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은 목사

그리스도교 교리들 중에 오해가 진실인 것처럼 자리 잡은 채 성서적으로 뿌리가 확실한 정통개념이거나 정통교리인 것처럼 인식되어 오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예수 대속의 죽음”이다. 인간은 죄인이므로 그 죄값을 치러야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하나님의 공의”개념이 밑바탕에 전제되어 있다.

‘하나님의 공의’ 개념이 전제된 예수 “대속의 죽음”이 설명하는 내용은 이렇다.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으려면 죄인은 그 죄의 값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죄인된 인간은 도무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죄값을 치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죄값을 대신 치러 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죄도 없는 예수가 인간 “대신 죄값을 지불”함으로서 죽어 마땅한 죄인인 인간을 구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간을 대신하여 죽은 아들 예수의 죽음을 헛된 죽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죄인들이 지불해야만 하는 죄값이 충분히 청산된 것으로 보시고 인간의 죄를 단번에 없애 주셨다. 그로 인해 죄많은 인간은 예수의 죽음으로 인하여 모든 죄를 아무런 조건없이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무한은총을 입게 되었다.

여기서 예수의 죽음은 “아무런 죄가 없는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예수가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대신하여 죽음’으로 하나님은 인간의 모든 죄값을 다 청산하셨다”는 보상 개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대신 죽으셨다”가 강조되어 예수의 죽음은 “대속의 죽음”이라고 명명된다.

그러나 예수의 죽음을 이와 같이 ‘죄값 지불의 보상 개념’이 들어있는 “대속의 죽음”으로 설명할 때 몇 가지 난제들이 제기된다.

1. 예수의 죽음이 죄값을 지불하는 보상 개념의 죽음이라면 하나님은 죄값을 청산한 후에 비로소 인간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죄에 상응하는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죽음이 죄인이 치러야 할 죄값을 “대신 지불한” 보상 개념의 죽음이라면 그것은 곧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용서는 죄값이 지불되지 않는 한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제한은총, 조건적 사랑이라는 논리가 되고 만다.

2. 하나님의 죄사함의 은총은 예수의 죽음으로 인해 죄값이 치러졌기 때문에 인간의 죄를 불문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은 죄없이 죽어야 했던 독생자 아들에 한해서는 적용되지 않은 조건적 사랑이 된다.

죄없는 하나님의 외아들이 죄값을 대신 지불하기 위해 죽어야 했던 것이라면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그 사랑은 아들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아무런 조건없는 무조건의 사랑이라면 아들도 죽지 않고 죄인들도 살리는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에 대해 ‘그래서 하나님이 아들을 다시 살리셨던 것’이라고 해명한다면 그것은 아들의 죽음으로 죄값을 치르는 흉내만 내었던 것이라고 보게 된다. 죄값을 받아야 하는 공의의 차원에서 반드시 죽음이 필요했기에 아들이 죽어야 했던 것이고 그 이후에 죄값이 청산되었으므로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신 것이라고 한다면 어차피 다시 살릴 바에야 처음부터 죽여야 할 필요도 없었다는 논리가 제기된다. 차라리 처음부터 죄값과 상관없이 아들도 죽이지 않고 죄인들의 죄도 조건없이 용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이의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죄값을 지불받기 위해 아들을 죽게 했다가 죄값이 청산되었다고 나중에 다시 살리신 것이라면 처음부터 죽이지 않고도 죄값을 청산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3. 죄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죽어 마땅한 죄인 대신 아무 죄도 없는 독생자 외아들을 죽이신 것’이라면 그 하나님의 대인간 사랑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기이한 사랑이 된다.

죽어 마땅한 죄인 살리기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하나 뿐인 자기의 유일한 독생자를 죽인다는 것은 도무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별종사랑이라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죽어 마땅한 인간 편에서 본다면 무고한 아들을 죽이고 죄인을 살리는 것이 무한은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죄없는 어린애들,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불균형의 사랑이라는 항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원죄의 개념을 들어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형당해야 마땅한 인간뿐만 아니라 해맑은 어린애들이 “똑같은 값”을 치르게 된다는 설명은 대속의 개념을 죄값 지불이라는 틀에서 설명하려고 내세우는 궁색한 해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아무 잘못 없는 내 아들 죽이고 그 대신 사형을 언도받은 당신 아들을 사면받게 했다’는 식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결코 공의라고 칭할 수는 없다.

4. 죽어 마땅한 죄인 편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아들 죽이심에 대해 그것은 하나님의 망극하신 무한은총이며 무조건적으로 베풀어주신 사랑이라고 찬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의의 하나님이 죽을 이유가 없는 아무런 죄 없는 아들을 죽여야 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하나님의 공의는 설득력을 잃기 시작한다.

차라리 ‘자기 죄로 자기가 죽고 자기 의로 자기가 산다’는 등식이 공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훨씬 쉽고 빠르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인간 살리시려고 하나님이 죄 없는 아들을 죽이셨단 말인가?’ 라는 반발과 아울러 ‘대체 왜 저런 인간을 살려야 한단 말이냐, 저런 인간 살려서 어디다 쓸려고 그러는 것이냐, 차라리 저 사람 살려라, 인류를 위해 큰 공헌을 할 사람이다.’는 원망만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할 뿐이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죽어 마땅한 죄인을 살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하여 아무런 죄도 없는 아들을 대신 잡아 죽인 것이다’라는 논리로 하나님의 공의를 이해시키려고 한다면 하나님의 대인간 사랑은 더욱 별종사랑으로 인식될 뿐이다. “공의의 하나님이시라 죄의 댓가를 받긴 받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죄인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고, 그 대신 죄없는 아들의 죽음으로 사면처리 하자”는 식의 설명은 결코 기형논리가 아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의에 대해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이 죄없이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신 것이다”라고 한다면 위에서 말한 대로 아들의 죽음은 결코 죄값을 청산하기 위해 “대신 죽은” 보상 개념의 죽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설명은 아들을 죽임으로 죄값을 치르는 척 흉내만 낸 것이 되어 ‘눈 가리고 야웅했다’는 ‘기만성(欺瞞性) 처형’이라고 지적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을 인간 살리시려고 죽을 이유 없는 자기 아들을 대신 죽이신 하나님’이라는 설명으로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무한은총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납득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이는 이로, 주먹은 주먹으로’라는 ‘공의’ 논리를 펼치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예수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적어도 다음의 지적사항들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이해가 설명 속에 명시되어 나타나야 한다.

1. 하나님의 무한은총에 대해 조금도 의문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죄인들이 용서를 받음으로 구원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대한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논거는 하나님의 공의를 설명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하나님의 무한은총은 즉시 제한은총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값을 치르지 않는 한 절대 용서는 없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죄인을 용서함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죄인에 대한 사면도 가능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그런 선행조건이 있는 은총을 무한은총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2.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개념에 대해 반론의 틈이 없어야 한다.

죽어야 할 죄인들이 예수의 대속의 죽음으로 이제는 죄에서 해방되어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구원받아 영생을 누리게 되었다는 이해는 하나님의 조건없는 무한사랑을 대변하는 가장 감동적인 진술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미 죄없는 아들이 죽었다는 조건이 만족되었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므로 그 사랑은 여지없이 죄값 청산이라는 조건이 제시된 이후에 적용되는 사랑이므로 어떤 변명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랑은 조건이 만족된 이후에 주어지는 조건적 사랑이다. 선결조건이 이미 충족된 이후에 주어지는 그런 사랑을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나님의 인간사랑은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강변할지라도 “조건이 해결된 이후 주어진 사랑”이라는 지적을 도무지 피해갈 여지가 없다.

3. 죄값 지불과는 전혀 상관없는 죽음, 죄값 지불을 위한 죄없는 아들의 죽음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죽음,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죄와 죽음이 완벽하게 해결되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또렷하게 부각되어 진술되어야 한다.

이것은 예수의 죽음을 “죄값 지불형 보상 개념”의 틀 안에서 죄값 청산을 위한 선행조건이 해결된 “대속의 죽음”이라는 각도에서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 대속의 개념으로 예수 죽음의 의미가 설명되는 한 그 뒤에 어떤 해설을 덧붙여 합리화시킨다고 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이미 조건이 치러진, 선행조건이 이미 만족된 이후의 사랑이 되기 때문에 그런 은혜를 결코 무한은혜라 할 수 없으며 선행조건이 해결된 이후에 주어지는 사랑을 결코 무조건의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4. 죽어 마땅한 죄인들의 피난처용으로 왜곡, 오용될 수 있는 틈새가 없어야 한다.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 죄인의 죄를 전적으로 말끔히 사하기 위한 속죄의 죽음은 어떤 이유로도 죽어 마땅한 죄를 짓고도 뻔뻔스럽게 예수의 죽음으로 용서받았다는 자기합리화를 위한 변용된 논리의 근거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구원의 은총을 받은 자라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자기의 죄값으로 자기가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예수의 죽음의 의미가 정확히 적시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으로 구원받았음을 고백한다. 따라서 정통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은 죄인들을 구하기 위한 죽음이었음을 결코 부인하지 못한다. 부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죽음이 죽어 마땅한 죄인 살리려고 아무 죄도 없는 하나님의 독생자가 대신 죽은 ‘죄값 지불의 죽음’이라고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예수의 죽음은 예외없는 일방통행식의 죄사함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든지 자기 죄로 죽는다는 “자기 책임론”을 명백히 할 수 있는 개념으로 천명되어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아비가 신포도를 먹었는데 아들의 이가 시리다(렘31:29~30)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 지불해야 할 자신의 죄값을 예수가 대신 치렀으니 이후로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책임전가형 행태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세계에서 나타나서는 안 된다. 인간의 모든 죄값을 예수 대속의 죽음으로 청산했다는 오염된 믿음이 신앙인들의 탈선을 방조하고 합리화시키는 마약으로 유전되어 지금도 진행 중인 해결불능의 상태를 유지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대속의 논리로 가리려는 죄가 오히려 명백하게 드러나는 죽음이어야 한다.

물론, 하나님은 끝까지, 변함없이 죄인인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고백이 정통 그리스도교의 신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은 여전히 선택받은 이스라엘의 망가진 역사를 보여주며 신약도 구원받은 이후 망가진 자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구약과 신약을 막론하고 성서본문은 구원 이후의 멸망에 대해서 계속 경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죽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은 정밀하게 집행된다는 엄중한 포고가 분명하게 숨 쉬는 진술로 명시되어 나타나야 한다.

5. 한 번 결정된 하나님의 구원계획은 결코 취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취소된 것과 똑같은 결과가 올 수도 있음을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구원받은 자들의 구원은 절대로 취소되지 않는다. 이미 결정된 구원을 하나님 쪽에서 스스로 취소하실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 쪽에 있다. 하나님은 구원받은 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구원의 선물을 스스로 거절한다면 하나님은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셔야 하므로 그 인간이 자청하는 죽음에의 의지를 가로막지 않으신다. 왜냐하면 아들의 죽음이 값싼 은총의 싸구려 죽음이 되지 않도록 하셔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들의 죽음을 헛된 죽음이 되지 않게 하시기 위해서라도 하나님은 아들의 죽음을 욕보이는 인간의 죄악을 가차없이 징벌함으로 제거하셔야 마땅하다. 그것이 아들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죄 용서에 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무한은총을 지키는 하나님 편에서의 공의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18세기의 지성, 존 웨슬리가 그의 선교신학 입장에서 16세기의 이중예정론을 박물관의 유물로 간주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이 점이 명쾌하게 진술되어 나타나는 예수의 죽음이어야 한다.

6. 예수의 부활은 ‘죽어 마땅한 인간의 죄값을 대신 지불하기 위한 죽음이었다’는 보상 개념과 전혀 연결되지 않고 설명되어야 한다. 오히려 무한은총, 조건없는 사랑, 죽음의 정복이라는 삼차원적인 설명으로 해명되어야 한다.

예수의 죽음을 죄값 청산을 위한 댓가성 죽음으로 이해하는 대속의 개념은 예수의 부활에 대한 개념도 오염시킨다. 하나님이 죄값을 받은 후에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신 것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하나님은 “공의와 사랑 사이에서” 궁색한 활동을 펼치게 된 것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예수의 죽음은 어떤 의문도 제기될 수 없는 완전한 죽음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럴 때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의 아들 되심과 죽은 아들을 다시 일으키심으로 죄와 죽음의 세력을 정복한 하나님, 그리고 재림하실 구세주 역할이 의심의 여지없는 하나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단단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따라서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과 그 의미, 그리고 부활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는 진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수의 희생과 그 죽음에 대한 성서신학적 이해를 가져야 하는데 그를 위하여 다음의 순서를 따라 예수 죽음의 의미를 명확하고도 분명하게 각인해야 한다.

(1)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희생제사와 희생제물을 죄값을 지불하기 위한 희생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지를 보아야 하며,

(2) 아사셀 염소의 희생과 유월절 어린양의 희생을 죄값 지불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지를 보아야 하고,

(3) 예수의 죽음을 대속의 개념으로 이해하게 되는 신약성서의 대표적인 표현들이 진정으로 ‘죄값 지불’을 위한 보상성 “대속의 죽음”을 뒷받침하는 진술인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이와 같은 순서를 통해 "예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서 부활의 감격을 극명하게 나누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