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브미 유어 도터
(2011년 1월 24일)


그분은 아무 감정 없이 덤덤하게 지난 일들을 단숨에 이야기하였다. 원망도 불평도 후회도 없이 남의 이야기 하듯이 몇 분에 다 처리하고 말아서 처음엔 나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듣고 지나쳐 버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이 한 이야기가 가끔 떠오르며 어떻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견디어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슬픈 사람은 슬픔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너무 아파 절망가운데 빠진 사람은 아픔을 말하지 않는다. 너무 가난하여 죽을 지경이 되면 가난을 말하지 않고 그냥 죽음을 기다린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입장표명을 할 수 있는 이는 그래도 아직 삶에 대한 소망이 있는 자이다.

벌써 18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그분이 필리핀 와서 처음으로 선교하던 곳은 루손 섬 따가이따이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마닐라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무척이나 뜨거운 5월 그는 지난 날 살아온 수많은 생각들을 되새기며 그 먼 거리를 정신없이 걸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날이 다시 시작되는 줄도 모르고 그냥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한 가슴을 달래며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었다. 누구한테 하소연 할 사람도 없고, 분을 참을 길 없어 그냥 걸으면 답답한 심정이 좀 가라앉을까 하여 계속 걸으며 마음을 추스렸다.

처음 선교 나올 때부터도 가기 싫다는 부인을 억지로 데리고 왔더니, 필리핀에 와서 지내며 기후가 맞지 않고 살기 힘들다고 아이 둘을 내버려 두고 그냥 한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몇 번 그러던 사람을 잘 달래서 데려오곤 하였었는데 요번엔 완전히 가고 말았다. 필리핀에 살기 싫다고 혼자 자주 한국을 왕래하면서 남자가 생겼던 것이다. 돈도 못 벌고 뜨거운 아열대 기후에서 고생만 시키는 남편이 싫다고, 자식조차 내 팽개치고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완전히 가 버렸다. 할 수 없이 그분은 자녀 둘을 이국땅에서 혼자 힘들게 키우면서도 선교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배낭을 메고 전보다 더 열심히 다녔다. 화산폭발로 인하여 계곡과 마을이 화산재로 뒤덮이고 그 위에 물이 흘러 강을 이룬 화산재 강을 따라 살이 데일 듯이 뜨거운 땡볕 속을 10시간 이상씩 카라바우를 타고 피나투보 화산 골자기를 가서 아이따 부족들에게 선교를 하였다. 때론 마닐라 시내의 공동묘지를 찾아 그곳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피플들에게 복음을 전하였다. 그럴 때 마다 그의 어린 자녀들은 집에서 자기들끼리 지내야만 했다. 그렇게 어렵게 자란 자녀들도 고등학교까지 마치자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자기 엄마가 되려간 바람에 더 이상 만날 수도 없게 되었다. 아니 더 이상 만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따라가도 잡을 수 없는 자식들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방법이야 찾으면 있겠지만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포기하였다. 이제 자녀도 없이 온전히 혼자 남아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방랑 선교사 생활을 할 수밖에!

부인도 잃고 자식도 떠나보내고 외로이 이국땅에 혼자 남았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선교 현장을 누볐다. 어느 날 허름한 배낭을 메고 마닐라 시내에서 공동묘지사역을 하다가 한 여인을 만났다. 모성애가 발동했을까? 거리에서 만난 젊은 필리핀 여성이 불쌍하게 떠돌며 사는 외톨이 방랑선교사의 선교사역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나 보다. 도심지역을 선교할 때 마다 열심히 따라 다니며 옆에서 잘 도와주었다.

남녀가 계속 만나면 자연히 정이 들게 마련, 그들은 선교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리잘공원에 가서 데이트를 하기도하고, 마닐라 시내를 걷다 더우면 SM몰에 가서 더위를 식히며 쇼핑을 즐기기도 하였다. 필리핀에서는 잘나가는 사람들이나 가는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켜 놓고 분위기를 잡기도 하였다. 그러다 두 사람은 마음과 뜻이 맞아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분에게 두 번째로 부인이 생긴 것이다.

대단히 똑똑한 여자였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둘을 깨우치는 사람이었다. 하도 똑똑하여 생활비를 아껴 30이 넘은 여인을 대학원까지 보내 주었다. 공부도 매우 잘하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마닐라 시내에서 취직도 잘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이 한국 바람이 불어, 한국에 가서 취직하고 싶다고 한국에 보내 달라고 통 사정을 하였다. 여러 루트를 통하여 한국에 가게 만들어 주었다. 부인은 한국에서 모 공장에 취직이 되어 돈을 잘 벌었다. 그 당시 필리핀에서 일 년 벌어 모아야 되는 금액을 한국에서 한 달이면 벌었다. 한국에서 5년만 고생하면 필리핀에서 50년 동안 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며 부인은 너무 좋아했다. 두 사람은 큰 부자가 되어 알콩달콩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하였다. 돈 많이 벌어 앞으로 큰 선교관도 짓고, 논도 사고, 일꾼도 두고, 가정부도 두고 그리고 선교도 자립하여 넉넉하게 하며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둘이 힘을 합쳐 행복하게 잘 살자고 얼마나 야무지게 약속했던가! 정말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8년이나 사랑하며 함께 살았는데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그녀가 울면서 아니라고 딱 잡아떼고 울며불며 부정하였다. 그리고 곧 필리핀 들어 갈 테니 먼저 들어가라고 남편을 설득하였다. 그녀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을 믿고 한국에서의 모든 총회일정을 마치고 필리핀에 돌아 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 후 그녀는 종적을 감추고 완전히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한국에 찾으러 가 봤지만 숨어버린 그녀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하였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고 하나님을 원망하며 울부짖었다. 하나님은 아무 응답도 없이 침묵하셨다.

그러한 와중에도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여인과의 사이에는 아이가 없어 다행이었다. 아마 그녀가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부인을 잃고는 마닐라에서 북쪽인 피나투보 화산지역을 갔지만, 요번엔 남쪽 방향인 바탕가스 해안 쪽으로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졌다. 그분의 고향은 경상남도 완도이며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살며 섬 생활에 익숙한 그에게 귀소본능이 발동했을까? 그분은 쏟아지는 비속에 치밀어 오는 분노를 참으려 안간힘을 쓰며, 얼굴에 빗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걷고 또 걸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선교사가 아니었다면 어떤 극단적이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모든 걸 주님께 맡기고 혼자 외로운 인생길을 또 걷기 시작하였다. 자동차로 3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며칠을 걸려 바탕가스 항구에 도착하여 민도로 섬 쪽을 바라보았다. 아주 먼 섬으로 가서 깊숙이 묻혀 살겠다는 각오가 단단히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싫어졌다.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자연과 벗하며 순진한 산속 부족민들과 어울려 살아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당시에는 페리호도 없었다. 조그만 여객선을 타고 5시간 이상이 걸려 민도로 깔라판 항구에 도착하였다. 가능한 한 항구에서 가장 먼 곳을 향하여 버스를 타고 달렸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버스를 갈아타며 10시간 이상 달려 민도로 남단까지 왔다. 이 곳 저 곳 살 만한 곳을 여러 날 찾아 돌아다니다가 만살레이 지역 하윌리 마을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진을 쳤다. 그곳엔 이미 수년전에 미국인 선교사에 의하여 교회가 설립되어 있었고 원주민 목회자가 목회를 잘 하고 있었으며 주민들이 기독교 신자들이기 때문에 처음 민도로에 발을 들여 논 새내기 선교사가 지내기에 좋았다. 산속의 허름한 원주민 집에 숙소를 정하고 선교는 다른 지역에 가서 하였다.

가끔 하윌리 마을 원주민 담임 전도사가 그분이 기거하는 곳에 찾아와 성경공부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을 대학에 보내야겠는데 돈 있으면 좀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빌려 가면 갚을 방도가 없기에 아예 좀 달라는 것이었다. 원주민 전도사 자녀의 학비를 조금씩 보태주게 되었다. 몇 개월 후 다시 찾아와 딸의 다음 학기 대학등록금 좀 달라고 왔기에, 갚을 수도 없는 사람이니 갚는 대신 아예 당신 딸을 내게 달라고, “기브 미 유어 도터” 했다. 그가 농담으로 생각하고 씽긋 웃고 갔다.

사실 그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헌데 그 말을 하고 나니 정말 그 딸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딸이 어떻게 생겼나 보려고 전도사 집을 방문하였다. 잘 생기지도 않고 못 생기지도 않은 조그마하고 가냘픈 망얀족 딸이 상냥하게 인사를 하며 맞이해 준다. 그 어미에게 다시 부탁했다. “기브 미 유어 도터!” 그 어미 역시 씽긋 웃고 만다. 설마 자기 딸을 부인으로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하는 눈치였다. 전도사 부부의 나이는 그분 보다 열 살 정도 적은 젊은 사람들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자화상과 자존감


치유전문 상담가요 저술가인 데이빗 씨맨즈 박사는 자화상의 형성시기와 자존감에 대하여 그의 책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수년 전에 맥스웰 멀쯔라는 유명한 성형외과 박사가 ‘새로운 미래를 소유한 새로운 얼굴’이란 책을 써서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서 팔리게 되었다. 그것은 얼굴 성형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애의 문이 열렸다는 개인 개인의 경험담을 수록한 책이다. 한 사람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을 때 놀랍게도 성격의 변화가 함께 동반되었다는 것이 저자가 다룬 주제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멀쯔 박사는 또 다른 사실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가 경험한 성공적인 경우들이 아니라 실패한 경험들을 통해서였다. 그는 얼굴 성형 수술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수술 후에도 변화되지 않는 것을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저 보통정도의 얼굴이 아니고 실제로 아름답게 된 사람들이 계속 자신을 못생긴 오리의 모습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변화되었지만 변화되지 않은 옛 성격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더 어려운 문제는 그들이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의사에게 화를 내며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내 모습이 예전과 꼭 같이 보이는군요. 의사 선생님은 내 얼굴을 전혀 고치질 못했어요.”

사실상 그들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그들을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성형 수술을 받기 전과 후의 사진들을 대조해 보았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멀쯔박사의 환자들은 계속 이와 같이 우기는 것이다.

“내 코가 예전이나 마찬가지예요.”

“내 뺨의 뼈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내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군요.”

1960년 멀쯔박사는 ‘정신 두뇌공학’이란 책을 써서 인기를 얻었다. 그는 불쑥 나온 턱뼈를 고친다던가 외모를 잘 다듬는 것으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에 대한 자화상의 변화를 경험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멀쯔박사에 의하면 마치 각 사람마다 얼굴이 있듯이 우리의 성격도 얼굴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이 갖는 얼굴이야말로 변화에 대한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그 얼굴이 상처난대로, 삐뚤어진 대로, 미운 모습 그대로, 열등감을 가진 그대로 있으면 그 사람은 그 외모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의 감정적 상처들이 제거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변화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의 경우나 자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각 사람의 자화상이 그의 행동과 태도를 좌우하며 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화상 혹은 자아개념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의 자화상은 우리에 관해 우리가 수집한 우리의 모습과 감정들을 종합해 놓은 것을 의미한다. 자신에 대한 영상과 감정이 엉켜져 있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복합어를 사용할 수 있다. 그 복합어는 느낌과 개념(feeling-concepts)의 관계 혹은 개념과 느낌(concept-feeling)의 관계라는 단어들이다. 자아개념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영상과 감정적인 느낌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해서 느낌으로부터 오는 개념과 개념으로부터 오는 느낌을 전체적으로 다 가지고 있다. 이것이 당신의 성격 형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사람의 마음과 생각에 관한 가장 적절한 성경 말씀이 여기에 나타나 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즉”(잠23:7).

당신의 성격 가장 밑바닥 중심에서 당신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라는 것이 결정된다. 당신이 보고 느끼는 것에 의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결정된다.

이러한 사실이 십대들에게 있어서는 결정적인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주님 안에서 양육되고 성숙되어감에 따라 훌륭하고 건전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화상이 그들 속에 형성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전문 상담인인 머리스 와그너 박사는 그의 훌륭한 저서 “가치 있는 사람이 된 느낌”(The Sensation of Being Somebody, Zondervan, pp.32-37)이란 제목의 책에서 건전한 자화상을 구성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첫째 요소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속감이다. 이것은 누군가가 자기를 원하며, 용납하며, 돌보아주며, 즐기며, 사랑한다는 것을 단순히 느끼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출생 전에 이러한 느낌을 갖기 시작한다고 믿는다. 내가 마음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즉, 그들 속에 느끼고 있는 거부감의 근원이 출생 전 그들의 부모들이 가졌던 잘못된 태도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원하지 않는 아이를 가졌을 때, 그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소속감을 거의 누리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 요소는 자신감이다. 이것은 느낌으로부터 오는 생각이다.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있어.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잘 처신해 나갈 수 있지. 나는 생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위의 요소들을 모두 한 데 묶어보라. 그리하면 자아개념 감정을 형성하는 세 쌍의 요소를 얻게 된다. 즉 그것은 와그너 박사가 말하는 소속감과 가치감 그리고 자신감이다.



자화상이 형성되는 근원들

우리의 자화상이 형성되는 네 가지 근원 즉 네 가지 요소들이 있다.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모든 악한 세력을 동반한 사단과 그리고 하나님과 그의 말씀이다. 여기서는 일차적 근원이 되는 외부 세계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외부 세계는 우리의 자화상이 자라나는 기초 토양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외부 세계란 우리의 성격 형성에 영향력을 주었던 모든 요인들을 포함한다. 유전적인 것과, 출생, 유아기, 그리고 사춘기를 말한다.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통과한 경험이 우리의 외부 세계이다. 우리가 경험한 외부 세계는 우리가 어떤 대우를 받았고, 어떻게 훈련을 받았고, 유년기에 사람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를 말해 준다. 그것은 주로 우리의 외모나, 가족들이 그들의 얼굴 표정이나 음성의 높낮이, 태도, 말 그리고 행동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 준 메시지들을 반영해 주고 있다.

위대한 사회 심리학자인 죠지 허버트 미드는 인간이 외부 세계와 갖는 관계를 흥미로운 구절로써 묘사했다. 그는 그것을 “자아의 창문(looking-glass self)"이라고 부른다. 갓난아이는 자아에 대한 개념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성장해 가면서 그는 점차로 서로 다른 점을 가려내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화상을 얻게 된다. 그는 그것을 어디서 얻는가? 그것은 그의 생애 가운데 존재한 중요한 다른 사람들(significant others)에 의해서 그들에게 비추어진 영상으로부터 얻는다.

바울 사도는 미드박사보다 수세기 전의 사람이다. 사랑의 장인 고린도전서 13장의 중심부(13:9-12)에 그는 장성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같은 아이디어를 사용했다.

나에 대한 나의 지식을 포함해서 내 지식은 불완전하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어린 아이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변론했다. 내가 성장한 후에 나는 어린아이의 방법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을 볼 때 오직 영상만을 볼 수 있는 거울을 통해서 나 자신을 본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완전히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는 하나님을 실제로 얼굴과 얼굴을 대하듯이 볼 것이다.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는 나 자신을 그가 나를 안 것처럼 완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내가 내 자신을 거울을 통해서 어둡고 침침하게 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만 이해한다.

어린아이의 특징 중에 하나는 사물을 부분적으로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성숙한 사랑 가운데로 성장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얼굴과 얼굴을 대하듯 완전한 이해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우리 자신에 대한 영상과 느낌은 주로 우리의 가족원들이 나에게 비추어준 영상과 느낌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지켜보고 그들이 사용하는 목소리의 높낮이를 듣고 그들의 행동을 보는 것을 통해서 그 영상과 느낌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을 안다. 이렇게 우리에게 비추어진 영상과 느낌은 현재 내가 어떠한 인격의 소유자인가를 말해 줄 뿐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도 말해 준다. 우리에게 반사된 영상이 점차로 우리의 일부가 됨에 따라 우리는 가족들의 창문을 통해서 우리가 본 형태의 인격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참고 : David A. Seamands, HEALING FOR DAMAGED EMOTIONS, by victor books, 1981>

우리는 그분의 자화상이 변화되고 그리고 그분이 소속감과 가치감 그리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협력하고 노력하였다. 우리 선교단의 로고를 넣어 유니폼을 만들어 함께 입고, 명찰도 만들어 함께 착용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분을 필리핀 지역의 의료선교 디렉터로 세워드려 필리핀에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매주 기도회와 봉사활동을 인도하게끔 기구를 만들고 주선해 드렸다. 많은 환자들이 그분의 도움을 받으며 감사해하고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분은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감이 생겨 우리가 없이도 신이 나서 혼자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그분은 아픈자들을 위한 선행에 재미를 느끼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선행은 남을 위한다기 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가 혹시 열악한 환경에 처하여 고통가운데 처할지라도 할 수 있는 한 악을 버리고 선행을 하여야 한다. 선한 마음은 플러스 발상을 일으켜 뇌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분은 풍을 맞고 고생을 한 연유로 마음과 몸이 생각대로 잘 따라주진 않지만, 오랫동안 선교사 생활을 한 저력으로 남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자신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을 잘 보살폈다. 또한 좌절과 실망가운데 비전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과거 자신의 나약한 몸을 털고 일어나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되었다. 민도로 섬의 아픈 사람들을 돌보기 위하여 로하스 시내에 선교병원과 의학대학까지 설립해야 겠다는 야무진 꿈도 갖게 되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꿈에 부풀은 늙은 청년이다. 그분의 젊은 부인은 비록 산속 망얀족의 딸이지만,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 여성이며, 필리핀 사람들의 언어인 따갈로그도 잘하고, 산속 원주민들 만이 사용하는 그들의 언어도 물론 잘하며, 영어도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의 대학 동기생들 중에는 시의원도 있고 경찰 서장도 있다. 아마 나이 들어 대학을 늦게 들어간 분들이 그녀와 함께 공부를 한 모양이다. 그분은 무슨 일이 생기면 늘 혼자 해결하지 못하고 '여보야'라고 부인을 부르며 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이런 능력있는 부인이 아이들만 어느정도 키워놓고 나면 그분의 비전을 이루기 위하여 열정적으로 협력하게 될 것이다.

그분이 진정으로 하나님이 파송한 선교사로서의 자존감을 다시 회복하고, 하나님의 불쌍한 자녀들을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하게 된다면, 반드시 하늘이 도와 그분의 꿈을 이루도록 하실 것이다. 온전히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전 기억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존재(고후5:17)가 되어 새로운 자화상을 가져야 한다. 그 일은 나약한 인간의 노력과 힘만으론 부족하다. 사랑의 본체이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만이 이룰 수 있는 일이며, 하나님의 말씀만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벧전1:23) 할 수 있다. 그분에게 다시 필요한 것은 세상 사람들의 지혜를 부러워하지 말고 하나님으로부터 거듭나는 일(벧전1:3)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

자료제공 : 아시아미션(http://www.amccm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