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수) 한나라당에 의한 한EUFTA 국회 졸속 비준 강행 처리에 대해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한나라당에 의한 한EUFTA 국회 졸속 비준을 강력히 규탄한다!


2011년 5월 4일(수) 심야에 한나라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EUFTA 비준동의안을 졸속으로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한EUFTA 협정문에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음을 야당과 시민사회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하였다. 대표적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지난 4월 5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한-EU FTA 10대 분야 30대 검증 쟁점”에 의하면, 한EUFTA 협정문에는 다음과 같이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영문본과 한글본에 대한 검증의 문제인데, 영문본과 한글본 사이에 존재하는 207개나 되는 불일치 오류가 이미 드러났고, 정부도 이를 인정하여 수정하였다. 그러나 한EUFTA에서 한글본은 정본으로 영문본과 대등한 효력을 가지므로 한글본과 영문본 모두가 검증 대상이 된다. 단지 한글본이 영문본과 다르다고 해서 한글본만을 일방적으로 고칠 것이 아니라, 영문본도 애초 협상한 결과를 반영하여 작성되었는지, 현행 한국의 법률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를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기업형 슈퍼(SSM)를 규제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무력화 문제인데, 500만 중소상인에게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제공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상생법)은 한EUFTA와 모순된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정한 입점 제한조치 및 사업조정제도가 명시되지 않은 한EUFTA가 발효되면, 유럽 27개국의 유통회사들은 자국 정부를 통하여 한국의 유통법과 상생법에 대하여 바로 제소할 수 있다. 그리고 SSM은 도매(예: Costco의 도매 매장), 소매(예: 직영 홈플러스), 프랜차이징(예: 비직영 홈플러스)의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 중 유럽은 소매에서 백화점 분야에서 기존 매장 보호를 위한 심사제도를 운영할 권리를 한EU FTA에서 확보하고 있으나, 한국은 위 세 가지 모든 분야에서 기존 매장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게다가 1994년 WTO 서비스협정과 비교해서, SSM이 취급할 수 있는 품목을 대폭 확대시킨 것이 한EUFTA이다.

셋째, 친환경 학교 급식의 문제이다. WTO 정부조달협정은 정부 조달에서 외국산 상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규정하고 있고, 한국은 중앙 정부 외에도 서울, 경기 등 15개 광역단체에서의 3억 3천만 원(20만 SDR) 이상의 정부 조달에서 내국민 대우 규정 준수를 약속하고 있으며, 대신 시 군 구 기초단체에서는 이러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급식이 확대되어 도 단위에서 학교급식 농산물을 재정으로 조달하는 경우 외국산 농산물의 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미FTA조차도 정부조달 규정을 “급식 프로그램의 증진을 위한 조달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학교급식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한EUFTA의 정부조달 규정에서는 학교급식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향후 급식의 확대에 따라 EU산 농산물의 조달이 문제로 등장하지 않도록 한EUFTA 협정문에 학교급식 예외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넷째, 유럽산 쇠고기 광우병 검역 문제이다. 유럽은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지역으로서 향후 유럽산 쇠고기 수입과 검역 문제가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EUFTA 협정문에서는 나라별 수입요건을 정할 때,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 및 기준에 따르도록(in accordance with) 하고 있다(5.8조). 현재 아일랜드(광우병 1,353건 발생)나 네덜란드(85건)를 포함하여 영국(183,841건), 프랑스(900건), 스페인(412건), 독일(312건), 이태리(183건), 벨기에(133건) 등 EU 27국 중 20국이 OIE로부터 위험관리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데, 이는 미국과 같은 지위이다. 그러므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이들 쇠고기를 수입금지하는 것은 한EUFTA 위반이라는 주장을 EU가 할 것이다.

다섯째,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시 인정받은 농산물 관세 보호 틀의 무력화 문제이다. 한EUFTA 및 한미FTA는 1994년 WTO 가입 시에 정부가 농민에게 약속했던 최소한의 농업 보호 장치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고 있다. 관세율이 21%인 건조포도, 관세율 27%인 냉장오이는 즉시, 관세율 30%인 설탕저장처리 생강이나 조제저장처리 양파, 27%인 냉동감자는 5년 뒤에 관세가 없어진다. 냉동돼지갈비살(25%), 냉동돼지다리고기(18%)도 마찬가지이다. 복숭아(45%), 단감(45%)도 10년 뒤에는 관세가 없어진다. 고추, 마늘, 양파, 콩나물, 콩 등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데, 한EUFTA 협정문 안에 이미 ‘추가적인 관세 철폐’를 위한 검토 일정이 아예 잡혀 있기 때문이다(built-in 2.5조 4항). 쌀은 이미 WTO 협정에 따라 소비량의 약 13%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2015년 전에 전면 개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경우 쌀의 관세 철폐문제가 한미FTA와 한EUFTA의 추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쌀의 관세 철폐 가속화도 FTA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EUFTA에는 검증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서울·인천·경기의 지역 건설 활성화 조례와 충돌하는 문제, 전기담요·전기다리미·전선·퓨즈 등 전기 안전 인증제도 침해 문제, 자동차 안전 기준 침해 문제, 국민건강보험과 의약품 가격 관련 문제, 신금융 상품 관련 문제, 외환위기 시 유럽 금융 자본에 대한 규제권 관련 문제, 보조금 산업 정책 관련 문제, 기간산업 정책 관련 문제(기반통신시설 투자에 대한 공익성 심사권의 침해), 우체국 공익 서비스 관련 문제(우체국의 영역 축소 약속),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관련 문제, 폐수배출 시설 진입 규제 관련 문제, 무관세 도입량(TRQ) 충격 문제, 냉동 삼겸살 세이프가드 조치 문제, 식당의 농산물 식품 원산지 표시제 관련 문제, 식량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 수단 관련 문제, 어묵류 수출 강국 한국의 어묵과 게맛살 수출 확대 차단 문제, 북한산 바지락 양식을 통한 유럽 수출 기회 차단 문제, 호프집 월드컵 응원 시 저작권료 문제, 특허권 침해 의심 물건의 반입·반출 금지 조치 문제, 상표권·저작권 침해 수행에 주로 사용된 재료·도구·침해 행위로 획득된 직접적 간접적 모든 자산에 대한 압수·몰수·폐기의 문제, 지적재산권 보호에서 상호주의 상실의 문제, EU의 지리적 표시 과잉보호 문제, EU의 화학물질 규제(REACH) 관련 문제, EU의 반덤핑 장벽 문제, 관세 환급 관련 문제, 인증수출자 제도 관련 문제, 통상교섭본부의 거대 권력기관화 문제(입법부에 법안 심의 완료 시한을 제시하고, 협정에 대한 입법부의 자유로운 폐기를 제한하는 문제), 정부가 협상 결과를 정확하게 설명했는지 여부의 문제, 10년간 17조원의 관세 손실 문제, 한국 국내법 법률 체계의 혼란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는 한EUFTA를 검증하지 않고 명색이 정당인 한나라당이 이처럼 졸속으로 비준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인 것이다.

한EUFTA를 일단 발효시키고 난 후에 중소상인과 농축어민을 비롯한 피해 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EU측과 협상을 통해서 한EUFTA를 개정한다고 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각의 소위 ‘발효 후 개정’ 주장은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국제법적으로 한EUFTA가 일단 발효되면 그 어떠한 국내법보다도 대외 관계에서는 우위적 지위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한EUFTA 15.5조에 의하면 일단 한EUFTA가 발효되면 EU가 합의를 해 주지 않는 한 FTA를 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FTA만이 살 길”이라는 식의 청와대와 정부의 FTA 우상화는 결국 한나라당에 의한 한EUFTA 국회비준 졸속처리로 이어지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자 국민에 대한 의무인 ‘조약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말았다.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에 의한 한EUFTA 국회 졸속 비준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나라당이 다음 수순으로 삼고 있는 한미FTA 국회비준 문제에 대해, 졸속으로 날치기 통과시키지 말 것을 한나라당에게 엄중히 촉구하며 경고한다. 한나라당의 의회 폭거는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2011년 5월 4일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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