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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란섬의 사람들’(Man of ARAN)을 보고.아란섬에는 식량인 ‘감자’를 키워줄 흙조차 없다. 천년동안 아란섬 사람들은 ‘흙’을 구하기 위해 바위틈을 뒤졌다. ‘돌묵상어’는 전 세계는 아니더라도 대서양에서 제일 큰 물고기
김명엽  |  yub55@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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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1월 22일 (일) 00:00:00 [조회수 : 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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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목요일, 늦은 7시. 제 2기 사회인 문화학교 ‘환경, 영상으로 말한다’.  당당채플에서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관으로 영상이 시작되었다. 새해 들어 두 번째 열리는 문화학교이다. 많이 모였다. 아니면 알맞게(?) 모였다. 15명의 관람인들, 대부분은 환경과 관계된 단체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다. 퇴근 후라서 고단할 텐데 영화를 보는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아란섬의 사람들’은 아일랜드 북서쪽 에 있는 섬 이름이다. 그들은 바다에 삶을 의지한다.
멀리 태산 같은 폭풍우 속에서 나뭇잎 같은 조각배를 파도가 휘감았다 드러냈다를 여러 번하여 겨우 해안에 닿는다. 몸을 운신하기에도 생사가 엇갈리는 때인데 그들은 수없이 파도와 씨름하면서 오락가락하며 배를 이고 나르고 그물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챙긴다.

흑백의 장면들. 영어를 쓰는지 독일어를 쓰는지 알아들은 건 ‘굿보이’라는 말 하나다. 영화 자막은 없었지만 간간히 작은 주제 문구가 인상적이다.
- 아란섬에는 식량인 ‘감자’를 키워줄 흙조차 없다. - 망치(해머)로 바위를 부순다. 말 잔등에 해초를 걷어다 올린다. 돌밭에 해초를 간주롬히 놓는다. 감자밭을 준비한다.

- 천년동안 아란섬 사람들은 ‘흙’을 구하기 위해 바위틈을 뒤졌다. - 바위 구석구석 갯흙을 찾는 사람들, 모아진 흙을 돌밭 해초 위에 소중히 뿌린다. 그 손길은 기도하는 손 같다.

- ‘돌묵상어’는 전 세계는 아니더라도 대서양에서 제일 큰 물고기이다. - 등불을 밝히기 위한 기름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이틀 동안 상어와 씨름을 했다. 배가 해안에 다다를 때 섬사람들 모두가 나와 환호성을 지른다. 가마솥에 불을 때서 상어 간을 넣고 오래 오래 끓인다. 상어 간을 통해 기름을 만든다.

- 매년 상어 떼가 아일랜드 해안을 따라 서해안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동한다. -남자들이 너나없이 배를 타고 해안 넘어 나간다. 어린 소년이 여러 번 배를 타려다 거절당한다. 다시 폭풍우가 시작된다.

영화의 처음처럼 폭풍우 속에서 휘감긴 작은 배는 관객들을 땀나게 하더니만 다행히 해안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러나 배는 이고 오지 못했고 배는 뼈대만 남아 바위와 파도에게 살을 내주었다. 멀리 지켜보는 어부와 여인과 소년의 비장한 표정, 어쩌면 웃음도 절망도 없는, 진실하지만 강인한 표정이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는 끝났다.

‘아란섬의 사람들’이라는 이 영화는 1934년도 플레허티(Robert J. Flaherty)라는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고 제작 기간은 약 2년 걸렸다고 한다. 영국 런던의 뉴갤러리 극장에서 세계최초로 상영되어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며, 이태리 베니스 영화제에서 1등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플레허티는 아일랜드 서해안의 불모의 메마른 땅과 북대서양의 높은 파도와 싸우는 인간을 묘사하고 있다. 주제는 ‘척박한 환경으로부터 존재의 수단을 엮어내는 인간’이다. 이 영화는 플레허티의 최초의 음성영화로서 음악과 배경음, 몇 마디의 말로 된 사운드 트랙을 후시녹음(post-recorded)으로 기록하여 시적인 조화와 완성도를 나타낸다. 배경과 상황에 맞는 음악과 효과음은 참 적절하고 아름다웠다.

인상적인 것은 카메라 앵글인데,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영화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높은 파도 같다. 거의 위에서 아래, 아래에서 위를 보는 카메라 렌즈의 방향은 살아내기 위한 싸움 속에 있는 인간의 역동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흑백영화. 거의 다큐에 가까운. 그러나 아란섬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터인 바다를 밀어내지 않는다. 지그재그의 파도 길을 알아내고 파도가 밀려왔다 돌아가 다시 밀려오는 시간의 틈을 그들은 안다. 우리는 우리 삶의 터를 밀어내지는 않는가. 우리는 현실과 미래의 시간의 틈을 아는가.

영화 후 여러 느낌의 이야기가 공유되었다. 모두들 무척 재미있었다는 평이다. 게다가 꽤 예리한 지적과 질문들이 있었다. 다음 주는 ‘순례자 도법, 길에서 만나다’를 상영할 예정이다. 많은 이들의 참여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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