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플나야 마을의 일상

(2011년 3월 26일)

아침잠을 깨우는 수다스런 새들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기를.

못생긴 언덕에 핀 끈적끈적한 꽈리 꽃

일찍부터 웃자란 맛이 쓴 상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기를.

거대한 열대 우림의 침묵

오지에 사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기를.

물을 튀기는 바닷새들의 서투른 날갯짓

우주 공간의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놀라워하는

인간의 경이에 찬 눈동자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기를.

- 다이앤 디 프리마 - 

 매주 한 번씩 들리는 역삼동 선릉역 부근 철학자들의 연구실 겸 나의 봉사실에 갔더니 다음과 같은 시구가 백보드에 쓰여 있다. 나름대로 한 번 해석해 보았다.

Hours fly

Flowers Die

 New day New life

All pass-by

Love, stays.

시간은 흘러가고 

꽃들은 지고

 새 날 새 생명

모두 지나가도

 사랑은

 남아있네. 

철학적 고뇌로 진리 탐구와 인류 평화를 위하여 수고하시던 분들이 '사랑'에 대한 위대한 힘을 깨달으신 건가! 아니면 공생애 3년을 마치고 영원한 길로 가시기 전에 예수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새 계명을 그분들이 듣기나 한 건가! 아무튼 아침을 시작하며 새로운 시 한편 읽으니 마음이 한결 산뜻한 기분이다. 

아플나야 마을의 일상 

학교도 없고, 시장도 없고, 오직 열가구의 사람과 자연만이 존재하는 바닷가 아플나야 마을에서 2박 3일 묵었다. 처음엔 늘 봉사하던 불랄라카우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려고도 했으나 그곳은 경치는 좋지만 넓은 바다가 마을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어, 바람이 심하고 파도가 거세어 포기 하였다. 그러나 이 마을은 마을 앞에 학의 날개처럼 뻗어나가 휘어진 육지와 거기에 자라난 울창한 나무로 자연방파제가 이루어져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파도가 밀려오지 않는다. 아마 쓰나미가 밀려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육지에서 흘러가는 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강물과 바닷물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고 자연풀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마을 주민도 100여명이나 살고 있어 봉사하기에 적당한 곳이라 이곳을 택하게 되었다. 

선교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들의 문화나 생활방식을 바꾸길 원하지 않는다. 도시문명국가들의 문화나 삶의 방식이 그들의 삶의 방식보다 낫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그들의 마을을 찾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삶의 방식을 배우며 그들의 방식대로 살기를 원한다. 물 한바가지 들고 숲속에 들어가 아침 생리현상을 해결하며 우리 집 화장실의 비데보다 더 상쾌한 느낌을 느껴보고, 그들과 함께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으며 음식의 원시적 진정한 맛의 의미를 체험해 본다.

그들에게 현대기독교가 지향하는 맘몬을 향한 도그마를 가르치고 싶지도 않고,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기도 원치 않는다. 율법도 모르고 제사도 드릴 줄 모르며 집도 없이 비렁뱅이처럼 사는 자들과 함께 하셨던 주님처럼, 그들과 함께 지내며 아무 이론이나 주장 없이 그냥 그들의 삶속에 묻혀 예수의 긍휼과 자비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원주민 가족들이 지난밤에 쳐 논 그물을 이른 아침 걷어다 고기를 추려내고 있을 때다. 큰 새가 왔다고 광이가 고함을 친다. 너무 신기해서이다. 그러나 그 집의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가 아무것도 신기하지 않은 듯 힐끔 쳐다보고 그물에서 고기를 빼 내느라고 바쁘다. 우리는 새가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가까이 가서 큰 고기 뱃속에서 꺼낸 창자를 새에게 줘 보았다. 맛있게 먹는다. 그물에 걸린 고기 중에서 작은 고기들도 가져다주었다. 한 입에 냉큼 삼킨다. 받아먹는 것이 신기해서 계속 그런 식으로 큰 고기 서너 마리를 더 가져다주었다. 나중엔 너무 배가 부른지 받아먹지 않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나르지도 못하고 간신히 걸어서 제 갈 길을 간다. 주위에 있는 고양이, 개, 돼지, 닭들도 모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가 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새는 그물을 걷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있다가 고기를 좀 얻어먹으려고 왔던 것이었다.

친구가 많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원래 싸움을 모르고 자라서 인가. 개와 닭은 원수지간이라 했는데 이곳의 그놈들은 전혀 싸움질을 않고 서로 정답게 논다. 가끔 어린 강아지가 자기보다 배나 큰 돼지 새끼의 뒷다리를 물며 장난을 치니 돼지가 귀찮다는 듯 자꾸 도망가면서도 땅에서 무언가 열심히 주워 먹는다.

지난밤 유난히 캄캄하고 별이 총총하던 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해변 야자수 나무 밑에 매어둔 큰 돼지가 잠자는 곳 옆에 슬며시 가서 생리 현상을 해결하였다고 자랑한다. 아무데나 버리기 아까워 이왕 버리는 것 돼지에게 보시라도 하기 위해서다. 함께 해 뜨기 전에 가서 확인해 보니 돼지는 자기에게 주어진 선물도 모르고 잠만 자고 있다. 다시 해가 난 다음 가 보니 언제 먹어 치우고 말았다.  

지난 저녁에 그들의 식탁에서 있었던 일이다. 반찬도 다 떨어지고 없어, 주인 딸이 조그만 생선 한 마리 있는 것으로 요리를 하였다. 구운 생선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줄 알았더니 생선은 아버지 그릇에만 놓고 아이들은 그냥 맨밥에 소금만 뿌려 먹는다. 아이들하고 놀아 줄때는 아이들을 꼭 껴안아 주며 그렇게 다정하던 아버지가 식사할 때는 생선 한 마리를 혼자 다 먹으면서도 아이들더러 먹어보란 말 한마디 안하고 혼자 드신다. 아이들 역시 감히 아버지가 먹는 생선을 먹어볼 생각을 안하고 소금으로 맨 밥을 비벼 맛있게 먹는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무질서 한 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분명한 위계질서가 있다.  

소금을 반찬으로 해서라도 밥만 먹으면 다행이다. 2박 3일을 마치고 떠나는 날 아침에 보니 우리가 가져온 쌀이 모두 떨어졌다. 열흘은 먹을 쌀을 가져 왔는데 이틀에 모두 해치웠다. 쌀이 있는 김에 실컷 먹어보고 싶었나보다.

이 마을에 오기 전 그곳에 가면 원주민들과 함께 원주민들이 쓰는 방에서 자기를 원한다고 말하니 그분이 매우 염려하셨다. 왜냐하면 환경이 좋은 로하스 선교관에서도 모기나 개미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모기장도 없는 원주민들의 집에 가서 자면 위험스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위험스럽지 않았다. 개미도 한 마리 없고 모기도 찾아 볼 수 없다. 대들보에 커다란 지내가 기어 다니던가 아니면 도마뱀(?)이 기어 다니며 해충을 잡아먹으며 우리를 대신해 밤새도록 불침번 동초근무를 서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살며 상부상조하니 큰 불편함이 없다. 로하스에서는 더워서 밤마다 선풍기를 틀고 자야 했지만, 이곳 대나무로 지은 집은 틈새로 밤바람이 들어와 새벽녘엔 이불을 덮어야 했다. 지붕이 뚫려 비가 오면 어쩌나 하였으나 마침 비가 오지 않아 큰 변을 모면하였다.  

이곳에 사는 어린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들이 너도 나도 치료를 받았다. 아버지도 엄마도 아들도 며느리들도 모두 치료를 받았다. 환자들 모두가 건강한 편이나 모두 허리가 아프다고 하소연 하였다. 다른 면은 문제가 없었다. 소금을 많이 먹고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어 긴 밤 방사를 많이 하는 것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허리가 아픈 것은 신장의 문제요, 신장은 염분섭취를 많이 하던가 무절제한 방사를 심하게 하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반찬이 없을 때 소금만 먹으므로 비교적 염분 섭취를 많이 하는 편이다.  

2박 3일이 너무 짧다. 금방 지나갔다. 그냥 이곳에서만 매일 지내고 싶다. 모두들 떠나기 싫어한다. 헤어질 때 서로가 아쉬워하며 다음에 꼭 다시 오라고. 다음엔 우리 집에 와서 묵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우리가 주고 가는 것 보다 받아 가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왠지 가슴이 뿌듯하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만일 당신이 지금 최고의 삶을 살기를 원하면, 당신은 주는 습관을 발전시켜야만 합니다. : 얻기 위하여 사는 삶 대신에 주기위하여 사는 삶. 오늘 어떻게 내가 복을 받을까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 내가 누구를 축복해 줄까를 생각하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십시오.」

(If you want to live your best life now, you must develop a lifestyle of giving : living to give instead of living to get. Have an attitude that says, Who can I bless today? rather than How can I get blessed today?)

-Joel Osteen -

구약성서는 교훈한다.

“너희 음식을 굶주린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가난하고 집 없는 사람을 너희 집에 들이며, 헐벗은 사람을 보면 그에게 너희 옷을 주고, 기꺼이 너희 친척을 돕는 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 너희 빛이 새벽 햇살처럼 빛날 것이며, 너희 상처가 쉽게 나을 것이다”(이사야58:6-8)

                                           자료제공 : 아시아미션(http://www.amccm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