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군종병들

군 목회를 하면서 수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함께 생활하는 군종병들과의 추억이 참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사역 중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세 가지 사례들을 정리했습니다.

1. 불을 꺼주세요!

매월 첫 주일 저녁 예배시에 그 달 생일을 맞은 병사들을 축하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큼지막한 케잌도 준비하고 생일축하 노래와 연주곡도 연습하고.... 그리고 군종병들을 모아 놓고 리허설까지 했습니다. 반주자는 자연스럽게 연주를 시작하고 앞쪽과 뒤쪽 전등 스위치를 맡은 군종병들은 천천히 단계적으로 불을 끄고 불을 붙인 케잌을 군종병이 들고 나오면서 축하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리고 그 때 생일자들이 걸어 나오면 고깔모자를 들고 있는 군종병들이 한명씩 머리에 씌어준다. 몇 번씩 반복해서 설명하고 리허설을 했는데.....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 뒤쪽 불이 안 꺼지는 겁니다. 그 일을 맡은 군종병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벌써 초에 불을 붙인 케잌은 들어오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제가 “불을 꺼 주세요, 불을 꺼주세요”를 외쳤을 때, 바로 그 때 모두가 경악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케잌을 들고 들어오던 군종병이 케잌에 빼곡하게 꽂혀있는 촛불을 다 꺼버린 겁니다.

전등을 끄라고 했던건데.... 지 생일도 아니면서.

2. 육군본부에 전화한 군종병

장군 진급 발표가 있던 날입니다. 장군 진급자 명단은 일부 주요 직위자에게만 공개되기 때문에 명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육을 위해 예하부대로 떠나면서 사단장 부관에게 부탁을 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군종병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부관에게 다 말해 놓았으니 이 사람들이 명단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전화해라!” 5분이면 될 일인데 30분이 지나도 전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목사님 다 알아봤습니다. 육군본부에 전화하느라 늦었습니다.” 오잉! 육군본부? “왜 육군본부에.....” 군종병의 답변을 듣고는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전속 부관에게 전화를 했어야 했던 이등병 군종병은 부관참모부로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은 군종병보다 한 달 고참인 이등병 계원은 친절하고 거만하게도 장군 진급자 명단은 육군본부에 전화해야 알 수 있을 거라는 충고를 했답니다. 군종병은 목사님께서 주신 미션을 끝까지 수행하기 위해 육군본부에 전화를 걸었고 마침 교회 다니시는 실무자 중령분이 전화를 받아 이등병이 부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명단에서 찾았다니.....

그 분이 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진땀이 흘렀습니다. 게다가 육군본부 교환에게 인사과를 연결해 달라고 했다니 교환도 적잖이 고민했을 겁니다. 육군본부에 인사과가 웬말입니까?

3. 집사님! 선물 받으셨지요?

퇴근하면서 군종병에게 임무를 주었습니다. 지난 주에 교회에서 나누어준 선물들을 혹시 못 받으신 분들이 있는지 직접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다음날까지만 조사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 지시 때문에 다음 날 아침 상황회의에 들어갔다가 일직사령과 인사참모, 본부대장의 헬쓱해진 얼굴들을 보아야 했습니다. 구역 편성표를 보고 모든 성도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군종병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곳은 사단장 공관. 그것도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에 군전화로.... 깜짝 놀라 전화를 받은 사단장님께 했다는 군종병의 말 “집사님 선물 받으셨나요?” 사단장님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으이구, 내가 못살아! 순순히 답을 하신 사단장님께 일직사령과 인사참모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무서운(?) 군종병이었습니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1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