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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4일 (금) 00:00:00 [조회수 : 45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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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서는 매 달마다 거행을 하는 성찬식을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그리스도요, 하나님임을 고백한 세례 교인만이 참석을 해 주며 나머지 분들은 찬송과 기도로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은송 여전도사의 안내에 따라 성도들은 일렬로 오른편 통로로 와서는 포도주 잔을 철수 전도사에게 받아 마시고 그 옆에 흰색 저고리에 검은 색 치마를 입고 목에 붉은 스카프를 맨 주은송 전도사에게서 떡을 받아 입에 넣고는 왼쪽 통로로 빠져 각 자의 자리에 앉는다. 포도주와 떡을 먹고 자리에 돌아온 삼돌 삼촌이 매달 한번씩 주일예배에 열리는 성찬식에는 설교가 빠진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예물 봉헌 시간입니다.”
연주자들이 찬송가를 연주하자. 앞에 앉아있던 가운을 입은 두 남녀가 대나무로 만든 긴 손잡이가 달려있는 광주리 덮개를 같이 들고서 출입구의 함쪽으로 향하기에 영이는 유년주일 학교 연보시간처럼 손가방에서 얼른 지갑을 꺼내어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영이를 그대로 통과하여 입구쪽으로 가더니 나무함의 문을 열고 네모의 광주리를 꺼내 덮개를 덮는다. 헌금 위원들이 헌금함에서 단상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성도들은 즐거운 곡조의 찬송가를 부르며 감사의 박수를 치기에 영이는 무안하여 손가방에 지갑을 도로 넣으며 들어 올 때 삼돌 외삼촌의 봉투가 헌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단상에 헌금 광주리가 놓이자, 철수 전도사는 두 손을 광주리에 얹고서 물질을 주신 하나님과 이 물질을 얻기 위해 땀 흘린 성도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물질이 하나님의 사업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이도록 간곡히 기도를 하는 것이다.
“이번 주일에 생일을 맞으시는 분들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은송 전도사의 호명에 큰 소리로 대답을 하면서 성가대 뒷자리에 앉아 있던 10명정도가 앞으로 나와 성도들을 향하여 섰다. 생일은 하나님이 생명을 주신 복된 날이므로 기념하기 위해 예배순서에 들어 있다고 삼돌 외삼촌이 다시 귀띔을 해 주었다.
생일 축하 합니다 ~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 생일 축하 합니다.
형제 자매라는 구절에 각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면 각 자는 머리를 숙여 성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계속되는 생일 축하의 노래 중에 문해석 할아버지가 생일 케이크와 생일카드를, 이효순 할머니가 꽃 한 송이씩 선물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제가 지금부터 이름을 부르는 분은 일년동안 라합동산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실 집사님들입니다. 집사자격은 세례 교인으로 모든 평신도 형제 자매들이 한 달 동안 각 자가 10명을 추천하여 주신 용지를 모아 순위대로 60명을 선발하였는데 20명씩 3주에 걸쳐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라합교회는 장로교회이나 초창기라 장로님들이 없기에 집사님들이 중심이 되어 교회의 업무를 결정을 합니다. 전부가 집사 직분을 드려야 하지만 출석교인의 24%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우리 교회의 집사직분은 국회의원처럼 여러분을 대표하여 회의하고 결정하는 의결기관 입니다.
집사직분을 받지 못한 분들은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실제로 봉사를 하시는 분은 120명 정도의 구역장님 입니다. 라합교회가 출발할 때부터 성도들이 사시는 집을 기준으로 10명씩 구역을 만들어 16명이 되면 반씩 나누어 독립을 시켰습니다. 모세는 장인에게 이 방법을 배웠는데 저는 총각이라 모세에게서 배웠습니다. 올해 제일 많은 구역을 독립시킨 김효순 자매님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철수 전도사의 호명에 성도들의 박수를 받으며 색동 한복을 입은 65세 정도의 할머니가 손자들의 손을 잡고 나왔다.
“김효순 할머님의 구역에서 독립하여 구역을 이룬 성도들은 다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소망 전도사의 말에 150명 정도가 일어난다.
“나함재단 직영인 일층 슈퍼에서 유일하게 반찬가게는 할머님 개인 소유입니다. 아마 시장에서부터 지금까지 공짜 반찬을 제일 많이 얻어 먹은 사람은 저입니다. 지금도 반찬이 남으면 저의 닦새들의 몫입니다. 노인대학 할머니와 집에서 살림을 사시는 주부들이 할머니에게 반찬을 공급하여 자식들의 학비에 보탠 사실은 다 아는 일입니다. 우리 할머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찬송을 다 같이 보답으로 불러 불러드립시다.”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안에 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요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은 만나던지 만사 형통 하리라
무슨 일은 만나던지 만사 형통 하리라
1874년에 필요한 5불의 기도응답을 받아 지어진 이 찬송은 영원히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하나님을 찬양케 하였다.
“나함재단에서 김효순 자매님에게 전도상으로 노인성경대학과 유치원생들에게 창경원의 동물원으로 모시기로 했답니다.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같이 가셔도 됩니다. 오늘부터 라합교회는 나함재단에서 독립을 하여 자체적으로 집사 중심으로 운영을 합니다. 예배가 끝나고 일년동안의 교회의 대차대조표를 나누어 드릴 것인데, 여러분이 내신 헌금에서 고정적으로 지출된 것은 관리비와 성직자들의 월급, 장학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인데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그래도 많은 돈이 남아 있습니다. 이 헌금이 유용한 일에 쓰이도록 여러분의 의견을 건의함에 넣어 주시면 집사님들이 의논을 할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님과 성도 여러분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전도상에 이어 일주년을 맡아 성도들을 대표할 집사 직분을 받을 자를 호명하고 간단한 기도를 항 후 철수 전도사는 자리에 앉았다.
“광고는 주보로 대신 합니다. 한달 전에 이슬과 방울이라는 이뿐 이름을 가진 쌍둥이 딸을 낳으신 전경자 자매님이 오늘 출석을 하셨기에 소개를 드립니다. 부부가 일어나 주십시오.”
은송 여전도사의 호명에 부부는 애기를 한 명씩 안고 일어서더니 두 손으로 애기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린다.
“할렐루야!”
“아멘!”
예배가 끝나도 좌석을 뜨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식사 당번과 노인들 몇 분이 식당으로 가기 위해 일어날 따름이었는데 보통 주일에도 전 교인들이 돌아가며 식당에서 식사를 하나, 오늘은 생일날이므로 식당은 이웃 초대 손님을 대접하고 성도들은 성전에서 모두들 식사를 한다는 광고 때문인 것 같았다.
삼돌엄마가 영이에게 시어머니가 틀림없이 식당에 와 있을 터이니 잠깐 가자고 하여 식당에 갔더니 할머니, 원호, 준호, 삼돌이네 식구들이 다 모여서 벌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용호 할머니, 안녕하세요. 사위와 딸 덕분에 교회 구경을 하니 기분이 좋죠.”
삼돌엄마가 삼돌 할머니 곁에 앉아 계신 할머니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며 말을 건네는데 용호라면 할머니 등에서 자고있는 삼돌 외삼촌의 돌이 되어가는 아들인 것이다.
“야, 정말 좋네요. 사돈, 우리 호랑교 접어두고 이리로 퇴거 신고 합시다.”
“먼 사돈, 지금 먼 말을 하요. 한국 호랑이가 미국 독수리하고 놀 수가 있소. 절개를 지킵시다.”
아침에 해가 뜰 때와 저녁에 해가 질 때에 호랑, 호랑을 외우는 삼돌 할머니가 용호 할머니까지 전도를 했는데 초신자의 흔들림에 점잖게 쏘아 부치는 것이다.
“정말로 이 교회는 잠자리채가 없어 참 좋더라.”
민망해진 용호 할머니가 삼돌 할머니 얼굴을 피하며 대화를 슬쩍 바꾸신다.
“사돈은 예배당에 잠자리 잡으러 왔소. 늙은이가 자꾸만 실없는 소리하면 아~ 들이 슝~보요.”
“삼돌 할매, 진짜 잠자리채 말고 일원짜리 동전하나라도 안 흘릴 라꼬 바람도 안 빠지게 만든 돈 모으는 채 안 있소. 교회에 한번도 안 다녀 봤소?”
용호 할머니는 기회를 잡았다 싶어 삼돌 할머니의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내며 사돈에게 맹공을 퍼부을 태세이다.
“절이나 예배당에 바치는 돈은 기쁜 마음으로 드리는 거요. 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이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원납전을 거두었는데 원납전(願納錢)이란 본래 ‘스스로 원해서 납부하는 돈’이란 뜻이었으나 실제로는 평민들로부터 강제로 징수 했소. 이에 당시 사람들은 ‘원망스럽게 납부하는 돈[怨納錢]’이라고 뜻을 바꾸어 불렸소.”
삼돌 할머니는 점잖게 용호할머니를 바라보면서 평소에 며느리로부터 즐겨 들은 한국역사를 천천히 이야기 하신다.
“어멈아, 나하고 삼돌 할머니가 어제 저녁에 빈대떡을 만들어 갖고 왔으니 할아버지들 갖다 드려라.”
용호할머니는 빈대떡이 든 라면 박스2개를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말로 하면 사돈에게 당할 수 없으니 같이 만든 빈대떡으로 인심이나 쓰자는 작전으로 바꾼 것이다.
“할머니들은…. .’
깔끔한 성품이나 약간 고지식한 면이 있는 용호엄마가 난처한 표정으로 되 묻는다.
“답답한 용호 애미야, 예~, 하고 돌아서서는 니가 알아서 하몬 되지, 그것도 물어보나? 과부 할메는 살아있는 할배를 입에 부르고 다녀야 오래 산다는 상식도 모르나? 삼돌 삼촌 예수 믿기에 천만다행이다.”
예수잔치에 심술이 난 삼돌 할머니에게 사돈 부녀는 계속해서 혼이 나는 것이다. 한방 맞은 용호 엄마와 이방인 영이는 빈대떡을 접시에 담아 식당과 교회로 바쁘게 움직였다. 교회 안은 마치 시골 잔치집 같은 정다운 분위기였다. 주위에 식당과 음식좌판을 하는 성도들이 많아 식당의 주방에는 돼지갈비, 순대, 잡채, 오징어 튀김, 과일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일요일에 시골에서 올라온 분들이 그 동안 장터로 이용하게 해 준 보답으로 보낸 산나물도 잔뜩 있었다.
성도들은 교회를 자신들의 집으로 생각하며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서 떡을 떼어 주시고 포도부를 부어 주시는 행동은 서로 나눠 먹어라는 말임을 잘 이해하기에 이런 행동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교회는 성경에 쓰여진 말씀과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는 자들의 공동체로 사회단체가 아니라 가족 단체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음식을 다 먹고는 답답한지 옥상으로 올라가자고 부추기는 것이다. 2부 순서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식구들은 식당을 나와 7층으로 올라갔다. 7층에는 식당면적만 하였는데 기도실, 청년실, 노인실, 방송실, 회의실, 전도사 숙소 등이 있었는데 교회로 붙은 벽면은 교회내부가 다 보이게 검은 유리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창문들을 다 떼어 성도들이 걸상에 앉아서 성전을 볼 수가 있도록 특별배려를 해 두었다.
옥상의 중앙에는 대형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래에서 쳐다보다가 가까이서 보니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특이한 것은 십자가 반석이 산봉오리처럼 나함빌딩의 중심이고 그냥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기념물이 아니라 많은 용도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반석에 올라가는 곳은 동서남북으로 4군데이며 미끄럼틀은 8군데나 설치되어 있었다. 특히 장애자를 위해 계단 대신 낮은 평지로 손잡이까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은 십자가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십자가를 중심으로 남쪽에는 대형 온실, 동쪽에는 ‘오막살이’라 적힌 유아소 건물과 ‘원두막’이라 적혀진 탁아소 방들이 있었으며, 서쪽에는 ‘초가집’이라 적힌 유치원과 ‘마징거’어린이 태권도 도장, 남쪽에는 대형온실이 있었는데 옆에는 많은 장독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닦새팀들이 중앙에 세워진 대형십자가 아래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풍선에 산소와 씨앗을 넣고 있었으며 틈마다 아이들을 위한 그네 같은 놀이기구가 있었다. 그네에 아이들이 작은 강아지를 안고 놀고 있었는데, 어느새 삼돌이는 다른 아이 품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뺏어 십자가 미끄럼틀 계단으로 오르고 있는 모습을 큰 세퍼드 두 마리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영이는 어떤 별난 사람이 교회까지 개를 다리고 왔나 투덜대는데 온실과 많은 장독사이에 큰 개집이 2개 눈에 트였다.
“원호야, 혹시 저 큰 개들 교회에서 키우나?”
“예, 아담과 하와인데 얼마 전에 강아지 6마리나 낳았어요.”
영이는 ‘와~’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자신이 가는 곳마다 개가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내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에 자신이 전생에 개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이다.
“언니, 아담과 하와는 부부인데 왜 개집이 따로 있지요? 하나는 분만실인가요?”
“우리 여동생 데기도 처녀 표띠 내네. 개가 집에서 하는 일이 뭐고? 도둑놈 지키는 일이제. 한 방에서 서로 사랑에 신경을 쓰면 귀하고 코가 빙신이 되는기라. 게다가 암캐가 잔소리까지 하면 수캐가 갈 곳은 보신탕 집 뿐이다.”
자칭 자신은 전생에 수선화라고 생각을 하며 웃던 영이는 삼돌엄마의 말에 전생에 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함빌딩 옥상에서는 청량리 일대가 거의 다 보였는데 - 조선시대 초에 나무가 우거지고 남서쪽이 확 트여 늘 시원한 바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진 청량(淸凉)이라는 이름대로 - 마주보면 역이고 오른쪽에는 대로에 많은 차들이 왕래하고 높은 건물들이 서 있고 왼편으로 벌판에 철길이 멀리까지 깔려있고 기관차와 객차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폭 칙칙 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영이의 마음 속에 춘원처럼 동요가 번진다. 기차길 옆에는 지나가는 기차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집세가 싸 오두막에 사는 가난한 자들이 많다. 그래도 아무 걱정 없는 아기는 잘도 잔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환경에 탓을 돌리나 정작 문제는 자신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오월의 날씨치고 약간 더운 탓인지 철길을 끼고 형성된 오두막의 마당에는 밤의 꽃들이 허벅지를 내 놓은 미니 반바지 차림으로 한가하게 빨래를 하고 있었으며, 줄에는 풍선 색깔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여인의 속옷들이 걱정 없이 자는 아기처럼 편안하게 걸려있다. 다행히(?) 마당에 개들은 안 보인다. 서울의 창녀 촌은 평지에 누워 기차소리를 듣고 잠이 깨나, 부산의 창녀 촌은 언덕에 누워 바다를 보며 뱃고동 소리에 잠이 깨는 낭만이 있듯이 출발점과 종점의 그늘에는 아기의 편안한 깊은 잠을 모방한 여인의 부드러운 육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식사가 끝나고 유년주일 학교 아이들의 재간을 시작으로 각 부서별로 준비한 순서들이 두 시간 정도 진행된 후에 창문에 달린 붉은 커튼이 햇살을 차단하기 시작을 하면서 성전의 모든 불이 꺼지자 실내는 예수님의 피로 물드는 분위기에 빠졌다.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 되고 일군 된 자들의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들이 많은지라 > (누가복음 1장:1~2절)
“이 연극은 누가복음의 말씀처럼 일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며 ‘예수 믿고 천당 갑시다.’라고 하면 ‘현찰 믿고 지옥 갑시다.’라고 대답하던 일년 전의 청량리 분위기입니다. 등장 인물들도 다 본인들이나 단 한 명만이 대역임을 밝힙니다.”
단상에 조명이 들어온 무대는 588 창녀촌의 골목이다. (철수 전도사와 등에 빵이 가득 들은 봇짐을 맨 하와가 무대에 등장)
- (철수)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하와야, 교회도 도둑이 겁이 나 문을 잠그는 세상인데 이 동네는 우리를 반기는지 문이 다 열려 있구나.
- (하와) 멍! 멍!
- 너는 나이가 있어 아담보다 내 말을 잘 알아듣는구나. 고맙다.
- (여인1) 어서 오세요.
(반갑게 나오던 여인이 개와 철수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 본다.)
- 공짜식당과 교회가 문을 열었습니다. 한번 구경하러 오십시요.
(철수는 팥 빵에는 라합교회, 크림 빵에는 라합식당이란 글자가 쵸코렛으로 새겨진 빵을 선물한다.)
- 아저씨, 진짜로 공짜예요? 눈 감아라고 해 놓고 신발 훔쳐 가는 것 아니지요?
- 우리 식당과 교회에는 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 옵니다. (속으로) 물론 훔쳐 가죠. 죄로 물든 당신의 영혼을 훔쳐 예수님의 십자가 피로 씻어 당신에게 돌려 드릴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일입니다.
- 놀다 가세요.
- 놀러 오세요.
‘놀다 가세요’라는 말에 익숙한 성도들은 소리 내어 웃는다. 어쩌면 인생도 놀다가는 곳이라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비하면 순진한 편이다.
- (여인2) 아~따, 교회에도 신장개업 떡을 돌립니까? 허긴 교회도 손님이 많아야 장사가 잘 되겠죠. 우리는 식구도 많고 먹성도 좋으니 빵이나 많이 놓고 가세요.
- (철수) 2000년 전에는 소문만 듣고 밤꽃들과 일수쟁이가 예수님을 만나러 온 사실을 아시나요?
- (여인2) 당신이 예수인가요?
- (철수) 나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려는 그 분의 심부름꾼입니다.
- (여인2) 대학 나온 심부름뿐이라 봉급도 많이 받겠네요. 못 배운 사람은 심부름 못 하나요?
- (철수) 그 분의 심부름은 가방끈 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단지 마음이 깨끗하면 됩니다.
- (여인2) 이 동네는 가방끈도 짧고 육신은 공동목욕탕이나 마음은 괜찮거든요. 좋은 장소 골랐네요. 정말로 우리 아가씨들 전부 다 가도 장사에 방해가 되지 않지요? 괜히 딴 소리 하시면 안 됩니다.
- (철수) 식당은 손님이 왕이며 교회는 예수님과 여러분들이 주인입니다.
- (여인3) 아저씨, 교회 선전하러 다니면서 먹을 것을 주는 것은 고마운데 직접 리어커에 싣고 다니지 개에게 심부름을 시켜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돌팔이 전도사 같네요.
(리어커가 예수의 십자가라는 말을 하려는 이 밤꽃은 분명히 전에 교회를 열심히 다닌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철수)짐승이 사람을 유혹했기에 전도에 참가를 시켰고 여자가 남자를 유혹했기에 제가 당신을 찾아온 것입니다.
- (여인3)저는 당신에게 나를 잡수라고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더욱이 당신은 예수쟁이 두목이니 돈을 주어도 절 먹지를 못합니다.
- (철수) 당신을 먹은 많은 남자들을 대표해서 제가 온 것입니다.
- (여인3) 나를 먹은 사람들 중에서 대표가 나와야지 경우에 맞지요.
- (철수) 당신은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죄 없는 자가 죄 있는 자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신 분이 예수분이라는 사실을 ….
-(여인3) 들었을 뿐만 아니라 믿기까지 했죠. 그런데도 저는 이 동네까지 흘러 온 신세입니다.
- (철수) 개천에서도 하나님은 꽃을 피게 하십니다. 믿음을 포기 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역경에도 믿음을 지키면 꼭 꽃이 피는 것을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 (여인3) 정말로 밤꽃이 아닌 장미꽃이 필까요? 꽃! 꽃! 꽃!
- (여인4) 어서 오세요! 그런데 우리집에는 여자는 있는데 암캐는 없는데요.
- (철수) 암캐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집인 교회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왔습니다. 이 개는 암캐지만 수캐는 교회에도 있습니다.
- (여인4) 전도하러 오셨군요.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요, 경찰은 국민의 지팡이라 말하면서 독재하고 지팡이로 때리는 자들이 쓰는 술법이네요.
- (철수) 죄에 대해 잘 알지를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 (여인4) 죄요? 다리 벌리고 먹고 사는 죄인인 우리를 더 아프게 할 생각이면 돌아가 주세요.
- (철수) 자매님은 예수님이 몸을 파는 여인들과 이야기 하기를 즐겨 하셨다는 사실을 읽어 본 적이 있지요? 몸을 파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고 하나님을 외면하는 것이 더 큰 죄가 됩니다.
- (여인4) 죄도 종류가 많네요. 교회에선 몸을 파는 죄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죄의 형기는 얼마나 되지요?
- (철수) 몸을 파는 죄는 이혼이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죄는 무기징역 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회개를 하면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이 하나님의 법입니다.
- (여인4) 제가 이 곳을 탈출을 하여 떳떳한 몸이 되면 찾아가죠.
- (철수) 옷을 털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듯이 저도 죄인입니다. 교회는 떳떳한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라 죄인들이 오는 곳입니다.
(갑자기 무대에 아담이 나타나 등에 있는 빵을 하와에게 전해주며 하와의 엉덩이 냄새도 맡은 후 꼬리를 흔들며 퇴장을 한다.)
- (여인4) 진짜로 교회에 수캐가 있었네요. 그런데 좀 어리게 보이는데..
- (철수)어리기에 뛰어다니는 임무를 맡겼죠. 직업이나 성별, 나이 등을 상관치 않고 사랑을 나누는 곳이 교회입니다. 당신이 가진 마음의 사랑을 교회에 와서 나누어 주시고 상처가 있으면 형제의 사랑으로 치유하시기 바랍니다.
- (여인5)앗따! 아침에는 중놈이 와서 목탁을 치며 돈 달라더니 점심에는 예수쟁이가 개까지 데려 왔구먼.
- (철수) 받으려 온 것이 아니라 빵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 (여인5) 당신이나 배 터지게 많이 먹어요.
- (철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 (여인5) 옛날에는 말로 천량 빚도 갚았지만 요새는 말 많으면 간첩이니 정신을 차려야 쓰겠소. 나는 정신병자들과 이야기 하기 싫으니 냉큼 돌아가시오. 오늘 저녁은 더럽게 재수 없겠네. 훗세! 잡귀 물러가라.
(여인은 소금을 철수에게 뿌리려다 하와가 어르렁거리자 질겁을 하고 문을 닫는다.)
- (철수) 주님! 이 여인을 용서하소서. 아담아! 야구에서 10번에 3번만 안타를 치면 수위타자라고 한다. 실망을 말고 단골집으로 가자.
- (여인6)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 (철수) 저도 아주머니를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른 목적으로 찾아 왔습니다.
- (여인6) 월부 책 팔러 왔소?
- (철수) 돈 안 받는 성경책과 빵을 선물하러 왔습니다.
- (여인6) 좋은 단골하나 놓쳤네….
- (철수) 전에는 내가 이 집을 방문하는 단골이었지만 이번에는 아주머니가 우리들의 집을 방문하는 단골이 되어 주세요.
- (여인6) 총각, 당신 참 용감한 사람이요. 모든 사람이 철 들면 쳐다보지도 않는 이 곳인데….
- 새로운 술에 취했기 때문입니다.
- 새 술은 예수쟁이라는 말인데, 당신이 취한 술은 나를 포주가 아니라 인간 취급을 해 주는 묘한 술이네.
나도 인정상 한번은 찾아가 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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