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종류의 책을 쓸 수 있을까. 그것도 명색이 개신교의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책 제목을 보고 얼마든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또는 책 내용을 보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의 입장에서 이 책을 쓰면서 두 가지를 기대해보고자 한다.

▲ 도서 송상호 저, 도서출판 삼인, 2011.6.30 정가 14,000

첫째, 이 책을 읽고 나면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 등과 멀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친근해질 거라고 기대해본다. 이 책을 편견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찬찬히 보기만 한다면 말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기독교의 교조 예수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들의 교조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질 것이다. 자신과 연관성이 없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던 성인들이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을 수 있다. 

이 글을 썼던 나 자신 또한 예수에 대한 가치관, 즉 '예수관'이 변해왔다. 소위 '모태신앙인'이었던 나는 어렸을 적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배웠다. 하늘에 사는 아주 고귀한 분으로서 근접할 수 없는, 그러나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아주 성스러운 분으로 마음에 담아왔었다.  

그러다가 19세 무렵,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에서 방황하다 예수를 만났다. 고민하던 나에게 예수는 "상호야, 내가 너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니. 힘내라. 내가 너를 사랑한다."며 용기를 주었다. 내면으로부터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나 기뻤다. 아직 어둑어둑한 그날 새벽, "상호야 축하한다. 내가 만날 분을 만났구나."라며 환하게 웃어주던 보름달의 미소는 30년이 다된 지금도 아주 쌩쌩하다. 그 후 거리를 걸었더니 세상이 그렇게 깨끗해 보였고, 사람들이 모두 천사 같다는 느낌에 꽉 찼었다. 이런 기분이 한 달 정도 이어졌다.  

그 경험 이후로 나의 성격과 삶이 송두리째 변해 갔다.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서. 적어도 나에겐 천지개벽하는 체험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콤플렉스 측면에서 본다면, 예수를 만난 그 사건 이후로 콤플렉스와의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콤플렉스가 더 이상 나에게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되었다고나 할까. 

그 후로 예수는 나의 친구였고, 동반자였고, 주님이었다. 그에 대한 노래, 특히 '십자가 은혜'를 담은 노래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회 노래 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예수님, 영원토록 정성 다해 사랑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를 때면 눈물을 흘리곤 했다.  

말 그대로 예수는 내가 살아갈 이유였고, 목적이었고, 방식이었다.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은 곧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예수의 정신, 예수의 마음, 예수의 가치관, 예수의 방식'을 닮아간다는 것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예수에 대한 나의 생각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잡식성을 가진 나의 '독서열'때문이었다. 개신교 신학자인 폴 틸리히를 만나면서 '어쩌면 내가 만난 예수는 기독교만의 경험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경험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찬양했던 하나님은 기독교만의 신이 아니라 인류보편의 '존재의 근원, 존재의 뿌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의 빈틈들이 나로 하여금 불교, 이슬람교, 유교를 포함한 동양사상 등의 서적에 손이 가게 했다.  

그 후 노자의 '도덕경'을 만나며 무릎을 쳤고, '장자'를 만나면서 기쁨을 느꼈다. '공자'를 만나면서 '아하'라는 즐거움이 있었고, '맹자'를 만나면서 '그래 맞아'라는 공감으로 웃었다. 이슬람교 서적들을 만나면서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이 우리에게 참 많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의기양양 했다. 무엇보다 불교 서적들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치 예전에 예수를 만나서 매일 데이트 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바로 그 마음이었다. 사실 두 마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런 이유들로 인해 예수는 나에게 있어서 주관적인 존재에서 객관적인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내가 예수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렸을 적부터 알았기에 그랬을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똑같은 이유로 불교를 먼저 만났다면, 나의 주님은 석가였으리라.   

이제 나에게 있어서 기독교는 '친정'이다. 지인들을 만나면 나는 당당하게 그렇게 이야기 한다. 내가 아무리 기독교와 예수를 부인하려해도, 나의 기본 정서와 가치관이 예수와 연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독교 출신'이라는 것은 나의 평생 꼬리표다. 한 땐 기독교를 나에게서 지울까도 생각했지만, 이젠 아무 갈등 없이 내 안에서 잘 살고 있다. '친정'을 떠나 '시집'을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 후로도 서로 왕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듯.  

그러다가 심리학자 칼 융을 만나면서 예수에 대한 나의 생각은 또 달라졌다. 융이 제시한 '개성화의 길, 대극통합의 길'등은 예수를 다르게 보게 만들었다. 예수가 갔던 길과 내가 가야할 길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똑같은 논리로 석가가 갔던 길과 공자가 갔던 길과 나의 길은 다르다는 것을. 그들은 그들만의 길을 갔고, 나는 나만의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을. 예수가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갔던 것처럼, 나는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런 면에서 예수는 좋은 본을 보인 인류의 스승이며, 나의 스승이라는 것을.  

사실 나의 생각이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나는 장담할 수 없다. 

하여튼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이러한 깨달음과 만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예수의 길이 평범한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둘째, 이 책을 통해 예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예수의 콤플렉스, 석가의 콤플렉스, 공자의 콤플렉스, 마호메트의 콤플렉스'라는 말들은 결국 성인들이나 범인들이나 콤플렉스가 있긴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나 우리 자신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만나게 된다.  

그것은 왜 일까. 사실 사람들은 예수를 통해서 자신을 보고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예수의 이야기가 감동스럽고, 기쁘고, 때론 화나고 괴로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 모두는 '예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성인들이라 함은 콤플렉스를 어떤 식으로든 극복한 사람들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콤플렉스와 화해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좀 더 고상하게 말하면 그런 콤플렉스를 승화시킨 사람들이다. 어떤 면에선 평범한 사람보다 더 콤플렉스가 심하고 강도가 높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 사람에게 있어서 콤플렉스를 완전하게 없앨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와 콤플렉스는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없앤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시 자신을 없앤다고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콤플렉스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예수가 걸었던 '콤플렉스의 길'을 따라 우리 자신의 콤플렉스와 손잡고 거닐게 될 것이다. 예수가 어떻게 콤플렉스와 싸워나갔고, 화해해나갔는지를 보면서 우리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늠해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는 것은 약점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강점이 된다. 콤플렉스는 평생 그에게 있어서 그의 삶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된다. 어쩌면 성인들의 콤플렉스가 없었다면 성인 '예수, 부처, 마호메트, 공자'는 없었다. 콤플렉스가 성인들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콤플렉스는 우리 속에서 오늘도 숨 쉬면서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이란 소설에서 "모든 인간의 일생은 자기에 도달하는 길, 자기실현의 길이다"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만날 '예수의 콤플렉스' 이야기는 예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며, 너의 이야기며, 우리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