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이다. 오늘은 밸리하나로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며 취재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어제낮 LA에 도착하자마자 한인타운에서 취재하느라 온종일 쏘다닌데다가 시차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까지도 머릿속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밸리하나로교회 권사님 한 분이 공항 근처의 호텔까지 픽업을 와준 것이 더 없이 고마웠다.

아침 9시, 픽업 차량은 호텔 인근에서 바로 프리웨이 405로 들어섰다. 고가로 연결된 프리웨이는 시원하게 뚫렸다. LA 북서쪽에 위치한 Tampa Ave의 밸리하나로교회까지는 공항에서 약 40km 거리다. 서울을 줌심으로 본다면 일산쯤 되는 곳으로서 LA에서 성공한 한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주일예배에 가는 차량들로 인해 프리웨이가 평소보다 통행량이 많다는 권사님의 설명이 다소 의아하게 들렸다. ‘트래픽’이 없으니 고맙기만 하다.

고가로 연결되는 프리웨이아래로 펼쳐지는 LA는 한껏 단을 늘인 천사의 옷자락처럼 넓고 낮게 퍼져 있었다. 야자수 가로수는 박음질한 재봉선 마냥 거리를 따라 높다란 가지를 치켜들고 섰고 시원하고도 촉촉한 아침햇살이 그 사이를 지나며 주말을 즐긴 도시를 깨우고 있었다. 유쾌한 부활절 아침 풍경이다.

프리웨이405에서 프리웨이 101로 들어서더니 Tampa Ave.로 빠져 나와 출발한지 30여분만에 교회에 도착했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안에서 바라본 단층의 교회건물은 얼른 보기에 ‘대형마켓’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주차장 규모가 제법 큰데다 각지고 단조로운 형태를 띤 건물 외형 때문인 듯 하다. 짧은 역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외형적 가치보다 더 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형태이기도 했다.

필자는 탁자들이 들어찬 친교실로 안내되었다. 이제 막 1부예배를 마치고 나온 이들이 간단한 다과를 나누고 있었고 한켠에선 식당봉사를 하는 이들이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출입구 반대편에 보이는 여러개의 방 어딘가에서는 성가대 연습소리가 들려 나왔다. 동시에 정면의 큰 문에서는 초등학생 몇이 뛰어 나오며 유창한 영어(?)로 예배가 막 끝난 뒤의 해방(?)을 환호하며 지나갔다. 분주하고 생기넘치는 주일날 풍경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 주일예배 준비로 바쁜 교회풍경. 예배직전 모습

 

나는 날라리 목사였다.

잠시 후 담임목사님이 나타나 필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박성호 목사, 그는 86학번으로서 필자의 신학교 1년 후배다. 그런데 낯이 익은 얼굴이 아니었다. 4년, 아니 한 해 후배니까 필자가 졸업하기 까지 3년을 손바닥 만한 학교에서 얼굴도 모르고 지냈다는 것은 흔치 않는 경우였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박성호 목사는 학창시절 학교생활에 그리 충실하지 않았었다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감리교 목사이고 4대 째 감리교 집안에서 자랐어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신학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의대를 가려고 했지요. 그런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권고로 진로를 바꿔 감신대에 들어갔는데 적응이 안되더군요. 공부 안하고 놀기만 했지요. 저는 당시 방황하는 감신대생의 전형이었습니다”

공부못해서 신학교를 선택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고 처음 2년을 매우 방황했다고 했다. 명문대랄 수 있는 연세대학 의과대학을 지원할 정도의 실력과 강한 자의식을 감신대가 채워주지 못하자 자신을 학대한 것이 ‘방황하는 신학생’, ‘노는 신학생’으로 표출된 것이다.

“제가 학보사 기자로 있었는데 3학년 때 하도 방황하는 제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당시 학보사 편집장인 장현구 목사가 절 부르더니 이러시더라구요.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여러개 있는데 어느 길을 선택하든 분명한 것은 네가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더이상 방황하지 말고 너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필요없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갔으면 좋겠다’... 그 충고가 마음을 찔렀습니다. 그때부터 노는거 끊고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 박성호 목사 부부

 

박목사는 학부를 졸업한 후 연대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감신대원을 선택하지 않고 ‘연신대원’을 선택한 것은 연세대 의대에 맺힌 한을 풀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는 서울남연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는 군목으로 입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목사로서의 사명감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내 자신이 ‘날라리 목사’라는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신학을 했으니 그저 목사가 되었을 뿐이었던 거죠. 목회에 대한 고민없이 관성에 이끌려 목회하는, 그저 직업이 목사일 뿐이었습니다.”

‘방황하던 신학생’은 이제 ‘날라리 목사’로 이어졌다. 선배의 충고로 방향을 잡기는 했지만 아직도 무언가 부족했던 것이다. 고민이 시작되고 지혜를 구하는 기도가 시작됐다.

“예수님의 일을 할 수 있지만 그의 성품을 닮지 않으면 폐기처분 당할 것 같았습니다. 재능을 키운다거나 해서 일하려고 하지말고 예수님처럼 어떻게 섬김과 겸손함을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 주된 고민이 되기 시작 했습니다.”

기도하는 중에 얻은 응답은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예수님처럼 섬기고 겸손하게 낮아지는 것이었다. 백마디 설교보다 한번의 섬김이 성도를 변화시키고 교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도들 입장에서 믿음의 문제를 생각하고 성도들의 관점에서 목회자상을 그려보고 성도들의 삶의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해 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목회가 바뀌기 시작했다. 
 

▲ 성금요일에 있었던 칸타타 모습 ⓒ 밸리하나로교회 홈페이지 제공     ▲ 건강검진(고려보건쎈터 지원)봉사

교회개척 이야기

박목사는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00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풀러에 입학해서 공부하며 UMC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다. 그러던 중 2004년 5월에 밸리하나로 교회를 개척하게 된다.

“교회를 생각할 때 마다 우리 주님께서 마태복음 16장18에서 ‘내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말씀이 늘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진정 예수님이 주인되신 교회는 교회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주님이 교회’니까 주님의 명령과 주님이 주신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대(大) 명령’(The Great Commandment, 마22:37-40)과 ‘새 계명’(New Commandment, 요13:34)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부활 후와 승천 전에 우리에게 “대(大)사명(The Great Commission, 마28:19-20)을 주셨습니다. 바로 이 명령과 맡겨준 사명이 주님의 교회를 위한 존재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하였습니다. 그래서 개척을 하면서 ‘어떻게 교회를 부흥시킬 것인가?’(know-how)가 아닌 ‘교회가 무엇이고 어디로 갈 것인가?’(know-what)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밸리 지역은 지금도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여 전세계로 배급하는 영적 ‘자갈밭’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영적 싸움이 심한 곳이기도 하다. 한인들도 많이 사는데 주로 이민 20년 이상의 중상류층들로서 엘리트의식이 강해 믿음의 뿌리를 내리기 힘든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영적인 도전장’을 내고 개척을 결심했다는 박성호 목사.

개척 초기엔 스페니쉬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다가 마침 적당한 교회 건물이 나와 교회를 구입하기로 하고 단 한번의 건축헌금으로 지금의 교회건물을 구입하게 된다. 보통은 기간을 정하고 작정하도록 하여 건축비를 적립해가는 방식인 것에 비하면 교회의 결정은 파격적이며 모험적이기까지 하다.

“우리가 건물이 목적이 아니지 않느냐. 여러분이 진정 자체 교회당 구입에 마음이 있다면 건축헌금을 하되 여러 번 건축헌금 작정하고 싶지 않다. 건축 헌금때문에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단 한 번만 건축 헌금을 작정할 것인데 건물 구입금액 360만불 중 다운페이할 30%의 헌금이 준비 되면 교회당 건물을 구입할 것이고, 그것이 아니면 지금은 하나님의 때가 아닌 것으로 믿고 다음으로 미루자고 말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한 번에 정확하게 다운페이할 30%의 헌금이 준비되어 지금의 건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 사회봉사위원회 가족사진촬영봉사 ⓒ 밸리하나로교회 홈페이지 제공

▲ 셀모임 ⓒ 밸리하나로교회 홈페이지 제공

▲ 중보기도모임 ⓒ 밸리하나로교회 홈페이지 제공

▲ 도서관 ⓒ 밸리하나로교회 홈페이지 제공

또 이런일도 있었다. 개척한지 1년만에 멕시코로 단기선교를 떠난 중고등부가 그곳의 열악한 상황을 보더니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교회에 요청해 온 것이다. 본 교회건축 전에 들어온 요청이었기에 교회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개척하여 처음 나간 선교지에서, 또한 2세들이 기도하며 요청한 선지에 결국 교회를 건축하기로 결정하고 교회건축헌금으로 준비한 10만불을 지급했다. 물도 없고 아무 선교팀도 오지 않는 불모지 같은 지역이었지만 그곳에 주님의 교회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건축비만 보낸 것이 아니라 매달 그곳을 방문하여 기도하고 실무자 중심으로 건축팀이 그곳을 방문하여 함께 교회 건축을 도왔다.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분명한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목회를 해야한다고 믿었습니다. 우리교회 건축도 중요했지만 멕시코가 더 절실했고 우리가 외면하면 그곳에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박목사의 목회 스타일이 그런것이었다. 자신보다 남의 사정을 더 배려하고 즉각 채워주는 목회를 한 것이다. 건축을 통해서 하나님께 드리는 기쁨이 있다면 그것이 우리 교회이든 남의 교회이든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성도들과 공유해 낸 것이다.

▲ 기도로 세워진 멕시코 선교지의 베델교회 입당예배 ⓒ 밸리하나로교회 홈페이지 제공

그러고 보면 교인들이 정말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회건물을 자랑으로 여기고 소유물로 여긴다면 ‘우리교회’ 지을 돈을 남에게 먼저 내어주는 일에 쉽게 동의할 수 있었을까? 그런 제안을 하는 목사를 쫓아내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 시대를 살다보니 당연한 믿음의 결정들이 놀랍고 새롭다.

방향이 분명한 목회, 그리고 교회

창립한지 7년째 접어 들었는데 자체건물을 가지고 있고 재적교인 400명 이상이 되었으니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만 놓고봐도 ‘성공’했다 할 수 있다. 미주KMC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이민교회의 90%이상이 80명이하의 교회인 것으로 보면 짧은 기간내에 초고속 성장을 이룬 셈이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교회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가는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방향성을 확실하게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우리교회의 5가지 비전을 말로만 비전이라고 선포하지 않고 그것을 한 해 한해 계속 반복해서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2005년엔 예배에 관하여, 2006년엔 선교에 관하여, 2007년엔 훈련에 관하여 2009년에는 다음세대에게 신앙유산을 물려 주는 것 등등 그 해에 교회가 집중해야 할 비전에 맞게 설교도 10번이상 연속설교를 합니다. 또한 5월에 전교인수련회가 있는데 전문강사를 모시고 당해 목표에 맞는 집중적 훈련을 받게 하는 식이죠. 그리고 5년을 주기로 교회의 비전을 계속 반복하여 훈련하는 것이죠.” 
 

양육 교재

밸리하나로 교회는 예배-전도-정착-양육-파송하는 시스템이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영혼을 치유하는 예배가 있는 교회>, <가서 영혼을 구원하는 교회>, <주님의 헌신된 제자들을 키우는 교회>, <끊임없이 믿음의 후손들을 길러내는 교회>, <성도들과 세상을 섬기고 변화시키는 교회>를 비전으로 삼고 그 비전을 하나하나씩 훈련해 나가면서 주님의 몸을 세워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항상 예배와 기도가 있다.

이 비전을 세우기 위해 누구라도 정착과정에서 생명반 3주코스를 거쳐야 하는데 장로가 이명받아 오더라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구원의 확신-교회가 무엇인가-우리교회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꼭 배워야 한다. 이게 끝나면 성장반으로 가서 12주 교육이 있고 다음엔 제자반으로 가서 리더쉽을 배우고, 이후 사역자반으로 올라가 예수의 성품을 닮아가는 사역에 대해 결단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을 감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시무장로도 될 수 있다. 장로가 12명인 이 교회에 시무장로가 5명밖에 안되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교회가 목회자의 카리스마나 인간적 신뢰에 바탕하다 신뢰가 무너지면 떠나는 교인들이 많은데 이렇게 말씀위에 세워놓으면 그럴일이 줄어 들수 있겠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방침을 강요하기보단 대화와 교육을 통해 공동체가 합의하고 힘을 모으면 시너지가 모아지고 책임도 나누는 것이 되기 때문에 위기에서도 분열할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창립예배를 드리기 이전에도 교인들과 함께 기도원에 가서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는 박성호 목사는 어떤 결정이든 혼자 하지 않는다. 교인들 모두가 함께 받은 비전을 향해 나아갔기에 흔들림 없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잘해서 부흥했다 하는소리 보다 주님께서 주신 이런 목표를 세우고 순종했더니 주님께서 이렇게 이끄셨다는 고백을 성도들이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래알사회를 근끈하게 만드는 힘은 이해관계도 아니고 사교집단화도 아니었다. 교회안에서 말씀으로 양육되어진 성도들이 공동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동안 의지하게 되고 협력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공동체가 되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하게 되고 실수하면 책임을 면하고픈게 인지상정이다. 신뢰는 깨지고 공동체는 무너진다. 특히나 이민사회는 한번씩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국처럼 ‘내 교회’라는 마음이 없다. 목사나 교인들 모두 교회를 떠나거나 옮기는 일에 용감하다. 미국 이민사회의 이런 정서에서 ‘가족된 교회’를 표방하기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하다.

“수요일마다 교회론만 가지고 5년을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교회에 대한 바른 인식이 없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떠나는 것을 봅니다. 목회자에 대한 존경심도 한국같지 않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이민목회입니다. 목사들이 떠난다고 하면 붙잡지도 않습니다. 능력있는 목사들이 널려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겠지요. 교인들도 나름대로 지위가 있고 엘리트 의식이 있다보니 리더쉽을 만들기도 힘든 게 미주목회의 현실입니다 ” 
 

▲ 원종호 장로의 기도로 시작된 부활주일대예배.

원종호 장로는 이렇게 말한다. “이분은 정말 진솔하십니다. 어쩌다 실수하실 때가 있는데 바로바로 인정하시며 솔직하게 대해주니 더욱 신뢰가 가는 분입니다.” 

교회개척때부터 함께 했다는 원종호 장로는 62세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무장로 자리에서 은퇴하고, 위원회 사역에만 열중해서 헌신한다고했다. 이유는 젊은 장로들로 하여금 일하게끔 자리를 비켜준 것이란다. 그게 목사님께도 부담을 안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희생하고 양보하는 교회가 건강하다는 모델을 스스로 세워가는 것이다. 실수에 대해 솔직하고 또 이를 용서하며 받아들이는 공동체에 분열과 싸움이 존재할 리 없다.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서 당황하며 판단력을 쉽게 상실한다. 그때 선례가 방향을 정해주며 위기를 끝낸다. 선례들은 전통이 되고 전통은 문화를 만들어 내며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교회는 선한 사례들을 계속 생산해 내야 한다. 그게 곧 선교가 되기 때문이다.

“보통 대학에 진학하면 학생들은 교회를 떠나서는 돌아 오지 않는데 우리교회 학생들은 방학때 마다 모두 돌아옵니다. 부모님이 출석하는 자녀들은 당연하고 친구를 따라왔다가 식구가 된 학생들도 모두 찾아오지요”

묻지도 않은 대답을 자랑하듯 들려주는 장로님에게서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 도서관에서 봉사 하는 한 여성도는 “말씀이 참 좋아요.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그 말씀대로 사시는 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 마다 설교 듣는거 보다 더 큰 은혜를 받게 된다는 거에요"라고 담임목사를 평가한다

삶으로 하는 목회

최근 교회 한켠에 도서실을 꾸미고 책을 대여하며 성도들간의 교제를 도모하는 일을 하기 시작한 어느 여성도는 담임목사를 평가해 달라는 필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말씀이 참 좋아요. 그런데 그보다 더 좋은 것은 그 말씀대로 사시는 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 마다 설교 듣는거 보다 더 큰 은혜를 받게 된다는 거에요. 기도보다 앞서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시지요. 사역이 먼저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먼저라고 말씀하시는데 자신도 그렇게 사시니 삶으로 설교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분이라고 얕잡아 볼수가 없어요”

최상의 칭찬이다. 교회입구에서 성도들을 맞이하던 다른 남자 성도도 입을 맞춘든 같은 이야기를 한다.

“말씀하고 삶이 같은 분입니다. 요즘에 보기드문 목사님입니다. 나보다 훨씬어리지만 무서울 지경입니다. 미국에 말만 번드르르한 목사들 많은데 이분은 정말 진솔하십니다. ”

전도를 위해 거리로 나가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교인이 늘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박성호 목사는 삶으로 하는 선교를 강조한다.

“당신이 서 있는 곳이 곧 선교지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엄마이면 가정이, 직장인이면 직장이 선교지가 됩니다. 내가 현재 있는 곳이 어디던지 예수님이 함께 있다는 자세로 살자는 것입니다. 마트에 가서도 목욕탕에 가서도 크리스챤의 모습을 잃지 말자고 하지요. 그게 선교요 전도라고 말합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가장 파괴력있는 전도 방법이라고 확신하는 박성호 목사. 교회가 빠른 성장을 하게 된 것은 교회 임원들을 포함한 모든 성도들이 사역자의 개념을 가지고 솔선수범하면서 스스로 희생의 본을 보여 온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그대로 삶의 선교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뱀파이어크리스챤'들은 교회에 발을 들여 놓은것으로 의무를 다한것으로 생각한다. 교회는 값싼 은혜를 남발하여 못먹고 못살면 축복받은게 아닌게 되어 버려 교회에서조차 비주류로 밀려나 '축복받은자들의 파티'를 지켜보게 만든다.

목사는 '교회일'을 하는 종교전문가가 아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살아내는 제자이며 제자삼는 전도자이다. 사실, 어떤 직업을 가졌던, 그것이 목사이던 성도이던 크리스챤이라는 밴드로 묶이는게 아니라 '제자'로 묶여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먼 미래의 어떤 장소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내 삶의 한가운데이다. 이곳에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제자들을 길러내는 것이 박성호 목사의 사역이며 또한 자신의 삶이다.

▲ 예배전 예배봉사자들이 함께 기도한다. 담임목사와 대표기도자를 위해서도 함께 기도하고 예배에 임한다.

2세 교육이 중요하다 

밸리하나로 교회는 나섬공동체. 중국, 멕시코, 아프가니스탄, 인디언, 캄보디아 등 여섯 선교지역을 정하고 현지에서 사역중인 선교사를 돕는다. 이 일은 속회(셀)가 담당한다. 한 셀이 한 선교사를 돕도록 하여 속도원들에게 선교에 대한 마인드를 심어주고 있다. 셀(속회)이 헌금하는 것은 모두 선교헌금으로 쓰인다.

박 목사는 특별히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미국에서의 청소년기는 문화의 부패와 타락으로 인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일은 목회적으로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타락한 문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화를 바로 직시하게 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방법이 멕시코, 애리조나 인디언 단기사역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에게 선교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역은 피선교지역 현실을 인식케 하고 영적으로도 변화되는 계기를 줄 수 있다. 2세가 있어야 젊은 교인들이 많게되는 효과도 거둔다. 밸리하나로교회의 청소년담당 목회자는 모두 4명이다. 

▲ 멕시코 양로원에서 섬기는 선교팀들

▲ 멕시코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청소년들     ▲ 1세와 2세의 하나됨을 위해 함께 운동하는 모습

▲ 예배전 찬양으로 뜨거워지는 성도들

2세교육위한 현지 사역자 양성되어야

박목사는 한국어가 서툰 이민 1.5세나 2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목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건너 온 목사들이 그런 능력을 갖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현지에서 청빙하게 되는데 재정이 약한 교회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2세교육을 방치하는 교회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선 청소년을 키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사역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면 다른 대안은 없는가? 박목사는 KMC 자체에서 영어 사역자를 배출해냄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재 KMC의 목회자 수급정책이 현지 사정과 맞지 않아 그마저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KMC에서 목사안수를 받으려면 3년 단독목회를 하거나 수련목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그 시스템으로 영어목회가 가능한 현지의 2세사역자를 키워 KMC에 남아 있도록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수련목을 마치고는 단독목회를 못해 타교단에 가서 안수를 받거나 안수를 받고도 UMC로 떠납니다. 현지에서 자라난 2세사역자들에게는 1년정도의 수련으로도 안수 받을 수 있게 하고 개척교회 안해도 안수 주는 걸 허락해주지 않으면 미국내 KMC는 사람을 키우고도 소망이 없습니다. 감독에게 재량권을 주어 목회자 수급이나 안수제도에 대해 고려해 줘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목사안수 받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현지사역자들이 침례교단이나 장로교단에서 안수를 받는다고 한다. 1000명 이상의 타교단 교회는 많은데 비해 미주내 감리교회치고 큰 사이즈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KMC의 목회자 수급정책. 주일학교나 청소년을 키워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미주사회는 성도들이 교회나 목사를 보고 선택하지 교단보고 선택하지 않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UMC로 가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영어권 사역자들의 의식구조도 한국인들과 많이 다릅니다. 면접볼 때 내가 할 일이 뭐냐 샐러리는 얼마냐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그리고 한국처럼 이것저것 다하는 부목사들이 아니고 시키는 일만하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한국 시스템이 고스란히 적용되기 힘든 부분인거죠.” 
 

▲ 에릭 전도사의 영어설교.     ▲ 유치부의 발표     ▲ 유년부의 발표

가족과 드리는 부활절예배

예배시간이 되기 한참 전부터 찬양팀의 찬양소리가 목회실로 들려왔다. 사람들이 차기 시작하는지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시간이 임박하자 예배 임사자들이 목회실로 모였다. 그리곤 늘 그리했다는 듯 곧 바로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다. 곧 이어 담임목사와 대표기도자가 무릎을 꿇더니 주위로 다른 임사자들이 어깨에 손을 대고 또 기도한다. 담임자와 기도자의 영적 능력을 구하는 중보기도이다.

부활절 예배는 가족과 함께 드리는 예배로 기획되었다. 대표자의 기도로 예배가 시작되는 것이 특이했다. 초등생들이 있어 다소 소란했지만 부활의 기쁨을 가족과 나누는 모습을 하나님께서도 기쁘게 받으실 것 같았다. 2세들이 대거 참여한 예배인 관계로 영어설교(EM) 시간이 특별하게 마련되었다. 에릭전도사가 강단 아래쪽에서 무선마이크를 들고 아이들 앞을 왔다갔다 하며 대화하듯 설교를 했다. 물론 상당부분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숙연해지며 에릭전도사의 설교속에 빨려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교회학교 아이들이 찬양을 준비해서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엄숙하게 진행되는 한국에서의 주일대예배에 비해 웃고 박수치며 예배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벼움이나 산만함을 느끼진 못했다. 모두가 일어서서 부른 부활찬가는 예수의 부활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고픈 간절함을 담고 있었고 성가대의 찬양시에는 대원들이 청중들과 함께 예배자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가 강단 앞으로 나와 서서 헨델의 메시야 중 “할렐루야”를 우렁차게 연주했는데 이때도 청중은 모두가 일어서서 함께 찬양하며 찬양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려는 듯 했다.

곧 이어진 박성호 목사의 설교는 비교적 짧았지만 청중을 진지하게 말씀속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런 날 설교 길게하는 눈치없는 목사는 아닙니다” 하고 운을 떼자 청중들이 까르르 웃었다. 설교시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행사가 있어 시간이 지체된 것을 두고 던진 목사의 유머였는데 청중들이 목사의 의중을 넘치게 받아 들이는 걸 보고 설교자와 두텁게 형성된 신뢰가 느껴졌다. 성도들에게 사랑받는 목사란 얼마나 행복하던가. 
 

▲ 유아세례

▲ 성가대의 "할렐루야" 찬양

▲ 할렐루야 합창을 서서 경청하는 성도들

▲ 설교하는 박성호 목사

▲ 전승철 성가대 지휘자의 헌금송. 전승철 집사는 미국 메트로폴리타 오페라 콩클 서부지역 1위 입상자이자 이태리 콩클 등 밸리하나로교회 성가대원인 곽현주 소프라노와 함께 입상경력이 화려한 LA최고의 테너 실력자라고..

▲ 예배후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는 박성호 목사. 서로간 깊은 신뢰가 느껴진다.

▲ 예배후 나누는 공동식사. 비빔밥이 준비되었다.

▲ 유년부 아이들이 부활절 계란을 나눠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