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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관계 - 그 늙어감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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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년 05월 25일 (수) 23:41:01
최종편집 : 2011년 05월 25일 (수) 23:44:15 [조회수 : 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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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관계

 

박   남   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

*

*

 

   벗님,

   원래 시는 한달음에 쓰여져 있지만 내가 천․천․히, 느․릿․느․릿 읽느라 연을 나누어 두었습니다.  나뉘어진 연이 없는 시가 원래 시입니다.

   그런데  벗님,

   세상사 모든 일은 천․천․히, 느․릿․느․릿 살펴보아야 비로소 그 속내를 알아볼 수 있나 봅니다. 긴 호흡과 한없는 응시, 그 절망적인 심심함에 서서 보아야 비로소 알아 보이는 속내들!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그러하거나 말거나 불모의 바위에 세월의 연륜이 쌓여 갑니다.

   불모와 절망으로 보여도 그 죽음과 목마름 속에서 놀랍게도 작은 생명의 몸부림들이 흐르는 세월을 따라 쌓여갑니다. 흘러감과 쌓여감! 흘러가는 세월(시간)과 쌓여가는 세월(시간)!  하나이지만 손 등과 손 바닥이 다른 것처럼 덧없이 흐르는 시간(세월)과 쌓여가는 창조의 시간(세월)  이 둘이 다른 것은 아시죠?

   시인은 지금 그걸 알아보고 있는 겁니다.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덧없는 세월 따라 어느덧 생명이 말라붙어 허무하게 좁고 옹고집 된 사람과 그런 것들일랑 말고 흐르는 세월 따라 덧없어 보이게 늙었지만 쌓이고 쌓여서 비로소 품안이 너른 그런 사람, 그런 것들을 알아보는 시인은 세월 따라 더욱 품안이 너른 아름다움이 되겠지요. 아아, 박남준 시인도 그렇게 되길 축원하고 기도합니다. 바위틈의 소나무처럼 메마르고 각박한 인생의 넓은 품에서 푸르러지는 시인의 삶이 되도록 중보기도를 해야겠습니다. 그러면 나도 작은 생명의 씨앗 하나 날아와 그 작은 뿌리내려 살아갈 수 있었던 그 행복한 시간과 때를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그러면 나도 유난히 나에겐 막무가내인 것 같은 냉혹한 인생이 사실은 나를 위해 안타깝게 몸 비틀며 품을 넓히려는 그 사랑이었음을 가슴 떨리게 알아 볼 수 있게 되겠죠.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늘 푸른 소나무는 거기서 바위와 아름다운 관계로 그렇게 푸르게 살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매일 매일 여기서 황량한 인생과(바위와) 무슨 관계를 맺고 내 인생의 품을 넓혀 살고 있는 것일까? 세월은 덧없이 흘러만 가는데 나는 과연 사랑으로, 가슴 가득 찬 진심으로 무얼 위해 몸부림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뒤돌아 봅니다.

   안녕!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

 

  

 

   추신 - 아아, 벗님...  우리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그렇게 오롯히 늙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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