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며, 후반기 첫날을 시작.’
특별한 생각없이 읽으면 참 감사하고 좋은 덕담인데…… 나는 그만 생각이 달라 까칠(?)하게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일반론으로 더욱 풍성을 기원하는 것에는 절대 반대! *^-^* 풍성한 것을 거둬들이는 면면을 보면 다 끼리끼리 있는 놈덜만 더 갖게 되는 사회제도와 체제인 것을 변수로 생각해야 합니다. 몇몇 재벌 총수 가족들이 지난 1년간 얻은 풍성함은 13조원, 그 내막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할 일들에 뛰어든 재벌총수 가족들의 회사에 일감 밀어주기 등으로 탄탄해진 회사의 주식가치 상승으로 얻는 풍요가 1년 사이에 12조원! 주식배당 수익 1조원, 제한된 자원에 풍요와 풍성? 시각을 달리하면 오고와야 할 자손들에게 죄짓는 짓이여! (깨어있고 생각하는 지식인이어야지요!)’
얼마 전에 읽은 시인의 시가 생각난 겁니다.
내가 알고 있던 애송시‘그날이 오면’과 같은 제목의 시였는데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뒤돌아보니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우리 부모님이 살던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나라를 통째로 빼앗겼던 일제시대, 그때 그 시절 세상과 달라진 요즘 시인이 노래하는‘그날이 오면’은 어떤지 일단 시를 만나봅시다.
그날이 오면
박 노 해
그날이 오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나이 든 사람들을 경멸하리라
그들은 아이들 몫의 자원을 다 써버렸고
자식들을 위해 넘겨놓은 건 병든 대지뿐이니
그날이 오면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증오하리라
그들이 유산으로 남겨준 것은
콘크리트로 막아 죽인 갯벌과 강물과
쓰레기 더미로 썩어가는 바다와 들녘과
노후한 원자력과 핵폐기물 덩어리뿐
그날이 오면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저주하리라
농부와 토종 종자와 우애의 공동체를 다 망치고
깨끗한 물과 공기와 토양을 이토록 고갈시키고
막대한 빚더미만 떠넘긴 어른들을
더 이상 남겨둔 미래도 없이
삭막한 도시와 번쩍이는 기계더미와
역습하는 기후와 복수하는 대지만 남겨준
어른들을 증오하며 공격하리라
그날이 오면
그날이 다가오면
*
*
*
우리 같은 세대에게‘그날이 오면…’은 나라를 빼앗긴 일제시대가 생각나고……
상록수의 저자인 심훈이 생각나고……
목이 터져라 시인이 부르는 노래 ‘그날이 오면’이 생각납니다.
마치 내가 부르던 노래처럼 말입니다. 그 노래도 들어 봅시다.
그날이 오면
심 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보신각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조상과 가난한 부모님이 물려준 이 육신, 이 한 몸뿐인 시절엔 정말 온 몸으로 노래를 합니다.
그 절박함이 피부에 와 닿아 온 몸에 소름이 다 끼쳐집니다.
그런 시절이 우리 보모님들의 세상이었고 우리가 살던 시절입니다.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 육신, 이 한 몸뿐만이 아니라 조상과 부모님이 생고생을 해서 얻은 풍선한 물질로 베풀고 물려주는 그 풍요와 풍성함 속에서 우리 자녀들이 무슨 노래를 부르라고 다시 더욱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풍성하기를 기원한단 말입니까? 오늘 날, 우리가 새롭게 듣는 시인의 노래인 ‘그날이 오면’이 예언처럼 내 몸에 몸서리쳐지는 전율이 됩니다. 너무나 너무나 가깝게 다가와 있는‘그날’이 아닙니까? 그러니 꿈에라도 풍요와 풍성함을 기원하는 기도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절박한 이웃에게 나누어지는 풍요, 힘든 노동자들에게 풍성함이 나누어지는 정당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정의 사회, 그 정의가 풍성해지고 정당하게 나누어져 풍성해지는 사회가 되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더 절제하는 생활, 스스로 그러한 자연에 가까운 검소한 생활을 조금씩조금씩 꾸준히 살아야할 결심이 행복한 생활이 되길 축원합니다.
그날이 오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나이 든 사람들을 경멸하리라
그들은 아이들 몫의 자원을 다 써버렸고
자식들을 위해 넘겨놓은 건 병든 대지뿐이니
그날이 오면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를 증오하리라
그들이 유산으로 남겨준 것은
콘크리트로 막아 죽인 갯벌과 강물과
쓰레기 더미로 썩어가는 바다와 들녘과
노후한 원자력과 핵폐기물 덩어리뿐
지나온 세계역사는 더욱 더 풍요와 풍성함이 가정과 가문과 사회와 국가와 민족을 부패하게 하고 결국 망하게 만드는 주범이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2011년 후반기 첫날을 지나면서 우리의 기원이 절제의 미덕으로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질서 회복을 기약하며 성숙한 법과 제도를 통하여 공정한 분배로 다함께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기쁨을 나눌 수 있게 되길 축원합니다. (2011. 7. 1 덤 목사)
그날이 오면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저주하리라
농부와 토종 종자와 우애의 공동체를 다 망치고
깨끗한 물과 공기와 토양을 이토록 고갈시키고
막대한 빚더미만 떠넘긴 어른들을
더 이상 남겨둔 미래도 없이
삭막한 도시와 번쩍이는 기계더미와
역습하는 기후와 복수하는 대지만 남겨준
어른들을 증오하며 공격하리라
그날이 오면
그날이 다가오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