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종의 영성강좌 1

진리(眞理)의 종교로서의 기독교 (2)

예수는 또한 요한복음 17장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나님께 드리는 자신의 기도 속에서 해 줌으로써 자신의 복음(가르침)의 진리(眞理)의 종교로서의 특색을 들어냈다. 예수는 하나님께 드린 기도 속에서 우리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일 곧 구원받는 일은 진리이신 하나님을 올바로 아는 일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영생은 오직 (참 진리이신) 하나님을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자 곧 (진리의 사람)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17:3)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같이 그들도 세상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진리로 그들을 거룩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입니다."(요17:16,17)

여기서 우리가 크게 관심해야 할 점은 첫째로 우리 인간이 구원을 받는 일 곧 영원한 생명 즉 불멸의 생명인 영생을 얻는 일은 바로 진리의 증거자인 자신을 통해서 궁극적 진리인 하나님을 올바로 (깨달아) 아는 일이라고 말한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의 본질 곧 우리의 구원의 성취가 교회가 강조하는 어떤 특수한 교리를 받아드리고 그것을 믿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진리이신 하나님을 올바로 깊이 아는데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신비 지극한 하나님 곧 영원자시고 절대자(신비)인신 하나님을 올바로 아는 일이 쉬운 일이겠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우리의 특별한/부단한 영적인 주의와 노력과 정진이 요구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신앙인들이 절대 신비인 이 하나님을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하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서실이다. 우리의 예배나 성경연구나 기도 등 모든 교회활동은 오직 한 가지 목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이 신비 지극한 하나님, 우리의 머리나 생각으로 도저히 미칠 수 없는 하나님을 조금씩 조금씩, 좀더 깊이 또 깊이, 알아가는 일이며 또한 그 과정이란 점이다. 그래서 저 유명한 신학자 성어거스틴도 마지막 숨질 때까지의 매일의 기도가 "주님(하나님) 오늘 당신을 어제보다 조금 더 알게 하여 주십시요!"라고 기도했던 것이다.

사실 예수가 이 세상에서 행한 일은 바로 이 신비 지극한 하나님을 알게 하는 일이었으며, 또한 그가 그르쳐 준 말씀들은 하나님을 알아가는 방법들에 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수는 궁극적 진리인 하나님을 올바로 아는 일(방법)을 다음 셋으로 요약해서 말했다: (1)하나님께로부터 보냄을 받아 이 세상에 온 자신의 가르침과 자신의 삶(진리와 사랑)의 모습을 통해서, (2)자신이 받은 자신 안에 충만했던 하나님의 영인 진리의 성령을 온전히 받아드려 충만해짐으로서, (3)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우주 만물의 아름다움을 잘 관찰함으로써 라고 알려주었다(참고, 마6:26-34; 막4:26-31; 요15:1-2). 사도 바울은 예수의 창조영성에 기초하여, 로마서 1장 20절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 지니라." 이 점을 가장 잘 말해준 사람이 4세기의 영성가 에바그리우스(Evagrius)이다. 에바그리우스는 우리 기독교 신앙이란 예수의 가르침을 올바로 깨닫고 실행하는 일인데, 예수의 가르침의 내용의 핵심은 (1)하나님을 올바로 아는 일(theologike)과 (2)그가 창조한 만물의 신비를 깊이 파악하는 일(phusike) 그리고 (3)덕성의 증진(practike) 곧 사람과 사람들 간의 올바른 삶의 원리를 깨닫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궁극적) 진리이신 하나님의 신비를 올바로 깨달아 아는 일이 바로 우리 기독교 신앙과 맹신적인 기복적 종교 혹은 무속적 종교와를 구별 짓게 하는 요체이다. 무속적 종교는 어떤 깊은 사색이나 심각한 영적 수련/수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속적 종교는 언제나 즉흥적이며, 즉답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의 복음은 단순히 믿는데 그치기 않고 진리인 하나님을 올바로 깨달아 아는데 까지 이르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의 평생 동안의 기도생활과 영적 정진과 진리에 대한 탐구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아주 단순하게/간단하게 생각하는 일은 매우 잘못된 태도인 것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예수의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구원받는 다는 말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일은 매우 편협한/잘못된 해석인 것이다.

우리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관해서 다음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예수가 전한 복음의 핵심(본질)은 <속죄 신앙>이냐 아니면 <진리 깨침의 신앙>이냐 하는 것이다. 요한복음 17장에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점은 예수가 자신의 피(혹은 피 공로로)로 거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진리로 거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 인간이 참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일과 구원에 이르게 하는 일은 진리를 올바로 알고(깨닫고) 진리를 소유하고 진리의 사람들이 될 때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 곧 하나님의 참 백성이 되고 아울러 하나님이 베푸시는 구원을 맛볼 수 있음을 나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울의 속죄신앙과 요한의 진리에 의한 성화신앙: 특히 여기 요한복음 17장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점은 "진리로 거룩하게" 해달라는 예수의 기도의 내용이다. 즉 여기서는 예수의 피 공로로 거룩하게 되는 사도 바울의 대속의 진리와 속죄신앙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진리로 거룩하게 되는 즉 진리에 의한 거룩함의 성취(성화)의 사상으로 발전되고(새롭게 해석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도 바울은 특히 로마서 5장에서 진리의 사람 예수의 숭고한 죽음을 우리 인류가 지은(저지른) 죄 값을 대신 지불하고 우리 인류(예수의 이름을 믿고 부르는 사람들)을 사망의 세력으로부터 구속해 내는 대속 제물로 이해하고 대속의 원리로 해석하였음을 볼 수 있다.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
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그러면 이제
우리가 그의 피로 말미암아 의롭다하심을 받았으니 더욱 그로 말미암아
진노하심에 서 구원을 받을 것이니(롬5:7-9)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 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
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롬5:17-19),

물론 복음서에도 대속의 의미를 나타내는 성구(말씀)들이 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20:28; 막10:45)란 말씀이 있다. 또한 요한복음에도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생명이 버리는 것이 최상의 사랑임을 말씀한 적이 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느니라"(요15:13). 그러나 복음서에는 바울이 이해한 것 같은 예수의 피 혹은 피의 공로에 의한 본격적인 속죄신앙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바울의 속죄신앙 이면에는 첫째 사람 아담의 하나님의 말씀(명령)에 대한 불순종과 거역으로 인한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곧 인간의 전적 타락 사상이 전제되어 있다. 이것은 로마서 1장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전적타락설과 원죄설 혹은 죄의 유전설은 인간실존에 대한 사도바울의 독특한 해석으로서, 사랑의 절대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창조 영성 신앙과는 배치되는 것이며,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받아드려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인간의 전적 타락설은 고대 동양의 일부 지혜인(현자들)이 이해한 인간의 성악설 그리고 인간신존의 자기 충돌성과 자기 모순성 혹은 소외성(self estrangement of human existence)으로 이해한 현대의 실존철학 사상에서도 유사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바울은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을 인간의 전적 타락설과 연계하여 다음과 같이 이해한 듯하다. 즉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인간 자기 스스로 의롭게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인간의 죄를 용서받게 할 수 있는 대속제물이 필요했는데 그 대속 제물이 바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은 만인의 구원의 복음을 전하다가 당하는 순교적 행위(죽음)이기 때문에 가장 숭고한 죽음이며 또한 참 의인의 죽음이므로 무한한 가치 곧 무한한 사랑의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은 곧 하나님의 사랑 즉 그분의 무한한 용서의 사랑을 나타내며,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의 은혜를 힘입게 됨으로 우리(인간)의 모든 허물(죄들)이 용서받게 된다고 바울은 이해한 듯하다.

물론 바울이 이해한 예수의 죽음의 대속적 의미는 유대교(히브리인들)의 짐승의 (생명의)피를 통하여 인간의 죄를 속량 받는 제의적 의미(sacrificial liturgical meaning)와 연결되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예수는 십자가 위해서 사람들의 허물(저들의 죄)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다. 예수가 보여준 사랑은 곧 하나님의 용서의 은혜의 사랑과 동일한 사랑으로서, 우리는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피)으로 인하여 두 종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하나는 예수 자신의 자기희생적 사랑이며 다른 하나는 예수가 알려준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이다, 그리고 두 분의 사랑은 다 용서하시는 사랑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본질싱 용서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수가 알려준 하나님은 무서운 심판의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허물들을 덮어주시고 용서하시는 무한한 용서의 사랑이었다.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은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의 사랑을 동시에 나타내며 그리고 그 사랑은 만인을 심판대신에 용서하시는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수의 죽음은 단순한 의인의 죽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의 구체적 실행이기 때문에 전 인류의 모든 허물들을 용서하고도 남음이 있는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의 공로(행위)로 인하여 하나님의 무한한 (용서하시는) 사랑을 깨닫고 덧입게 됨으로, 예수의 십자가의 피의 공로로 우리 인간의 모든 허물들(죄성)이 사유함을 받는다고 바울은 이해한 듯하다. 그런데 바울은 로마서 6장에서는 우리 인간의 죄 사함의 신비를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과 함께 또한 그의 부활과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
아 그리스도를 죽은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
서 행하게 려 함이라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롬6:3-5)

사도 바울은 여기에서 우리 인간이 전적으로 새로운 존재로 즉 전적인 죄인에서 전적인 의인으로 나가게(변화) 되는 것은 예수의 피 공로에 의한 대속의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차원을 넘어서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과 함께 나의 옛 사람 곧 낡은 존재가 죽어 장사지낸바가 되고 예수의 부활생명 곧 새 생명(참 생명) 즉 영적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됨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전적인 변화 즉 낡은 인간(존재)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인간(존재)으로 변화되는 사도 바울의 구원론의 가장 완숙한/심오한 측면을 들어내는 것으로써 한편으로는 그의 실존주의적인 이해의 측면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신비주의적 이해의 측면을 들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도 바울의 이러한 실존주의적이고 또한 신비주의적인 이해는 그의 다음의 말에서 더욱 뚜렷이 들어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 여기서 사도 바울은 진리의 사람 예수를 우리 인간이 전적으로 새롭게 되는 새 창조의 원리(the principle of new creation)로 이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진리이신 예수와 영적으로 혹은 실존적으로 연합할 때, 우리의 낡은 존재(인간)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존재(인간)로 변화되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요한복음 3장에서의 예수의 말씀 곧 물과 성령(진리의 영)으로 완전히 거듭나는 영성원리와 전적으로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사도 바울의 예수의 피 공로에 의한 속죄사상(속죄신앙)이 진리의 사람 예수에 의한 새창조 사상(신앙)으로 진전되어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