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불쌍한 제시카

필리핀을 다녀 온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고 이젠 다시 중국 방문을 준비하는 중인데도 여전히 그 아이가 가끔 눈앞에 어른거린다. 제시카(Jesica F. Mewdoza)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산록케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그 아이는 겨우 16세 된 소녀로 고등학교 다니던 학생인데 병이 들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온 몸에 부종이 생겨 몸이 고무풍선처럼 붓고 입술이 새카맣고 얼굴색과 눈의 흰자위가 누렇게 변하였고, 시력은 힘을 잃고 심리상태는 절망의 상태였다. 온 몸에 요독이 퍼져 곧 죽음을 앞둔 아이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 소녀의 부모는 모두 돌아가셨고 오갈 데가 없어 혼자 지내다가 병이 들어 운신을 할 수 없어 요즈음은 고모가 가끔 돌봐주는 중이었다.

어떻게든 불쌍한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금번에 산록케 마을에 봉사처를 정한 것도 실은 그 아이 때문이었다. 선교관의 자동차가 오래되어 심하게 좌우로 흔들거려 탈 때마다 위험스러운 느낌이다. 그러나 그 아이가 걱정되어 꼬불꼬불한 산길을 약 1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시간 나는 대로 자주 방문하였다. 온 몸이 풍선처럼 부은 다리에 침을 놓았다가 발침하면 침 맞은 자리에서 물이 줄줄 흘러 나와 아이가 앉아 있는 바닥을 흥건히 적신다. 퉁퉁 부은 피부가 수축이완 작용을 하지 못해 0.01m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호침의 침구멍도 막지 못해 그대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부어오른 자신의 다리에서 물이 빠지는 걸 신기한 듯 바라보며 아이는 시원한지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이 정도면 매우 심각한 증세다. 신장이나 간을 비롯하여 오장육부가 모두 불안정한 상태이다. 병원에 가 보았으나 시골 병원에서 속수무책이었고, 계속 병원에 다닐 경제적 형편도 못되는 아이이다. 시퍼렇게 부은 얼굴로 눈에 초점을 잃고 항상 아무 말도 없고 표정도 없이 나를 쳐다보던 그 아이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고모가 데려오는 바람에 서너 번 열심히 치료를 받고 부턴 그 이후론 나타나지 않았다. 낫고자하는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뜸이 너무 뜨거워 참을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그 아이를 데려오던 고모가 바빠서 데려오지 못하는 입장인지! 밀려오는 많은 환자들 돌보느라 미처 생각 못하여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가보지 못하고 귀국한 것이 내내 후회되고 염려된다.

누구는 왕의 딸로 태어나 많은 시녀를 거느리며 평생 공주대우를 받으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데, 왜 누구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몹쓸 병까지 들어 고통가운데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여야 하는가. 누가 이 질문에 정직한 신학적 대답을 줄 수 있겠는가! 잔악한 죽음의 사자는 꼭 불쌍한 아이의 생명까지 빼앗아 가야만 하는가!

염려가운데도 하나님이 계시니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된다. 우리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 큰 복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 내가 없어도 하나님께서 치료해 주시길 기도하며 스스로 위로해 본다. 내 어찌 연약한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낼 수 있으리오. 내가 고쳐주지 못하였다고 어찌 한탄만 하고 앉아 있으리오. 오히려 그런 행동이 더 교만한 태도가 아니겠는가. 제시카가 생각날 날 때마다 그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게 된다. 우리는 치유선교를 갈 때마다 우리 나름대로 열심히 땀 흘려 환자들을 돌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환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다. 절망의 늪에 빠져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가장 큰 소망은 하나님이다.

우리가 환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만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다. 실은 그 일이 우리가 직접 치료하는 일보다 더 귀한 일이다. 기도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언제 어디서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의 부족함을 아뢰고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은혜의 선물이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으로 환자를 치료하려고 고집하지 않고, 환자를 온전히 하나님께 위임하는 일을 우선으로 한다. 환자들이 믿던 안 믿던, 그들이 우리의 기도를 듣던 듣지 않던, 아픈 이들을 하나님께 의뢰하고 각자의 처소에서 은밀히 중보기도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헌신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체험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우리의 몸은 하나님의 성전이기 때문이다(고전3:16).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하나님이 주관하실 일이다. 우리는 온전히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치유의 기도

치유의 기도는 마음의 기도와 영으로 하는 기도(고전14:15)가 있다.

영으로 기도할 때 성령의 흐름과 나타남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치유의 역사를 일으키게 된다. 존 윔버 목사는 먼저 영안에 몰입하는 기도를 위해 방언으로 기도를 시작한다고 한다.

(1) 중보의 기도

▸먼저 마음으로 시작하는 중보의 기도로 시작하여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어떻게 기도하여야 할지 하나님의 도우심과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고

▸여러 가지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기도한 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모든 병에 대하여 먼저 간단히 중보의 기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로 혼의 질병을 위한 기도에 사용된다.

이 기도는 환자를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과 죄에 매여 헤어나지 못하는 영혼에 대한 애통하는 마음과 어두움에 대한 의분의 마음으로 심령을 흔들어 놓는 간절하고도 절실한 생명 있는 영의 기도이어야 한다.

(2) 명령의 기도

▸굳건한 믿음과 능력이 솟아오르는 말로서 명령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〇〇병의 세력은 떠나갈지어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오른쪽 팔은 힘을 얻고 펴질 지어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왼쪽다리의 뼈는 자라라! 근육은 자라라! 인대도 자라라!” 등 질병의 증세에 따라 명령한다.

▸주로 영의 질병에 사용하고 모든 병에 적용하여 사용한다.

▸반복하여 명령하며

▸점진적인 내용으로 기도한다.

▸감사와 찬송으로 “할렐루야”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기도를 마무리한다.

(3) 힐책의 기도

▸주로 악령과 더러운 귀신을 추방할 때 권세와 능력으로 꾸짖는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 아이에게서 나오라”(막9:22)

(4) 선언의 기도

죄의 용서가 이루어지거나 치유가 이루어 졌음을 선언(마18:18)하는 것이다. 이 선언의 기도는 예언적인 것이며 주시는 말씀이나 주시는 확신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명령의 기도가 투쟁적이라면 이 선언의 기도는 이미 투쟁이 끝나고 평안이 임한 하나님이 뜻을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자세이다.

“하나님이 〇〇님의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병은 이미 고쳐졌습니다.”

“예수님이 지금 〇〇님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혹은 “자고나면 나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감사하십시다. 〇〇님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등을 선언한다.

이러한 기도는 개인별 기도 시와 대중을 위한 기도 시에 그 양상이 다를 수가 있지만 적절하게 상황에 따라 적용하여야 한다.

(5) 묵상의 기도

▸상대방이 요란한 기도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거나,

▸오랫동안 기도해야 할 경우,

▸분위기상 다른 기도가 합당치 않을 때나,

▸상대방이 영적상태가 양호할 때

- 조무남, 치유목회, pp.140-143. -

(6) 호오포노포노식 중보기도

환자의 이름이나 차트를 놓고 기도한다. 환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도 신령과 진정으로 아래와 같이 기도하면 놀라운 치료와 화해의 효과가 일어난다.

“미안합니다. 날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단순하고 짧은 기도이지만 호오포노포노는 이 기도를 통하여 많은 환자를 치료하였으며 나 역시 위와 같은 단순한 기도를 통하여 환자를 치료하거나 불편한 인간관계에 있던 분들과 화해를 이룬 경험이 많다.

“제시카! 미안하다. 날 용서해다오, 고맙다, 사랑한다!”

자료제공 : 아시아미션(http://www.amccm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