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현자(賢者) 예수 (3)
< 21세기의 기독론의 과제>


확실한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

이상에서 우리는 (신약)성서에서 보여주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보통 인간들과 동일한 완전한 사람(인간)이며, 또한 이 세상의 한 특정한 시대와 한 특정한 장소에서 살았던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을 살펴보았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가 아무리 많은 초인적인 능력을 행하고 또한 초인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더라도 그의 참 사람됨과 또한 역사적 인물됨이 손상되거나 또한 상실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가 과연 어떠한 분이며,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또한 오늘의 우리의 교회(그리스도인들)와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설명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가 역사적 인물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해야 하며, 또한 그 전제하에서 모든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우리와 같은 완전한(참) 사람 곧 역사적 인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또한 그의 종교적 영향과 그의 구주됨 곧 인류의 구원자의 역할과 또한 인류(혹은 인류의 역사)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인류의 참 스승 곧 현자(賢者)로서의 예수

복음서에 나타나 있는 예수의 공식 명칭은 '랍비' 곧 '선생'이다. 선생은 그리스어로 '디다스칼로스(didaskalos)'이며, 회당에서 율법(성경)을 가르치는 교육자 혹은 교사를 지칭한다. 그러나 예수는 당시의 바리세파 사람들이나 서기관과 같은 유대교의 선생이 아니라,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 잡던 어부들을 중심으로 12 제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영성공동체의 인도자로서 영성교육과 영성훈련을 겸한 특수한 교육공동체의 선생이었다. 예수가 그의 천국복음운동을 시작하면서, 12제자들을 선택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또한 관심을 기울여야할 일이다. 왜냐하면 이는 마치 주전 4세기에 플라톤(Platon)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창립했던 '아카데미아(Academia)'와 유사한 하나의 특이한 교육적 공동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갈릴리에서 창립한 특수 교육기관인 '영성 아카데미아'의 창립자 겸 인도자로서 제 일기 생들인 열 두 제자를 중심해서 특수 영성교육을 실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마태복음의 저자인 마태는 갈릴리 예수 아카데미의 교육 내용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그에게 나아왔다. 예수께서 입을 열어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이때 예수께서 가르치는 내용은 여덟 개의 인생의 지복(축복) 원리며 동시에 인간완성과 구원원리에 해당하는 '팔복'의 말씀을 중심한 마태복음 5장~7장의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이었다. 예수는 갈릴리 호수가의 한 언덕에서 이 산상수훈을 내려주었다. 바로 그 자리에 팔복교회가 세워져서 오늘날에도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과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당시 예수에게 부쳐진 가장 대표적인 이름은 랍비 곧 선생(스승)이었다. 예수는 자신이 선택한 제자들에게서 언제나 스승 곧 선생님이라고 불렸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서도 거의 언제나 선생님이라고 불렸다. 또한 예수는 자기 자신을 선생이라고 인정했다.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하여 본을 보였노라”(요13:13-15). 당시의 지도층 인사 중 한 사람이던 니고데모도 어느 날 밤 은밀히 예수 앞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랍비(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분임을 압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시면 선생님께서 행하시는 그런 표적들을 아무도 행할 수 없습니다”(요3:1-2). 무덤을 찾아왔던 막다라 마리아는 부활하신 후에도 예수님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셨다. 마리아가 돌아서서 히브리말로 ‘라보니’하고 불렀다. 그것은 선생님이란 뜻이다”(요20:16).

따라서 역사적 예수의 공식적인 호칭/명칭은 바로 선생 곧 스승이었음을 알 수 있다. 스승을 동양적 개념으로 표현하면 현자(賢者), 참으로 어진 사람,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 즉 우리 모든 사람이 배우고 본받고 따라야 할 분이란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나는 길과 진리와 생명이라고 말씀한 것이다. 예수의 내가 곧 길이란 말은 모든 인간이 참생명(영원한 생명) 곧 구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본받고 자신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웃어른이나 지도자 혹은 지도급 인사에게 붙여지는 호칭은 스승이란 말일 것이다. 또한 스승/선생은 배우는 사람(학생)이 가르치는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물론 스승 중에는 여러 종류와 부류가 있다. 운동기술을 가르치는 사람도 스승이다. 유치원에서 동요를 가르치는 사람도 스승이다. 과학적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도 스승이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나 삶의 원리나 우주의 신비한 원리를 가르쳐 주는 사람도 스승이다. 역사상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모든 철인도 다 스승에 속한다.
특히 공자나 맹자 노자와 장자 그리고 붓다와 나가주나 같은 인물들은 우주 만물의 생성과 존재의 원리와 또한 인생과 인륜의 바른 길을 가르쳐준 동양의 큰 스승들이
었으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플로티누스 등은 서양의 대 스승들이었다. 우리 인류는 동서양의 이런 위대한 스승들을 가지고 있음이 참으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역사상의 이런 위대한 스승들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오늘의 문명사회를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저 위대한 스승들에 대해서 진정으로 감사해야 한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친 스승이었나?


예수의 독특성과 인류의 구원자 됨은?

과거 2천년 간의 기독교 역사는 예수의 신성에 치중된 기독론에 근거해서 기독교 의 차별성과 우위성을 강조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21세기 상대주의와 다원주의가 보편화된 21세기에서는 그러한 기독론을 가지고는 효과적인 선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오늘날은 새로운 기독론이 요청되고 있으며 새로운 예수 이해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면 새로운 기독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예수를 그의 신성(神性)에서가 아니라 그의 가르침의 '독특성(uniqueness)'과 '심오성(the depth of meaning)'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즉 그의 삶(인격)과 가르침의 가치와 의미의 우주성과 보편성과 심오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사료된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삶과 가르침이 전 인류공동체를 분열과 대립과 싸움(분쟁)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큰 하나로 통합시키며,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실현시켜서 지복(supreme bliss/至福)에 이르게 하는 원리가 들어있음을 드러내고 알리는 일을 말한다.

그러면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인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으며, 그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인가?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의 산상수훈을 들은 청중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듣고 놀랐다고 하였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매 무리들이 그의 가르치심에 놀라니 이는 그 가르치시는 것이 권위 있는 자와 같고 그들의 서기관들과 같지 아니함일러라”(마7:28-29). 여기서 말하는 서기관들이란 당시의 유대교의 모세오경과 율법을 가르치는 종교적 지도자 곧 당시의 일반적 스승들을 칭하는 말아다. 따라서 예수의 가르침은 당시의 일반적 스승들의 가르침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예수의 가르침의 특징과 내용이 어떤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놀랐을까? 예수의 가르침은 4복음서에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 그 내용을 다 합해도 작은 책 하나에 다 수록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런데 바로 이 작은 분량의 예수의 가르침을 가지고 그것을 해석하고 설명한 책들이 성서 주석이고 영성가들의 글이고 또한 신학서들이다. 지난 2천 년간 무수한 기독교 사상가들과 신학자들이 예수의 말씀을 가지고 신학사상을 전개해 왔으며 그것은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저술된 신학저서들을 다 합친다면, 수백 만권 아니 수천 만권에 이를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예수의 말씀이 지닌 깊이 곧 '심오성(depth of meaning)' 때문이다.

그러면 예수의 가르침/교훈의 핵심은 무엇인가? 예수의 가르침의 특수성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동서의 많은 철인들이나 종교가들이 이해하고 설명한 하나님에 대한 특별한 이해에 있다. 동서의 철인들이나 현인들이 만물의 근원에 대해서와 신의 존재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말하고 가르쳤지만, 예수의 가르침은 이들과 아주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진.선.미.애(眞善美愛) 곧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과 자비심을 통합한 특수한 '사랑의 하나님'에 대해서 이다. 그것이 바로 예수가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른 내용이다. 그 특수한 사랑의 명칭이 바로 '아가페(Agape)'라는 것이다. 예수가 알려 준(가르친) 아가페 사랑이란 참 실재(reality) 곧 궁극적 실재 혹은 궁극적 진리인 하나님으로부터 품어 나오는 생명(영적 에너지)의 표현으로서, 만유에 생명과 질서와 조화를 부여하고 생장케 하는 근원적인 힘(power/energy)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은 만유의 근원(창조주) 곧 하나님과 그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는 진.선.미.애의 통합적 힘인 '아가페 사랑'에 관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수의 하나님 이해의 독특성을 다석 류영모는 예수가 공자나 석가가 부르지 못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점이라고 말했으며(참조, 필자의 앞서의 글 "한국이 낳은 진인(眞人) 다석 류영모의 생애와 사상"),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예수의 인류문명사의 특별한 공헌은 무서운 군주/황제와 같은 하나님이 아니라 만유(우주) 안에 내재하여 만유를 큰 하나로 통합시키는 지극히 부드러운 설득적 사랑의 인자(因子) 혹은 요소(要素/elements)로서의 하나님을 알려준 일과 동시에 인류가 도달해야할 이상(理想/ideal) 곧 전 인류의 평화의 비전을 제시해 준 데 있다고 보았다(참조, 화이트헤드의 <종교의 형성>; <과정과 실재>, 마지막 장, "신과 세계").

예수의 가르침(복음)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 셋으로 집약할 수 있다. (1)진리와 사랑과 선의 하나님 즉 진.선.미.애의 하나님을 바로 알려준 일, (2)인류를 하나되게 하는 평화의 복음 즉 겸손, 용서, 정직(참됨)과 성실로서 곧 진리와 정의에 대한 갈망과 추구를 통해서 전 인류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시키는 일, (3)그리고 만인과 만물의 평등성의 실현이다. 이것을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실현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실현된 것 같이 땅에서도 실현되는 일로 보고 매일 그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그런 점에서 예수가 가르쳐 준 주기도문은 예수의 복음의 핵심인 인류(역사)의 궁극적 목표인 완전한(궁극적) 평화 곧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대한 구체적 방법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수의 복음(가르침)은 인간의 죽음 후의 내세를 위한 복음이 아니라 이 땅에 하나님 나라(궁극적 평화의 세계)를 실현시키는 가장 구체적이고 또한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나오는 말 :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대세계는 고대나 중세보다 훨씬 더 불안하고 위험한 요소들이 나타나 있다. 그것은 지난 세기에 겪은 일류의 미증유의 세계대전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념(공산주의와 자유세계 및 이슬람과)의 충돌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과거 인류역사를 주도해 온 기독교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어쩌면 예수의 신성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기독교의 우월성만을 강조해온 데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왜냐하면 예수의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이 땅위의(인류의) 평화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지금까지의 기독교가 이 사명을 잘 수행해 왔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우리는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는 대신 예수의 인성과 역사성 그리고 예수의 복음의 독특성 곧 그의 가르침의 '심오함'과 '우주성'(즉 전 인류의 평등과 평화와 정의와 자유의 실현의 원리)을 올바로/깊게 이해하고 드러내서 예수가 의도한 이 땅의 하나님 나라의 실현 곧 온 인류의 하나 됨과 온전한 평화의 실현에 기여하는 길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우리 기독교가 자신의 우위성만을 내세워서(이것은 다른 종교들도 마찬가지이다) 인류의 평화실현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예수의 평화의 복음에 역행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설교나 성경강해나 저술이나 다른 모든 교육행위들에 있어서 이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의 복음 곧 기독교의 독특성은 그의 신성(神性)에서가 아니라 그분의 가르침의 '심오성'(深奧性)과 '우주성' 곧 전 인류에 적용되는 숭고한 보편적 가치(예를 들면, 인간을 새롭게/숭고하게 변화시키며, 정의와 자유와 행복의 증진과 함께 인류의 평화를 실현시키는 일과 같은)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