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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5월 30일 (월) 22:43:52
최종편집 : 2011년 05월 31일 (화) 02:29:22 [조회수 : 2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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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분배로 본 정의
며칠 전 인터넷신문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교수가 썼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 "를 주제로 한, 어느 작가의 칼럼을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그 글속에서 "정의는 결과에 대한 평등이 아니라 기회에 대한 평등이다."
"국민들은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기회가 평등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정의라고 믿는다."라고 주장 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국민들의 정의에 대한 대원칙"의 근거가 어디에 기초를 둔 것인지, 또 그 "평등한 기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관점과 해석은 개인의 자유이다. 나는 "평등한 기회"란 가정이나 전제에 기초한 학문세계에서나 가능한 이상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눈에 비친 그의 견해는 한 마디로 갖고 누리는 사람들이 펼칠 수 있는 당연한 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껏 한국에서 100만권 이상 팔렸다는 초대형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지 못했다. 독서를 좋아하는 내가 그 책에 대한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 그 책을 읽어 본 지인들이 여러 차례 꼭 읽어보라고 추천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그 책을 굳이 읽지 않았던 것은 아래와 같은 나의 건방진 선입견(?) 때문이다.
첫째는 한국의 옛 속담에 "소문난 집 잔칫상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나의 지난 독서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시중 떠도는 베스트셀러들이 요란한 선전처럼 내용면에서 알맹이가 충실한 경우가 아닌 것들이 많았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는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되어 본 적이 없는 책이 한국인들에게 큰 히트를 쳤던 이유는 그 책의 내용보다는 작가가 세계일류 하바드대학교 정치학교수라 사실이 한국인들의 일류병을 자극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나는 한국을 떠난 지가 35년이 넘은 사람이다.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도 현실감각도 없는 사람이 굳이 그 책을 읽으면서 한국사회를 평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신문의 칼럼을 읽고 나서 뒤늦게나마 인터넷을 통해서 그 책에 대한 독후감들과 서평들을 몇 편 읽어보았다. 샌델 교수는 그 책속에서 정의의 목적을 행복의 추구에 두고 공리주의, 자유주의, 미덕 추구의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했다.
그분만의 독특한 이론이라기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등 수많은 서구 철학자들의 이론을 현재 미국 실정에 비추어서 재해석한 내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좀 아쉬웠던 것은 공자의 정명론(正名論)같은 동양적 정의 론에 대한 고찰이 전혀 없었던 점이었다. 샌델 교수는 책속에서 정의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접근방법과 문제만 제기하면서 책을 끝맺었다. 정의에 대한 해석은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주 당연하고 사려 깊은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이다. 그래서 정의를 논하기에 앞서 우선 "진리가 무엇인가"를 논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샌델 교수는 정의의 본질에 대한 논의를 비켜가며 지나치게 방법론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샌델 교수 책속에서 "정의로운 사회"실현을 위한 부의 분배를 논하면서도 정작 부를 창출하는 생산에 대한 접근과 깊은 분석이 없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기독교 윤리에 바탕을 둔 서구의 역사는 소유권과 분배에 대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비극은 인간들이 "하나님 소유권"에 침범해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오늘날 서구 자본주의 결정적 비극의 시발을 서구인들의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환상에서 찾고 싶다. 본래 달걀은 스스로 서 있도록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 그런 달걀을 깨서 책상 위에 세워놓고 무슨 대단한 발견처럼 쾌재를 부른 사람이 바로 콜럼버스다.
이는 분명히 신의 창조섭리에 대한 반역이요,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정당화 시키는 인간윤리에 대한 폭거였다. 그러나 서구인들은 콜럼버스의 새로운 논리전환과 발상에 열광하며 "콜럼버스의 달걀"을 우상으로 섬기며 신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콜럼버스가 인도를 향한 항해 중에 풍랑을 만나서 표류하여 떠밀려간 미대륙을 자기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신천지라고 주장하며 아무런 죄의식이나 부끄러움도 없이 소유권의 말뚝을 박을 수 있었다.
이미 수백만 년 동안 인디언들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말이다. 그리고 나서 재미를 본 서구열강들은 총칼과 성경을 앞세워서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을 마구잡이로 먹어 삼켰다.
경제학에서 부를 생산하는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 그리고 기술과 정보다. 이들 생산 요소들이 협력해서 창출된 부를 타협과 조정을 통해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것을 두고 부의 분배라고 말한다. 경제적 정의와 불평등의 문제는 이 분배과정과 분배결과에서 비롯된다. 만일 자발적인 참여와 타협을 통해서 서로 공감이 가는 공정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사회적, 경제적 갈등과 불만, 그리고 투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는 아직껏 한번도 "무엇이 공정한 분배인가"를 두고 공감이 가는 합의를 도출해낸 적이 없다. 농경시대에는 토지주인이, 산업금융자본주의 시대에는 자본가가 부를 독식하다 시피 했다.
공산주의라는 괴물이 인류역사에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부의 분배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그러나 "콜럼버스 달걀"을 신봉하는 일부 탐욕스런 부의 엘리트들은 이런 분배에도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들 특유의 빠른 머리를 굴려서 고안해 낸것이 "기술과 정보"에 "하님의 창조"를 본따 "발명"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창조에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사실 영리한 그들이 아래오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하나님의 창조에는 대가가 없고, 동양역사에도 ‘발명세’나 ‘특허세’가 없었다."인간 세계에는 엄밀한 의미의 창조는 존재하지 않으며 지식의 진화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발명’이라는 말 대신 현대감각에 맞은 고상한 ‘지적소유권’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권세를 받기시작 했다.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상상을 초월했던 대박이었다. 지적소유권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지적 소유권’, 소위 특허제도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야누스얼굴이다. 한 쪽은 능률과 편리함의 천사의 모습이고, 또 다른 한쪽은 불평등과 빈익빈부익부의 악마의 모습이다. 어느 얼굴을 역사 속에 더 많이 드러내느냐에 따라서 인류의 행복과 불행 지수가 좌우된다.
지적소유권은 경제 강대국들만의 보유로 제한되어 있는 일종의 경제적 원자탄인 셈이다. 노벨의 폭탄 제조술로 일약 동구를 때려잡은 유럽열강들을 순식간에 제치고 미국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에디슨의 전기특허권 때문이었고, 빌게이트가 윈도우라는 소프트웨 한 단일품목으로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너럴모터와 포드를 제치고 세계최고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지적 특허권 때문이었다.
또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경제공항 속에서도 대기업 CEO들이 수백, 수천 만불의 연봉을 챙길 수 있는 것도 황금알을 낳는 지적 소유권 덕택이다. 현대는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려해도 숟가락의 특허권을 생각해야 하고, 공기와 물을 마시면서도 특허권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은전 30냥에 예수를 로마병정들에게 팔아먹은 가롯유다는 불행히도 시대를 잘못 태어난 사람이다. 그가 만약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예수을 팔아먹는 대신 예수이름의 특허권으로 단시일 내에 빌게이트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마이클 샌델 교수처럼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모른다. 나의 제한된 생각에서 본 견해만을 논했을 뿐이다. 그러나 비교적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들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생산요소들 간에 공정한 분배가 없이는 최소한의 사회적, 경제적 정의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둘째, 정의나 진리의 문제는 지식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천적 삶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이다.
마지막으로 당나라 시대 유명한 시인 백거이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면 글을 맺는다. 하루는 항주자사로 있는 백거이가 그 당시 이름난 고승 도림을 찾아갔다. 도림은 노송 위에서 좌선하는 기이한 버릇이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백거이는 나무 밑에서 도림 선사에게 불법(佛法)이 무엇이냐"고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도림이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해라"고 대답했다. 이에 백거이가 실망을 해서 "그거야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 아닙니까"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도림이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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