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예수님 제자들 무지 빡셌겠는데(?)

지난 3월 말쯤에 이라크 평화․재건 사단으로 창설되어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에 가서 두 주간동안 업무를 도우라는 파견명령이 육본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계획된 일들과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자이툰 부대로 들어갔습니다. 육군본부에서 3명의 목사님들을 선발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이툰 부대 3,500여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8가지의 심리인성검사를 각각 해석하여 종합판정을 내리는 일이었습니다. 요즘말로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10일간의 파견기간동안 이 일들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강행군 끝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업기간중에 군단 FTX 훈련간 우리부대 장병들을 위문하기 위해 제작, 포장했던 위문품 팩을 자이툰 부대 군종참모인 이재은 목사님이 보셨고 깔끔하고 알찬 위문품에 매료(?)된 이 목사님의 간곡한 부탁에 급기야 큰 짐을 하나 떠맡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4월 6일(화) 상암동 월드컵 구장에서 열리는 한국 대 이라크 올림픽대표팀의 경기에 이라크를 응원하러 오는 자이툰 부대 장병들을 위한 위문품을 이렇게 깔끔하게 포장해서 상암동 구장으로 가져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원과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려운 자이툰 부대의 형편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우리 부대가 월드컵 구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데다가 평소 가까웠던 대 선배이신 이재은 목사님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FTX 훈련을 위해 1,800개의 위문품을 포장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는데 3,500개의 위문품을 포장해야 했으니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자이툰 교회의 부족한 예산 때문에 비용은 줄이면서도 풍성하게 해야 했기 때문에 좀 더 싼 곳을 찾아 물품을 구입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정력이 들었습니다. 40여명의 가족들과 병사들을 데리고 8가지 품목을 비닐팩에 보기 좋게 넣고 인쇄한 격려 문구까지 넣어 포장하는 일은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포장할 물건들을 쌓았더니 어마어마 하더군요. 쓰레기 양도 엄청 났구요.

작업을 다 끝내고 군종병들과 마지막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군종병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야, 예수님 제자들 엄청 빡셌겠는데!”
“뭐?, 무슨 소리야?”
“야!,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명을 먹이셨대잖아! 그거 예수님이 나눠 주셨겠냐? 제자들이 했겠지. 더구나 남는 것들은 또 다 걷었잖아. 보통일이 아니었을 거다 아마.”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에이 그래도 우리처럼 포장해서 주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함께 소리내어 웃으면서도 어디든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봉사와 헌신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자판기와 잭팟

감신대 대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수강신청을 위해 대학원에 갔는데 대학원 현관에 처음 보는 초대형 자판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작해야 10여종의 음료수가 들어있던 예전의 자판기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 60여개의 각종 음료수가 들어있는 초대형 최신 자판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돈을 넣고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이 예전의 기계하고는 많이 달라 여러 번 헤맨 끝에 원하는 음료수를 뺄 수 있었습니다. 600원짜리 음료수를 뽑아들고는 잔돈반환 레버를 돌렸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네 개의 동전이면 되는데 수십 개의 동전이 와르르하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10원짜리 동전 40개가 쏟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황당한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니 허걱! 500원짜리 동전 40개가 쏟아진 것입니다. 제가 그 때 왜 주변을 둘러봤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순간적으로 흔들렸었나(?)

동전을 가지고 교학처에 갔더니 자판기 업자에게 직접 전달하라더군요. 난감했었는데 쉬는 시간에 자판기를 열고 음료수를 보충하고 있던 두 명의 아저씨를 발견했습니다.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동전을 내밀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감사하다고 인사해야 할 아저씨의 표정이 영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나온 동전 맞습니까?, 그럴 리가 없을텐데”라는 대답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것입니다. 동전을 넘겨주고 기분이 상한 체 돌아서야 했습니다. 감동한 표정으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답례로 음료수라도 하나 건낼 것을 예상했던 나는 황당하고 멋쩍은 표정으로 돌아섰습니다. 고약한 사람이라고 투덜대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 오해가 풀렸습니다. 그 자판기 아저씨가 그 때와는 달리 아주 반가운 얼굴로 아는 체를 하면서 그 날은 아주 고마웠다며 음료수를 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날의 사정을 말하는데 같이 있었던 아저씨에게 신형 자판기를 판매하려고 기계의 우수성과 편리함을 설명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구형 자판기에 비해서 좋은 점들을 신나게 설명하고 있는데 동전이 2만원이나 잘못 반환되었다고 하니 당황스러워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노라고 사과하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그 날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저씨가 얼마나 황당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 이 글은 제 군선교 소식지 “만선을 꿈꾸며…” 제 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 정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