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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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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6월 15일 (수) 17:28:09
최종편집 : 2011년 06월 15일 (수) 18:58:34 [조회수 :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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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가사키

무슨 일이 있었나

 

   

나가이 다카시 지음 | 978-89-966530-1-1 03300
2011년 6월 18일 발행 | 148 / 210 | 단도 | 248쪽 | 정가 11,000원
(우)122-806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307-1 가-104 <도서출판 섬> 편집장 이정아 (016-706-9878)

 

 

 

일본 대지진 100일!

후쿠시마 원전사태!

다시 돌아보는, 1945년 나가사키의 절규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

 

 

 

◆ 책 소개

지난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대를 덮치면서 전 세계를 방사능 오염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6월 18일로 일본 대지진은 100일을 맞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아직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했고,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까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핵의 공포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은 핵의 공포를 가장 잘 학습하고 있는 나라였다. 그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투하를, 그것도 두 차례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한 발씩 투하되었다. 그렇게 투하된 원자폭탄은 일거에 두 도시를 날려 버렸다. 1945년 연말을 기준으로 총 사망자만 21만에 달했다.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한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족히 100만을 헤아릴 것이다.

이 책은 1945년 8월 9일, 그날의 기록이다. 그날, 저자 나가이 다카시는 나가사키 의과대학의 연구실에서 강의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가사키의 모든 사람들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11시 2분, 나가사키의 우라카미 상공에서 한 발의 원자폭탄이 “번쩍, 쾅!”하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나가사키는 일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토네이도의 열 배에 달하는 위력의 원자 폭풍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고, 철을 녹이는 용광로보다 배 이상 뜨거운 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줌의 재가 되었다. 살아남은 이들도 심각한 부상과 방사능 피폭으로 겨우 숨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나가이 다카시 역시 동맥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아내를 잃었지만, 불바다로 변한 현장에서 남은 의료진을 모아 구호활동을 개시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그날의 사건을 기록하여 1945년 10월, ‘구호대활동보고서’로 제출했다. 이는 원자폭탄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원고를 검열했던 미국 국방성이 그 충격적인 내용에 놀라 한동안 출판을 금지하였을 정도였다. 그들은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기를 바랐다. 하지만 저자는 이 끔찍한 기록을 남긴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만 두라, 멈춰라, 전쟁만큼은 하지 말아다오. 사람들은 원자폭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진상을 그대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곧바로 연필을 잡고 나가사키 최후의 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기록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원자병으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지독한 고통과 싸우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 그것은 바로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원폭의 실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의 글에는 방사선 의학자였던 자신이 몸소 겪은 원폭의 현실이나 원자병 치료 사례 등의 학술적인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감 없는 현장 기록이다. 또한 고아로 남겨질 어린 남매에 대한 절절한 부성 역시 곳곳에 녹아 있어 독자로 하여금 눈물짓게 한다. 특히 이 책,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 일이 있었나(원제 : 나가사키의 종)」은 베스트셀러로서 전후 수많은 일본인의 심금을 울려 영화와 노래로도 제작되었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2011년! 인류는 원자폭탄에서 원전으로 변신한 핵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핵의 공포를 겪어왔던 일본인들마저 안전을 장담하며 많은 원전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과 쓰나미로 원전과 원폭이 핵의 양면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산업화의 미명 아래, 가장 안전한 에너지라는 맹목적인 믿음 위에, 그들이 건설한 원전의 실체는 문자 그대로 ‘죽음의 공포’ 그 자체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정책을 원전폐지와 축소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한국과 중국만이 계속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적 실리라는 명분으로 전 세계를 방사능 오염의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핵 발전을 계속하겠다는 그들의 논리는, 핵무기로 자국의 국방을 지키겠다는 군사 위협과 다르지 않다. 핵은 더 이상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

여기 1945년 나가사키에서 울려 퍼진 한 사람의 절규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평화와 반핵’을 외쳤던 나가이 다카시.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마다 우리는 그가 방문객들에게 적어주었다는 한 문장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 저자 소개

저자 나가이 다카시(永井 陸)

 

   

 

 

 

 

 




나가이 다카시는 1908년 2월 3일 시마네 현의 오지에서 태어났다. 나가이의 조부는 한의사였고, 부친은 서양 의사였다. 나가이는 명문인 마쓰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물론에 심취하였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나가사키 의과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을 맞아 영혼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이 무렵, 나가이는 가톨릭에 관심을 갖게 되어 우라카미의 가톨릭 신자의 집으로 하숙을 옮겼으다. 집 주인인 모리야마와 그의 딸 미도리와 가까워지면서 감화를 받게 된다. 1932년, 군의관으로 징집되어 만주로 떠났으나, 1934년 귀국하여 영세를 받고, 그해 8월 미도리와 결혼하였다. 그는 방사선 의학의 개척자로서, 1932년부터 의대 강사, 조교수를 거쳐 의학박사 학위를 받아 1946년 1월 나가사키 의과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전시체제 하에서 방사선 위험수칙을 지키지 못한 채 무리한 나머지 백혈병에 걸리고 만다.

운명의 그날,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의 우라카미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이로 인해 아내 미도리를 잃고 나가이 자신도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그는 남은 의료진을 모아 제11구호대를 조직하고 지휘하여 나가사키와 인근 지역까지 순회 진료하여 많은 인명을 구하였다. 구호대를 해산한 후에는 폐허가 된 폭심지 우라카미로 돌아가 움막을 짓고 살면서 잔류방사선의 연구를 시작한다. 대학이 재건되어 교수직으로 돌아갔으나, 병세가 악화되어 1946년 나가사키 역에서 쓰러진 후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 후, 나가이는 한 평짜리 집 ‘여기당’에서 저술활동에 전념하며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1945년부터 195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배출하였다. 1949년 출간된 「나가사키의 종」은 영화화되어 전 일본인의 심금을 울렸고,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가이 박사는 자신의 인세 수익의 대부분을 재건사업 등에 기부하였다.

그 공로를 인정하여 1950년 일본정부는 나가이에게 국가표창과 나가사키 명예시민증을 수여하였다. 악화되는 병세에도 불구하고 나가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편지를 쓰며 평화의 메시지를 나누었다. 이런 그의 활동은 일본의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의 사후, 원폭피해자를 위해 봉사한 이들을 위해 ‘나가이 다카시 상’이 제정되었으며 나가사키 의과대학에는 ‘나가이 타카시 기념 국제원폭피해자의료센터’가 설립되었다.

1951년, 나가이 다카시는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그해 5월 1일, 마침내 숨을 거두었다. 시신은 그의 유언대로 나가사키 의과대학에 기증되어 원자병의 중요한 자료로서 해부되었다. 5월 3일, 나가이 박사의 장례는 우라카미 교회에서 나가사키 공장(公葬)으로 치러졌고, 2만여 명의 추도객이 운집하였다. 나가사키의 모든 사찰과 교회의 종들이 함께 울려 조의를 표하였다. 그의 유해는 먼저 간 아내 미도리의 곁에 묻혔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묘비에는 다음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가복음 17장 10절) 
 




역자 김재일 목사

김재일 목사는 1958년에 출생했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 충북 베다니교회와 강원도 홍천의 보리울교회에서 각기 6년씩 목회를 했으며, 경기도 화성의 아름다운성빛교회를 거쳐 연평도 연평교회를 섬겼다.
평생 농촌선교에 헌신하였으며, 예장 생활협동조합 초기부터 활동하여 상임이사를 역임하였다. 생태ㆍ환경 중심의 삶을 추구하며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고자 애쓰다가, 2010년 4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역서로는 『사선을 넘는 믿음으로』, 『돈 한 푼 없이 부자로 사는 법』, 『아미시 그레이스』,『아이를 변화시키는 두뇌음식』,『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내 몸 내가 고치는 식생활 혁명』 등이 있다.

  


 
◆ 추천사

원폭피해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길을 찾지 못한 나라의 시민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핵도 그 치명적 파괴성을 고려한다면 평화와 생존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소설 같은 기록을 통해 말한다. 이 책은 핵의 위험에 대한 우리의 불감증을 깨우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이 책은 원폭피해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헌신했던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나가사키 원폭 현장 기록입니다. 아직도 평화로운 핵의 사용을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전쟁이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나가이 다카시 박사가 온몸으로 고발한 원폭과 전쟁의 비참함 앞에서 우리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김용길 회장-

「나가사키의 종」은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희생이 된 한 의사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지옥 같은 곳에서 인간이 얼마나 큰 희생을 바칠 수 있느냐하는 한 숭고한 인간상을 보여준 위대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여러 저서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데 그 모두가 하나같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삶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 골자는 바로 평화와 이웃사랑이라는 두 마디의 말로 요약됩니다.
-최옥식 한국여기회 회장-

 




◆ 목차

   

1장 1945년 8월 9일
폭풍전야의 나가사키
번쩍, 쾅!
태양이 빛을 잃다
친구의 아이

2장 세상의 종말
전멸, 사람을 먼저 구한다
생존자들의 밤
죽창과 원자폭탄
거대한 무덤
아내의 묵주

3장 여기애인(如己愛人)
순례자들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하여
살아남은 자의 슬픔

4장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최초의 원자병
원자병의 치료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아버지의 유산

5장 평화의 기도
슬퍼하는 자들은 행복하다
나가사키의 종
죽음 앞에서

유언, 사랑하는 아이들아

폭풍전야의 나가사키 번쩍, 쾅! 태양이 빛을 잃다 친구의 아이 전멸, 사람을 먼저 구한다 생존자들의 밤 죽창과 원자폭탄 거대한 무덤 아내의 묵주 순례자들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하여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인류최초의 원자병 원자병의 치료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아버지의 유산 슬퍼하는 자들은 행복하다 나가사키의 종 죽음 앞에서 유언, 사랑하는 아이들아

 




◆ 본문 보기 
 

 

 

   

   

 

◆ 본문 내용

그는 깜짝 놀라 소의 목을 끌어 당겼다. 우라카미 하늘에는 희고 뭉클뭉클한 솜 같은 구름이 생기더니 점점 커지고 있다. 초롱을 흰 솜으로 두껍게 싼 것 같이 겉은 하얗지만 가운데에는 빨간 불덩어리가 빛나고 있었다. 흰 구름 중심에서는 적색, 황색, 보라색으로 빛나는 섬광이 쉴새없이 번쩍이면서 방전을 일으켰다.

구름은 만두 형태가 되어 계속 위로 올라가더니 나중에는 버섯 같은 모양이 되었다. 이번에는 그 흰 구름 바로 아래의 우라카미 지상에서 시커먼 연기가 딸려 올라가듯 솟구치기 시작했다. 위의 버섯 모양의 구름은 창공 높이 오르더니 이내 시커멓게 변하면서 형체가 찌그러져 동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아래의 검은 구름도 산보다 높이 솟았다가 일부분은 다시 땅위로 떨어지고 일부분은 동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날씨는 쾌청하여 햇빛은 산과 바다에 비치고 있었으나 우라카미만은 거대한 구름의 그림자에 가려 캄캄하게 보였다. 잠시 후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옷자락이 펄럭거리고 나뭇잎들이 바람에 불려 날아갔지만, 폭풍도 여기까지 와서는 퍽 약해진 셈인지 소도 놀라서 날뛸 정도는 아니었다. 가토는 바로 근처에서 또 다른 폭탄이 터진 줄로만 알았다.

- ‘번쩍, 쾅!’ 에서 -

여기저기 사람의 절단된 사지가 굴러다니고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귀와 코에서 피를 흘리는 자도 있었다. 두개골절인 듯하다. 엄청난 힘이 땅바닥에 둘러메친 듯하다. 입으로 피거품을 내뿜는 자도 있다. 토미타 군이 그 사이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을 먹이고 말을 걸며 돌아다니고 있다. 제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 중에 조금이라도 몸을 뒤척이는 자가 있어 ‘혹시 살릴 수 있을까’ 하고 가보면 곧 눈을 하얗게 치켜뜨고 죽어 버린다. 이렇게 20여 명이 앞을 다투어 죽었다. 둘이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오키 교수는 “거기...누구 없어요!” 하고 사방으로 외쳤다. 꼼짝 않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바람은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하여 이리저리 돌풍이 일으키고 있었다. ‘휘익 휘익’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섞여 여기저기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도와달라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사람 살려요!” “괴로워요!”, “도와주세요!” “뜨거워요, 타들어 가요.” “물 좀 주세요!”
“어머니...”


교수는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하늘이 온통 고체와 같이 짙은 악마의 형상을 한 구름(魔雲)에 덮여있다. 태양은 빛을 잃고 불그스름한 원판으로 보인다. 주변은 석양이 질 때처럼 어둑어둑하고, 오싹하리만치 추웠다. 귀를 기울이고 들으니,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는 점점 줄어갔다. 엄마를 부르던 아이는 이미 타 죽은 것 같았다.

- ‘태양이 빛을 잃다’ 에서 -


단 한 방으로 이렇게 많은 생명을 앗아간 이 엄청난 파괴력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그때 간호부장이 달려와서 한 조각의 종이를 줍는다. 어젯밤에 적기가 뿌리고 간 삐라다. 종이 위의 글을 보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뭐! 원자폭탄!”
나는 다시 한 번, 어제와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
‘원자폭탄의 달성’
‘일본은 패했다!’

그렇구나! 갑자기 어제부터의 일들이 전부 이해가 되었다. 이 위력은 원자폭탄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제부터 관찰했던 결과는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원자폭탄의 폭발가설과 모든 점에서 꼭 들어맞는다. 어떻게 이 어려운 연구를 완성했단 말인가!
과학의 승리! 조국의 패배!
물리학자의 환희! 일본인의 비탄!

나는 복잡한 감정으로 설레는 가슴을 가다듬어 가며,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원자 벌판을 배회한다. 죽창이 떨어져 있다. 발로 차니까 ‘덜컥 덜컥’ 하며 공허한 소리를 낸다. 집어 들어서 하늘을 항하여 찌르는데 눈물이 났다.

‘죽창과 원자폭탄...아아! 죽창과 원자폭탄이라니! 이 얼마나 비참한 희비인가? 이게 무슨 전쟁인가? 이것은 더 이상 전쟁일 수 없다. 우리는 그저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죽기 위하여 땅위에 나란히 줄 세워졌을 뿐이다.’

- ‘죽창과 원자폭탄’ -


나라는 망했지만, 부상자들은 아직 살아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구호대의 할 일은 남아있다. 일본은 망했지만, 의학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은 이제부터가 아닌가? 국가의 흥망과 관계없이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우리의 대상이 아닌가?

적과 아군의 구별은 본래 적십자정신에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비참한 일을 맞게 된 것은 여태 일본이 개인의 생명을 너무도 함부로 생각하고 소홀히 여겼기 때문이 아닌가? 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함으로써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겠다고 모든 것을 참고 목숨까지 바쳐가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노력은 결국 패배로 돌아왔다. 누가 지는 싸움을 하고 싶겠는가. 그것을 보면 지는 싸움판에 끌려 들어가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한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억울한 이들일 것이다. 이들을 위로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말고는 없다.

나는 “우리들이 하지 않는다면...” 하면서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러자 “저도요, 저도요!” 하며 다들 일어선다. 다시 활기가 되살아나고 표정에 생기가 돈다.

-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하여’ 중에서 -


이제 바야흐로 인류에게는 원자시대가 개막되었다. 인류는 원자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아니면 비참해질 것인가. 하느님이 감추어두었던 원자력이란 보검을 수중에 넣은 인류가 이 검을 휘두르며 어떤 춤을 출 것인가? 선용하면 인류 문명의 비약적 진보가 될 것이요 악용하면 지구를 파멸시킬 것이다. 어느 편이나 쉽고 간단한 일이다. 그리하여 그 어느 편을 택하느냐 하는 것도 결국 인류의 자유의지인 것이다. 인류는 마침내 자기 손으로 얻은 원자력을 소유함으로써 자기의 운명의 열쇠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생각이 이에 이르니 실로 소름이 끼친다. 확실히 참된 종교 외에는 이 열쇠를 잘 사용하고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찌르릉, 찌르릉’ 귀뚜라미가 운다. 내 품에 안긴 가야노가 자꾸만 젖을 더듬는다. 더듬어 찾다가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란 것을 알았던지 소리를 죽여 울기 시작한다. 울다가 다시 잠이 든다. 나뿐 아니다. 이 원자 벌판에는 오늘 밤 얼마나 많은 고아와 홀아비들이 울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밤은 길고 잠은 짧다.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하는 사이에 어느 새 창이 훤해졌다.

- ‘나가사키의 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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