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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교센터 및 띠에라 싼타 감리교회. 삐스꼬 강가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
솔직히 페루 선교 여행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실적 여건들도 그랬고 이 부족한 사람의 나이와 건강도 그랬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회복하는 일에만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루를 잊을 수 없고 가슴이 아려 올 정도로 그리운 것은 웬일일까? 그 곳에는 분명 살아 움직이는 영성이 숨 쉬고 있다. 사막 영성은 오직 그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다. 페루에서 돌아와 거의 날마다 그 곳의 영감 넘치는 음악과 풍경과 그 곳 문화와 설명할 길 없는 어떤 영성(?)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그곳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오묘하고 그윽한 영성세계가 있다. 볼 눈이나 들을 귀나 감지할 수 있는 피부만 있다면 누구라도 그 곳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저들의 전통 악기인 길이의 순서에 따라 묶은 피리(panpipe)의 음률은 우리를 깊은 영성 세계로 이끌어 가기에 넉넉하다. 소리는 부드럽지만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피리 소리는 영의 소리다. 골수 깊은 곳에서 호소하듯 울려나오는 울부짖음 같은 애절한 소리다. 우리를 무한 영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안데스의 높고 깊은 산은 신적 조우(神的 遭遇)와 하늘에 가 닿는 기도가 우러날 정도로 우리를 압도한다. 커다란 맑은 눈과 까만 머리의 순수한 어린이들은 언제나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다. 좀 어폐 있는 표현이지만 웃음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페루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속 깊은 사연을 호소하듯 들어달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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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띠에라 싼타교회 주일학교에 일찍 먼저 온 어린이들 |
어쩌면 그렇게 동물들마저 귀엽고 순진한지 그 표정을 보면 마음마저 부드러워진다. 당나귀와 야마는 물론 돼지에게서조차, 그리고 수많은 거리의 개들까지도 정감이 가는 표정이다. 사막에서야 기댈 곳이 하나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의 손길만 의지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다면, 안데스 산에서는 그 장엄함과 아득한 아름다움 때문에 그만 넋을 잃고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눈을 들어 산을 보라. 인생살이 도움뿐만 아니라 저 깊고 그윽한 신의 향기 속에 깊이 빠져드는 영성의 세계는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빠져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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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데스 산맥을 넘어 가는 도중 폭포 근처 놓아 먹이는 당나귀의 순진한표정 |
그 페루가 우리를 부른다. 누군가 나에게 강압하듯 그 부름에 응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어찌할 것인가? 나의 응답은 페루를 위해서, 페루 사람들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고 나의 믿음을 위한 것이고 나 자신의 영성 심화를 위한 것이다. 브라질에도 세 번씩이나 갔었지만 그 곳에서 느껴보지 못한 것들, 특별히 무한 세계로 들어오라고 손짓해 부르는 영적 초청의 소리를 페루에서 감지하고 있다. 믿음의 깊이와 높이를 더할 것만 같은 그러한 페루의 광경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몸 둘 바를 모르게 한다. 그리운 것이다. 그 부름에 누가 응답할 것인가?
조상도 우리 조상과 같은 핏줄이다. 오랜 역사와 문화와 전통이 잠재한 곳, 다른 무엇보다 저들 나름대로의 오랜 신앙과 영성이 잠재한 곳, 그것을 일깨우고 배우고 꽃 피우는 일에 누가 함께할 것인가? 페루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일꾼을 부르고 있다. 그 부름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고 나설 이 누구인가?
이미 터가 잡혔고 초석이 놓였으며 교회 건물이 싹터 자라고 있다. 그 터는 페루의 수도 리마(Lima) 남쪽이다. 리마 북쪽으로는 가보지 못했지만 한국 장로교에서 이미 그 선교 지경을 넓혔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리마 남쪽에는 전무하다. 오직 우리 감리교회의 유건원 선교사가 터를 잡고 복음의 씨를 뿌림으로써 현재 13개 감리교회가 개척되어 있다. 그 가운데 네 교회는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자립한 상태이고 금년에 두 교회가 건물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감리교회의 신영조 선교사가 친챠(Chincha)에 있는 한 교회를 섬기고 있고 나머지 교회에서는 페루 현지 목회자들이 복음을 전하고 있다. 선교센터는 처음에 야야꾸초(Ayacucho)에 있었으나 안데스 산을 넘어가서 있는 관계로 가기도 어렵고 외진 곳이라 안데스 산맥 서쪽 해안가로 나오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니라 십고초려(十顧草廬) 끝에 삐스꼬 강(Rio Pisco)가 언덕 위의 전망 좋은 곳에 땅을 얻어 높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삐스꼬(Pisco) 시를 중심으로 북쪽 친챠(Chincha)에 한 교회를 비롯하여 남쪽으로 빠라까스(Paracas)에 한 교회, 이까(Ica)에 두 교회, 그리고 저 멀리 남쪽으로 나스까를 거쳐 칠레 국경까지, 그리고 삐스꼬 인근 동쪽으로 세 교회가 있고, 멀리 안데스 산을 넘어가 아야꾸초에 두 교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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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데스 산 골짜기에 놓아 기르는 야먀들이 풀을 먹고 있다 |
몇 곳을 다니면서 상황을 살펴보니 앞으로 추수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 건설되는 도시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뻗어가고 있는데 그 곳에 아직 그 어느 교회(가톨릭교회를 포함)도 없기 때문에 안데스 산 너머 구석구석까지 포함한다면 추수할 것이 너무나 많아 일꾼들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당장 필요한 일꾼은 이미 개척된 교회의 내실을 기하고 키워서 발전시켜 자립하도록 돕는 일과 신학교 운영 및 현지 페루인 목회자 양성과 연장교육을 담당할 일꾼이다. 유건원 목사가 금년에 이미 한국 연회에서 은퇴하였고 페루 선교 현지에서도 내년 2012년 4월에 은퇴할 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일꾼이 당장 시급하게 필요한 상태이다.
스페인어가 문제라고 걱정하실 터이지만 어느 분이든 소명감만 있으면 다 해결하게 되어 있다. 우선 영어를 사용하면서 스페인어를 배우면 된다. 언어는 언제나 현지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첩경이다. 유건원 선교사도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까지 동원하여 언어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선교의 터를 그만큼 잡아 놓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 때문이라고 믿는다. 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들어 쓰실 때, 부르신 다음에 응답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하나님의 일을 위하여 그것을 수행하는 데 꼭 있어야할 것들을 갖추어주신다는 사실을 모세의 이야기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명을 감당하기에 넉넉한 능력도 갖추어 주신다는 것을 믿고, 바다 건너 저 먼 나라에서 오라고 부르는 소리에 선뜻 응답할 분을 시급하게 또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또 이미 길이 닦여 있기 때문에 임마누엘 인도하심만 믿고 나서시면 여기저기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이 곁에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다. 이미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여러 교회와 목사님들이 돕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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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여년 동안 페루인 주거지역이었던 빨빠 Palpa 시내 플라자 |
페루는 가서 뼈를 묻을만한 곳이다. 물론 먼 나라 낯설고 언어와 기후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곳에서 선교사역을 한다는 것은 특별한 소명감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유건원 선교사도 아예 페루에 뼈를 묻을 각오로 부르심에 선뜻 응답하였고 또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뼈를 묻을 각오로 나서는 일에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무엇이 두려우랴! 페루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 일꾼을 부르고 있다.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하면서 나설 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최종수, 연합감리교 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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