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망얀부족과 치유목회  

(2011년 1월 4일) 

민도로 선교의 시작 

1949년 중국 마오쩌둥 위원장의 공산당은 자신만만하게 수백 명의 선교사들을 중국에서 추방하였다. 마오와 그의 공산당원들은 기독교에 아주 큰 타격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교회와 선교사들이 중국에 전파한 것이 더 이상 선교사들이 없어도 얼마든지 배가 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때는 깨닫지 못했다. 중국교회에서 예배하는 기독교인의 숫자가 1949년 이후로 적어도 백배로 증가하였으니 말이다. 

공산당원들은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 선교사들의 대규모 추방은 실제로 영적인 축복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넘어 다른 나라로 대규모로 수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그리고 이 필리핀도 그 수출의 수령 국이 되었다.  

1951년 초에 중국 내지 선교회(CIM)는 중국에서 선교사들을 철수시킨다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은 무엇보다도 먼저 중국 성도들의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외국인 침략자들’과의 교제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공산당원들은 선교사들의 코앞에 출국비자를 달랑거려 보이면서도 실제로 그것에 사인을 해주는 데는 몇 달씩 걸렸다. CIM 선교사들은 떠나야 하면서도 비자가 없어서 떠날 수가 없었고 아주 어정쩡한 상태로 있었다. 

필리핀 민도로의 망얀족 전승에 따르면 오래 전 조상 중 한사람이 시냇가 옆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영을 만났다고 한다. 그 영은 분명히 좋은 영이었다. “내가 죽은 후에, 다른 땅에서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들은 백인일 것이고 선생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너희 언어를 알 것이다. 너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 지를 들을 수 있게 알려야 하고 그들의 가르침에 순종하여야 한다”라고 그 영은 말했다. 

정령을 숭배하는 망얀족들의 종교심성은 위와 같은 전승을 믿고 있었다. 그들의 믿음대로 마침내 1953년 중국에서 추방당한 선교사들이 필리핀 남지나해를 통하여 민도로 깔라판 지역에 처음 선교의 문을 열었고, 그들의 전승은 실현되었다. 민도로에 입성한 선교사들은 망얀족을 선교하기 위하여 따갈로그를 배웠고 성경을 번역하기도 하였다. 그 후 수십 년에 걸쳐 각 나라에서 많은 선교사들이 민도로에 들어왔고, 2002년도에는 K선교사도 그 선교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2010년 1월 우리도 처음으로 그 선교 대열에 서게 되었다.

민도로 의료선교

지금 민도로 산속이나 어촌에는 약 5-6만명의 망얀족이 살고 있으며, 선교사들에 의하여 교회와 학교가 세워지고 망얀족 출신중에는 대학을 나온 사람도 많이 생겼고 목회자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각국에서 온 망얀족을 선교하는 선교사들 수십 명이 민도로 전역에 포진하고 있으며 망얀족들의 생활과 교육과 복지를 위해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그 중에 금번 2010년 12월 우연히 우리 선교단과 인연을 맺게 된 미국에서 온 한국인 K선교사 부부가 만살레이 하윌리 산속 마을에 병원을 짓고 있었다. 그분들은 미국에서의 목회생활을 접고 은퇴하기까지 남은 10년 동안 필리핀 원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려고 민도로 섬에 오신 분들로써 다른 후원단체나 남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재산을 모두 정리하여 병원선교사역에 투자하셨다. 그리고 병원건물 일체의 재산권을 필리핀 정부기관에 기부 헌납하기로 하셨다. 더러는 교회에서 주는 사례비로 자기 몸치장하기도 바쁜 목회자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이국땅 까지 와서 주를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분들을 통하여 그동안 복음전도와 학원선교에만 전념하던 민도로에 의료선교의 장이 열리게 되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의료보건문제로 고생하던 하윌리 망얀족들이 지속적으로 의료혜택을 받게 되었다. 또한 K선교사 부부는 신축하는 병동에 우리 선교단이 사용할 수 있는 침뜸 진료용 침대를 7개나 준비하셨고, 의료봉사자들이 오면 어느 때고 편안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숙소도 잘 꾸며놓으셨다. 봉사자나 환자 모두를 위하여 너무나 고마운 일을 하셨다.

연약한 우리 선교단의 힘으로 민도로 섬 깊은 산속마을에 병원을 세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병원을 세우기 위해선 먼저 부지를 마련해야 되고 그리고 건축자금도 마련해야 된다. 그뿐 아니라 외국인이 필리핀에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행정업무가 많다. 이런 일들을 모두 처리하고 완성된 병원을 이루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K선교사 부부의 헌신에 의하여, 우리의 수고 없이 쉽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개척지에서 무엇이든 내 소유로 만들고자 할 때 우린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허지만 나의 소유가 아니고 하나님의 소유를 이루기 위해 우리 스스로 희생의 도구가 될 때, 하나님은 여러 손길들을 통하여 우리의 선교사역을 도우신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K선교사 부부의 헌신에 의하여 하윌리 마을에 병원이 세워지게 되었지만,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있어, 누구에 의해 세워졌는가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세워졌는가가 우리의 관심사이다. 고난당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을 위해 세워졌다면 그 병원은 하나님의 것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것은 바로 우리의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위해 하나님의 병원에서 불쌍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누가 부탁해서 할 일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  

하윌리 산속마을 진입로 옆 야자수 숲 한 쪽을 비워 병원 건물을 짓고 있는 중에, 우린 공사장 옆 오래전 대나무로 지어진 낡은 교회 건물에서 원주민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였다. K선교사 부부께서 그 지역 원주민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의료봉사를 특별히 부탁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 정규적으로 방문하여 많은 환자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보살폈다. 선교사 부부도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치료를 받으시고 큰 호전반응을 체험하셨다. 우리는 지속적인 병원사역을 위하여 그곳에 침구전문 의학대학도 설립되길 희망하고 있다. K선교사 부부에 의하여 이미 신축병동 앞 넓은 야자수 들판에 부지가 마련되어 있고, 그분들은 그 땅을 무엇을 위해 쓸까 궁리 중에 있으시다. 만일 그곳에 의대가 생긴다면 처음으로 한국 전통의술 선교대학이 해외에 생기는 경우가 될 것이다. 우리가 2개월간의 단기의료선교를 마치고 떠나던 날 MK선교사와 새로 조직된 현지인 의료봉사단원들 그리고 그동안 우리에게 치료받은 많은 원주민들이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돌아와 그곳의 환자들을 돌보아 주길 부탁하였다. 우리는 또 다른 나라를 방문할 계획이 이미 서 있지만, 하나님의 뜻이라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은혜가운데 잘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대체종교와 순환역사

우리는 금번 봉사와 현지체험을 통하여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자는 ‘나의 것’에 대한 사적인 집착을 버리고 ‘우리 것’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이 우리를 대신해 일하신다는 점이다. 나를 비우지 않고 의를 위해 일할 수 없다. 바울 사도는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해 죽는다(롬14:8) 하였다. 이는 사생활을 포기하였다는 말이다. 주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마6:31) 하셨다. 이는 바울보다 더 강도 깊게 사심을 버리라는 말씀이다. 과연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며, 주를 위해 일하는 자들이 바울과 주님처럼 그렇게 사심을 버리고 살아간다면 모두 가난뱅이가 될 것이다. 자녀교육도 시키지 못할뿐더러 먹고 살기도 힘든 거지생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루도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도시생활 속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어려운 경제 환경은 사심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오히려 사욕을 품게 한다. 교회조차 가르침의 본질을 떠나 사람들로 하여금 더 큰 욕심을 부추기는 점들이 보인다. 종교적 열심은 사회적 정의를 위하기보단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연약한 인간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신앙의 모습들은 결국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외면하게 만들고, 선교의 문이 서서히 닫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성전은 신도들이 떠난 빈 건물만 남게 된다. 이런 모습이 도시문명이 발달한 현재 유럽 교회의 실상이며, 이는 앞으로 발전도상국에 있는 국가들이 도시형 국가로 발전하게 될 경우, 변하여 가게 될 미래 종교사회의 기독교 공동체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지구촌 여기저기에서는 약삭빠른 사람들에 의해 대체종교가 생겨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들은 거대하게 교회 건물을 짓지 않고, 헌금에 시달리고, 바쁜 교회생활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헌금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봉사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직 마음과 몸을 위해 건강하게 사는 인간적인 프로그램만 개발하여 제시한다. 고등종교 속에 배어있는 형식적인 도그마를 모두 배제하고 마음과 몸의 수련을 위해 좋은 것들만 빼어다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비즈니스의 천재들이 대안종교를 만든 것이다. 서울의 발전하는 도심 속에도 이미 이런 대안종교가 뿌리를 내리고 여기저기 간판을 내 걸고 있다. 현대교회에 싫증난 많은 신자들이 그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교회에 위기가 닥쳐왔다. 교회와 목회자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목회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이다. 진정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다면, 변화하는 종교사회의 이런 선교적 문제점들을 자기 성찰의 기회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 있는 오지 마을의 경우는 도시사회와 상황이 다르다. 그곳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고급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이 필요 없다. 그들 주위에 있는 자연소재인 나무와 풀이나 돌로 간단히 만들면 된다. 학교가 없으니 학교를 가려고 학비를 마련하던가 학원에 다녀야 할 비용이 필요 없다. 그냥 집에서 놀면 된다. 결혼한 자녀를 위해 새집 마련하는 것도 매우 간단하다. 지금 사는 집 옆에다 야자수를 하나 베어 간단히 집을 하나 더 짓고 따로 살게 하면 된다. 그렇게 살아도 그들의 행복지수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 보다 높다. 그들은 특별한 직업도 놀이도 없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배가 고프면 들과 산에 있는 과일이나 뿌리채소 그리고 가축이나 산짐승을 잡거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다 먹는 것이 하루의 일과이다. 숲속의 밤은 길고 낮은 짧다. 그리고 전기불도 없고 소박한 엔터테인먼트조차도 없다. 자연현상에 의하여 그들은 많은 자녀를 두게 된다. 도시인들이 자녀 낳기를 꺼려하여 도시인의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지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는 이들에 의하여 왕성하게 성취되고 있다. 여자가 서른 살 정도 되면 보통 자녀를 5명 이상 두게 된다. 필리핀 민도로의 경우 이렇게 번창한 원주민들의 숫자는 산골짜기 마다 가득하다. 겨우 열 가구 사는 해변의 조그만 아플나야 마을에도 마을 주민들이 백여 명 이상이나 되어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이들은 자연 속에 묻혀 자연스럽게 정령숭배를 하며 산다. 다행이도 그런 그들의 종교심성은 기독교 신앙도 잘 받아들인다. 지금처럼 도시인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그로 인해 도시 인구가 줄고 따라서 도시의 교회가 쇠퇴하게 된다면, 오지에 흩어져 살며 끊임없이 생육하고 번성한 원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시로 진출하게 되고, 이들에 의하여 새로운 문명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현상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인구이동이나 문명순환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우리 몸속의 피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피로 대체 되듯이! 아마 하나님은 미래사회의 비전을 이들 원주민들에게 두고 계신 지도 모른다. 세련되도록 도시화되고 과학화된 현대인들은 스스로 자기들의 바벨탑(과학만능주의정신)에 의하여 서서히 소멸하게 되고, 한 사람이 열사람 이상씩 자녀를 낳는 어수룩한 듯 한 오지의 원주민들이 미래도시사회의 주역이 되는 것이 순환역사속에서의 인류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일이 1세기 후에 이루어질지 아니면 10세기 후에나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탈 원시화 과정

이들에게 문명의 혜택을 가져다준다고 교회를 지어주고 학교를 지어주는 것은 어쩌면 탈원시화 과정이 될지도 모른다. 탈 원시화 과정이 문명의 혜택 없이도 지금까지 잘 살아온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태어날 때부터 익숙한 그들의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온 이들에게 도시의 각박한 문명의 대열에 합류시키기 위한 탈 원시화 노력은 아마 넌센스가 될지도 모른다. 자기들 방식대로 살아 온 원주민들에게 도시문명을 주입시켜 원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것은, 오직 도시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판단한 것이지 원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온 생활환경이 더 편하고 행복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망얀족의 딸인 K선교사의 부인도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사는 지금의 도시생활 보다도 자기가 태어난 산속 부족생활이 더 편하고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원주민들의 생활문화에 대하여 지나친 간섭을 하지 말고, 그냥 이들 사는 대로 살게 내버려 두고, 아픈 사람들만 치료해 주어 고통을 면하게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과정도 그렇다. 도시의 값비싼 약을 사용하던가 고도의 의술로 이루어지는 수술요법을 적용하게 되면 이들은 더욱 급속히 도시문명 속에 빠져들어 상대적인 가난을 겪게 될 것이다. 돈만 있으면 발전된 도시의 의료기술이나 약으로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을, 돈이 없어 고치지 못하고 죽어가는 자신들의 처지와 환경을 깨닫게 된다면 스스로 가난한 인생을 비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원주민들을 탈 원시화 시키고 도시문명을 무분별하게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교활동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나의 경험에 의하면 그냥 그들 사는 대로 살게 내버려 두고, 아프면 그들의 형편대로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민간요법을 알려주는 게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 옛날 과학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지 않았는가! 요즈음 웰빙 바람이 불어 선진국이나 엘리트층에서 오히려 약물요법 보다는 자연요법을 더 선호하지 않는가! 이런 자연요법을 산속 부족민들에게 전수시켜 준다면 그들은 큰돈이 없이도 그들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치료법은 사람의 몸에 자연치유력을 증대시키는 그런 자연면역요법이다. 그 요법 중 가장 중요한 요법은 성경말씀을 통하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요법이다. 면역의학자에 의하면 우리의 마음이 평정을 되찾으면 우리 몸속에서 림프구의 생성이 촉진되고 그로 인해 면역력이 증대된다. 온전한 믿음은 우리의 마음을 치료하는 데 지대한 효과가 있다. 중의학에서도 내상병의 70프로 이상이 잘못된 마음가짐에서 온다고 본다. 그리고 다음은 호흡을 통한 면역력 상승요법이나, 경락을 터치해 주어 몸속 기혈순행의 밸런스를 맞추어 주어 자연치유력을 증대시키는 면역요법이다. 이런 요법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원주민들이 그들의 처지와 생활환경 속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민간요법이다.  

면역학자 아보도오루는 ‘약을 끊어야 병을 고친다’는 그의 책에서 병을 고치려면 약을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심지어 병원에도 가지 말고 건강검진도 받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의 면역학 이론은 많은 호소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화학약물요법으로 인해 몸이 망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그의 책에 의하면 이스라엘에서 한 달 동안 의료파업이 일어났을 때 환자의 동태를 파악한 경우가 있는데, 그때 오히려 사망자의 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보고가 있다. 의료파업이 끝나고 병원이 다시 가동되자 사망자의 수는 전처럼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는 현대의술 맹신도 들이 한번쯤 유념해야 할 보고서이다. 그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신(神)을 배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약신(藥神) 병원신(病院神) 의사신(醫師神)이다. 이 삼신(三神)만 멀리하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다. 현대인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 삼신(三神) 숭배사상 때문이란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고도로 발전한 현대의학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병원에 가기 힘든 척박한 오지에 사는 가난한 원주민들에게 현대의술 만을 고집하여 상대적 빈곤에 빠지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가난하여 병원에 갈 형편이 못 되더라도, 그들 스스로 생명을 보전해 갈 수 있는 자연치유요법을 권하면 좋겠다는 말이다. 이런 자연요법은 원주민의 문화와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그들 모습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치유요법이 될 것이다. 선교의 열정은 좋지만 그들이 사는 문화와 생활방식을 모두 뜯어 고치고자 하는 선교방법은 진정으로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일도 아니고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일도 아니다. 된장찌개를 먹고 자란 나는 외국에 나가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한국에 돌아와 된장찌개를 먹을 때가 가장 맛있고 속이 편하다. 내 문화와 생활습관이 비록 남보다 못할 지라도, 내 자신에게 있어선 가장 편하고 좋다. 오지에 사는 원주민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