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평화행동과 감리교신학대학교 제29대 총학생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제27대 신학과학생회가 주최한 제2회 감리교평화학교 셋째 날 포럼이 2011년 5월 31일(화) 오후 5:30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 웨슬리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은 목회자 수급 문제에 관한 포럼 ‘신학생 실업시대, 우리에게 내일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열려 목회현장에 나가게 될 신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약 50여명의 학생, 목회자들이 함께 하며 진지하게 경청하고 질문, 대답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선 최선 감신 총학생회장은 "본부 수급위원회가 수련목 시험 등의 과정에서 다수의 지원자를 불합격시킴으로 수급조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였다. 현실적으로 많은 신학생들이 수련목회자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합격률이 너무 낮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2010년 합격자는 233명이었으나 2011년에는 150명으로 무려 80여명이 줄었다.

또 준회원 과정고시에 응시한 971명 중 244명이 불합격하였는데 이는 예년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런 수치로 볼 때 신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진급시험을 통해 목회자 수를 조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선 회장의 문제제기에 함영석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 본부 행정부장이 답변하였다. 함 부장에 따르면 성적이 부끄러울 정도로 저조하여 오히려 합격자를 높이기 위해 커트라인을 내렸다고 한다. 즉 수요자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없으며 시험자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 학교측도 자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는 은급문제가 맞물려 있어서 목회자 배출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현재는 신은급법이 제정되어 다양한 기관으로의 목회자 파송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였다.

이에 최 회장이 "수급에 관한 계획이나 고려 없이 그저 신학생 수준만 높이라고 주문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함 부장은 "교역자 수급이 본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신학생의 점수(수준)가 낮은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문제이다. 게다가 해마다 누적되는 재시험자들로 공급이 더 많은 구조가 되었다. 법을 개정하는 방법 외에 다른 해결책이 마땅히 없다"고 대답하였다.

이어 김오성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는 대안적 제안으로 다양한 목회의 장을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주5일 근무제 등의 시행으로 국민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기에 당연히 목회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하며 이런 내용을 반영한 새로운 방식의 목회를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본부는 다양한 방식과 현장에서의 목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회의 형태도 다양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표하였다.

회의로 인해 뒤늦게 포럼장을 찾은 김홍기 감신대 총장은 우선 감리교 3개 신학대가 통합되고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김홍기 총장은 "머지 않아 대학 신입생이 줄어든다. 감신은 신학대로, 목원 협성은 종합대로 가야한다. 감신과 목원은 어느 정도 통합에 동의하나 협성은 반대하고 있다. 타학교에서 일반학과를 전공하고 감신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졸업한 교수, 의사 등 고급인력이 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 받는 것이 어려워 타교단으로 많이 가고 있다. 이들에게 목사 안수를 주고 감리교회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교세확장에도 좋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목회자 이중직도 허용해야 한다. 영국이나 일본에는 목회자가 교회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여 감신에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니 선교사로 보내는 길도 있다. 글로벌하면 해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교단은 신학교에 지원금을 주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신학교 재정의 5%-15%를 교단 본부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나 한국 감리교회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 또 장정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이었다.

김 총무와 김 총장의 이야기에 함 실장이 "법적 검토와 개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목회자 시험에 관한 것은 수험자들이 충분히 시험을 준비하지 않고 응시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청중 중 한 여성목회자가' 여성성 보장 위해 여성목회자를 억압하는 제도들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함 부장은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 교단 내 약자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조처들을 위해 개인적으로도 애쓰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또 청중 중에서 시험을 어떻게 보길래 불합격자가 그렇게 많으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 질문에 덧붙여 김 총장도 쓸데 없는 것을 외워서 보게 하는, 너무 수준 낮은 질문들로 시험을 본다며 이 문제가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충했다. 또 부부목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하고 목사 안수도 3년씩 끌 것이 아니라 1년 내로 줘야 성례전도 집행하고 교회 부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함 부장은 시험에 관하여 ‘전에는 9개 과목을 보았으나 줄여서 현재는 5개 과목을 본다. 3개 신학교의 성경시험 출제위원들이 모여서 출제하며 3개월 전에 시험관련 공지하기 때문에 시험 준비는 충분한 시간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최 회장은 ‘학교의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였다. 이에 김 총장은 ‘감신과 목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학연 문제로 다투지 말고 힘을 합쳐 총회도 열고 장정도 개정해야 한다. 고학력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신학을 공부한 이들이 목사안수를 받기 원해 타교단으로 간다. 왜 놓치는가? 개인적으로 충분한 실력만 있으면 길은 활짝 열려있다’고 답변하였다.

청중 중에서 ‘개체교회 부담금을 확대해서라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법적 개정도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함 부장은 ‘목회자수급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의 자리가 아닌 것 같아 혼란스럽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출하고 배치하느냐가 논의되어야 하는 자리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김 총장은 ‘신학생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충분하게 공부할 시간을 보장 받아야 하는데 교회에서 사역하느라고 빼앗긴다. 더 많은 장학금을 확보하는 것은 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감신은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수업시설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33억을 모금했는데 박물관 등의 공사를 9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진로상담 위한 시설과 인력도 필요하다. 좋은 멘토들을 초청하여 영성수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목회하시다가 은퇴하신 분을 초청하여 영성수련의 시간을 가졌다’고 감신의 목회자 수급을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긴 토론의 시간을 정리하면서 김오성 총무는 ‘목회 20여년 됐는데도 총대가 못 되어 총회에 못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달라질게 없다. 목회자 수급 등 감리교회의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버리지 말라. 함께 논의해야 개선의 움직임이 가능하다’며 이야기를 정리하였다.

김홍기 총장은 ‘양질의 목사가 나와야 한다.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 과정을 통과한 이들이 목사가 돼야 한다. 꼭 목사 되어야 할 사람이 목사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성교육과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함영석 부장은 ‘현재 일반대 출신 학생들도 취업상황이 열악하다. 그에 비하면 신학생들은 훨씬 나은 편이라고 한다. 본부에서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정리하였다.

최선 감신총학생회장은 ‘두 주 열심히 공부한다면 된다지만 신학생들이 단 2주도 집중하여 공부하기도 쉽지 않다. 본부나 학교나 학생들을 위하는 척만 하는 것 같다. 결국 당사자인 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 많이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총평하였다.

사회를 맡았던 임성호 목사(감리교평화행동 사무국장)는 ‘목회자 수급의 과정을 지나와도 목회현장에 오면 미자립교회라는 끝나지 않는 시름이 이어진다. 힘내고 좋은 결론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자’며 포럼을 마쳤다.

두 시간이 훨씬 넘는 긴 토론 시간을 거치면서 필자의 생각도 함께 정리해 본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필자는 감리교평화행동 실행위원으로써 일말의 책임감을 통감한다) 토론회가 준비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목회자 수급에 관한 토론회라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대안들이 있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어야 했는데 책임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관계자들이 떠넘기기에 급급하였다.

학교는 교단의 법과 운영방식이 문제라는 식이었고 교단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다는 식으로 떠넘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종적으로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의 경쟁력을 계발하는데 부족해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학생들도 문제의 핵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수련목회자 시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쉬움이 남았다.

학교는 학교의 운영에 관심이 많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여전히 펀드를 만들어 건물을 세우는 것에 집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고급인력들에게 목사안수를 쉽게 허용하자는 의견은 모순이다. 달랑 3년 공부하고 안수를 주는 것으로 목사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은 스스로 이야기한 철저한 검증과 충분한 공부시간 확보라는 차원과 다르다. 오히려 감리교회가 고급스러운 비인가 신학원처럼 목사안수를 위한 쉬운 과정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단지 어학을 잘 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고학력자들이라는 이유로 목사의 자격에 근접했다는 사고는 총장으로써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의 진로에 관해서는 개인의 능력, 영어, 일어 능력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처들에 대해서는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또 어느 학교에나 있는 진로상담센터나 취업센터 같은 시설, 기관이 전무한 형편이지 않은가! 이 점에서 학교는 목회자 수급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개인적 능력으로만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태도는 총장으로써 매우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현행 학부제가 과연 학습능력 제고를 위해서 적절한가 매우 의심하고 있다.

본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다. 무엇보다도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세 개의 신학교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며 심하게 원로화되고 보수화된 각종 위원회를 움직이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한다. 게다가 본부는 총회의 파행으로 현재 거의 식물화되었다. 여기에 대놓고 무엇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면죄부를 주자는 것은 아니다. 신학교도 결국 본부에 속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책임은 본부가 져야 할 것이다.

학생들도 자유롭지는 않다.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학생들이 별로 공부에 열심을 내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에 왔으면 대학에서 꼭 해야 할 활동과 학문추구를 해야 함에도 무슨 선교단체 같다는 느낌을 종종 갖는다. 신학대학교에서 배울 것을 배워야 하는데 무인가 신학원에서 배우는 것만 배우고 간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수업료 내고 배우는 것이라면 학생들도 학교에 주체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학사에 개입하고 요구해야 하는데 여전히 고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회라는 조직이 원래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인간형을 요구하고 있다지만 소위 순종을 요구하는 권위가 수급문제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개척해 나갈 노하우를 습득해야 할 것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은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고 제법 과격하게 문제의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는데 동일한 단어는 아니라 하더라도 동일한 내용이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볼 때 이번 포럼을 통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회도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체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진다. 돌파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 개인의 무능력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학생들 중 대다수가 대를 이어 목사를 하겠다는 현상이 발생되었다. 목사 자녀가 아니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대를 이어 신께 충성하는 것이 일면 매우 바람직해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중세로의 회귀일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살아남기 어려운 생존조건 때문에 대를 이어 계승하는 것은 기독교 자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예수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예수가 돌본 이들은 획일적인 경쟁체제에서 낙오한 이들이었지만 오늘의 교회, 감리교회는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시대성에는 잘 적응하고 있지만 복음성에는 매우 멀어져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오성 총무의 제안은 매우 중요하다. 교단 차원에서의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학교나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사실 새롭고 신선한 제안도 아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제안이 될 수밖에 없는 중고신인 같은 제안이자 우리 자신의 수치스러운 자화상이고 넘어야 하나 넘지 못하는 산이다. 그래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감리교회에 미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