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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손님
봄은 혼돈과 모순의 계절이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계절이기에, 천방지축 마구 뛰어다니는 사춘기 청소년 같기도 하고 감정의 폭이 심한 갱년기 여인 같기도 하다.
경칩이 한참 지난 3월말, 버지니아 숲속에는 봄을 시샘하는 때 아닌 춘설이 내렸다. 긴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봄 준비를 서두르던 숲 속 가족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숲속 삶에서는 모두가 한 가족이다. 인간 사회처럼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따로 없기에 생명체든, 무 생명체든 하나님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선택 된 자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바로 숲이다.
1960년대에 개봉되어 아카데미상을 받은 스텐리 크레이머 감독, 시드니 포이티에와 케터린 헤펀이 주연 했던 "Guess Who's Coming to Dinner"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국어로 “초대 받지 않은 손님” 이라고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17개주에서는 흑백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한 흑인 의사와 백인 상류층 외동딸과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사회적으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대부분 인간은 이중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중 잣대로 옳고 그름을 평한다. 그 작품의 주인공 딸 조안나 의 아버지인 드레이톤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센 프란시스코에서 신문을 발행하고 있던 그는 인종문제에 대해서 매우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지성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외동딸이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서 저녁식사에 초청한 사윗감이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결혼을 적극 반대하고 나선다. 이것은 바로 "내가 하는 것은 사랑이고 남이 하는 것은 불륜이다."라는 이중 잣대 식 사고다.
결국 딸은 아버지를 설득하여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영화의 내용도 그렇지만 영어제목 "Guess who's coming to dinner"를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고 한 한국번역이 흥미롭게 생각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로 비추어 보면 아주 적절한 제목이다.
좀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한국말 제목을 영어로 직역하여 " Guest Who Is Not Invited"를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나오질 않았다. 여러가지 예문을 찾아본 결과, 같은 뜻을 표현하는 방법이 한국인과 미국인은 서로 다름을 알았다. 한국인은 미국인들과 달리 직접 만나 보기도 전에 초대해서는 안 될 손님으로 미리 결정해 버린다. 이것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생각과 문화의 차이 일 것이다.
무엇이든 많이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반대급부 적으로 부작용이 많아지는 것이 인간 세상이다. 돈은 더 가질수록 수전노가 되어가고, 권력은 더 잡을수록 의심이 많이 생기고, 지식은 더 쌓을수록 교만해지기 쉽다.
한국 역사가 길다는 것도 장점만은 아니다. 지난 이천 년 동안 수난의 역사 속에서 받아온 부정적인 단점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두드러진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관용정신이 부족하다. 그것은 한국인들의 의식에 배어있는 배타적인 문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자로 矛盾(모순)은 중국 초나라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창과 방패를 동시에 파는 한 상인이 자기 창은 어떠한 방패도 뚫을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한편으로 자기 방패는 어떠한 창도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손님이 "이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하고 질문했다. 상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나와 너는 창과 방패처럼 "나도 옳고, 너도 옳다" 는 矛盾의 관계이다. 그래서 항상 갈등과 대립이 따른다. 모순과 반대되는 단어가 調和(harmony)이다. 調和(조화)를 한자 뜻대로 풀어보면, 서로가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조화 안에서는 너와 나는 생존을 위한 투쟁과 대립의 모순관계가 아니라, 상호공존을 위한 상생의 관계이다. "내가 옳으면 너도 옳을 수 있고, 네가 불완전하면 나도 불완전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 모순은 가장 먼저 서로를 수용하는데서 부터 상생 적 대화가 시작된다.
진정한 대화는 언어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존재(being)는 존재의 의미가 풍겨주는 깊은 향기가 숨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와 너 사이에 선입견과 벽이 있을 수 없고, 일방적인 설교나 설득, 강요도 있을 수 없다. 오직 너와 나는 한 인격체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인정해주는 관용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숲 속 삶이다. 그곳에는 모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형형색색으로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제 각기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향기만을 선사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삶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수시로 숲속 친구들로부터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버지니아 숲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이른 봄 춘설에 덮인 숲속 친구들에게 ‘감기 조심하라!’당부도 해 본다. 그리고 잠시 그곳에서 우주만물의 질서와 진리를 배운다. 당연히 ‘초대받은 손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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