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현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과학적 예언자들(6) 기독교사상 2011년 6월호

나오미 오레스케스, “인류의 운명은 몇몇 사기꾼 과학자들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

1. “마법의 관문”을 통과한 이후 허송세월로 보낸 35년

1) “하루 동안 4만9천여 건에 이르는 기록적인 낙뢰”

▲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소장)

▲ 낙뢰

최근 발생한 이런 재앙들은 점차 심해지는 폭염, 가뭄, 사막화, 극지방의 해빙,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지구의 평균온도가 크게 상승한 1976년과 1998년의 “마법의 관문”(magic gate)을 통과한 이후 본격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기후붕괴 현실을 보여준다. 1976년의 첫 관문을 통과한 이후 태평양 열대의 해수면 온도는 그 20년 전보다 섭씨 5도 이상 대폭 상승하여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어졌으며, 1998년의 엘니뇨-라니냐 주기와 관련된 두 번째 관문은 기록적 폭염과 가뭄을 초래하여 전 세계에서 대규모 산불이 자주 일어나 동남아 열대우림 지역에서만 1,000만 헥타르가 불에 탔다. 이처럼 “마법의 관문”을 통과하게 된 것은 물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증가함으로써 온난화가 가속화된 때문이다. 지구 역사에서 최근 나타난 온난화는 2만 년 전부터 빙하기가 쇠퇴하는 1만 년 동안 지구의 표면 온도가 섭씨 5도 상승한 것으로서 가장 빠른 온난화 속도가 “기껏해야 1,000년에 (섭씨) 1도 (상승하는) 수준”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속도는 이보다 30배나 빠르다”는 사실이 기후붕괴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번의 기록적인 낙뢰는 한반도 역시 매년 여름마다 더욱 심해지는 폭염과 겨울철 한파와 더불어 전 지구적 기후붕괴의 덫에 완전히 걸려들었을 뿐 아니라, 특히 우리 세대의 탐욕과 낭비로 인해 피할 수 없게 된 집단적 대재앙이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눈앞에 현실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2) “시대의 표적은커녕 날씨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세대”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20년 동안 사망한 사람은 98만 명에 달한다”는 뉴욕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2009년)가 나왔고, 또 다시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여 “어쩌면 일본 국토의 삼분의 일이 방사능오염 때문에 인간다운 삶터로서의 적합성을 상실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게 된 상황이지만, 한국의 핵발전 지지율은 64%에 달해 중국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총체적인 재앙이 우리들 눈앞에서 벌어지지만 시장전체주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도 마음도 지치고 영혼마저 마비된 우리를 깨우기 위해 지구는 우리들의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천둥과 번개를 통해,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것처럼 전 지구적인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급히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연대하고 저항할 때라고 일깨우는 것 같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앙을 당한 이후에도 여전히 기후대책에 미온적인 것에 대해 큰 광풍으로 보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시대의 표적”은커녕 날씨조차 분별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존 틴데일이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라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 150년 전이었다. 또 앨프레드 러셀 윌리스가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에서 “현재의 조건이 약간만 변해도 지구는 거주가 불가능한 곳이 되고 만다”고 경고한 것이 100년 전이었다. 또한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지구 전역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다”고 경고하면서, 어느 생명체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지구에서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것과 같은 “재앙에 이르는 길” 대신에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보전하는 길”을 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호소한 것이 50년 전이었다. 또한 󰡔불편한 진실󰡕(2006)을 쓴 알 고어의 스승 로저 레벨 교수가 2050년까지 기온이 2-3도 상승하면 서남극 빙상이 녹아 해수면이 2.7미터 상승하게 된다고 경고했던 것이 30년 전이었다. 또한 안데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규모와 속도에 놀라 페루의 원주민들 20여 명이 순례를 떠난 것이 25년 전이었다. 고산지대에 사는 자신들이 인류의 맏형이라고 믿는 그들은 산 아래 지역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목격한 엄청난 자연의 변화에 대해 경고를 하기 위해 봇짐을 둘러메고 산 아래 도시들로 순례를 떠났던 것이다. 그러나 페루 산디에고 대학교의 조사(2005)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페루에서 빙하로 덮인 지역은 25%가 줄어들었다.

3) 교토의정서가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붕괴를 알리는 첫 번째 “마법의 관문”을 통과한 후 지난 35년 동안, 과학자들은 기후붕괴에 대해 더 많은 증거들을 밝혀냈으며, 환경운동가들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후재앙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삼림 가운데 특히 열대우림은 최근에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해 더욱 많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경제성장에만 몰두하여 온실가스 규제를 강력하게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IPCC가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욱 많이 배출되고 있으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미국(20%)을 추월한 중국은 2030년에는 그 배출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며, 전 세계 배출량의 1/3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에 그 이행기간이 끝나는 교토의정서에는 중국, 미국, 인도 등이 빠졌다.

이 의정서에 따르면, 41개 의무감축국들은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의정서가 발효된 2005년 시점에서 감축의무를 진 국가들의 배출량은 전체의 약 26%에 불과하기 때문에, 5.2%를 감축한다 해도 “전 세계 배출량은 1.3%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100이었던 것이 98.7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2007년에 배출 감축을 단념하고 말았다. 일본은 에너지 절약 대책으로 연간 평균 1조 엔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교토의정서를 매우 강력하게 추진하여 1990년 대비 6%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2009년 8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1990년 수준의 9%를 오히려 초과함으로써 결국 목표치의 15%를 초과했는데, 조림사업 등을 통한 “상쇄” 방침이 에너지 낭비에 대한 “면죄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1988년에 IPCC가 결성된 후 수많은 과학자들이 시간이 촉박하다고 계속 경고했지만, 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철저히 태만했음을 증명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가?

▲ 토네이도 이전과 이후

2. “현재의 멸종 속도는 자연적인 멸종 속도보다 최소한 100배 빠르다”

1) “지금은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

삼림파괴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가장 큰 결과는 레스터 브라운이 역설하는 것처럼 폭염과 가뭄, 지하수 고갈로 인한 식량대란 사태만이 아니라, 생명체들의 대멸종 사태이다. 대멸종은 남획과 유독성 화학물질, 산성비, 오존층 파괴도 크게 작용하지만, 삼림파괴와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열대우림과 산호초처럼 생명체들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가 파괴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더 이상 서식지를 이동할 수 없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명체들이 대규모로 멸종하는 사태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위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 종자들의 절반 이상은 열대우림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데, 열대우림 지역은 20세기 초만 해도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16%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20세기 말에는 6∼7%만 남아 있을 정도로 이미 전체의 60%가 파괴되었고, 남아 있는 열대우림도 매년 2%씩 파괴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1,000여 종의 식물, 동물, 곤충들의 서식지 이동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1950년 이후 50년 동안에 그 서식지가 10년마다 극지방을 향해 평균 4마일씩 이동했으며, 10년마다 6.1미터씩 산 위로 올라갔으며, 또한 일정한 평균온도가 나타나는 지역은 지난 30년 동안 10년마다 35마일씩 극지방을 향해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양서류가 멸종 위험이 매우 높은데, 2004년 조사를 통해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개구리 6,000여 종 가운데 거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처드 리키와 로저 르윈의 󰡔제6의 멸종󰡕에 따르면,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생명체 종자들의 대번성이 시작된 이후 5억7천만 년 동안의 화석기록을 통해 나타난 정상적인 멸종 속도는 평균 4년마다 1종씩 멸종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인류라는 한 종자에 의해 자행되는 여섯 번째 멸종은 1년에 3만 종씩 멸종하는 것으로서 지구 생명의 역사에 나타난 평균 멸종 속도의 12만 배에 달하는 속도이다. 1992년 리우 회의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지구상에서 생명체 종자들이 100만 종 이상 멸종되었으며, 매일 136종씩, 매년 3만∼5만 종씩 멸종하고 있어서, 2030년에는 200만 종이 멸종되어 동식물들의 20%가 멸종되리라는 예측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2004년에 생태학자 크리스 토마스 등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모든 생물종의 3분의 1 이상이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하는 2050년이면 멸종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의 경우, 2000년 현재 전체 생물종 28,462종 가운데 매년 500종씩 멸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속도로 멸종이 진행될 경우, 50년 후에는 한반도의 생물종 대부분이 멸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에 제임스 핸슨이 가장 낮추어 계산한 것처럼 “현재의 멸종 속도는 자연적인 멸종 속도보다 최소한 100배 빠르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런 멸종의 속도는 생명의 역사에서 고생대와 중생대가 끝날 당시보다 더욱 빠른 것이며, 우리는 지금 토마스 베리 신부가 역설하는 것처럼 지질학적으로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더군다나 2009년 9월에 옥스퍼드에 모인 100여 명의 기후과학자들 대부분이 합의한 것처럼 2070대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4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때, 아마존 열대우림의 85%가 사라질 전망이며 그 때문에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더욱 급격하게 높아지게 됨으로써, 기후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처럼, 영구 동토층이 녹게 되어 그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메탄수화물이 탈주하게 되면 대멸종은 그 마지막 단계에 이를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되는 멸종의 속도와 규모는 단순히 종 다양성이 파괴되는 것만이 아니라 인류 자신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수준인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사실 때문에, 이미 10여 년 전에 미국의 과학자들 4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멸종의 문제는 공해,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코펜하겐 이후에도 여전한 대다수 시민들의 무관심

따라서 이런 기후붕괴, 식량대란, 대멸종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가난한 사람들(“경제학자들이 추산한 결과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은 부자들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의 집단적인 죽음에서부터 시작되어 인류 전체의 평화와 생존은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에, 함께 공멸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명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 경제계, 교육계, 종교계, 문화계가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러나 이런 총체적인 위기 앞에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코펜하겐 회의(2009년 12월)는 인류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즉 코펜하겐 회의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도 이내로 상승을 제한시킬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단기적인 경제성장에만 집착하는 정치인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선택하기보다는 그 규제를 통해 GNP 0.2%가 줄어드는 것조차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부함으로써 인류 역사의 종말을 향해 치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국 삼림파괴와 기후붕괴와 식량대란과 대멸종으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위기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조차 “경제의 생태학적 토대”를 허물어버려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경제의 실패”로 인해 초래되는 것이며, 또한 시민들의 생명권보다는 기업체들의 단기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완화의 결과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패”로 인해 초래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과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여 대책 마련에 매우 미온적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선거정치에서 드러나듯이, “상위 0.25%의 부유층의 지원이 개인 정치헌금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업계의 헌금은 노동계 헌금의 10배에 달한다”는 현실 때문이다. 한편 “교육 100년 대계”를 부르짖는 교육계는 30년 앞을 내다보기는커녕 입시위주 교육과 취업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다. 또한 종교계 역시 일반적으로 개인주의와 기복주의와 교권주의라는 자폐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진보정당들이나 시민운동단체들 역시 아직 문명전환을 의제로 삼지는 않고 있으며, 대다수 시민들조차 이처럼 반민주적이며 반생명적인 지배층을 갈아엎고 특히 세제개혁과 군비 축소를 통해 지속가능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당면한 총체적 위기에 대해 무관심하다. 한국에서 이미 녹색평화당과 초록정치연대가 좌절할 만큼 지지자들과 핵심 활동가들을 키우지 못하는 현실은 대다수 시민들의 이런 무관심을 반증한다.

▲ 알라바마 토네이도

3. 생존을 위협하는 대재앙 앞에서 왜 대책을 서두르지 않는가?

1). 후쿠시마 이후에 더욱 절망적인 현실 외면

대다수 시민들이 생존을 위협하는 이런 총체적인 위기 현실들 앞에서 이렇듯 무관심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건이 더욱 각박해져서 먹고사는 문제 이외에는 관심을 갖기 힘들어졌으며, 또한 남북간의 긴장고조를 통해 실정을 덮고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 도발적대정책으로 인해 전쟁위기 상황에 놓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아직 제어불능 상태로 진행 중에 있으며 체르노빌 사고보다 더욱 큰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지만, 서경식 교수(도쿄경제대학)가 탄식한 것처럼 “미디어 여론조사에서는 원전을 ‘폐지 또는 감축’하기보다는 ‘증설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다. 지방선거에서도 원전 추진 또는 용인파 지사들이 잇따라 당선됐다.” 자신들과 자녀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재앙을 눈앞에 보면서도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원인에 대해 서 교수는 사람들이 “정부와 전력회사의 선전에 세뇌당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보다는 <도쿄신문>에 실린 작가 다카무라 가오무의 해석을 지지한다. 즉 “후쿠시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괴로워서 그런 게 아닐까. 겪어본 적 없고, 앞이 보이지 않는, 언제 끝날지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애써 눈을 돌리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 개인적 차원: 인지 부조화와 책임전가

이것은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과 반대되는 과학적 증거들이 나타남으로써 불안과 공포를 갖게 될 때, 그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강하게 자신들의 신념, 혹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객관적 증거들에 대해 외면하거나 부인하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증거 부인에 입각해서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그 정해진 시간으로 믿었던 순간에 실제로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믿음 덕분에 종말적 심판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합리화시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만이 아니라 기후붕괴와 식량대란과 대멸종과 같은 대재앙의 현실적 증거들을 객관적 증거로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적 증거 자체를 부인하는 인지 부조화 현상은 당면한 위협을 “과학자들의 과장”이라고 간주함으로써 내면적으로 재앙의 위협과 위기의식을 최소화시키는 “원망 사고”(wishful thinking)의 한 형태이다.

한편 기후 문제를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가운데도 전 지구적인 기후 문제에 대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만성적 불안감”과 “온실 피로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결국 자신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정적인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적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중국과 인도와 같은 나라들에 기후재앙의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비현실적인 낙관주의”에 대한 환상을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3) 문화적 차원: “재미”(fun) 위주의 소비주의 문화

미국의 경우, 지구 온난화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92%에 달하며, 그 중 90%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006년 조사에서 50% 미만이었다. 2009년의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자신들의 관심사항 우선순위 가운데서 가장 낮은 20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크게 염려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2006년 조사에서 18%에 불과했지만, 스페인과 프랑스인은 50%, 일본인은 65%가 “크게 염려한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재미” 위주의 소비주의 문화가 초래한 쾌락주의와 주의산만증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들의 즉각적인 “재미”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외면한다는 말이다.

4) 이데올로기의 차원: 생태주의는 우파와 좌파 모두의 적

많은 시민들이 기후과학의 객관적인 증거들을 부인하는 이유는 이데올로기적 가치 때문이다. 1989년 냉전이 해체된 후, 보수적인 우파는 이슬람과 자유주의 사상(여성주의, 다원주의, 반식민주의, 생태주의, 평화운동 등)을 새로운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개인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에 입각한 진보와 자연 정복, 군사적 패권주의, 작은 정부와 탈규제화에 대한 자신들의 가치관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예컨대,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초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1997년의 52%에서 2008년에는 76%로 증가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48%에서 오히려 42%로 줄어들게 된 것은 우파들이 선호하는 Fox News와 Wall Street Journal이 이런 이데올로기적 가치관에 입각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OECD 국가들 대부분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50년까지 60∼80% 감축할 계획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은 당장의 감축 노력을 회피하는 핑계로 작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고 거짓 낙관론을 불어넣는 속임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좌파는 환경주의를 제1세계 중산층이 제3세계의 개발을 막기 위한 제국주의 전략, 즉 자신들은 이미 선진 자본주의 국가 지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제3세계 국가들이 산업을 발전시켜 따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으로 비판하면서, 다큐멘터리 “위대한 지구온난화 사기극”과 같은 정치적 선전물을 만들어냈다. 정치 분야 담당 PD가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시청하여 큰 영향을 끼쳤는데, 1980년대 말부터 지구 온난화를 부정했던 MIT의 기상학 교수 리처드 린젠(그는 1970년대에 담배회사 편에 서서 흡연과 건강 사이에는 통계상의 연관성이 없다고 증언했던 인물이다.)을 비롯해서, 그린피스 창설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패트릭 무어, 영국의 재무 장관을 역임한 리겔 로슨 등 10여 명의 전문가들이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되고, 더군다나 기후변화는 정치 경제적인 “사기극”이며 “음모”라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비판한 내용들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이들의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통계 자료를 왜곡하고 심지어 조작까지 한 정치적 선전이라고 비판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담배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했던 몇몇 과학자들의 사기 행각

1) “자유시장 근본주의”를 신봉하여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들”

캘리포니아 대학교(샌디에고)의 과학사 교수인 나오미 오레스케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과학잡지들에 발표된 928개의 기후변화 논문들 가운데,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부인한 논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2006년 타임지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의 56%만이 실제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다고 믿으며, 미국 ABC 뉴스의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들 가운데 64%는 “과학자들 사이에 많은 불일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또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에 대해 2008년에는 71%가 믿었으나, 2009년에는 단지 57%만 믿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과학 선진국에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나오미 이레스케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가 2010년에 발표한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들󰡕(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은 몇몇 유명한 과학자들이 어떻게 대기업체들과 결탁하여 과학적 증거를 왜곡해왔는지를 자세히 분석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후변화 현실 자체에 대해 부인하거나 그 책임이 인간의 활동에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도록 만드는 일에 주도적이었던 과학자들, 특히 프리드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 로버트 자스트로우, 윌리엄 니렌버그 등은 결코 기후학자들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원자폭탄을 만들거나 냉전 시대에 소위 ‘별들의 전쟁’(star wars)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물리학자들이다. 특히 프리드릭 사이츠는 NATO의 과학 고문을 거쳐 1962년부터 1969년까지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장을 역임하고 록펠러대학교 총장이 될 만큼 과학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또한 이들의 투철한 반공주의와 패권주의, 군산복합체와의 직업적 연관성 때문에 백악관 권력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들로서, 미국의 대내외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다.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에 이들이 환경운동가들을 주적으로 삼아 “수박처럼, 겉은 녹색이지만 속은 빨간 집단”(248쪽)으로 간주한 것은 환경파괴가 자유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며, 환경운동가들은 자유시장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규제를 요구하며, 정부의 이런 규제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자유시장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이데올로그들이다.

2) “담배회사들의 전략”

그러나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이들은 과학자들이라기보다는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들”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1953년에 흡연이 암을 유발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미국의 중요 담배회사들이 그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한 대중들의 의심을 확산시킬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그와 반대되는 과학적 논리를 개발할 목적으로 법률회사를 통해 막대한 연구비를 간접적으로 지원할 때, 그 연구비를 여러 과학자들에게 배정하는 일에 직접 관여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54년부터 1979년까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된 125건의 고소 사건에서 단지 9건만이 실제로 재판이 진행되었으며, 그 증인으로 나선 과학자들 덕택에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나도록 하는 데(24쪽) 결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그들은 담배의 유해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담배회사들의 이익을 옹호했던 확신범들이다. 담배회사들의 내부 문서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회사들이 연구비를 지원한 과학자들은 1960년대 초반에 이미 흡연이 암을 유발한다고 결론을 내렸지만(21쪽), 1990년대까지 계속 시치미를 떼고 있었기 때문이다. 1964년에는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10-20배에 달한다는 공중위생국 장관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담배회사들은 더욱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여, 1970년대까지 7천만 달러를 지원했고, 1980년대 중반까지는 지원액수가 1억 달러가 넘었다(25쪽). 1981년의 경우, 미국의 암 학회와 미국 폐 학회가 연구비로 지불한 액수는 3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담배회사들은 그 한 해 동안 630만 달러를 지원했다(25쪽). 1997년의 간접흡연에 관한 재판에서 담배회사의 증인으로 나섰던 마틴 클라인은 그 전에 10년 동안 3백만 달러를 지원받았다(31쪽). 과학적 합의를 부인하는 담배회사들의 이런 사기 행각이 끝장나기까지는 50년이 걸렸다.

3) 매스컴의 “공정 보도”라는 자가당착

그러나 이처럼 담배회사들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대중을 호도하는 전략을 개발했던 이들 과학자들은 그 이후에도 전략 방어 무기, 산성비,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도 똑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문제는 이처럼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들”의 경력이 핵무기개발 등 국가안보와 직결된 영역이라 매우 유명하게 된 과학자들일 뿐만 아니라, 매스컴은 “공정 보도”라는 오랜 전통과 “과학 논쟁”을 보도함으로써 판매 부수를 올리는 전략 때문에, 찬반 양측에 대해 정확히 공평한 무게를 두어 다루는 태도를 갖고 있어서, New York Times, Newsweek, US News & World Report, Wall Street Journal, Life, Readers' Digest 등 주요 매체들이 이런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의심을 확산시키고 대중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버렸다는 점이다. 심지어 미국 과학아카데미가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를 태우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선언한 후 25년이 지난 후에도 미국의 매스컴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도했다(242쪽). 기후문제에 관한 대다수 과학자들의 합의와 권위있는 이론에 전적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극소수 과학자들의 주장도 보도하는 것이 균형잡힌 공정 보도라고 믿음으로써 결국 대중을 혼란 속에 빠트린 것은 매스컴의 자가당착 때문이었다. 결국 중요한 매스컴들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인 문제에서도 이런 애매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인 합의들을 의심하고 부인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정부는 유권자들의 이런 의심과 혼란을 이용하여, 마땅히 필요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세월을 허송할 수 있었다.

4) “기다리면서 지켜보자”는 지연 전략

미국에서 과학자들은 1965년 존슨 행정부 때부터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으며, 환경보호국(EPA) 역시 그 심각성을 보고하고 석탄 사용을 줄이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윌리엄 니렌버그, 프리드릭 사이츠, 프레드 싱어 등의 지연 전략 때문에 1990년대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국 과학아카데미를 장악하고 있었던 그들의 논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해 좀 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거나, 기후학자들의 주장을 무시한 채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당장은 심각하지 않다거나, 미래의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거나, 나중에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식(183쪽)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염려해서 미리 “무거운 탄소세”를 부과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안이한 태도는 그 후에도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가로막는 기본입장이었다.

5) 태양의 영향 때문이며 기온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

그러나 1988년의 기록적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 수확이 줄고 가축들이 죽고 식량 가격이 상승하자, 유엔 산하에 <정부간 기후변화 패널>(IPCC)을 설치하고, 의회 청문회에서 제임스 핸슨은 1980년 이후 8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0.5도 상승했으며, 이런 온난화를 자연적인 사건들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은 1%에 지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1989년 소련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조지 마샬 연구소>의 냉전 세력들은 환경론자들, 특히 기후과학자들을 “새로운 적”으로 삼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로버트 자스트로우, 프레드 사이츠, 윌리엄 니렌버그 등이 주도하여(186쪽), 핸슨의 자료를 선별적으로 왜곡하여 태양 때문에 온난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전가하면서 태양의 흑점 주기가 200년이기 때문에 온난화는 조만간 끝난다고 정부 중요 관리들을 설득했다. 1990년에 발표된 IPCC 1차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할 경우 21세기에는 매 십년마다 섭씨 0.3도씩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자, 니렌버그와 프레드 싱어는 21세기에 기껏해야 섭씨 1도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Wall Street Journal에 실려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읽게 되었고 하원 의원들도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비를 삭감시켰다. 마침내 1997년 교토 의정서가 확정되기 3개월 전에 미국 상원은 그 의정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결의안을 97 대 0으로 통과시켰다. 결국 “지구온난화는 과학적으로는 정립된 사실이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렇게 죽고 말았다.”(215쪽)


5. 석유재벌과 석탄재벌, 자동차회사들의 여론 조작

과학적으로 정립된 지구온난화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죽고 만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중요한 매스컴들의 잘못된 보도 행태로 인한 의심과 혼란 때문이며, 이것은 석유재벌과 석탄재벌, 자동차회사들의 여론 조작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절박한 위기에 대해 깨닫게 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기업들이 바로 이들 세계 최대 재벌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매년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어 의회 로비스트를 동원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홍보전문 회사를 동원하고 몇몇 과학자들과 매스컴, 인터넷을 통해 조직적으로 거짓 정보를 확산시켜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지어 자동차의 경제적인 운행 속도는 시속 80km이지만,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110km(미국에서는 최고 120km)로 정하도록 로비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시켰다.

2009년에 󰡔기후 은폐󰡕(Climate Cover-up)를 발표한 홍보 전문가 제임스 호간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환경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조직 중 하나인 “지구기후연맹”(GCC)은 1997년에만 168만 달러를 사용했는데, 그 기금을 댄 회사들은 주로 엑손모빌, 쉘, BP, 텍사코, GM 등이었다. 이 연맹에 속한 과학자들 역시 이미 1995년의 자체보고서를 통해서, 온실가스 방출이 기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부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확신범들이다. 한편 “환경정보위원회”(ICE)는 “어떤 사람들은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또 ‘지구가 평평하다고 말한다’”라는 식으로 기후변화 사실을 부인하는 광고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들은 이런 거짓 정보를 “건전한 과학”(sound science)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세계적 홍보 전문 회사 APCO Worldwide의 제안에 따라 1993년에 설립된 “건전한 과학 증진 연맹”(TASSC)은 간접흡연 문제만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핵쓰레기 처리, 농산물 질병, 생명과학기술, 식량 가공과 포장 문제까지 확장했다. 자유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건전한 과학”으로 포장하기 위한 이 연맹의 회원들은 Amoco, Exxon, Occidental Petroleum, General Motors, Chevron, Dow Chemical 등이었고, 그 과학자문위원들에는 프리드릭 사이츠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10년 동안 담배회사들로부터 4천5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배정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 자신은 거의 90만 달러를 챙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엑손모빌 회사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을 반박하는 40개의 기관들에게 단 몇 년 동안 8백만 달러를 지불했다(246쪽)는 사실이 2005년에 밝혀졌다. 프레드 싱어는 IPCC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2007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비정부 국제 패널”(NIPCC)을 조직하여 회의를 열기까지 했다(247쪽). 

나가는 말

세계 최대 재벌들이 자신들의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 과학자들을 동원했는지를 밝혀낸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 그리고 제임스 호간은 우리 시대의 가장 파괴적이며 반생명적인 세력의 여론 조작 전략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진실을 증언한 세속적 예언자들이다. 그러나 최소한 IPCC가 결성된 이후 20여 년 동안 인류는 기후붕괴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소중한 세월을 낭비했다. 기후과학자들이 아니라 모두가 물리학자들이면서 기후변화를 부인하도록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들,” 세계적인 대재벌들과 결탁한 사기꾼들의 농간에 정치인들과 행정관리들과 대다수 유권자들이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과학이나 법정에서는 증거가 말하지만, 행정과 투표에서는 대재벌들의 농간과 몇몇 과학자들의 사기 행각과 매스컴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자유시장 근본주의”를 신봉한 이 과학자들은 산업자본주의가 환경에 끼친 폐해에 대한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 환경적 폐해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들의 명성과 권력, 대재벌들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통해, 자유시장의 근본인 정보의 개방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확신범들이었다.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통한 진보를 고수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제국주의자들이다. 세계 최대 재벌들과 결탁해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 과학자들의 주장은 결국 “과학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실패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역할에 관한 것”(262쪽)이었다. 이들은 환경론자들의 주장, 즉 온실가스 규제만이 아니라 세계의 자원통제를 위해서도 유엔의 통치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세계의 빈부격차를 줄여 분배정의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으로 간주하여 매우 두려워했다. 이런 이념적 공포심이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조차 의심하고 왜곡하도록 만들었다. 의심하고 왜곡한다고 현실적인 객관적 증거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은 과학적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의심을 팔아먹은 고의적 사기 행각 때문에 인류 전체는 고귀한 시간만 낭비했으며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의심을 팔아먹는 장사꾼들”은 성공했으며, 인류의 운명은 세계 최대 재벌들의 하수인이 된 이런 몇몇 사기꾼 과학자들에 의해 철저히 농락당하고 말았다.

남은 문제는 앞으로도 이윤극대화 이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는 채 무슨 끔찍한 짓이든 저지르는 이런 세계적인 자본가들의 반생명적이며 반민중적인 냉혹성을 어떻게 대적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자유시장주의에 동조하며 무한경쟁에서 승리하는 “성공과 번영의 복음”을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는 제국주의적인 기독교를 극복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말이다.

우선은 지금부터라도 이런 재벌들의 사기 행각과 논리를 폭로하여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총체적인 위기들에 대한 해결책들은 이미 여러 과학자들이 제시했다. IPCC는 최근에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80%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10년간 1조4000억~5조1000억 달러, 2021~2030년에는 1조5000억~7조200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면 된다는 것인데,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은 “이런 투자 금액은 2050년 전세계 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류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의 해결책은 일차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둘째로, 자본과 권력을 모두 지닌 지배계층의 무한 착취와 사기 행각에 저항하는 민중의 강인한 생존 욕구와 역사변혁을 위한 저항과 연대에 대한 신뢰를 희망해야 할 것이다. 지배계층의 전략은 언제나 민중들이 굴복하고 체념하고 서로 다투며 자기 생존 이외에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무관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동 지역의 민중 혁명은 또 다시 비폭력 투쟁이 희생과 고난을 무릅쓰고 체제를 변혁시키며 역사를 전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로,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토마스 베리 신부가 역설한 것처럼 생태대로 출애굽하기 위한 포괄적인 비전을 구체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과 생명의 신비에 대한 감수성을 계발함과 더불어 지배계층의 사기 행각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악마의 맷돌”로 인해 고통당하는 생명체들과 함께 아파하는 연민의 공감대를 넓히고 또한 선거를 통해 현실 변혁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해방의 체험들이 농축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 관건은 요한 웨슬리가 당시의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할 방법으로 역설했던 것처럼 세금제도를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복지국가를 세워나감으로써 극심한 부의 편중과 대물림을 막는 과제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획기적인 규제를 요구하기 위해서도 세제개혁을 위한 정치적 저항만큼 시급한 것이 없다. 기후붕괴의 현실에서 보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세우기 위한 세계 변혁의 과업도 앞으로 10년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